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98화 (98/161)

##98 두번째 임팩트

제니퍼의 손에서 떨어져 내린 액체 한 방울은 사실 딱히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생명체의 생명을 단숨에 빼앗거나 이상 상태로 빠트리는 강력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단지 점차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정도에 불과했다.

인간은 생각 이상으로 향기에 대해서 과민한 반응을 하는 동물이었다.

물론 인간의 감각 중에 가장 빠르게 피로를 느끼는 감각도 후각이었다.

그 때문에 역겨운 냄새라고 할지라도 몇 분정도면 둔감해 질 수 있었다.

‘제길! 또 뭔 냄새지?’

강준은 톡 쏘는 듯한 향기가 느껴지는 것에 인상을 찡그렸다.

문제는 그런 냄새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전혀 알고 있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몇 몇 가스들에 대해서 증상이나 향들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전문가라고 볼 수는 없었다.

결국 강준으로서도 도무지 알 수 없는 향기에 머뭇거려질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좋지 않다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좋지 못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거기에다가 신경을 계속적으로 건드리며 불쾌감을 주는 향기였다.

‘독인가? 아니면 신경성 가스인가? 제길! 도무지 알 수가 없잖아!’

분명한 것은 향기를 맡는 즉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점점 축척이 되다 보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릴 수도 있는 것이었다.

강준은 그런 위험성 때문에 제니퍼가 있었던 위치를 향해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있어도 문제다.’

이미 제니퍼로부터 무언가에 중독이 된 상태였다.

해독제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고 이대로 제니퍼가 자신이 아닌 밀러를 먼저 노르고 자신을 노릴 수도 있는 것이었기에 강준이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대로는 어차피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내가 무너지기 전에 상대를 제압해야만 해.’

강준 자신을 향한 시한폭탄의 타이머는 움직이고 있었다.

시간은 결코 자신에게 있지 않았다.

중독이 완전히 진행이 되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되기 전에 상대를 발견해서 상대를 제압해 버려야만 했다.

꽈악!

강준은 나이프를 강하게 움쳐 쥐고서는 최대한 몸을 낮춘 채로 최대한 숨을 참는 데까지 참고서는 달리기 시작을 했다.

‘상대는 총을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 보면 총을 가진 상대를 향해 지그재그로 뛰어가는 장면들이 간혹 볼 수 있다.

‘멍청한 짓이다. 실전에서는….’

실전에서 지그재그로 뛰면서 달리는 짓은 지극히 멍청한 짓이었다.

최대한 엄폐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가서 숨는 것이 목숨을 살리는 일이지 지그재그로 이동 거리만 늘리는 것은 상대에게 포착의 시간만을 늘려주는 꼴이었다.

과거의 단발 피스톤으로 전쟁을 하던 시기에는 효과를 보겠지만 지금처럼 연발로 분당 수십에서 수백발을 발사할 수 있는 시대에는 효과가 없었다.

그렇기에 강준은 최대한 빠르게 그러면서도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장애물들을 끼면서 최대한 몸을 낮춰서 달려갔다.

마치 100m 선수가 전력 질주를 하 듯이 달리고 있었다.

어느덧 강준의 코로 느껴지던 향기는 후각이 무뎌지면서 그다지 신경을 건드리지 않고 있었다.

‘오른쪽!’

하지만 완전히 후각이 무뎌지지는 않은 상태이기에 강준은 점점 강해지는 향기의 위치까지 도달을 한 뒤에 제니퍼를 찾았다.

역시 제니퍼의 모습은 없었다.

이미 물러났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것에 아쉬워 할 강준이 아니었다.

‘전술 행동까지는 무리인가 보군.’

강준은 상대가 전술 행동까지 할 줄 안다면 자신에게 승산 따위는 제로라는 생각을 했다.

다행인지 제니퍼는 자신이 움직인 방향을 강준에게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일반인들이라면 그 짧은 시간에 포착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강준은 그런 일반인들에 포함되지 않았고 특인 중에서도 특수군 출신의 특전사였다.

당연히 제니퍼가 물러난 방향을 파악하자마자 그 방향을 향해 조금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로 달리기 시작을 했다.

‘향기가 변했다.’

강준은 그렇게 방향을 틀고서는 발을 놀리면서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가 방금 전까지와는 다른 향기을 맡았다.

그렇게 바뀐 향기 또한 강준의 신경을 건드는 것이었지만 아직까지는 몸에 별다른 반응은 오고 있지 않았다.

‘이제는 어쩔 수 없다.’

무언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물러서는 것은 자신의 패배라는 것을 잘 알기에 강준은 더욱 더 발에 힘을 실었다.

사사삭!

평소였다면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은 채로 은밀하게 움직일 터였지만 강준은 자신의 몸에 수풀이 부딪치면서 소리를 내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리가 더욱 더 나라는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당황했다.’

그리고 강준은 마침내 상대가 당황을 한 것인지 다급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위치를 이토록 빨리 파악하고 쫓아올지 몰랐다는 반응이 강준에게 보이고 있었다.

