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83화 (83/161)

##83 21. 부탁

얼떨결에 엘리와 깊은 관계를 가지게 되었지만 강준은 그렇게 여유로운 상태가 아니었다.

당장 밀러를 구출하러 가야만 하는 것이었다.

“부탁이 있어.”

“응? 뭐요?”

이미 사랑에 깊이 빠진 듯한 엘리의 눈동자였다.

아니 그 것이 사랑인지 아니면 맹목적인 믿음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강준의 말 그 어떤 것도 다 들어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엘리였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강준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한 아이를 맡아 주었으면 싶어.”

“아이요?”

엘리는 강준이 한 아이를 맡아달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탁이야.”

“예! 그래요.”

강준이 조금은 절박하게 부탁이라는 말을 하자 엘리는 순순히 대답을 했다.

‘강준이 원하는 것이니까.’

비록 자신이 파티의 리더이기는 하지만 엘리는 항상 강준이 이 파티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 뿐만 아니라 데이브나 데런도 강준을 잘 알고 있는 편이었기에 반대를 할 사람은 없었다.

그런 강준이 한 아이를 파티의 구성원으로 더 넣자고 해서 반대를 할 이유는 없었다.

“고마워.”

“아니에요. 당신이 원하는 거라면 전 상관 없어요.”

엘리는 정말이지 강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강준을 거부하는 파티의 구성원들은 전혀 생각지도 않고 있었고 설령 반대를 한다면 그 구성원을 자신들의 파티에서 추방 시켜 버리겠다는 각오도 가지고 있었다.

사실상 반대를 한다고 해도 강준을 모르는 인물은 젠트와 아그네스였지만 아그네스는 노년의 여성으로 사실상 발언권이 없었다.

“데이브!”

강준은 그렇게 엘리의 허락을 받고 난 뒤에 한 쪽 구석에서 숨어 있는 데이브를 불렀다.

이미 강준의 감각에 데이브의 위치 정도는 포착이 되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살기나 적대감도 아니고 그렇다고 순수한 기쁨도 아닌 묘한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과 엘리를 쳐다보고 있던 데이브였다.

“쳇! 알고 있었나?”

데이브는 자신이 숨어 있는 방향을 정확하게 쳐다보며 부르는 강준에 투덜거리며 수풀 속에서 걸어 나왔다.

“어머! 언제 거기 와 있었어?”

엘리는 데이브가 갑자기 나오자 화들짝 놀라면서 외쳤다.

“흥! 둘이 아주 허리를 끝내주게 돌리고 있을 때부터 왔다! 왜?”

“……!”

데이브의 외침에 엘리는 이내 얼굴이 붉어졌지만 딱히 싫다는 그런 표정은 아니었다.

꾸욱!

오히려 강준의 팔을 더욱 세게 붙잡으며 강준과 자신의 관계를 확고하게 하고 싶어 했다.

“데이브 오랜만이다.”

“흥! 그래. 오랜만이야. 설마 살아 있을 것이라고는 믿지 못했는데 말이야. 그나저나 그 때 젠트를 살려 준 것이 너 였냐?”데이브는 젠트의 일에 강준이 관여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젠트가 대충 누구인지를 알아차린 강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봐! 데이브! 강준이 우리를 지켜 주고 있었잖아!”

엘리는 강준이 자신들의 수호신처럼 자신들을 지켜주고 있었다는 것에 기쁜 듯이 데이브에게 보란듯이 외쳤다.

“쳇! 그래. 엘리 니 말이 맞다. 맞어!”

그동안 엘리에게 꽤나 시달린 데이브로서는 더는 엘리에게 반론을 하기 어렵다는 것에 엘리의 말이 맞다는 말을 해야만 했다.

그와 함께 강준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신뢰가 생기는 것이었다.

데이브도 강준이 자신들의 파티에 다시 돌아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반대를 할 생각이 없었다.

자신들도 겨우겨우 버텨내고 있기는 하지만 강준이 합류하면 도움이 더 되면 되었지 덜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브! 부탁이 있다.”

“아! 알았어! 왠 아이를 한 명 더 받아드리는 것 말이지. 뭐 그게 어려울 것도 아니지. 일주일에 한 놈 더 붙잡아 오는 것 정도야 어려운 것도 아닐테고 말이야. 식량도 자네라면 두 사람치는 넘게 얻어 올 테니까 난 찬성이야.”

죽음의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 사람을 한 명 받아들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한 명으로 인해 파티가 산산조각이 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언제 그 낯 선 상대가 자신의 목덜미에 칼을 꼽아 넣을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강준을 믿기에 그런 불안감과 위험 부담을 감수하려는 것이었다.

어쩌면 파격적이기까지 한 두 사람의 승낙이었다.

퍼스트 임팩트가 일어나고 난 뒤로 낯 선 상대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된 이들이 바로 생존자들이었다.

퍼스트 임팩트 이전이라면 그나마 생존자들에게 인간성이 남아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그런 감정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언제 자신을 죽이려고 들지 알 수 없는 괴물로만 보일 뿐이었다.

“고맙다.”

“뭘 고맙기는 너 때문에 젠트가 살았고 아니 그 놈들 우리 습격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네가 없었으면 우리들이 더 위험했을 거다.”

데이브는 강준이 아니었다면 방심을 하고 있을 때 팔루의 패거리들에게 당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을 했다.

물론 자신들도 방심 따위는 하지 않고 있었다지만 그래도 세상 일은 모르는 것이었다.

