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16. 투쟁
인간에게는 그 각자가 자신들만의 생존의 이유가 있듯이 살고자 하는 이들은 철저하게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그 싸움의 최종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순간만큼은 처절할 정도로 용을 쓰고 있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무의 가지 사이에 몸을 끼우고서는 누워 있는 강준을 멍하니 바라보던 선혜는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또 살아남았네.”
선혜는 또 다시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것에 기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에서 기쁨의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백만 유로.”
알 수 없는 혼잣말을 했지만 그 말을 들어 줄 강준 조차도 별 다른 대꾸가 없었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 속에 가시처럼 박혀 있었다.
하지만 빼내려고 해도 빠지지 않는 가시는 더욱 더 목구멍 속으로 파고들어 가려고 하고 있었다.
푹!
결국 말을 하지 못한 채로 선혜는 고개를 무릎과 무릎 사이에 파묻었다.
흐느끼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다만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으로 그녀가 지금 울음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점점 하늘 위의 태양이 서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꼬르륵!
하루 종일 먹지를 못했기에 인간의 배는 정직하게 먹을 것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
신경질이 날 정도로 그 요구가 귀찮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먹을 것을 구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크큭!”
그리고 그 때 강준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배가 고프다. 배가 고파. 언제까지 이 배는 고플 거지?”
강준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순간에도 배가 고프다는 것에 웃음이 나왔다.
하루 삼시 세끼에 간간히 먹는 디저트와 간식으로 따진다면 사람들은 대단히 많은 양을 오랜 시간 동안 먹는 시간으로 소비한다.
사실 생명체의 가장 중요한 일은 먹고 자고 하는 과정이었다.
식량을 저장할 수 있게 된 인간이야 더 이상 식량을 구하는데 시간을 소모하지 않았지만 일반 동물들은 끝임 없이 식량을 구하고 먹는 것으로 하루를 다 보내게 된다.
그렇기에 식량 확보가 되지 않는 곳이라면 인간도 짐승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었다.
“빠드득! 그래. 그 놈을 상대하기 전에 밥은 먹고 해야겠지.”
강준은 몸을 일으켜서는 나뭇가지를 하나 꺾었다.
그리고서는 나무 가지의 잎사귀들을 정리하고서는 수면 위로 드리웠다.
첨벙!
하천 위의 수면을 시끄럽게 때리는 나뭇가지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하천의 주변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을 했다.
“…….”
고개를 무릎 사이에 파묻고 있던 선혜도 강준이 하려고 하는 행동을 알았다.
비록 간이 맞지는 않았지만 어제 먹었던 피라니아의 살 맛은 간만의 육식에 입 안의 침이 고이는 것이었다.
지독하게도 이기적인 육체였다.
파블로스의 개처럼 자극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고 있었다.
첨벙!
피라니아를 부르기 위해 다시금 하천의 수면을 때리는 강준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방에서 피라니아들이 몰리기 시작을 했다.
먹을거리가 부족한 하천이었기에 이렇게 수면을 때리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것이었다.
덥썩!
그리고 마침내 커다란 피라니아 한 마리가 강준이 낚시대 대용으로 만든 나뭇가지를 그 날카로운 입으로 물었다.
휙!
비록 단단하게 나뭇가지를 물었다고는 하지만 수면 위로 몸이 떠오른다면 피라니아들은 떨어져 나갈 것이었다.
그렇기에 강준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수면 위로 올라온 피라니아의 몸에 나이프를 박아 넣어야만 했다.
어차피 피라니아의 숫자는 넘치도록 많이 있었다.
그렇기에 강준은 절대 조급해 하지 않은 채로 나뭇가지의 끝에 매달려 있는 한 녀석을 향해 나이프로 몸통을 찔러 넣었다.
푹!
잘못하면 손의 살점이 뜯겨나갈 수도 있었지만 이대로는 허기짐을 달랠 수 없었다.
정상적인 낚시를 할 여유도 장비들도 없었다.
그렇게 나이프로 몸이 관통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요동을 치는 피라니아를 힘겹게 자신들이 있는 나무 위로 올려 놓았다.
“이 것 좀 잡아.”
“예!”
강준의 말에 선혜는 급히 피라니아를 붙잡았다. 이 것이 아니면 자신 또한 허기짐을 달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다지 크지 않는 작은 피라니아 한 마리를 겨우 붙잡을 수 있었다.
공간이 좁고 오로지 강준의 팔 힘만으로 잡아야 하는 낚시이기에 큰 것을 노릴 수가 없었다.