‘제길! 머리가 다 아프네!’

하지만 그렇게 제니퍼에게로 다가가면 다가갈 수록 강준은 점점 머리가 지끔거리는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어느 정도 둔감해질만한 향기에 곧바로 다른 향기로 변해 버렸다.

그런 향기는 강준의 신경을 계속 건드리며 두통을 유발하고 있었다.

아직 신체까지 영향이 미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대로 계속 불쾌한 냄새를 맡는다면 이성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도무지 견딜 수 없는 냄새들이 계속 바뀌면서 강준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한 두 가지 냄새가 아닌 듯이 여러 가지 냄새들이 연달아 강철의 후각을 파고들어 오고 있었다.

“걸리면 가만 안 둬!”

결국 강준은 화가 치밀어 오르기라도 한 것인지 고함을 내지르면서 제니퍼가 허겁지겁 도망을 가는 방향을 향해 최대 속도로 달렸다.

그렇게 강준이 쫓아오는 사이 제니퍼는 정말이지 당황을 하고 있었다.

적어도 하루 종일 강준의 후각을 마비시키고서는 조금씩 지치게 해서 무너트리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의 위치를 그렇게 빠르게 파악을 한 것인지 전속력으로 자신에게로 달려오고 있었다.

강준에게 묻혀 둔 향기가 너무나도 빠르게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통에 제니퍼까지 아찔해 질 정도였다.

지금 자신이 터트리는 향기들은 여자들에게는 그다지 불쾌감을 준는 것은 아니었지만 남자들에게는 꽤나 머리가 아프도록 만드는 것들이었다.

이런 향기의 조합을 통해 나중에는 무기력에 빠트리게 할 수 있었다.

물론 보통은 향기 치료의 한 방법으로 지친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하는 일종의 치료법이었다.

그런 치료법을 반대로 하면 활력을 떨어뜨리게도 만들 수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하기에는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그렇게까지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었다.

만약 사회 속에서였다면 인상 몇 번 찡그리고 말았을 향기들이었다.

그나마 정글 속에서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한계까지 온 이들이었기에 불쾌한 향기들에 극렬한 신적 정신적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후우! 진짜 화끈한 남자네!”

제니퍼는 이 대로면 화가 치밀 대로 치밀어서 자신을 죽일 것이 분명한 강준에 있는 힘껏 도망을 가면서 준비해 놨던 각종 약품들을 터트리고 있었다.

지난 2주 동안 힘들게 모아서 추출을 했던 것들인데 이렇게 순식간에 소모하게 될 줄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장비조차 없어서 고농축으로 뽑아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면 아쉬웠지만 지금은 그런 저런 것을 떠올릴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결국 가진 것들 중에 위험하지 않은 것들을 전부 터트린 상황에서 더는 터트릴 것도 없게 되자 제니퍼는 안절부절 못했다.

‘바로 뒤다.’

강준으로부터 나는 향기가 너무나도 가까웠다.

마지막 순간에 죽으라는 외마디 외침도 없었다.

강준은 어느덧 등을 보이며 도망을 가고 있는 제니퍼를 향해 나이프를 들어올렸다.

그대로 등을 뚫어 심장을 찔러버리겠다는 각오 뿐이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합을 할 이유도 없었고 목적만 이루면 될 것이었다.

그렇게 강준은 제니퍼의 심장 어림을 향해 정확하게 나이프를 찔러 넣으려고 했다.

‘처음부터 날 죽였어야 했어.’

처음 보았을 때부터 저격 소총을 통해 자신을 죽였다면 이런 상황도 오지 않았을 것이었다.

강준은 제니퍼가 자신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고 생각했다.

방심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 작은 방심이 두 사람의 운명을 바꿔 놓는 것이었다.

그렇게 강준의 손에 들린 나이프가 제니퍼의 등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을 때 아직 운명의 신은 제니퍼에게 손을 들어주는 듯 했다.

기우뚱!

제니퍼의 몸이 급격하게 기울어지면서 강준의 나이프가 제니퍼의 어깨 넘어로 뻗어나갔다.

“제길!”

강준은 온 몸의 체중을 실은 상태였기에 나이프를 회수하기란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코를 간질이는 제니퍼의 머리카락과 동시에 제니퍼의 놀란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하아!”

제니퍼는 발에 무언가가 걸리는 것에 넘어지면서 자신의 어깨 너머로 무언가가 뻗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넘어진 제니퍼는 급히 몸을 돌려서는 자신의 뒤를 바라보았고 강준이 자신의 바로 뒤에서 무시무시하게 노려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읍!”

정말이지 찰나의 시간에 제니퍼는 강준의 무시무시한 얼굴을 보고서는 그대로 강준의 품에 안겨서는 입술을 포갰다.

꿀걱!

그와 동시에 강준은 제니퍼의 입에서 자신의 입 안으로 넘어가는 무언가에 얼떨결에 삼켜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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