‘분명 젠트는 죽었겠지.’

어찌 되었든 강준 덕분이었으니 강준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 할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그럼 위치를 알려 줄게.”

“응? 왜? 그냥 가서 데리고 오면 되잖아?”

데이브는 강준이 미셸이 있는 곳의 위치를 알려주겠다는 말을 하는 것에 의아한 듯이 쳐 다 보았다.

마치 어디론가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사람 한 명을 데리러 가야 해. 그 사람만 찾으면 곧바로 돌아올게.”

“누구인데? 누굴 데리러 가는데.”

엘리는 강준이 다시 떠나야 한다는 말에 두 손을 꼭 움켜쥔 채로 말을 했다.

이제 겨우 다시 만났는데 다시 떠나겠다는 강준의 말에 엘리는 쉽사리 인정을 할 수가 없었다.

“저도 따라가겠어요! 그 찾으려는 사람을 저도 같이 가서 찾아 드릴게요.”

“아니! 오늘 안에 찾아서 돌아올 거야. 그러니 너무 걱정 하지 마. 친구인데 어디에 있는지 위치도 알고 있으니까 내일 오전까지 돌아올게.”

강준은 엘리를 안심 시키고서는 미셸이 있는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럼 부탁한다.”

강준은 그 말을 끝으로 빠르게 뒷걸음질을 쳐서는 순식간에 정글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가…강준!”

마치 유령처럼 순식간에 모습을 감춰 버린 강준에 엘리와 데이브는 상당히 놀랐다.

특히나 엘리는 강준이 자신의 눈 앞에 있다가 사라져 버리는 것에 자신이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인기척을 최대한 죽인 채로 사람이 인지를 하는 것보다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인 것 때문이었다.

인간의 시각은 의외로 착각을 잘 하게 되는데 인간이라면 어느 정도로 움직이겠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그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움직이면 뇌에서 외곡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허! 이게 진짜 강준의 실력인가? 완전 유령 같잖아!”

데이브는 강준과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를 알고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준! 강준! 어디 있어! 강준!”

엘리는 이미 사라져 버린 강준을 다시 찾으려고 고함을 지르며 외쳤지만 강준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엘리의 외침에 아지트 내에 있던 데런과 젠트가 달려왔고 이들은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강준이 알려준 미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강준이 그토록 부탁을 했고 내일 오전까지는 돌아오겠다는 말을 했기에 일단 미셸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너무 걱정 하지 마. 강준의 실력이라면 아무 일 없을 거야. 거기에다가 보니까 타이머가 가득 차 있으니 데드 임팩트도 없을 테고 말이야.”

“……!”

데이브의 말에도 엘리는 불안한 듯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불안해 하고 있었다.

여자의 감 때문인지 엘리는 왠지 모르게 계속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무언가 일이 터질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은 엘리의 심장을 요동치게 하기에 충분했고 더욱더 발이 빨라지게 만들고 있었다.

“빨리 가! 그 미셸이라는 아이와 대화를 해 봐야 겠어!”

엘리는 강준이 지금껏 대리고 있던 미셸이라는 아이를 만나 보아야만 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빠르게 걷기 시작을 했다.

정확한 위치는 알지 못했지만 지난 시간 동안 꽤나 이 근처를 돌아다녔던 이들이었기에 강준이 말한 곳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다지 어렵지 않게 미셸이 숨어 있다고 하는 곳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이 봐! 미셸! 강준이 보내서 왔으니까 나와 봐!”

엘리는 생존 게임의 철칙인 자신들의 존재를 숨기라는 것도 잊은 듯이 고함을 질렀다.

“엘리! 조용히 해.”

“예! 엘리씨! 조그만 조용히!”

데이브와 데런은 엘리의 고함에 불안한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다급한 엘리의 귀에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무리 인근에서는 가장 강한 파티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목숨은 하나 뿐이었고 날아오는 총알을 피할 수도 없었다.

오히려 다른 이들보다 더욱 더 은밀하고 조용하게 움직이며 숫적으로 상대들을 압도해 왔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아 왔던 것이었다.

그러한 것은 강준으로부터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귓동냥과 몇 시간이기는 하지만 배운 전술 훈련으로 채득한 것들이었다.

그런 것을 스스로 깨고 있는 엘리였지만 엘리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도 쓰고 있지 않았다.

“미셸! 강준이 보내서 왔어! 어디에 있는 거야!”

다시금 외쳐진 엘리의 말에 어디선가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준? 강준이?”

미셸은 덜덜 떨면서 강준을 기다리다가 한 여자의 입에서 강준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급히 구멍 속에서 빠져 나왔다.

그리고서는 세 명의 남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강준이 보냈다고요?”

“니가 미셸이니?”

미셸은 낯 선 사람들에 불안함을 들어내면서도 강준이 보냈다는 말에 엘리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미셸의 얼굴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면서 흐느끼는 듯이 말이 토해져 나왔다.

“흐윽! 강준이 위험해요! 강준이! 강준이!”

미셸의 강준이 위험하다는 말에 엘리와 데이브 그리고 데런은 멍하니 미셸을 바라보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무엇 때문에 미셸이 강준이 위험하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왜? 강준씨가 왜?”

엘리는 미셸의 양 어깨를 붙잡으며 강준이 왜 위험한지를 물었지만 미셸은 대답없이 강준이 위험하다는 말만을 계속 할 뿐이었다.

“강준이 위험해요. 강준이 위험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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