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두번째 임팩트
하루살이들은 죽음이 있기 바로 전부터 죽는 그 순간까지 잠시도 멈추어 있지 않은 채로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멈추는 그 순간이 죽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직까지 끈질기게 살아남은 이들도 이제는 자신들이 움직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다면 죽을 뿐이라는 것에 공포보다는 광기가 느껴지는 행동들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 광기 어린 행동들은 생존에 있어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외줄타기를 하듯이 더욱 불안함을 만들어 갈 뿐이었다.
“하아! 하아!”
어둠 속에서 불안한 듯이 허우적거리는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헨슨이라는 사람이었다.
그가 과거에 무엇을 했고 어떤 사람인가는 지금에 와서는 그리 중요하지는 않았다.
헨슨은 연신 불안한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지만 움직이는 것이 무척이나 부자연스러웠다.
어딘가 부상을 입은 것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크윽! 큭!”
듣기 거북한 신음소리가 목구멍에서부터 흘러나왔다.
하지만 헨슨의 신체는 그다지 이상은 없어 보였다.
아니 헨슨은 앞이 보이지 않는 듯이 자꾸만 주변의 나무나 바위들에 붙이치고는 했다.
“그냥 죽는 것이 차라리 좋을 텐데 말이야. 하아! 하아!”
헨슨은 차라리 죽는 것이 자신에게도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죽음이 너무나도 두려워 이렇게 밤거리를 헤매고 있는 자신이 웃겼다.
언제 부터인지 눈이 잘 보이지 않고 있었다.
‘눈이 안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하겠지. 당뇨에 백내장기가 살짝 있었으니까 말이야.’
당뇨 때문에 약을 입에 달고 살았던 자신이었다.
그런데 벌써 2주 간 약을 먹지 못하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식사나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바람에 몸의 상태는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버텨 낸 것만 해도 스스로가 참 대견스럽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 것도 이제는 한계가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다는 처절함 때문에 이렇게 정글을 헤매고 있는 중이었다.
‘나 같은 놈 하나만 걸려라. 아니 나보다 더 최악인 놈 하나만 걸려라.’
헨슨은 자신이 일반 남자를 제압할 힘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멀쩡한 여자도 이길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렇기에 자신이 일주일을 더 살려면 아니 하루라도 더 살려면 자신과 같이 병든 몸으로 정글을 헤매고 있는 이를 찾아야 함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다.
운이 정말이지 좋지 않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스스로가 생각하더라도 어이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죽음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죽고 싶지 않아. 정말 죽고 싶지 않아. 살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거야. 뭐든지 말이야.’
그도 퍼스트 임팩트를 살아남았기에 누군가를 죽였다.
그리고 너무나도 살아남고 싶었기에 지난 일주일 동안 처절할 정도로 숨어 살아왔다.
행여라도 사냥을 시도 하다가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이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움직이면 죽는다는 생각에 일단 살아남자 스스로 숨어들어간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마지막 밤이 될지도 모르는 지금 좀비들처럼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정글 속에서의 싸움에 전혀 적응이 되어 있지 않았다.
단지 요행으로 살아남고자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고 그런 요행이 첫 번째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두 번째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히히히히!”
광기에 찬 웃음소리였지만 결코 크지 않는 절제 된 광기의 웃음소리가 정글의 어디에서인가부터 들려오기 시작을 했다.
절제된 광기를 뿜어내는 이는 정글 속을 허우적거리며 걷고 있는 헨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지금이라도 헨슨의 뒤를 따라 달려가서는 헨슨의 머리를 부수고 가슴을 헤집으며 피를 뒤집어쓰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는 정글 속에서 2주동안을 온전히 살아남은 자였다.
비록 미쳤다고는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조급해 하면 죽는다.’
사냥감이 약해 빠졌든 강하든 그런 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냥감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괴물들이었다.
그 괴물들은 무자비했고 자신의 몸을 언제든 찢어 발길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런 존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금도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되었다.
그렇게 헨슨의 뒤를 은밀히 따라 움직이던 중에 그는 입가에 가득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멍청이! 이히히히!’
헨슨은 정글을 돌다가 정글의 어둠 속에 나무에 의지한 채로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이다! 사람이야!’
헨슨은 살아있는지 아니면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사람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상대는 자신을 보지 못한 것인지 자신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지 않았다.
