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89화 (89/161)

##89 죽음의 혈투

퍽!

강준은 강력한 보디어택으로 벤의 허리 아래를 강타하고서는 그대로 벤의 몸을 들어 올렸다가 땅바닥에 내리쳐 버렸다.

“커억! 컥!”

간단한 레슬링 기술이었지만 그 충격은 상당했다.

벤은 순간적으로 숨이 쉬어지지 않는 듯한 충격에 머리 속이 아찔해졌다가 이내 자신의 목을 조르고 들어오는 강준의 모습에 팔루의 경고가 떠올랐다.

-그 놈은 프로다. 만만히 생각하지 말라고.-

덩치는 그다지 대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반인과 운동선수는 엄연하게 큰 차이가 있었고 오랜 시간 몸을 달련해 왔던 강준이 진심으로 상대를 죽이겠다고 마음먹는다면 벤은 결코 상대가 될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뇌로 통하는 목의 혈관들이 강준의 강인한 팔뚝에 막혀서는 급격하게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게 되고 있었다.

그렇게 창백해지는 벤이었지만 강준의 신경은 벤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분명 저격용 소총의 소리였다.’

권총에서 나오는 격발음이 아니라는 것은 강준에게 너무나도 잘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강준은 곧바로 벤에게 달려들었고 벤을 제압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록 자신을 도와주었다고는 하지만 누군가가 저격용 소총을 가지고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그 여자인가? 설마 그 저격용 소총에 탄환이 있었던 건가?’

강준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의문들이 연이어 머리 속에서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것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 정체불명의 여인이 의심스러웠지만 아직은 확실하지는 않는 일이었고 일단은 벤을 제압하고서는 밀러와 함께 안전한 곳으로 도주를 해야만 했다.

‘최대 사거리 1km 저격용 소총 치고는 짧은 거리이지만 그렇다고 이런 장소에서 눈으로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미 불길이 사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한다면 빠져 나가는 것도 힘들 것이 분명했다.

“그윽! 끄윽!”

거의 목숨이 경각에 이른 벤을 보며 강준은 슬쩍 입에서 거품을 물은 채로 흰자위를 보이기 시작하는 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생각 이상으로 약해 빠진 벤의 모습에 허탈할 지경이었지만 실제 이 정도 상황까지 간다면 어지간히 운동을 한 사람도 빠져나가기란 불가능했다.

강준 자신도 지금 자신이 목 조르기에 들어간 상태대로라면 당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 사항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영화나 만화에서처럼 초인적인 힘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이나 프로 레슬링처럼 연기를 하면서 적당히 위기에 모면하는 것 따위는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힘들었다.

툭!

그렇게 강준은 마침내 고개를 푹 꼬구라 트린 벤의 몸을 미련없이 옆으로 밀어 버리고서는 급히 밀러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서는 사력을 다해서 밀러의 몸을 땅에서 뽑아 들고서는 죽어버린 벤의 몸 옆에다가 눞혔다.

“…….”

강준은 잔득 긴장을 한 채로 밀러의 손목 시계의 타이머를 바라보았다.

밀러의 시계는 이미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는 상태였고 이대로 하루도 되지 않아 폭발을 해 버릴 것이 분명했다.

삐빅!

마침내 밀러의 손목시계 타이머가 리셋이 되는 소리와 함께 168이라는 시간이 뜨자 강준은 그대로 밀러의 몸을 들켜 매고서는 달리기 시작을 했다.

이제 불길이 없는 곳을 향해 달려야만 했다.

“하아! 하아!”

육체적인 한계가 넘어서 버렸다고는 하지만 80kg이 넘는 밀러의 육중한 몸을 들쳐 엎고서는 불길을 피해 가면서 안전한 곳까지 뛰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길!”

거기에다가 강준은 자신의 육감이 계속 경고를 보내오는 것에 치를 떨어야만 했다.

