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두번째 임팩트
누군가에게는 광기의 시간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공포의 시간이 점차 흘러가고 있었다.
인간은 어둠과는 그다지 어울리는 존재는 아니었지만 지금 정글 속에서 가장 활발한 존재는 그 무엇도 아닌 인간들이었다.
하룻밤의 삶을 살아가는 부나방들처럼 처절할 정도로 돌아다니며 죽어가는 인간들의 비명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쿨럭! 쿨럭! 죽기 싫어.”
인간은 모든 동물들과 비교를 해도 수명이 그리 짧은 동물은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동물들과 비교를 할 때 상당히 긴 수명을 가진 동물이었다.
활동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수명이 짧은 생명체들의 특성 상 인간은 과도하게 긴 수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수명이 길게 된 것이 인간이 이성이라는 것을 가지게 되면서 보다 오래 살고자 하는 생명체의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한 것이 그 원인이었다.
물론 일반 야생의 동물들보다 안전하고 수월한 식량 공급이 가능해 진 것 이후로부터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렇게 안전과 영양의 충족도 오래 살고자 하는 본능에 의해서였다.
하지만 그런 인간이 야생 속에 던져지자 인간은 연약하기 그지 없어졌다.
죽음을 피할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었다.
“죽어! 죽어! 죽으란 말이야!”
“사…살려줘.”
얼마나 많은 살인이 일어나고 얼마나 많은 죽음이 일어나고 있는지 셀 수 조차 없었다.
“하아! 하아! 난 이제 살았다! 하하하! 난 이제…커억!”
죽인 자가 다시 죽음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그 어떤 광기에 차 있던 것인지 타이머가 리셋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를 죽이고자 하는 이들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어디론가 안전한 곳으로 숨어들어갈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다른 이를 사냥하기 위해 정글을 헤매고 있었다.
그렇게 또 다시 사냥에 성공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경우보다 죽어나가는 이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마치 데드 매치처럼 단 하나만 남을 때까지 계속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죽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 데드 매치에 참여를 하고 있는 이들은 하루라도 빨리 이 죽음의 게임을 끝내고 싶어 했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죽은 시체들이 정글의 이 곳 저 곳에 쓰러져 있자 산 자들조차 자신이 죽은 것인지 살아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게 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죽음의 게임이 끝나려면 아침이 밝아 와야만 한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 전까지는 그 누구도 이 게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미쳤군.”
강준은 밀러와 함께 숨어 있으면서 정글의 곳곳에서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날 뛰어 서로를 죽이고 죽이는 상황을 감각으로 느끼고 있었다.
마치 치열한 전쟁터에라도 와 있는 듯이 이유 없이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있었다.
그 전까지야 자신의 목숨을 위해 상대를 죽였지만 지금은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맨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이 없다는 듯이 죽음이 죽음을 다시 부르는 상황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밀러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지독한 분위기였다.
마치 바늘로 온 몸을 찌르는 것같이 기이한 느낌과 함께 오한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움찔!
그리고 그 때 강준은 무언가가 자신을 노리는 느낌에 몸을 움찔 떨어야만 했다.
‘뭐지?’
그 것이 무엇인지 이해를 해보려고 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는 생각과 함께 강준은 밀러의 몸을 붙잡고서는 급히 몸을 굴렀다.
탕!
권총보다는 묵직하지만 소총보다는 조금은 가벼운 듯한 소리와 함께 밀러가 있었던 위치의 흙더미들이 퍼져 나갔다.
“제길!”
“뭐…뭐야? 뭐?”
강준은 자신을 다시금 노리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밀러는 총소리에 놀라서는 자신이 방금 죽을 뻔 했다는 것도 모른 채로 고함을 질렀다.
“조용히 해! 밀러 따라 와!”
“아…알았어!”
강준은 숨어 있는다고 숨어 있었지만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 낸 존재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다.
‘어디지? 내 감각에 잡히지 않는다.’
강준은 최대한 몸을 숙이며 총알이 날아 왔을 법한 위치를 노려 보았지만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것에 이를 악물었다.
마치 저격수처럼 철저하게 은신을 한 채로 자신들을 노렸거나 그 것이 아니라면 강준이 인식하는 것 이상으로 멀리서 총을 쏜 것 일터였다.
‘그 여자인가? 도대체 어떻게?’
강준은 지금의 총소리가 저격 소총임을 알고서는 거미같은 여인이었던 제니퍼를 떠올렸다.
