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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어 라이프-106화 (106/161)

##106 도움 요청

강준의 위험을 알리는 밀러의 말에 엘리나 데이브로서는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도무지 위기를 몰고 오는 남자이기라도 하는 것인지 강준의 주위에서는 온갖 위험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물론 이런 죽음의 게임장에서 위기가 없다는 것이 말이 안되는 일이기는 했다.

이제는 잘잘한 위기는 위기도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주변 전체가 위험으로 가득하기만 했다.

“강준씨는 어디에 있지요?”

엘리는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밀러를 노려본 채로 말을 했다.

그 기세에 밀러는 움찔 뒤로 물러서야만 했지만 그 것조차도 엘리는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밀러의 멱살을 붙잡아서는 자신의 코 앞으로 당겼다.

“말해. 만약 모른다면 죽는 것이 더 좋을 정도로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될 것이니까.”

과거의 엘리를 아는 사람이 보았다면 충격을 받을 정도로 엘리의 몸과 목소리에서는 살기가 뚝뚝 묻어나고 있었다.

밀러조차도 머리 속이 하얗게 탈색이 되어 버릴 정도로 살기가 품어져 나오고 있었다.

‘죽는다. 진짜 죽는다.’

자신이 어떤 짓을 하든 자신이 죽게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덜! 덜! 덜!

호랑이 앞에 놓인 토끼같은 심정이 되어 버린 밀러였다.

“엘리! 그만 둬! 죽이면 강준을 찾을 수가 없다.”

어느덧 밀러의 눈동자 바로 앞에서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이 멈추어져 있었다.

“안 죽어. 이정도로는….”

데이브가 엘리의 팔을 붙잡지 못했다면 밀러는 실명을 하게 되었을 터였다.

엘리는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는 데이브를 보지도 않은 채로 여전히 밀러를 노려보며 죽지 않는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잘 들어. 니가 강준씨의 친구인지는 나하고 아무런 상관도 없어. 오직 강준씨의 위치만 말해. 그러면 널 살려 줄거야.”

밀러가 강준에게 얼마나 소중한 이인지 그런 것은 지금의 엘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눈 앞에 강준이 놓여져 있어야만이 만족을 하는 엘리였다.

지독한 소유욕으로 광기를 띄고 있는 엘리였다.

“기…긴 나무 숲이 있는 곳이에요.”

그렇게 엘리의 경고를 듣자 밀러는 강준과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곳을 말했다.

별달리 특징이 없는 장소였지만 밀러의 그런 말에 엘리나 데이브는 대충 어디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들도 꽤나 주변에 대한 지형탐색을 자주 했기에 그 곳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간다.”

“하지만 위험해. 엘리.”

이제 곧 두 번째 임팩트가 시작될 시간이었고 점점 생존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칠 때였다.

생존이 보장된 이들은 깊고 안전한 굴 속으로 숨어들어가야만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에도 엘리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 때문에 더욱 더 강준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엘리였다.

‘나를 기다릴 거야. 그러니까 가야만 해. 내가 가서 그를 구해줘야만 해.’

엘리는 데이브의 말에도 신경도 쓰지 않은 채로 밀러를 바라보았다.

“앞장 서.”

밀러는 엘 리가 자신이 말한 곳으로 안내를 하라는 말에 잠시 놀랐지만 이내 밀러도 강준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눈 앞에 있는 이 여인이라면 왠지 강준을 도와 줄 수 있을 것 같은 믿음도 들었다.

“엘리!”

그런 엘리를 막으려고 데이브가 외쳤지만 데이브도 자신이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데이브. 나머지 동료들을 부탁할 게. 그리고 그 애 조심해.”

“엘리.”

데이브는 자신의 눈 앞에 총구를 겨누고 있는 엘리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자신에게 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자신을 막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가 깃들어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조심하라는 말 속에서 데이브는 가슴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엘리는 자신보다 데이브를 더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후우! 걱정마라. 그리고 최대한 빨리 강준을 구하고 난 뒤에 복귀해.”