강준은 큰 것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로 작은 피라니아 위주로 두 마리를 사냥해야만 했다.
물론 그 것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고 자칫 물에 빠질 뻔도 했다가 선혜가 강준의 몸을 붙잡아서 피라니아의 날카로운 이빨에 물어 뜯기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두 마리의 피라니아의 내장을 뜯어내고 아가미에서 혹시 있을 칸디루를 확인했다.
“다음으로는 불을 피워야 하는데.”
나무 위에서 불을 피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물고기 구워 먹자고 자신의 몸을 불태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무 다리 중간에서 땅 쪽으로 가야만 했지만 강준은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를 고민해야만 했다.
본래 자신이 있었던 곳과 미지의 땅 쪽 중에 한 곳을 선택해야만 했다.
‘이미 결론은 난 거지.’
딱히 생각을 할 것도 없다는 듯이 강준은 본래 자신들이 있던 곳 쪽으로 조심스럽게 향했다.
언제 자신들의 목숨을 노릴지 알 수 없는 흑표가 다가올 방향을 주시하고 있어야만 했다.
‘반드시 온다. 그 놈은 반드시 와. 그리고 난 그 놈을 반드시 죽일 것이다. 죽이지 않으면 이 곳에서 떠나지 않을 테다.’
대비를 해야만 했다.
사실 강준은 목숨을 걸고 관제센터로 가서는 자신들을 이런 꼴로 만든 이들을 한 놈이라도 죽이고 죽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다면 결국 흑표와는 굳이 싸워야 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 이대로 나무를 불태워 버리고 관제센터라는 곳으로 달려가면 그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준은 그런 생각을 하지를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흑표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증오 때문인지 그렇게 행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분명 강준의 느낌에도 무언가가 있다는 것 정도는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본능적인 불안함과 불길함이 이 쓰러진 나무 다리 너머로 전해져 오고 있었다.
‘그래도 간다.’
불안함과 불길함이 전해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강준은 가 볼 생각이었다.
설사 그 것이 자신이 잘못 선택을 하는 것일지도 몰랐지만 후회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문제는 그 전에 흑표를 죽이고 가겠다는 생각이었다.
탁! 탁! 탁!
부싯돌로 불을 피우고서는 주변의 나무 가지들로 힘들게 불을 붙였다.
물이 묻어 있는 나뭇가지들 때문에 연기가 제법 많이 나기는 했지만 강준은 신경을 쓰지 않은 채로 불을 붙이고서는 피라니아를 굽기 시작했다.
노릇노릇한 냄새가 주변으로 풍기기 시작을 하면서 강준의 허기짐을 더욱 요동키고 있었지만 강준의 온 신경은 정글의 수풀 속으로 향하고 있었다.
푹! 푹!
나무 주변으로는 나뭇가지를 잘라와 뾰족하게 앞을 다듬어서 주변에 꽂아놓기 시작을 했다.
쉽사리 접근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고 그 뾰족한 부분에는 독을 발라놓기 시작을 했다.
어차피 상대가 부상을 입었다고 할지라도 힘으로 승부를 본다면 강준의 필패였다.
강준은 굳이 싸우지 않을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흑표와의 싸움을 고집스럽게 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 강준 자신이 할 수 있는 대비라는 대비는 다하면서 피라니아가 익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피라니아가 다 익어 갈 때 쯤 강준은 정글의 수풀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 와라.’
강준은 흑표가 왔다는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미 나름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준비를 해 놓았다.
피라니아를 굽는 것도 흑표를 부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마치 흑표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는 심정으로 흑표가 마치 불구대천의 원수이기라도 한 것처럼 강준은 흑표에 대한 지독한 집착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부스럭!
수풀이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강준의 권총이 그 흔들리는 수풀을 향해 겨눠 졌다.
‘단 한 발 뿐이다.’
이 한 발을 끝으로 강준의 총알은 더 이상 무용지물이 되어 버릴 터였다. 그 뒤로는 원시적인 물건만으로 흑표를 상대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강준은 일격필살의 의지를 담은 채로 집중력을 쏟아 붙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강준의 집중력이 극도로 올라가 있는 순간 수풀이 열리면서 검은 무언가가 나타났다.
“……!”
강준은 방아쇠를 당기려다가 가까스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흑표가 아니다!’
강준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흑표가 아니었다.
[작품 후기]
201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다들 신년 계획 잘 세우시고 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