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17. 딜레마
“허억!”
강준은 정신이 돌아오자 기겁을 하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과 동시에 자신이 커다란 나무에 머리를 부딪쳤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밀러! 선혜!”
강준은 그렇게 자신이 의식을 잃었다는 것과 동시에 두 사람을 떠올리고서는 망연자실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으윽! 제길! 온 몸이 안 아픈 곳이 없네. 그리고 여긴 어디지?”
그와 동시에 온몸이 아픈 것에 한참을 몸을 손으로 주무르는 강준이었다.
벌써 주변은 어둑해져 있었고 시간 또한 언제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자신이 얼마나 기절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와서 두 사람을 찾는 것이 쉬울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후우!”
강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서는 눈을 감았다.
차가운 공기가 폐 속 가득히 들어오자 정신이 차분해지는 강준이었다.
‘너무 성급했어. 왜 이렇게 이성을 잃었던 거냐. 뭐가 그리도 쫓기는 듯이 뛰어다닌 거냔 말이다.’
강준은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침착했더라면 후회할 짓도 하지 않았을 것인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감정적으로만 행동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크큭!”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자조적인 그런 웃음은 아니었다.
마음 속을 억누르고 있던 무거운 돌덩어리를 치워버리고자 하는 그런 웃음이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어느덧 울음으로 변하기 시작을 했다.
“흐흐흐큭! 크흐흐흐흐흐!”
강준은 누가 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두 손으로 눈을 가린 채로 오랫동안 잊었던 울음을 토해냈다.
그렇게 한참 동안을 울던 강준은 마음 한 켠에 쌓였던 울화가 조금은 사그라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울음은 화를 녹이는 최고의 약이었다.
한국인이 특히나 한국의 남자들이 가장 부족한 것이 울음이라는 말이 있었다.
감정 표현은 남자 답지 못하다는 인식이 강해서 남자가 우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는 것이 한국이었다.
그렇기에 한국 남성들은 힘겨웠다.
어디에서 자신의 울화를 해소할 공간이 없었고 울음을 터트릴 만한 공간은 더욱 더 없었다.
그렇게 감정이 병이 들게 되니 신체에 이상이 오고 지독한 허전함과 허탈감만이 남겨지는 것이었다.
그런 마음의 병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완화를 시켜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울음이고 눈물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난 뒤에 강철은 나무 사이로 보이는 달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달을 바라보고 있자 무의식 중에 강준의 입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을 했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 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 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에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
애잔한 멜로디가 주변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을 했다.
달빛과 함께 신비로움마저도 느껴지는 분위기 속에서 강준은 땅바닥에 주저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비록 가수들처럼 잘 부르는 것도 아니었지만 자신의 감정을 다 담아내며 부르는 노래는 꽤나 지금의 상황과 어울렸다.
그렇게 노래가 끝나 갈 때 강준은 한 여자 아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킴꽝석!”
흠짓!
강준은 목소리에 몸을 떨고서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며 경계를 하기 시작을 했다.
‘제길! 멍청했다.’
언제 자신을 죽일 사냥꾼들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곳에서 속 편하게 노래나 부르고 앉아 있었으니 위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정글도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전투 배낭에 들어 있는 수제 원시 무기들을 꺼낼 여유도 없었다.
“…….”
그런데 방금 전의 목소리를 듣고 난 뒤로 너무 조용 했다. 마치 사람이 주변에 없는 것처럼 말이었다.
‘뭐지? 내가 잘못 들은 것인가? 분명 김광석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강준은 자신이 부른 김광석의 서른 쯤에를 부를 때 쯤에 분명 여자의 목소리로 김광석이라고 했던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 보아도 사람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어둠이 내린 밤이지만 달빛에 어느 정도의 시야가 확보가 되고 있는 상태였다.
이 정도라면 제법 멀리까지 확인을 할 수 있을 터였다.
목소리가 들렸던 방향을 몇 번이고 확인해 보아도 강준으로서는 누구도 발견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잘못들은 건가?”
강준은 그렇게 전투배낭에서 무기까지 꺼내고서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역시나 사람을 발견해내지는 못했다.
결국 다시 자신이 앉아 있던 자리로 돌아온 강준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허참! 헛도깨비를 들은 건가?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
강준은 자신이 잘못 들었다는 생각을 하고서는 가자기 자신이 노래를 불렀다는 것에 웃음이 나왔다.
“제길! 뭘 이런 칙칙한 노래를 다 불러서 기분도 칙칙해 지네. 좀 밝은 노래를 불러서 기분이나 좋아지면 모를까.”
강준은 기분 좋아 지는 노래를 떠올려 보았다.
이미 해가 져 버린 밤에 밀러나 선혜를 찾아 돌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눈 앞의 지형은 전혀 모르는 지형이었다.
현재 위치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낮이 되기 전까지 움직일 생각이 없어졌다.
괜히 길을 헤매기 시작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기분 전환이나 하자면서 노래를 떠올려 보았지만 딱히 떠오르는 노래는 그리 많지가 않았다.
“흐음! 뭐 마땅찮게 떠오르는 것이 없네. 고작해야 강남스타일?”
강준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떠올리고서는 흥얼거리기 시작을 했다.
“오빤 강남스타일 강남스타일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그런 반전 있는 여자 나는 싸나이….”
처음에는 그다지 흥이 나지는 않았지만 나중에는 작정을 하고 일어서서는 말춤을 추며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추기 시작을 했다.
왜 달 밤에 이런 미친 짓을 하는지는 강준 자신도 몰랐지만 주변이 온통 미쳐 돌아가는데 자신이 미치지 않는 것에 이유따위는 없다는 듯이 강준은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말춤을 주었다.
그리고 그런 말춤과 세계적인 가수인 싸이의 노래는 한국인인 강준만 아는 것이 아니었다.
“오빤 캉낭스타일!”
움찔!
강준은 또 다시 들려온 여자의 목소리에 몸이 굳으면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흙더미 속에서 여자 아이의 머리가 하나 나와서는 자신을 향해 방긋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이!”
여자 아이는 나름 경쾌하게 강준에게 인사를 했지만 강준은 심장이 멈을 것 같은 충격을 받고서는 기겁을 하며 엉덩방아를 찍어야만 했다.
“귀…귀…귀신!”
말로만 듣던 귀신이었다.
아무 것도 없는 땅 속에서 하얀 여자 아이의 얼굴만 나와 있고 몸은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강준은 기절을 한 듯한 충격에 몸이 떨려왔다.
“오…오지마!”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의 목이 스르륵 땅에서 빠져나오면서 점점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서는 의식이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해는 갔다. 지금 사람을 죽고 죽이는 곳에서 이런 소녀가 억울한 죽음을 당했으니 그 원한이 남아 귀신이 되었을 것이라는 것은 무신론자인 강준이라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지만 하필이면 왜 자신 앞에서 나타났냐는 원망을 하며 강준은 다시금 기절을 해 버렸다.
“오빤 캉낭 스타일!”
단지 강준이 다시 기절을 한 줄도 모른 채로 소녀는 자신이 평소 자주 들었던 흥겨운 강남스타일의 노래를 하며 말춤을 추었을 뿐이었다.
강준이 처음 김광석의 노래를 불렀을 때 자신의 아버지가 어디서 구해 온 것인지 모르는 레코드판의 노래를 떠올린 소녀였다.
결국 소녀도 김광석의 노래를 알게 되었고 그런 노래가 강준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호기심이 생긴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강준이 자신이 좋아하는 강남스타일의 춤과 노래를 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
언젠가 소녀의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라 소녀는 강준이 나쁜 사람이 아닐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