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15. 보이지 않는 위협
급했다.
언제 어디서 자신들을 덮쳐올지 알 수가 없었다.
애초부터 대화가 통하지 않기에 타협의 여지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더욱 더 다급한 것인지 몰랐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선혜는 자신의 팔을 으스러지도록 붙잡고서는 허겁지겁 뛰어가는 강준에 비명을 질렀지만 강준은 그런 선혜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하아! 하아!”
강준도 이제는 긴장이 풀려야 했지만 억지로 그 긴장을 붙잡아 두고 있는 중이었다.
그 것이 당연히 몸에 부담을 많이 주는 것이고 그에 대한 후유증이 무척이나 큰 것이었지만 죽는 것보다는 괜찮은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강준의 눈에 지금으로서는 가장 안전한 것 같은 장소가 보이기 시작을 했다.
물론 정말 안전한 곳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오히려 더 위험한 곳일 수도 있는 법이었다.
“여긴?”
선혜는 강준이 자신을 하천으로 데리고 온 것에 의아해했다. 도망을 쳐야 한다면서 하천으로 끌고 온 강준이었다.
무슨 배수진을 치는 것도 아니었기에 강준이 혹은 정신이 이상해졌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아니 어쩌면 이미 선혜 자신도 정신적으로 이상해져 가고 있는 중 일 터였다.
온 정신으로 버티기 힘들 정도로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힘든 상태였다.
미쳤다고 하더라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기에 강준이 자살을 하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지경이었다.
“이 봐요! 나 자살할 생각은 없다고요! 죽으려면 혼자 죽어! 손 놔! 손 놓으라고! 야! 이 씨발 새끼야! 이 손 놔! 이 손 놓으란 말이야!”
선혜는 강준에게 끌려가지 않으려고 버텼지만 강준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성별의 한계뿐만 아니라 힘의 우열에 있어서도 선혜는 강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거기에다가 지금 강준은 스스로는 모르겠지만 초인적인 힘을 내고 있었다. 인간이 급박스러운 상황에서 내는 그런 종류의 힘은 때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다.
“흐으윽! 제발 놔요! 놔 달란 말이예요! 난 죽을 수 없어! 죽어선 안 된단 말이예요!”
한참을 저항했다.
발로 강준의 몸을 차보기도 하고 손으로 강준의 팔을 쥐어뜯어 보기도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 분노는 애걸로 바꾸고 결국 절망으로 바뀐다.
시간 적으로 본다면 채 일분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선혜에게는 억겁만큼이나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선혜는 강준의 손에 이끌려 피라니아와 칸디루가 있는 하천에 도착을 했다.
이대로 하천으로 뛰어든다면 자신은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뜯어 먹힐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망연자실해져 버린 선혜의 귀에 강준의 목소리가 마침내 들려왔다.
“찾았다.”
강준은 허겁지겁 선혜가 누워 있던 곳으로 달려오느라고 나무다리의 위치에 대해서 정확하게 찾지를 못한 것이었다.
결국 하천을 찾아서는 하천을 끼고서는 움직이다가 나무다리를 발견한 것이었다.
‘위험하지만 저 곳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안전한 곳이다.’
강준은 나무다리의 중간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을 했다.
주변의 하천으로는 온통 피라니아로 인해 접근이 불가능했다. 결국 나무의 끝과 부분만 경계를 하면 된다는 소리였다.
거기에다가 어느 정도 시야 확보까지 가능했으니 흑표가 다가온다고 해도 대비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이런 강준의 생각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지만 그런 모든 요소들을 고민할 수 있는 여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당장 눈 앞의 가장 큰 위협을 해소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이었다.
“이건?”
강준이 찾았다는 말을 할 때 선혜도 하천과 하천을 잇고 있는 커다란 나무를 볼 수 있었다.
“따라와! 일단 나무의 중간으로 가야 해!”
“아!”
강준의 말에 선혜도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두 사람은 나무의 중간 그러니까 하천의 한 가운데로 올라갔다.
허겁지겁 나무의 중간에 자리를 잡고 나무 가지에 의지해서 주저앉자 강준과 선혜는 이제야 긴장이 조금은 풀린다는 듯이 숨을 크게 내리쉬었다.
“하아아!”
특히나 강준은 더 이상 긴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듯이 나무줄기에 몸을 눕히고서는 인상을 찡그렸다.
온 몸이 아프기 시작을 하는 것이었다.