이대로 몰래 뒤 쪽으로 다가가서는 들고 있던 몽둥이로 뒷통수를 후려치기만 한다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근! 두근!
그렇게 헨슨은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끼며 온 몸에서 땀이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저 자가 뒤를 뒤돌아보기 전에 해치워 버려야만 해. 저 자가 뒤를 돌아보면 내가 죽는다.’
조급함과 함께 앞이 보이지 않는 것 때문에 헨슨은 무모한 행동을 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이 아니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결국 헨슨은 움직이고 말았다.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힘겹게 움직여서는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이의 바로 뒤에까지 도착을 해서는 그대로 들고 있던 몽둥이를 힘껏 휘둘렀다.
퍼억!
비록 몸이 정상은 아니었지만 머리가 단단한 나무 몽둥이에 맞고도 멀쩡한 이는 있을 리가 없었다.
“어?”
하지만 이내 헨슨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껴야만 했다.
상대의 머리가 터져서는 피가 튄 것까지는 확인을 했는데 상대가 쓰러지지를 않는다는 것이었다.
‘함정?’
헨슨은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그제야 알고서는 도망을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져 오는 커다란 몽둥이를 보고서는 더 이상의 생각을 하지 못했다.
퍽! 퍽! 퍽! 퍽!
왜소해 보이는 한 남자가 비대한 몸의 헨슨의 머리를 향해 연신 몽둥이를 휘둘러대었다.
“이익! 죽어! 죽어! 죽으란 말이야!”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는 현실에 왜소한 사내는 온 몸 안에 있는 모든 힘을 쥐어 짜며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퍽! 퍽! 퍽!
이미 헨슨의 숨이 끊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가 없었다.
그의 몸은 자신의 의지를 거스른 채로 연신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삐삑!
그리고 그를 멈추게 한 것은 자신의 손목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하아! 아! 하하하! 나 살았어! 살았다구! 나는 또 살아남았어!”
선명하게 빛을 내뿜어내는 168이라는 숫자에 남자는 두 눈에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자신이 또 다시 일주일 간의 삶을 연장했다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도 이른 기쁨이었다.
“이히히히히!”
“……?”
헨슨을 죽인 그는 무언가 기분 나쁘면서도 무척이나 작아서 자신이 착각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웃음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하지만 착각이겠거니 하면서 다시금 숨어들어갈 곳을 찾으려고 몸을 돌린 순간 자신의 가슴에 파고들어오는 차가운 금속의 느낌에 점차 의식을 잃어야만 했다.
“이히히히히!”
그리고 귀신과도 같은 웃음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으며 의식이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
광기의 웃음을 짓고 있는 사내는 자신의 손을 타고 흐르는 진득거리는 피에 기분이 좋다는 듯이 손을 비비고서는 혀로 핥기 시작을 했다.
짙은 철분의 맛과 냄새에 인상이 써질 법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기분이 좋다는 듯이 꾸역꾸역 흘러나오는 피를 마시기에 바빴다.
꿀꺽! 꿀꺽!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영양을 보충하는데 있어서 최고의 보충제였다.
마치 뱀파이어처럼 그렇게 사내는 따뜻한 피를 마시고서는 희열에 찬 듯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움찔!
하지만 그는 오래지 않아 자신의 만찬을 방해하는 어떤 느낌에 인상을 구기고서는 몸을 일으켜야만 했다.
사냥감이 널린 것처럼 사냥꾼들도 무수하게 많았다.
헨슨을 사냥한 남자처럼 자신 또한 사냥감이 되어 버릴 수 있었기에 더 이상의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삐삑!
사내는 자신의 손목의 시계의 타이머가 리셋이 되는 것을 보며 아쉽다는 듯이 죽어버린 남자의 살점을 칼로 도려내고서는 조심스럽게 빠져나가기 시작을 했다.
스윽! 스윽!
그리고 자신의 손과 입 주위에 묻은 피를 닦아 내며 냄새를 지우기 시작했다.
“이히히히히!”
다시금 기분 나쁘면서도 들릴 듯 말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을 했다.
그 웃음소리는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하지만 그는 죽어 버린 두 사람과는 달리 어디론가로 숨는다기 보다는 또 다른 사냥감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다.
마냥 숨는다고 살아남을 수 있을만큼 이 전장이 만만한 곳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히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