자신으로서는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그녀의 행동이었다.
분명 벤의 아지트에서는 자신을 도와주었던 제니퍼였고 자신이 삶을 포기한 것처럼 보일 때도 신경질적으로 반응을 하던 제니퍼였다.
마치 자신이 좀 더 살아주기를 바란다는 듯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나를 노릴 건가? 아니다! 이건 밀러를 노렸어.’
어떻게 강준의 위치를 이토록 파악 할 수 있은 제니퍼의 능력도 능력이었지만 자신이 아닌 밀러를 노린 것이 의아했다.
도무지 제니퍼의 행동과 마음을 알 수 없었지만 일단은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했다.
‘상대는 우리가 어디로 가든 알아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죽여야만 한다.’
강준은 제니퍼를 죽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제니퍼가 저격 소총을 가지고 있고 강준 자신보다 더 넓은 탐색 능력을 가진 것과 함께 그녀의 몸 주위로 풍겨나는 위험한 향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최악의 포식자.’
강준에게 있어서도 그녀는 정말이지 어떻게 하기 어려울 정도로 최악의 존재였다.
원거리와 근거리 모두에서 최강의 상대였기에 되도록 강준도 그녀와의 싸움을 원하지 않았다.
만약 저격 소총이 없었다면 강준도 어떻게든 한 번 싸워 볼만하다는 생각을 했겠지만 지금은 그녀를 당해내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죽이지 않는다면 결국 가서는 사냥을 당하듯이 죽음을 당하는 것은 자신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단은 그녀에게로 가까이 다가가야만 한다.’
강준은 도망을 가기보다는 제니퍼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제니퍼를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런 강준의 움직임과 동시에 제니퍼의 얼굴에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을 했다.
“후훗! 점점 냄새가 짙어지네. 역시 그래야 내 남자답지.”
제니퍼는 강준이 도망을 가기 보다는 자신을 직접 노리는 것에 오히려 흥분이 되고 있었다.
제니퍼는 자신을 더욱 더 흥분시키는 강준을 지켜보며 강준의 마지막이 자신의 품 안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떨림에 기쁨이 가득한 미소를 짓던 제니퍼는 자신의 향기에 날파리가 꼬이듯이 다가오는 존재에 인상을 찡그렸다.
“고작 날파리 주제에 감히.”
제니퍼는 자신에게서 흘러나오는 남성의 성욕을 자극하는 향기에 꼬이는 날파리들을 보며 불쾌함을 느꼈다.
물론 평소에는 가장 중요한 무기로 남자들을 사냥하는 도구가 되었지만 지금은 강준과의 싸움을 위해 준비하는 도중에 귀찮음을 느끼는 것이었다.
“자! 어서 와. 그리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흐흐흐흐!”
점점 제니퍼에게로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이성이 나아가 버리고서 감정을 통제 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남성의 그 것이 최대한 부풀어 오를 정도로 커져만 갔고 제니퍼는 그런 성난 남성을 보며 피식 웃었다.
‘남자들 따위는 여자들의 먹잇감일 뿐이야.’
조금은 여성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제니퍼이기는 했지만 제니퍼도 실제는 그다지 여성 우월주의적일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이 죽음의 게임이 계속 진행이 되면서 남자들을 집어삼키기 시작을 하자 남자라는 존재가 하찮게 여겨지는 것이었다.
강준을 대단하게 여기면서도 결국에는 강준 또한 자신에게 잡아먹힐 수 밖에 없는 존재로 생각하는 제니퍼였다.
“끄윽! 끅!”
“너무 흥분 한 거 아닌가요? 후후! 조금 더 놀아드리고 싶지만 그 분께서 다가오셔서 아쉽게도 더는 못 놀아 드리겠네요.”
제니퍼는 자신의 풍만한 가슴에 파묻혀서는 자신의 몸을 탐하려다가 목이 졸려 죽어가는 남자를 보며 피식 웃었다.
자신의 몸과 맞닿아 있는 남자의 그 것이 목이 졸려가면서 연신 요동을 치는 것을 느껴졌다.
그리고 그 절정의 순간 제니퍼는 남자의 표정이 행복으로 가득 물드는 것과 동시에 아랫 부위가 축축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좋은 꿈 꿔요. 이 지옥에서 벗어나서 축하해요.”
제니터는 몸을 허물어트리며 자신에게 안겨오는 남자를 한 번 꼬옥 안아 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따뜻한 표정으로 돌아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