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13. 정체
스스로는 인식을 하지 못했지만 죽음의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은 눈의 눈동자들이 다들 붉어져가고 있었다.
마치 흡혈귀의 눈처럼 하얀 눈동자가 붉게 변하고 있었다.
그 것이 광기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피로에 의한 현상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점점 인간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강준 또한 그렇게 점점 눈동자의 실핏줄이 터져서 붉게 변해가고 있었다.
과도한 긴장감으로 눈의 피로가 계속 쌓이고 있었지만 잠을 자도 눈의 피로는 풀리지 않고 있었다.
눈과 눈꺼풀 사이에 무안가가 들어가 있는지 뻐근거렸고 그 것은 은근히 사람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는 중이었다.
작전 종료가 기약을 할 수 없다면 그 것도 결국 자신이 죽어야 끝이 난다면 아무리 군인이라고 할지라도 인내심을 유지할 수가 없을 터였다.
“힘들다.”
강준은 처음으로 힘들다는 말을 무의식으로 토해냈다.
어지간한 일에도 힘들다나 못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던 강준이었다. 그런데 눈을 뜨고 멍하니 구덩이 밖의 허공을 바라보다가 뚝 입 밖으로 나온 말은 강준의 본심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었다.
강준은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권총을 바라보았다.
아직 다섯 발의 총알이 남아 있었지만 그런 총알의 숫자는 필요도 없었다.
단 한 발만 있으면 이런 힘든 상황에서 나갈 수 있을 터였다.
강준은 다시 멍하니 권총을 바라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서는 구덩이 내부를 바라보았다.
“잠이 깬 건가?”
어느덧 날이 밝아오고 있었고 생존을 위한 싸움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었다.
이제는 전투 배낭의 식량들도 모두 떨어졌으며 구덩이 내부의 낙엽 속에서 애벌레 들을 찾는 것도 힘들어졌다.
영원할 것만 같은 아니 영원하기만을 바랬던 식량 창고가 바닥을 들어내기 시작을 하는 것이었다.
다행이 물은 확보가 되었지만 역시나 식량의 부족은 치명적이었다.
점차 체력의 감소가 눈에 뜨일 정도로 심각해져가고 있었다. 벌써 10일이 넘는 시간 동안을 버텨낸 상태였고 그 기간 동안 충분한 영양 섭취가 되지 않고 있었다.
충분한 영양 섭취가 되더라도 야외에서의 생활은 현대 사회에 적응이 된 신체에게는 상당한 부담이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태일 터였고 최악에는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었다.
특히나 여자와 아이들의 경우는 그 생존 가능성이 한 없이 낮아지고 있을 터였다.
강준은 구덩이 내부로 들어와서는 이제는 다 타버려서 빛을 잃은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한 명은 불을 지켜야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한 쪽 구석에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환자 한 명이 누워 있었고 다른 한 쪽에는 강준으로부터 팔과 다리가 묶여 있는 선혜가 있었다.
“음! 읍!”
선혜의 입을 천으로 틀어막아 놓은 상태였다. 괜히 시끄럽게 해서 위험한 상황이 닥치는 것을 막고자 한 것이었다.
조금 안쓰러운 기분도 들었지만 강준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고 매서웠다.
‘당신이 당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면 나 또한 그대를 풀어줄 생각이 없다.’
강준은 몸을 꼬으면서 자신에게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는 선혜의 모습을 외면하며 이름 모를 환자에게 다가갔다.
상처부위를 다시 한번 확인을 해 보고서는 남자의 입에 물을 따라 넣어 주었다.
“허억! 헉!”
자신의 입 속에 물이 들어오자 남자는 정신을 차린 것인지 허겁지겁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이 봐요! 정신 차려 봐요. 이 보세요.”
강준은 남자가 정신을 차리려고 하자 남자를 부르면서 말을 했다.
“허억! 허억! 허억!”
하지만 남자는 아직 정신을 차리는 정도는 아닌지 거친 호흡을 하며 숨을 몰아쉬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강준이 남자를 불렀지만 남자는 결국 다시 잠이 들어 버렸다.
