##109 어긋난 인연
그렇게 강준과 선혜는 엘리의 파티가 있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임팩트 후 첫 날이어서 그런지 주변은 적막으로 가득했다.
딱히 움직이는 사람들도 없었고 움직이려는 사람도 없었다.
정글로 들어오고 난 뒤에 항상 허기가 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허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두둑!
강준은 움직이는 중간 중간 먹을 것을 뜯어서는 선혜에게 나누어 주었다.
현실에서는 하루 세끼만 챙겨 먹는다면 활동을 하는 것에 큰 무리가 없었지만 이런 곳에서는 끝임없이 먹을 것을 먹어야만 했다.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강준의 입과 손은 바쁘게 놀려지고 있었고 강준의 눈은 끝임없이 먹을 것을 찾고 있었다.
그런 강준 덕분에 선혜 또한 이내 포만감을 채울 수 있었지만 그런 포만감에도 불구하고 선혜 또한 계속 입 속에 무언가를 집어넣었다.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또 다시 굶주리게 될지 알 수가 없었다.
어느덧 정글에서 하루 한 두끼를 먹지 못하는 것은 예사가 되어 가고 있었기에 배를 채울 수 있을 때 최대한 채워 넣어야만 했다.
목구멍까지 채워 넣어야만 한다고 신체가 음식들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선혜는 강준이 먹을 것을 주지 않고서는 가방에 챙기기 시작을 했다.
그런 모습에 선혜가 처음 느낀 감정은 아쉬움과 원망이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강준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선혜도 잘 알고 있었다.
먹을 것을 저장을 해야 나중에 먹을 수가 있었다.
단순히 개미와 배짱이가 아니더라도 먹을 것을 전부 먹어버리고 난다면 나중에는 굶어야만 했다.
하지만 선혜는 입가에서 느껴지는 달달한 미각에 군침이 계속 흘러나왔다.
먹을 것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지금도 눈 앞의 강준은 끝임없이 손을 놀리며 먹을 것이 분명한 것들을 따내고 있었다.
하나 정도는 줘도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고 있었고 그 심리의 바닥에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저렇게 식량을 저장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 컸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존심 상 먹을 것을 달라고 하기도 민망했다.
‘가만 내가 따 먹으면 되는 거잖아.’
그렇게 안절부절하고 있을 때 선혜는 강준의 행동을 자세히 보고서는 자신이 직접 먹을 것을 따서 먹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서는 강준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강준이 놓친 것인지 안 딴 노란 빛에 푸른 빛이 살짝 살짝 물들어 있는 열매를 얼른 따내었다.
그리고서는 입으로 가져가려는 찰라 강준의 손이 선혜의 손을 붙잡았다.
“왜?”
원망이 가득한 선혜의 목소리에 강준은 잠시 놀랐다가 미소를 지은 채로 말을 했다.
“그거 독 있어. 뭐 먹어도 죽을 정도의 독은 아니지만 배알이 할 수도 있으니까. 이거 봐봐! 여기 푸른 빛이 있는 것은 아직 안 익었다는 거야. 이렇게 노란 빛이 가득한 것이 익은 거니까. 이런 걸로 따.”
강준의 독이 있다는 말에 얼굴이 붉어진 선혜는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얼른 먹을 것을 버려 버렸다.
괜히 따라한다고 했다가 배탈이 날 뻔한 것을 떠올리자 스스로가 한심해 질 뿐이었다.
결국 자신이 따서 먹는 것도 포기를 한 채로 강준을 따라 계속 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이건 별로 배는 안 부른 건데 입 안에 껌처럼 씹고 있느면 되는 거니까 적당히 단내 떨어지면 뺏어 버려.”
“어!”
다행히 선혜는 강준이 준 식물의 속 껍질을 이 안에 넣고 씹으면서 식욕을 달랠 수 있었다.
정글에서 식사를 못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과식 또한 상당히 문제였다.
과식으로 인해 탈이 난다면 마땅한 치료법도 없었기에 적당히 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해진다.
