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두번째 임팩트
강준은 자신의 허기짐을 참으면서도 밀러에게 먹일 만한 것을 찾았다.
식용이 가능한 작은 열매들을 으깨어서는 밀러의 입 속에 흘려 넣었고 충분한 물도 먹인 뒤에 밤 이슬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밀러의 체온을 유지시켜 주었다.
그렇게 하고 난 뒤에야 강준은 자신의 허기짐을 달래기 위해 나무의 속살과 뿌리들을 캐어서는 입안에 넣고 오물거렸다.
그다지 맛이 있을 리도 없었고 허기짐도 그다지 달래지도 못할 정도였지만 강준은 그 것만도 하지 않는다면 자신도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밀러의 옆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점점 밤이 깊어지면서 추위를 느끼기 시작하는 강준이었다.
‘하아! 하아!’
온통 비에 젖어 있어서 불을 피우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거기에다가 오늘 밤은 두 번째 데스 임팩트의 날이었기에 최대한 숨을 죽인 채로 숨어 있어야만 했다.
불을 피워 광기에 찬 사냥꾼들에게 자신들의 위치를 알려주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특히나 움직이지도 못하는 밀러를 옆에 두고서 사냥꾼들과 싸우기에는 너무나도 불리했다.
육감이 생기고 감각도 늘어났지만 몸 상태가 점차 나빠지는 것에 강준의 감각도 차츰 무뎌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상태라면 강준의 장점도 그다지 장점으로 작용을 하기란 어려울 것이었다.
하여튼 강준은 지금 그런 고민들보다는 밀러를 정상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완전히 무기력해져 있다. 거의 자포자기의 상태야. 충분한 휴식과 안정을 주어야지 정상으로 돌아올 테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럴 시간이 없어.’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이르러서는 지독한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상태임을 강준은 알 수 있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와 같이 이런 경우를 철우도 몇 번 본적이 있었기에 지금의 상태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한가하게 치료를 할 만한 시간도 여유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강준 자신이 지켜준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밀러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강렬한 충격으로 정신을 차리게 하는 수 밖에 없다.’
지금 상태에서는 뺨으로 얼굴을 때린다고 해도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디 숨어서 정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해서는 저번처럼 무너져 버린 강준 자신의 구덩이 속의 남자처럼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밀러 또한 그렇게 비참한 죽음을 당하게 놔둘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제 맥박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디기탈리스의 강심제의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밀러의 맥박은 비교적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거기에다가 밀러의 상태는 잠이 들었다기 보다는 넋을 잃고 있는 상태임을 안 철우는 강제로 밀러를 각성 시켜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었다.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강제로 각성을 시키느냐는 것이었다.
‘최대한 강하면서도 위험하지는 않은 통증을 줘야 한다.’
강하기만 한 통증이라면 강준의 주먹으로 세게 후려치면 될 일이었지만 어디 뼈를 부러트리려는 것이 아니었기에 다른 무언가로 밀러에게 통증을 줘야만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전기 고문이라도 해서 강제로 각성을 시키는 것이었지만 이런 정글에서 그런 전기를 구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독초를 통해 충격을 줄 수도 없는 법이었다.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것이기에 짧고 강한 통증을 줄 수 있는 대상을 찾아야만 했다.
‘꿀벌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이런 곳에서 그런 벌을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철우는 독이면서도 몸에는 좋은 벌침을 떠올렸지만 그런 것을 구하기가 쉬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의외로 꿀벌의 독침에 의한 각성 효과는 제법 컸다.
통증을 유발하는 벌레들의 순위 내에서도 꿀벌의 독침은 10위 권 안에 들 정도로 크면서도 벌 알네르기만 없다면 그다지 위험하지 않는 독이었다.
특히나 신체에서 통증이 가장 심하게 느끼는 곳에 대해서 몇 군데 알고 있는 강준이었기에 그 곳에 벌침을 놓는다면 밀러로서도 정신이 돌아올 정도로 각성 효과를 볼 수 있을 터였다.
“순간적이지만 죽고 싶을 정도로 아플 테니까. 그러고 보니 알보칠 원액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으려나.”
강준은 알보칠이라는 액체를 떠올리며 쓴 웃음을 지었다가 이런 곳에서 그런 약을 떠올리는 것이 얼마나 웃긴 일인지를 알고서는 대안이 될 만한 벌레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다고 너무 강한 독을 가진 벌레를 찾아서는 안 된다.’
벌레의 독들은 보통 신경계 독들이 대부분이었다.
신경을 마비시킨다거나 하는 종류의 독들로 알네르기만 없다면 죽을 정도로 강한 독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물론 과다하게 주입이 된다면 당연히 위험하겠지만 동물들이나 식물들처럼 사람을 즉사에 이르게 할 정도의 독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것은 강준도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적다는 것이지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삶과 죽음이 무척이나 가까운 야생 그 중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벌레와 동물들이 살아가는 정글 속의 벌레들은 상당 부분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독을 가진 놈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매년 인간들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종의 동식물들을 수백종에서 수천종씩 찾아낸다.