강준은 아쉬운 듯이 혀를 찼지만 오래지 않아 정신이 돌아올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게 남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난 뒤에야 선혜를 바라보는 강준이었지만 딱히 아침부터 선혜를 고문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선혜를 이렇게 놔둘 수도 없는 법이었다.
강준은 선혜에게로 다가가서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몸을 뒤틀고 있는 모습에서 대충 어떤 상황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급한가 보지? 급하면 그냥 그대로 일을 봐. 내가 알지도 못하는 너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풀어줄 생각은 없으니까.”
강준의 말에 선혜는 애처로운 눈빛을 하다가 수치심과 분노 어린 눈빛으로 강준을 노려보았다.
부르르!
몸도 분노에 의해 떨리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인간이란 무언가가 몸 안에 들어가면 밖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기본적인 생리 과정이었고 그 생리 과정을 거부할 수 있는 능력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강준은 자신을 노려보는 선혜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뭘 착각하는 모양인데. 이 곳이 아닌 사회였다면 나도 여자에게 꽤나 상냥한 남자일 거야. 남자는 여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골수에 뿌리박혀 있는 한국 남자이니까. 뭐 우리 어머니나 너와 비슷한 나이대의 내 여동생이라면 이런 곳에서도 목숨 걸고 지켰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너를 지켜주고 보호해주며 보살펴 줄 이유가 없어.”
강준은 발을 들어올렸다.
그리고서는 선혜의 아랫배에 발을 올려놓고서는 힘을 주기 시작을 했다.
“흡! 흡!”
선혜는 강준이 자신의 하복부에 발을 올려놓고 누르는 것에 반항을 하려고 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너는 나를 악마로 만들고 있어.”
강준은 이를 악물고서는 점점 발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선혜는 이를 악물고서는 몸에 힘을 주면서 버티고자 했지만 애초부터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부르르!
선혜의 몸이 떨려오는 것과 동시에 강준의 발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미 늦어 버린 상태였고 선혜의 아랫 부위에서 점차 물기가 터져 나오기 시작을 하고 있었다.
“흐윽! 흑! 흐으윽!”
입이 막혀 있어서 울음소리가 들려오지는 크지는 않았지만 선혜의 흐느낌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여자로서의 수치심과 강준에 대한 원망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차라리 어제의 고통이라면 참아 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의 이런 수치심은 도무지 참아 낼 수 없을만큼 선혜의 정신 상태를 흔들어 놓고 있었다.
그런 선혜를 지켜보던 강준은 싸늘한 미소를 지은 채로 몸을 돌려 버렸다.
어차피 지금 상태에서 무언가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따위는 없었다.
‘낮이 되기 전에 먹을 것을 구해야 한다.’
강준은 흐느끼고 있는 선혜를 놓아 두고서는 구덩이를 빠져 나갔다.
먼저 물을 보충하고 식량이 될 만한 것을 찾아야만 했다. 몇 일 이었지만 인근의 먹을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채집을 해 버린 상태였다.
그 말은 좀 더 멀리 가야만 한다는 소리였고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소리였다.
그렇게 샘물로 다가가서는 물을 뜨고 난 뒤에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관제센터라는 곳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기는 하지만 문제는 지금 현재의 위치를 알지 못한다는 거야.’
베이스 캠프를 축으로 놓고 방향감각을 아직은 유지하고 있는 강준이었지만 전체의 공간을 두고서는 방향감각이 상실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숲속이나 정글 속에서는 인간의 방향감각은 정말이지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무턱대로 움직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결국 강준은 일정 거리만큼 움직인 뒤에 표시석이나 표시목을 지정해 놓고 일정 거리를 간 뒤에 다시 돌아와서 표시석을 확인하고 살짝 방향을 수정해서 움직이는 형식으로 지독하게도 느리고 효율성 없는 수색을 하고 있었다.