강준 또한 선혜처럼 계속 목구멍으로 먹을 것을 밀어내고 싶은 본능에 휩싸이고 있었지만 억지로 참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껌과 같은 영양가는 없지만 욕구만을 충족 시킬 수 있는 것으로 식욕을 해결하는 두사람이었다.
그렇게 강렬한 성욕과 식욕에 점차 빠져드는 생존자들이었다.
한마디로 점차 인간과 동물 사이의 경계에 걸쳐지고 있었다.
그렇게 강준과 선혜는 정글을 헤매고 다니면서 엘리의 파티와 약속이 되어 있는 곳으로 향했고 오래지 않아 도착을 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온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두 사람 모두 기진맥진 해져 가고 있었다.
격정적인 관계도 관계였지만 임팩트를 앞두는 동안 정신적 육체적 피로도가 도를 넘어가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쓰러져서는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했다.
하여튼 그렇게 목적지까지 도착을 한 강준은 약속된 대로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을 했다.
밀러를 먼저 보내기는 했지만 밀러와 만나지 못한 강준이었다.
중간에 사고를 당했는지 어쩐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강준은 무사히 엘리들과 만나서는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구구! 구구! 구!”
강준의 입에서 퍼져나가는 암호는 꽤나 멀리까지 전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준은 주변에서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인기척이 동료들인지 아니면 적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강준은 조심스럽게 그 인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준은 인기척의 주인이 데이브 임을 알고서는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데이브! 나다! 강준. 강준이야.”
“가…강준?”
또 다시 울린 울음소리에 다가온 데이브는 강준의 모습에 당황을 했다.
다시 만난 것에 반가움이 들었지만 이내 데이브는 강준의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듯 했다.
“엘리는?”
“응? 뭐?”
강준의 주위에는 엘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처음 보는 동양의 여자가 한 명 있을 뿐이었다.
강준을 찾으러 간 엘리와 밀러가 강준과 같이 있지 않는 것이었다.
“엘리는 어디에 있지?”
“무슨 소리야? 엘리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강준은 데이브가 엘리에 대해서 묻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엘리를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엘리가 너를 찾으러 니 친구와 함께 갔다고! 설마 못 만난 거냐?”
“…….”
강준은 데이브의 다급한 목소리에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길이 어긋난 것인지 둘은 만나지 못한 것이었다.
“제길! 널 찾으러 갔단 말이야! 강준 너를 말이야!”
강준은 그런 데이브의 말에 잠시 멍해졌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시커먼 정글이 보이고 있었고 그 안에 엘리와 밀러가 길을 헤매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움찔!
그리고 그 때 강준은 자신의 팔을 붙잡는 느낌을 받고서는 자신의 팔을 붙잡은 사람을 바라보았다.
“강준.”
선혜였다.
가지 말아 달라는 눈빛의 선혜에 강준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작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제발.”
선혜는 그런 강준의 행동에 입술을 깨물면서 애원을 했지만 강준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미안해. 금방 올게. 여기서 쉬고 있어. 꼭 돌아올게.”
강준은 선혜를 껴안아 주고서는 데이브를 바라보았다.
그녀를 부탁한다는 그런 의미였고 데이브는 그런 강준의 눈빛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강준이 데리고 온 사람들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데이브도 같이 가주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이 좋지 못했다.
‘후우! 강준. 엘리를 데리고 빨리 돌아와라. 더 이상은 나도 감당을 하지 못할 듯 싶다.’
데이브는 자신의 부족한 능력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 동안 엘리가 유지해 오고 있던 파티가 흔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강준은 다리가 풀려서는 땅바닥에 주저 앉아 있는 선혜를 놔두고서는 무거운 발을 움직이며 정글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흐윽! 흑! 그만 해. 그만 하란 말이야. 왜 또 그렇게 죽을 곳으로 들어가는데.”
그렇게 선혜는 주저앉은 채로 눈물을 흘리며 복받쳐 오는 울음을 토해내었다.
또 다시 자신을 버린 채로 다른 이들을 구하러 달려가는 강준이 원망스럽기만 한 선혜였다.
하지만 아직 자신에게 생생하게 느껴지는 강준의 체온에 선혜는 자신의 팔로 자신의 몸을 부등켜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