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21. 부탁
미셸의 다급한 목소리에 엘리와 데이브는 멍하니 그런 미셸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뭐가 위험하다는 거지?”
아침까지 강준과 있었고 단지 친구 한 명만을 대리고 오면 된다고만 했던 강준이었다.
그런 강준이 갑자기 위험하다는 말에 엘리는 몸을 덜덜 떨면서 자신의 불안감의 실체를 눈 앞에서 보고 있었다.
“왜? 뭐가 위험하다는 거지? 왜? 뭐냐고! 말해! 왜 위험하냐고!”
엘리는 이성을 잃은 듯이 미셸의 양 어깨를 붙잡은 채로 흔들어댔다.
미셸은 양 어깨에서 통증을 느꼈지만 미셸 또한 강준이 걱정이 되었기에 울먹이며 말을 했다.
“친구를 구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어떤 사람들에게 붙잡혀 있다고 했어요. 제발 강준 오빠를 구해 주세요.”
“……!”
분명 그냥 친구 한 명만 데리고 오면 된다고 했지. 어딘가에 붙잡혀 있는 친구를 구출해 와야 한다고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엘리는 적극적으로 강준을 말렸을 것이었다.
“데드 임팩트.”
데이브는 내일 오전 7시에 벌어질 두 번째 죽음의 파티를 떠올렸다.
엘리의 파티야 이미 그 전에 사람들을 붙잡아 두고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움직이고 있을 때였다.
그 때문에 아무리 엘리의 파티가 강력하다고 해도 이 시기에는 움직이기보다는 철저하게 지키기만을 하는 것으로도 벅찰 지경이었다.
그냥 있어도 죽을 것이었기에 목숨을 도외시하고 다른 이들을 노리는 자들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떤 파티인지 사람인지에게 사로잡혀 있는 이들에게서 친구를 구출하러 간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를 잘 아는 것이었다.
“어…어디야? 어디로 간 거야?”
엘리도 강준이 얼마나 무모한 짓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알고서는 미셸을 흔들며 강준이 어디로 간 것인지를 물었다.
하지만 미셸은 강준이 어디로 간 것인지까지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흐윽! 흑! 몰라요. 어디로 갔는지 몰라요.”
“이 빌어먹을 년아! 그 것도 몰라!”
미셸이 모른다는 말에 엘리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서는 미셸의 뺨을 향해 손바닥을 날렸다.
짝!
미셸은 엘리의 손바닥에 뺨을 얻어맞고서는 땅바닥에 엎어지면서 흐느꼈다.
아픔 보다는 강준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기에 미셸은 엘리의 바리를 붙잡고서는 애원을 했다.
“강준 오빠를 살려 주세요. 제발요! 제발!”
“이익!”
엘리는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서 매달리는 미셸을 보며 다시금 미셸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데이브가 말리는 것이었다.
“엘리 그만해! 일단 강준이 부탁을 한 아이다. 그리고 강준의 위치를 알려면 이 아이가 알고 있는 힌트들을 찾아야만 해.”
데이브의 말에 엘리는 말없이 미셸을 노려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 아이를 데리고 캠프로 돌아가자. 이 곳은 너무 위험해.”
데이브는 언제 어디서 위험이 자신들을 향해 다가올지 알 수 없었기에 보다 안전이 확보된 곳으로 가고 싶어했다.
데이브도 강준에 우호적이고 같은 파티로 끌어들이고 싶어 했지만 엘리처럼 생각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사실 지금으로서는 강준이 있든 말든 그달리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있으면 더 좋기야 하겠지만.’
데이브에게 있어서 강준은 쾌적한 생활을 위한 가전 제품 하나가 더 생긴다는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이었다.
‘어차피 나중에는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하니까.’
데이브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마지막 일인이 되려면 지금의 동료도 죽여야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강력한 동료는 지금 당장은 좋을 수도 있었지만 나중에 가서는 쾌나 성가시면서 귀찮은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데이브도 점차 사람들을 죽이고 죽어가는 죽음의 게임에 물들어 가고 있는 것이었다.
데이브의 제안처럼 엘리는 미셸을 데리고 일단은 자신들의 캠프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간 뒤에 강준이 간 곳을 알아내어서는 강준을 도우러 갈 생각이었다.
다만 다른 이들이 찬성을 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런 것까지 생각을 할 여유는 없었다.
“…….”
