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어긋난 인연
강한 유대감을 형성했다고는 하지만 강준과 선혜는 일을 끝마치고 난 뒤에 서로 얼굴도 쳐다보지 못한 채로 창피해하면서 자신들의 옷을 입어야만 했다.
‘왜 이리 민망하지?’
강준으로서도 딱히 민망해 할 이유는 없었지만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뒤에 그 민망함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그 것 때문인가?’
정체불면의 목소리로부터 죽음의 게임을 하게 된 배경과 이유에 대해서 알게 된 상태였다.
그렇게 누군가가 죽을 때마다 누군가는 돈을 잃게 되고 누군가는 돈을 따게 되는 게임이었다.
당연히 카메라 등으로 해서 자신들을 지켜보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을 터였다.
그렇게 누군가가 지켜보는 앞에서 관계를 가졌으니 민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섬에 들어오고 난 뒤에 있었던 모든 일들이 보여지고 있었다고 생각하자 모멸감이 강준을 휩쓸고 있었다.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던 이들에게는 한편의 화끈한 포르노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었을 터였다.
죽고 죽이는 게임에서 이런 섹스 장면들은 재미있는 유흥거리였을 터였다.
그렇게 생각을 하자 또 다시 이성을 잃을 것 같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부스럭 거리며 얼굴에 홍조를 띄고서는 옷을 입고 있는 선혜를 보자 화가 가라앉았다.
주섬! 주섬!
강준은 주변에 널려 있던 선혜의 옷을 전부 주워서는 선혜에게 건네었다.
다른 이들이 선혜의 알몸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는 마음이 컸다.
그렇게 선혜가 옷을 다 입는 것까지 지켜준 강준은 자신의 옷을 걸치고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이지 않는다. 고성능의 최소형 카메라들인가? 아니면 위성?’
강준은 사람의 눈으로는 찾기 힘든 작은 카메라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푸른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아득히 높은 공간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을 위성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미국의 델타포스와의 작전 중에 군사 위성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전달된 미군의 디스플레이를 본 적이 있었다.
너무나도 선명하게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었다.
‘숨는다고 해서 발각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야.’
각종 모드를 통해서 장애물에 숨어 있어서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상황인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땅 속을 파고 들어가지 않는 이상은 위성의 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비록 나뭇잎이 우거져서는 하늘 위에서 잘 보이지 않을 터라고는 하지만 이런 나뭇잎은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강준은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이 곳을 도망 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어떻게 해요?”
선혜는 하늘 위를 노려보고 있는 강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었다.
대충 강준의 행동에서 자신들을 지켜보는 것이 위성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선혜도 하고 있었다.
“살아남아야지.”
강준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대답을 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살아남자는 말이었다.
물론 단 한 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규칙 때문에 강준과 선혜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둘 중에 한 명은 결국 죽어야만 한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선혜는 그런 강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결국에는 죽게 되더라도 살 수 있는 곳까지는 살고 싶었다.
‘강준씨.’
선혜는 강준을 바라보며 불안함을 느꼈지만 그 불안감을 밖으로 표출을 하지는 않았다.
불안하다고 해서 자신들로서는 그 어떤 방법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호수 건너로는 가지 않은 거였어?”
강준의 질문에 선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을 했다.
“갔었어요. 그 표범을 상처 입히고서는 곧장 나무 다리를 건너서 호수 안쪽의 섬으로 들어갔어요.”
“그랬군. 나는 그 흑표를 발견했을 때 사람의 뼈와 찢어진 옷가지가 있길래….”
강준이 미안해 하는 것에 선혜는 미소를 지었다.
강준의 말에서 자신을 다시 찾기 위해 돌아왔었다는 것을 안 것이었다.
원망도 많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이었겠지 하며 넘어가려는 선혜였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이제는 자신을 버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자신을 버리고 가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렇게 강준이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면 자신 또한 강준을 버리지 않겠다는….
‘만약….’
강준이 자신을 또 다시 버린다면 결코 용서치 않겠다는 마음 또한 같이 있었다.
사랑하지만 불안한 집착이 가득했고 그 불안한 집착은 이내 증오와 분노로 변해 버릴 수 있었다.
또 다른 폭탄이 만들어 지고 있었지만 강준은 알지 못한 채로 선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아무 것도 없었어요. 분명 컨트롤 센터가 있다고 유람선 안에서 어떤 사람에게서 들었고 제 눈으로도 섬의 지도 비슷한 종이에 중앙의 호수 내부에 건축물이 있는 것을 봤거든요.”
“지도?”
강준은 금시초문인 지도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유람선의 선장실에 초대를 받았었어요. 제가 호위하시던 분이 꽤나 유명하셨던 분이셔서 선장에게 초대를 받았을 때 그 선장실에 걸려 있던 지도를 봤었어요. 물론 그 때 선장은 그냥 별 것 아닌 지도라고 말을 했지만 이 섬에서 몇 번 돌아다니다 보니 그 지도의 섬이더라고요.”
강준은 선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람선의 모든 선원이 동원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였을 터였다.
그리고 선장실에 걸려져 있던 지도라면 선혜가 섬의 중앙의 정체불명의 건축물로 가려고 했던 것도 납득이 갔다.
‘문제는 그런데도 아무 것도 없다?’
문제는 선혜가 그리로 갔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강준은 순간 선혜가 거짓을 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선혜의 얼굴을 보고서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지금 상태에서 자신에게 거짓을 말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겠군. 지하 시설 같은 것으로 말이야.’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유람선의 선장실의 지도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면 분명 존재하고 있을 터였다.
다만 찾지를 못했을 뿐일 터였다.
“후우! 일단 동료들에게로 같이 가자. 그리고 상의를 해서 다시 한 번 그 곳을 탐사해 봐야겠어.”
“동료들 다 찾았어요?”
선혜는 강준의 말에 선혜는 의아한 듯이 물었다.
자신이 강준을 찾았을 때는 왠 여자와 즐기고 있다가 살해를 당하려는 처지였다.
동료들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었다.
“설마 그 여자가 동료는 아니겠죠?”
잔득 화가 난 목소리의 선혜에 강준은 제니퍼를 떠올리고서는 쓴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 거미 여인 말하는가 보네. 후우! 독에 당했어.”
“뭐여? 거미 여인? 독?”
선혜로서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였지만 강준은 선혜에게 가감없이 설명을 했다.
괜한 오해로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해로 의사소통이 어긋나면 곧바로 위험으로 찾아온다. 이런 상황에서는 충분한 설명을 해야만 해.’
강준은 생존을 위해서 선혜에게 제니퍼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언제 선혜도 제니퍼와 싸우게 될지 알 수 없었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제니퍼의 정보를 알려 주어야만 했다.
“그걸 저한테 믿으라는 거예요?”
다만 선혜는 강준이 변명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조금 했지만 이내 강준의 진지한 눈을 보고서는 인상을 구겨야만 했다.
“알았어요. 일단 믿기는 해 줄게요. 하지만 다음에 또 그런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어.”
강준은 위험하니까 주의하라며 알려준 것인데 마치 자신이 바람을 피다가 걸려서 용서를 받는 그런 느낌을 받고서는 기가 막혀했다.
‘후우! 여자들은 정말 모르겠어.’
강준은 고개를 내저으며 선혜와 함께 일단 동료들과 합류를 하기로 결정을 했다.
단 두 명이서 무언가를 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