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97화 (97/161)

##97 두번째 임팩트

저격 위치로 추정되는 곳에 도착을 했지만 강준은 한 남자가 죽어 있는 시체만을 보았을 뿐 제니퍼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

하지만 그 시체를 보며 강준은 도무지 뭐하는 여자인지 감을 잡지를 못할 지경이었다.

‘정말이지 뭐하는 여자지?’

남자의 상태를 보아하니 저항을 한 흔적도 없었다.

그냥 죽여 달라고 머리를 들이민 채로 죽어 있는 것이었다.

“우…웃고 있는 거야? 죽어가면서 웃고 있었어?”

밀러는 죽어 있는 남자가 황홀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에 몸을 떨며 말을 했다.

강준은 그런 밀러의 말에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동양인이 서양인의 얼굴을 구분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분명 표정은 강준이 생각하더라도 오싹할 만큼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죽는 순간이 너무 즐거워 보일 정도였다.

‘어쩌면 죽음이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르지.’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도 두려움이었지만 정글이라는 결코 인간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공간은 점점 더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지난 2주 동안 살아남았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 것도 이제는 한계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제대로 쉬지도 먹지도 못한 채로 언제 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육체적으로 한계에 다다르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한계에 다다른 육체에 정신이 아무리 버텨 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이 사람처럼….’

강준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채로 잠에 빠져 있는 것처럼 눈을 감고 있는 남자를 보며 자신도 이 사람처럼 편안히 삶을 놓아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르르!

하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강준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서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강준은 자신이 순간 나이프를 강하게 움켜쥐었다는 것을 알고서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리고서는 슬쩍 밀러를 바라보았다.

“응?”

그리고서는 이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몽롱해진다는 느낌과 함께 밀러가 주저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었다.

“밀러?”

“아! 강준. 이거 왜 이리 피곤하지? 긴장이 풀리려는 건가?”

밀러가 피곤하다는 말을 하는 것에 강준의 머리 속에서 경고등이 세차게 커졌다.

당했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이 왜이리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는지 화가 치밀어 오를 정도였다.

“제기랄! 밀러! 도망가!”

강준은 힘겹게 일어나서는 손바닥으로 밀러의 뺨을 향해 세차게 후려쳤다.

짝!

밀러는 정신이 번쩍 들면서 강준을 향해 소리쳤다.

“무슨 짓이야? 강준!”

밀러는 얼얼할 정도로 강하게 자신의 뺨을 때린 강준을 바라보았지만 강준의 표정은 심각해 보였다.

하지만 이내 들린 강철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 지경이었다.

“독이다! 도망가라. 니가 상대할만한 존재가 아니야! 빨리! 그 곳! 그 곳으로 가! 내가 알려주었던 그 곳으로 최대한 빨리 가란 말이다!”

강준은 사력을 다해서는 밀러의 몸을 붙잡고서는 몸을 일으켜서 지금 있는 곳에서 최대한 밀어 내었다.

“으윽! 강준?”

밀러는 거칠게 밀려서는 땅바닥을 구르고서는 통증을 느꼈지만 창백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강준을 보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강준?”

“이 새끼야! 죽기 싫으면 당장 움직여! 움직이란 말이야! 그 곳으로 가서 도움을 요청해!”

강준은 이성을 잃은 듯이 밀러에게 고함을 질렀다.

밀러도 일반인치고는 제법 이기는 하지만 강준이나 제니퍼와 같은 특수한 훈련을 받은 이들에게는 쉬운 먹잇감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렇게 밀러는 강준의 위압적인 기세에 밀려서는 주춤거리다가 등을 보이며 달리기 시작을 했다.

“알았어! 강준! 죽지마라! 죽으면 안 돼! 날 살렸으면 책임을 지라고!”

밀러는 삶을 포기했었지만 다시 살아나고 보니 죽는 것이 다시 두려워 졌다.

죽음을 각오한 이도 잠시 삶의 희망을 맛본다면 죽음으로부터 회피를 하고자 하는 것이 생명체였다.

그렇기에 아무런 힘이 없는 지금도 살고자 해서 움직이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살려준 소중한 친구인 강준을 향해 반드시 살아남으라고 고함을 지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밀러의 진심이었다.

비록 단 한 명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죽음의 게임이었지만 자신보다는 강준이 살아남아 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너라면 내 목숨도 아낌없이 줄 수 있다. 그러니 제발 끝까지 살아남아 줘.’

밀러는 그런 마음을 가지면서도 뒤를 돌아볼 수가 없었다.

강준의 모습을 볼 자신도 용기도 없었던 것이었다.

강준을 도와서 자신들을 노리는 존재와 싸워야만 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로부터 죽어 있는 시체와 독에 당했다며 강준이 비틀거리는 것에 공포에 질려 있는 것이었다.

당장 자신도 강철로부터 뺨이 얼얼할 정도로 맞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독에 중독되어 쓰러져 있게 될 터였다.

그 것을 생각하니 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허겁지겁 도망을 치는 밀러의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밀러의 서포트를 받는 것이 강준에게도 좋았지만 지금의 상대에게 있어서는 밀러는 방해만 될 뿐이었다.

“후우! 정말이지 못해 먹겠군. 아주 지긋지긋해.”

강철은 정글 속으로 사라져 버린 밀러의 모습을 지켜보고 난 뒤에 살기를 뿜어내며 정글의 한 쪽을 노려보았다.

상대의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머리를 아찔하게 만드는 향기가 점차 자신을 향해 퍼져 나오고 있었다.

정확한 위치를 가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냥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상대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죽고 싶다면 좋아. 상대를 해 주지. 날 건든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강준은 이를 악물고서는 한 걸음 내딛었다.

약하게 향기에 중독이 되어 있는 지금의 몸의 상태를 보았을 때 시간을 끌면 오히려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강준이었다.

강준의 손에서 들린 나이프가 예리하게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강준은 정글 속을 향해 뛰어들었고 정글 속 깊숙한 곳에서 강준의 향기가 짙게 다가오는 것을 제니퍼도 느낄 수 있었다.

‘후후후! 정말 매력적인 남자야. 위험하면서도 거친 느낌. 하지만….’

제니퍼는 몸을 부르르 떨다가 강준을 떠올리고서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먹잇감에 불과할 뿐이야.”

맛있으면서도 좋은 먹이로 여기는 제니퍼는 강준을 상대할 무기를 쓰다듬었다.

“쉽지는 않겠지. 남자라는 동물은 그런 존재들이니까. 항상 여자가 붙잡으려고 하면 도망을 가버리는 존재들이니까. 죽는 그 순간까지도 말이야.”

죽이고자 마음을 먹는다면 제니퍼에게 있어서 어려울 것은 없었다.

하지만 단지 죽이기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저격 소총을 사용할 수도 없었고 극악의 독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완전히 살아있는 상태에서 생포를 할 생각인 제니퍼로서는 강준을 붙잡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기쁜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곧바로 자신을 향해 멧돼지처럼 달려오는 강준에 몸을 일으켜서는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그녀는 상처 입은 맹수를 향해 무모하게 싸울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지금의 강준은 그녀라고 할지라도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당신에게서 너무 위험한 냄새가 나요. 하지만 이 밤은 아직 끝이 난 것이 아니라는 것 잊지 말아요. 후후!”

제니퍼는 정글 속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면서 한 방울의 액체를 살짝 떨어트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