그렇게 캠프로 돌아가는 엘리의 일행을 지켜보며 강준은 복잡 미묘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강준의 손에서는 화과 화살이 들려져 있었고 언제든지 속사를 할 수 있도록 바닥에 화살들이 꼽혀져 있었다.
만약 미셸의 목숨을 위협하려고 했다면 엘리들을 죽이겠다는 각오도 하고 있던 강준이었다.
엘리와 몸을 섞기는 했지만 자신도 왜 이렇게 행동을 하는지 대답을 구할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두려움이 이런 행동을 야기한 것으로만 느낄 뿐이었다.
둘 다 자신에게는 소중하지만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결국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딜레마 속에서 강준은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좋게 끝났지만 한 순간에 비극으로 끝이 날 뻔 한 것이었다.
“밀러.”
조금 문제가 있었지만 엘리가 미셸을 받아 들였기에 강준은 자신의 친구인 밀러를 떠올렸다.
시간이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기에 최대한 빠르게 밀러를 구출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강준은 잠시 엘리와 미셸이 향한 곳을 바라보고서는 그대로 밀러가 붙잡혀 있는 벤의 파티가 있는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을 했다.
‘사람?’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강준은 앞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다.
‘그럴 여유 따위는 없다.’
다른 이를 사냥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아니 그럴 이유도 없었기에 강준은 그대로 그 존재가 인지 못하는 사이에 빠져나가 버릴 생각이었다.
언제 자신의 친구가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버릴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강준은 자신의 전방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지나쳐 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런 강준의 생각대로 어렵지 않게 지나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움찔!
하지만 강준은 수풀 사이로 얼핏 보인 광경에 몸을 움찔 떨면서 몸을 멈추어야만 했다.
‘총?’
총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 총이 지금까지 자신이 본 것과는 다른 형태임에 몸을 멈추어 세운 것이었다.
강준은 지금 꽤나 놀란 상태였다.
지금까지는 총기를 보았다고 해도 고작해야 권총류가 전부였다.
그 정체불명의 존재들에게도 생존자들이 너무 강력한 총기류를 가지고 있으면 위협이 되기에 고작해야 권총들 정도나 줄 뿐이라고 생각을 했다.
권총은 호신용이지 살상용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정도였기에 강준도 가방에 권총이 들어 있는 것에 대해서 납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눈 앞의 남자에게서는 그런 권총이 아닌 다른 총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저격총. 어째서 저런 것이?’
강준은 분명 PSG-1의 실루엣을 가지고 있는 반자동 저격 소총을 가지고 있는 상대를 보고서는 꽤나 놀라야만 했다.
고작해야 10m 를 넘어가면 정확도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권총류와는 달리 유효 사거리가 1km에 달하는 저격 소총이었다.
물론 강준은 모양만 알고 있지 이 총기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PSG-1은 군용으로는 성능미달의 총기였기 때문이었다.
경찰들이나 대테러진압용으로는 그나마 쓸만 하기는 했지만 저격 소총 치고는 사거리가 그다지 높지도 않고 무게도 8kg이 넘어가는 것 때문에 군용으로 쓰이기에는 부적절했다.
‘거기에다가 탄피 배출이나 6배율 스코프의 탈착이 불가능하다. 거기에다가 내구성도 최악이야.’
한마디로 군인들의 입장에서는 줘도 쓰지 않을 물건이라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저격 소총은 저격 소총이었다.
대한민국의 경찰 특공대도 한 때는 이 PSG-1을 사용한 적이 있었지만 너무나도 단점들이 많아 지금은 MSG-90 저격 소총으로 교체를 한 상태였기에 군인이었던 강준이 다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남들은 인지도 못하는 거리에서 한 명 한 명 상대를 죽여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것이었다.
‘죽인다.’
강준은 밀러를 구출하는데 저 저격 소총이 무척이나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기에 저격 소총을 빼앗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그렇게 피해가려다가 저격소총을 얻기 위해 사람을 죽이려고 마음을 먹는 강준이었다.
그렇게 살기를 억누른 채로 저격 소총을 들고 있는 남자에게로 다가가려고 할 때 남자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인지 급하게 달리기 시작을 하는 것이었다.
‘쳇!’
상대에게는 총기가 있고 자신에게는 없기 때문에 조심을 하며 다가가려던 강준은 어디론가로 달려가는 것에 인상을 찡그리고서는 방향을 틀어서는 따라 쫓기 시작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