세상을 정복했고 세상에 대해 전부 알게 되었다고 인간들은 믿고 있었지만 실제 인간들은 지구의 생태계의 생물들에 대해서 전부 아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도 끝임없이 새로운 종을 발견해 내고 있었고 그런 그들 중에서 인간들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물질들도 끝임없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런 종들 중에는 인간이 알고 있는 그 어떠한 독보다도 강한 독도 있을 것이었고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는 병들을 치료할 약도 있을 터였다.
인간이 만들어 낸 그 어떤 대상들도 결국은 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물질들을 변화 시킨 것에 지나지 않았다.
강철은 어둠 속에서 최대한 자신이 쓸만한 벌레들을 찾아야만 했다.
당연히 벌레들들 발견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어둠도 어둠이었지만 강철도 그 벌레들의 습격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글이기는 하지만 이런 곳에서 콩가 개미같은 것을 발견하기는 어렵겠지.’
알려져 있는 벌레들 중에서 가장 강한 통증을 유발시키는 벌레를 뽑으라고 한다면 콩가개미라는 것을 뽑을 수 있다.
총알 개미라고도 하는 콩가 개미는 마치 총알에 맞은 듯한 통증을 일으키며 그 통증이 24시간동안 지속된다고까지 할 정도였다.
한 때 한국의 모 연예인이 이 콩가 개미에 물려서는 위험한 지경에까지 빠졌다고 하는데 콩가 개미는 개미과에 속하기는 하지만 분류를 하다보면 말벌류로 나누어 진다.
한마디로 콩가개미에게 물린다는 것은 말벌에 물린다는 것과 같은 통증을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강철은 최소 한국에서 말하는 불개미 정도의 벌레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그 정도는 되어야 정신을 놓고 있는 밀러를 각성 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었다.
강철은 그렇게 최대한 개미가 있을 법한 땅을 찾아서는 나이프로 땅을 파내기 시작을 했다.
비가 온지 오래되지 않았기에 대부분의 개미들도 개미굴에 숨어 들어 있어서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찾으려면 직접 땅을 파고 들어가서 찾아야만 하는 것이었다.
오직 구름에 살짝 들어나는 달빛에 의지해서 찾아야만 했기에 상당히 힘들 수 밖에 없었다.
“후우! 후우!”
강준은 그렇게 한참동안 장소를 옮겨나며 땅을 파다가 마침내 개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땅을 파는 와중에 자신의 손을 타고서 기는 이질적인 느낌에 급히 손을 털었다.
자칫 자신이 개미의 습격에 노출이 될 수도 있었기에 강준은 개미임을 직감하고서는 손을 턴 것이었다.
한 두 마리라면 별 상관이 없었지만 수십마리라면 강준 자신도 위험할 수가 있었다.
콩가 개미는 아니라고 해도 몇 몇 종류의 개미들은 사람조차도 쇼크사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통증이 극심했다.
그렇게 쇼크를 일으켜서 쓰러져 버린다면 그 뒤로는 나머지 개미들의 습격으로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강준은 급히 몸을 일으켜서는 온 몸을 털며 물러선 것이었다.
그리고서는 달빛에 의지해서는 땅바닥에 꾸물거리고 있는 개미 한 마리를 손가락으로 급히 집고서는 뒤로 물러섰다.
“뭔지 모르겠는데?”
그리고 다맃에 비춰 본 개미에 강준은 개미의 정체에 대해서 알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지구상에 개미의 종류가 12000개에서 14000개 가량이 된다고 하니 강준이 알 리가 없었다.
대한민국에만도 개미의 종류는 120여종이 넘을 정도였다.
“아프기만 하면 되니.”
강준은 개미의 이름을 모른다고 해도 아프기만 하면 된다면서 살짝 자신의 손등에 개미의 머리 부분을 가져다 내었다.
지끈!
어느 정도의 통증인지 알아보기 위해 살짝 대어 본 것이었지만 강준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욱 더 강렬한 통증에 강준은 이를 악물어야만 했다.
“제길!”
자칫 개미를 던져버리거나 죽여 버릴 뻔한 강준은 겨우 참아야만 했다.
개미를 으깨서 죽이게 되면 개미의 몸에서 페르몬이라는 것이 나오게 되는데 다른 개미들을 불러 모으게 된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밤 세도록 개미들의 습격을 받을 위험이 있었기에 개미를 죽이더라도 주의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겨우 자신에게 통증을 준 개미를 붙잡고서는 밀러에게로 돌아오는 강준이었다.
“…….”
그리고서는 조금은 불쌍한 듯이 밀러를 바라보는 강준이었다.
“그러게 정신을 차렸으면 좋았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