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76화 (76/161)

##76 19. 뜻 밖의 만남

13일 째 아침이 밝아왔다.

강준이 의도했던 실험은 끝이 났다.

강준은 미셸이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생명을 이어 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언제까지 이 것이 가능할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 이 상태로 라면 길지 않다.’

생존자들이 얼마나 남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그리 많은 숫자의 생존자들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어야 2주일이면 대부분의 생존자들은 전멸을 할 터였다.

자신들을 섬으로 끌고 온 이들은 두 달 정도를 예상했겠지만 이런 척박한 곳에서의 생존 게임에서 한 달을 버티는 것조차 힘겨울 수 밖에 없었다.

정글에 대해서 잘 아는 이들 조차도 아무런 방비 없이 한 달을 버틴다는 것은 힘겨운 일이었다.

그리고 그 것은 강준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점차 약해져 가는 신체와 고갈되어가는 정신력은 계속 소모가 되고 있을 뿐 충전이 되지 않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점차 죽음으로 향해 가고 있는 상황이었고 강철은 절반을 지났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 세컨드 임팩트가 지나고 난다면 생각보다 적은 숫자의 사람만이 살아남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까지 밀러를 찾아야만해.’

강준은 밀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미셸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밀러의 행방을 찾는 것도 중요했다.

무엇이 강준으로 하여금 이토록 강한 집착을 가져오게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 무엇도 강준의 생각을 되돌릴 수는 없을 터였다.

“흐음! 강준씨!”

“그렇게 이름 부르지 말고 오빠라고 해라.”

강준은 자신과 나이차이가 적어도 열 살은 나 보이는 어린 소녀가 자신을 이름으로 부르는 것에 영 어색함을 느꼈다.

서양에서야 자신의 친인척이 아닌 이상 오빠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강준으로서는 영 어색하기만 했다.

“오빠?”

결국 영어나 프랑스어로의 오빠가 아닌 한국어로 오빠라는 말을 가리켜 주는 강준이었다.

그렇게 미셸의 오빠가 되어 버린 강준은 이제는 많이 진정이 되었는지 미소를 짓는 미셸을 보며 안도를 했다.

‘아니 아직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인가?’

강준은 자신의 팔을 꼬옥 붙잡고 있는 미셸의 손을 보며 아직도 완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 것까지 강준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미셸이 스스로 극복을 하는 방법 뿐이었다.

미셸은 어제의 그 끔찍한 기억 속에 강준이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 그렇게 했다는 것을 알기에 강준이 무섭다거나 하기 보다는 미안할 뿐이었다.

그렇게 강준과 미셸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 채로 가만히 앉아서 시간만을 흘려보낼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는지 미셸의 뱃속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미셸은 자신의 배 속에서 나는 소리에 얼굴이 붉어져서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어제 강준을 기다리느라고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거기에 아침까지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있자 배고프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었다.

“풋!”

“우…웃지 마요!”

강준이 웃음을 터트리자 얼굴이 붉어진 미셸이 화를 냈지만 여전히 배에서 밥 달라는 소리가 계속 울리는 것에 미셸은 어쩔 줄을 몰라야만 했다.

“잠시 먹을 것을 좀 구해 올게. 안에 들어가 있어.”

“예?”

강준과 떨어지고 싶지 않은 미셸이었지만 강준이 다독이며 걱정을 하지 말라는 것에 결국 미셸은 좁은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서는 강준이 먹을 것을 구해가지고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다만 미셸도 그냥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었기에 강준이 마실 물을 구덩이 안쪽에 고여 있는 작은 샘물에서 정성껏 작은 피티병에 담고 있었다.

물을 구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엇기에 구덩이 내에 작은 샘물이 있다는 것에 강준도 꽤나 만족하는 기색이었다.

그렇게 강준은 먹을만한 것을 찾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몸의 기이한 느낌들을 느낄 수가 있었다.

‘무언가 감각이 좀 더 예민해진 느낌이다. 무어라고 표현을 하기에는 어렵지만 좀 더 잘 보이고 잘 들리며 냄새를 더 잘 맡을 수 있게 된 것 같아.’

시력이 좋아졌다거나 귀가 더 잘 들리게 되었다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좀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무언가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것이 육감이라는 것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분명한 것은 강준의 행동이 좀 더 신속해지면서도 은밀해질 수 있었다는 것이었고 조금 더 위험에 대한 감지력이 올라갔다는 것이었다.

물론 초인이나 히어로가 되는 정도의 것은 아니었지만 꽤나 놀라운 변화였다.

그리고 그런 느낌에 강준은 먹을 수 있는 만한 것을 더욱 더 빠르게 찾아낼 수 있었다.

‘야자다.’