마치 야구방망이로 온 몸을 두들겨 맞기라도 한 것인지 온 몸에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강준으로서도 의아할 정도였지만 참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나무 기둥이 제법 크다고는 하지만 그리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
그렇게 고통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있는 강준을 멍하니 바라보던 선혜는 자신이 잘못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준은 최대한 살아보겠다고 발악을 한 것인데 자신은 강준이 미쳐서 자신을 끌고 자살을 하려고 했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가장 위험한 곳이기는 하지만 한 편으로는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에 도착을 하자 선혜도 긴장이 풀리면서 서러운 감정이 복 받히기 시작을 했다.
평소 눈물 따위는 흘리지 않을 거라며 남자들보다 더 강인해 지겠다고 수십번도 더 다짐을 했던 선혜였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참기가 어려웠다.
“흑! 흐으으윽! 흑! 으아아앙!”
어린 아기처럼 울어 본 것이 얼마만인지 선혜는 울음을 터트렸다.
“하아! 하아!”
그렇게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선혜의 옆에 누워있던 강준은 그런 울음소리에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은 채로 숨만을 고르고 있어야 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두 사람은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바짝 긴장을 해야만 했다.
크아앙!
상당히 먼 거리였지만 흑표의 분노어린 울음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몸에 막힌 화살 때문에 생기는 불쾌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은 듣는 이로 하여금 간담이 서늘해지게 할 지경이었다.
강준은 흑표의 울음소리에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상처 입은 맹수가 선택을 할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나 흑표에게도 선혜에게 일은 상처는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몸에 박힌 화살들보다 눈에 박힌 화살은 끔찍한 고통과 함께 흑표를 서서히 죽여갈 수 있는 상처였다.
그 때문에 흑표도 자신이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었다.
야생에서의 치명적인 부상은 곧 죽음을 의미했고 지금 자신이 입은 상처는 그 치명적인 부분에 속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대로 그냥 죽어가거나….
“복수다.”
“예?”강준은 흑표의 울부짖음에서 분노를 느꼈다.
-야생동물들은 절대 멍청하지가 않아. 인간만 머리가 있다는 착각은 버리는 것이 좋아. 오히려 야생에서의 생존에 있어서는 인간들 따위 보다 야생 동물들이 더 적합하게 진화를 해 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놈들은 복수를 할 수 있지. 감당 할 수 없는 놈들을 괴롭히지 마. 그 순간 너는 야생에서 잠도 자지 못한 채 벌벌 떨어야 할 테니까.-
강준은 더 이상 흑표가 자신들을 사냥감이나 놀이감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을 죽게 하고 있는 원수로 여긴다는 소리였다.
“그 놈은 반드시 온다. 우리를 죽이려고 반드시 올 거야. 차라리 건들지 말았어야 해. 그 때 우리가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경고만을 주고 물리치기만 했더라면….”
후회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강준도 그런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도무지 감당이 되지 않는 존재에 절망감만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포기를 할 수는 없었다.
아니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포기 할 것이라면 흑표의 앞에서 물어 뜯겨 죽었을 것이었다. 지금처럼 이렇게 발악발악 살기 위해 난리를 친 것이 억울해서라도 죽고 싶지 않았다.
“안 죽어! 고작 저딴 짐승 따위에게는 죽지 않는단 말이다! 덤벼! 덤비라고!”
강준은 흑표를 향해 외치듯이 고함을 내질렀다.
온 몸이 터질 것 같은 분노가 강준의 몸 속에서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공포와 절망감에 몸부림을 치던 강준이 이를 갈며 고함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이 빌어 먹을 새끼야! 덤벼 보라고! 니 놈이 이기는지 내가 이기는지 결판을 지어 보자! 듣고 있냐! 이 개새끼야! 안 도망 갈 테니! 이리로 와서 내 목을 물어 뜯어 봐! 내 목을 물어 뜯어 보라고!”
“가…강준씨!”
선혜는 온통 붉게 변해버린 강준의 광기어린 눈을 보며 몸을 떨어야만 했다.
인간은 자신이 통제 가능한 상황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가지지 않지만 자신이 통제를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에 있어서는 극도의 불안함을 가지게 된다.
지금의 상태가 바로 그런 상태였다.
너무나도 두렵고 어찌 해야 할지 감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강준과 선혜의 귀에 흑표의 울부짖음 소리가 들려왔다.
크아앙!
강준은 그 울음소리가 자신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소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씨익!
두려워해야만 했지만 왠지 모르게 강준은 웃음이 나왔다.
마치 자신에게 도전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흑표가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크크큭! 그래! 좋아! 한 번 해 보자고! 아까는 준비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인간이 왜 만물의 영장인지 똑똑히 보여주마!”
강준의 얼굴에서 귀기가 스며들기 시작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