누군가가 자신의 심장을 겨누고 있다는 감각이 계속 전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사냥감을 가지고 놀듯이 심장 어림에 겨누어지고 있는 비수가 존재하고 있었고 그 비수는 자신의 노력을 비웃듯이 언제든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조롱을 하는 듯 싶었다.

그리고 그 비수를 가진 존재가 바로 방금 자신을 도와준 상대일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움직임에 맞춰 총구 또한 겨누어지는 느낌이 들고 있었고 그 때마다 강준의 등줄기에서는 소름이 느껴지고 있었다.

부르르!

군대에 있을 때도 실수라도 동기나 선배들로부터 총구가 자신에게 겨누어 지면 인상을 찡그렸는데 총알이 장전이 되어 있는 상태로 자신에게 겨누어 지자 온 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차라리 이 육감이라는 것이 없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아무리 육감으로 이 느낌을 피하고자 한다고 해도 인간의 육체를 제한하고 있는 리미트가 해채가 되어 있다고 해도 음속을 돌파해서 쏘아져 들어오는 납덩어리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 두 번 쏘아 본 실력이 아니야.’

강준은 상대가 준프로급은 된다고 느끼고 있었고 이 정도라면 실수를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화르륵! 화륵!

“제길! 이 봐! 밀러! 좀 일어나! 일어나란 말이야!”

시간을 지체한 것인지 아니면 생각했던 것보다 불길이 거센 것인지 사방에서 불길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빠져나가지도 못 한 채로 강준과 밀러는 불에 타 죽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직도 무기력증에 빠진 것인지 밀러의 상태는 도무지 호전이 되지 않고 있었다.

강준은 이를 갈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점차 불길이 자신을 향해 밀려들어오는 모습에 한탄을 했다.

“하아! 정말이지 이대로 끝인 건가?”

자신의 심장을 겨누는 서늘한 느낌과 함께 뜨거운 불길이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것에 강준은 절망을 느끼기 시작을 했다.

벤과의 접전이 극히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시간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망연자실한 채로 허탈해 있던 강준은 한숨과 함께 포기라는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얇디 얇은 천으로 된 옷으로는 이런 사방으로 흩날리는 불길 속에서 멀쩡 할 수가 없을 터였다.

금방 불덩어리가 되어 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런 사실을 잘 알기에 멍하니 불길 속에서 멈추어 서서는 멈추어 버린 강준이었다.

그리고 그 때 강준은 자신의 심장 어림에서 사라진 총구의 느낌과 함께 총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탕!

신경질적인 느낌의 총소리와 함께 강준의 발 아래에서 탄환이 박혀 들어갔다.

팍!

흙더미가 튀어 오르며 강준을 위협햇지만 강준은 움직일 생각이 없는 듯이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빨리 달리라는 경고의 의미로 두 번째 총알 소리와 함께 강준의 발 아래에서 또다시 흙더미가 튀어올랐다.

강준이 이 곳에서 죽어 버린다면 기껏 고생을 한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씨익!

그런 상황에 오히려 강준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그려졌다.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한 모습이었고 의외로 재미있는 복수법에 강준도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전부 타 올라라! 전부 타올라 세상을 불 살라 버려.”

강준은 고함을 지르며 온통 연기를 뿜어내는 불길들을 향해 고함을 쳤다.

그리고 그 때 강준의 눈에 보이는 한 곳에 시선이 멈추었다.

“…….”

멍하니 그 곳을 바라보던 강준은 이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더럽게 재수도 좋군.”

오히려 귀찮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린 강준이었지만 강준의 몸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살 수 있는 것이 오히려 이토록 귀찮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는 강준이었다.

“그래도 살아야지. 더러운 세상이라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더 즐거울 테니까. 그리고 약속도 했으니 살 수 있는데까지는 살아 보자.”

강준은 이를 악물고서는 밀러를 들쳐 없은 상태로 불길이 일렁이지 않는 곳을 향해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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