“그래. 고마워.”

엘리는 데이브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르게 데이브와는 마지막이 될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자신은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는 엘리였다.

“출발해.”

“예.”

그렇게 엘리와 밀러는 다시금 강준을 찾기 위해 정글 속으로 뛰어들었다.

“후우! 점점 꼬여 가는 군.”

그렇게 정글 속의 그림자로 사라진 두 사람을 바라보던 데이브는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불길한 생각이 들고 있었지만 운명의 구레바퀴를 되돌릴 힘은 데이브에게 없었다.

그렇게 엘리는 밀러와 함께 달리기 시작을 했다.

여자의 몸으로 꽤나 능숙하게 정글 숲을 헤치며 움직이는 엘리에 밀러는 꽤나 놀라야만 했다.

남자인 자신보다 더욱 더 빠르면서도 조용히 움직인다는 느낌도 들고 있었다.

어떻게 여인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지 의아스러웠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여인을 적으로 둔다면 꽤나 공포스러울 것만 같았다.

“멈춰.”

그렇게 얼이 빠진 채로 엘리를 따라 달리던 밀러는 순간적으로 멈추라는 엘리의 말에 가까스로 멈출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엘리의 손에서 권총이 들려지며 빠르면서도 조용히 정글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탕!

그리고 잠시 후에 울린 총소리와 함께 밀러는 전혀 감정이라고는 느낄 수 없는 엘리를 볼 수 있었다.

“움직여.”

그렇게 다시금 달리는 두 사람은 간간히 엘리가 멈추라는 것을 제외하고서는 일직선으로 강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우회나 기다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듯이 엘리는 철저하게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이들을 지워 버리고 있었다.

철저한 살인 기계와도 같이 행동하고 움직이는 엘리였다.

누가 감성이 깊고 웃는 것을 좋아했던 여인이 이토록 변해 버린 것인지 설명을 해 줄 수는 없을 터였지만 생존이란 너무나도 잔인한 것이었다.

그렇게 일직선으로 움직이던 엘리는 순간 걸음을 멈추고서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 냄새는?’

무언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아차린 엘리는 이번에는 그리 쉬운 상대가 아님을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야생에서 생존을 위해 강제로 스스로를 진화 시켜가면서 상대의 강함과 약함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상대의 강함과 약함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고 그 것은 인간 또한 마찬가지였다.

엘리는 순간 우회를 하는 것이 강준에게 가는 길에 더욱 더 빠르다는 것을 알아차리고서는 우회를 생각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동이었지만 엘리는 무차별적인 살인마가 아니었다.

오직 강준을 최대한 빨리 구출하는 것이 주목적일 따름이었다.

그렇게 싸워도 질 것이라고는 생각되지는 않지만 시간 낭비가 될 것이 뻔한 느낌에 조금 돌아가려던 엘리는 밀러의 말에 몸을 움찔 떨어야만 했다.

“아! 강준이 독을 조심하라고 했어요. 이상한 냄새를 맡고 난 뒤에 위험하다고 했거든요.”

“…….”

독이라는 것과 이상한 냄새라는 것에 엘리는 차가운 눈빛 속에서 불길이 일렁였다.

‘네 놈이냐.’

지금 맡은 기이한 냄새가 강준을 노리는 존재라는 것에 엘리는 우회하려던 발걸음을 멈추고서는 냄새가 짙어지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만약 이 냄새를 풍기는 존재가 강준을 노렸다면 반드시 죽여 버려야만 하는 대상이었다.

비록 그러다가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것을 노린 존재에 대해서 꼬리를 말 생각 따위는 전혀 없는 엘리였다.

“기다려.”

그리고 다시금 기다리라는 엘리의 말과 함께 엘리는 정글 숲 속으로 사라졌다.

밀러는 그런 엘리의 모습에 잠시 후에 총소리가 들리고 엘리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그녀라면 왠지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밀러는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 엘리를 기다리며 두 번째 임팩트를 지켜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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