나뭇잎 사이로 잘 보이지 않는 야자수 였지만 강준은 야자가 나무 위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서는 주변에 위험이 없는지를 둘러보고서는 원숭이라도 되는 양 빠르게 나무를 타기 시작을 했다.

과거였다면 이토록 빠르게 나무를 타지는 못했을 터였지만 신체 또한 자신이 내던 힘 이상을 내 주고 있는 상태였다.

사실 인간의 신체는 자신의 근육과 뼈가 낼 수 있는 한도의 70~80% 정도의 근력만을 낸다.

그 것은 인간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그 한계를 설정하는 것으로 100%에 가까운 근력을 내게 되면 신체가 견디어 내지를 못하기 때문이었다.

다만 급박한 상황에서 신체가 낼 수 있는 100% 이상의 근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 것은 극히 짧은 시간 동안에 내는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강준은 육감이 발휘가 되면서 근력의 한계를 90%에 육박할 정도로 한계가 올라가 버린 것이었다.

일견 이 것이 좋은 현상으로 볼 수도 있었지만 절대 좋은 현상이 아니었다.

그만큼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도 덩달아 올라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도 꽤나 운동등으로 단련되어 있어서 완력이 일반인을 상회하고 있던 강준이 자신의 한계에서 최대 20% 정도의 근력을 더 낸다는 것은 대단히 강력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 때문에 마치 야생동물의 그 것들처럼 순식간에 야자나무 위로 올라간 강철은 야자를 따서는 지상으로 던졌다.

툭! 툭!

그렇게 야자 나무에 올라가 야자를 다 따고 지상까지 내려간데 까지 걸린 시간이 채 3분도 되지 않을 정도였고 강준은 그런 자신의 신체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신체의 제어력이 망가졌다.’

강준도 자신의 몸이 망가졌다는 것을 안 것이었다.

마치 통증을 느끼지 않는 질병을 가진 사람처럼 결코 좋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정신력으로 신체를 오버 히트 시키는 것이 아니라 신체 자체적으로 오버 히트 된 상태가 지속되는 것으로 강준 자신의 수명이 대폭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아니 이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라리 잘 된 일일지도.’

이 곳에서 살아서 나가지 못한다면 어차피 수명이 줄든 말든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강준은 자신의 신체가 오버 히트 되어서 수명이 줄어든다고 해도 상관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미셸에게 가져다 줄 야자를 들고서는 돌아가려고 했다.

“……!”

그리고 그 때 강준의 육감에 무언가가 어슬렁거리며 움직이고 있는 것이 포착이 되었다.

근질! 근질!

머리 한 쪽을 근질거리게 만드는 기분은 강준으로 하여금 불쾌감과 함께 분노를 치밀어 오르게 만들고 있었다.

그냥 이유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서 자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을 부셔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느껴졌다.

“제길! 몸만 망가진 것이 아니라 머리도 망가져 버렸네.”

강준은 자신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하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손에 들고 있던 야자들을 땅바닥에 내려 놓고서는 자신을 분노케 하는 상대를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무슨 마약이나 도박과 같이 머리 속에서 호르몬들이 대책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인간을 흥분 상태로 몰고 가는 아드레날린과 짜증과 분노의 호르몬인 노드아드레날린이 연신 흘러넘치고 있는 것이었다.

보통 아드레날린과 노드아드레날린은 동시에 분비되는 호르몬이 아니었다.

효과는 둘 다 비슷하게 나오는데 아드레날린의 효과가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를 가능하게 해주는 호르몬으로 이를 테면 멀리서 화살이 날아올 때 본능적으로 그 화살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본능적으로 신체를 움직이며 사유 과정 이전에 반응을 보이게 하는 것으로 인간에게 있어서는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호르몬이었다.

하지만 강력한 흥분 효과는 그 어떠한 마약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노드아드레날린도 아드레날린과 같은 효과를 보이지만 극도의 분노 상태나 긴장 상태에서 분비가 된다는 점이 달랐다.

이런 노드아드레날린은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들고 이유 없는 화를 내게 된다.

일종의 싸이코 패스들에게도 이러한 노드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일반인에 비해서 과도하게 분비가 된다.

하여튼 강준은 이런 강력한 흥분 상태에 그 흥분을 야기하는 요소를 제거해 버리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권총을 들고서는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남자를 볼 수 있었다.

“…….”

꽤나 조심스럽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움직이고는 있었지만 강준의 존재를 발견하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강준은 그런 남자의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빨리 처치를 하고 돌아가자.’

굳이 지금 살인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노드아드레날린의 과다 분비 때문에 강준은 죄책감 없이 필요없는 살인을 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이건 생존을 위한 사냥이 아니라 명백한 살인이었지만 강준은 멈추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