대신 안전성은 충분히 확보가 되는 방식이었기에 느리지만 점차 공간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때 강준은 한 물 웅덩이의 한 쪽으로 사탕수수가 몇 그루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행이다.’
야생의 사탕 수수였지만 당분을 함유하고 있는 사탕수수는 열량 보충에는 최적의 식물이었다.
강준은 조심스럽게 사탕수수밭으로 다가가서는 자신의 정글도로 사탕수수를 잘라 갈 수 있도록 적당한 크기로 자르기 시작을 했다.
그리고서는 넝쿨로 사탕수수를 묶어서는 등에 질 수 있도록 했다.
“후우! 이 정도면 한동안은 버틸 수 있겠네.”
강준으로서는 대박이라고 할 수 있는 양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식량 확보가 되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낄 정도였다.
그렇게 사탕수수를 챙기고서는 구덩이로 돌아가려고 할 때 멀찍이서 거친 숨소리와 함께 한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강준은 몸을 낮추어서는 주변을 경계하다가 그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가기 시작을 했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지만 도착을 하고 난 뒤에 강준은 이를 악물어야만 했다.
“헉! 헉! 헉!”
한 남자가 여자를 깔고서는 성폭행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미 여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인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남자는 연신 허리를 움직이며 여자의 그 곳에 흉물스러운 그 것을 들이밀어 넣고 있는 중이었다.
“크크크! 어때? 좋지?”
남자는 잔득 흥분을 한 상태로 여자를 농락하고 있었지만 여자는 숨을 헐떡거리기만 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하악! 하악! 하악!”
여자의 몸이 남자의 움직임에 따라 애처롭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여자는 방항을 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듯 싶었다.
남자들보다 힘의 완력이 약한 여자들로서는 이런 성폭행을 거부할 힘이 없었다.
“…….”
강준은 이 것을 막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결국 강준은 여자를 구해주기 위해 움직이려고 했다. 다행히 남자는 한 명 뿐이었기에 먼저 움직인다면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강준은 순간 여자가 몸을 일으키며 남자의 목을 감싸는 것을 보고서는 몸을 수풀 사이로 숙였다.
하지만 그 때 강준은 성폭행을 당하고 있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길! 비명을 안 질렀으면 좋겠는데.’
자신이 여자에게 들켰다는 것을 알고서는 이를 악물었지만 이대로라면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강준은 여자가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을 보았다.
“흐윽! 크윽!”
남자는 절정이 온 것인지 여자의 몸을 끌어안고서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남자의 정자가 여자의 몸 속으로 듬뿍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찾아오는 긴장감의 풀림이 여간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남자는 그 이상의 기분을 만찍 할 수 없었다.
퍼억!
여자는 남자가 사정을 하는 순간 남자의 뒤통수에 날카로운 비수를 있는 힘껏 박아 넣었다.
그렇게 남자의 머리를 팔로 감싸 안으면서 비수를 머리 안으로 밀어넣고 난 뒤에 남자의 그 것이 자신의 몸 속에서 끄덕거림을 느꼈다.
“아아! 아! 으음!”
여자는 남자의 것이 작아지지 않고 여전히 커진 상태로 자신의 몸 속에서 요동을 치는 것을 느끼면서 점차 오르가즘을 느끼기 시작을 했다.
“하아! 하아!”
그 동안 당하고만 있다가 쾌락을 느끼기 시작하는 듯이 죽어버린 남자를 붙잡고서는 자신의 엉덩이를 들썩이며 가픈 숨을 내쉬었다.
“아아! 좋아!”
그렇게 다시 한 번 남자의 사정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 여자는 기분 좋은 몸 떨림을 느끼고서는 몽롱한 표정으로 강준을 바라보았다.
마치 개미지옥이 개미를 유혹하는 듯이 여자의 뇌쇄적인 미소에 강준은 허탈함을 느꼈다.
강한 것이 강한 것이 아니며 약한 것이 약한 것이 아니었다.
강준은 충격을 받은 듯이 멍하니 엉덩이를 좌우로 돌리고 있는 여자를 보고서는 뒤로 물러섰다.
그녀 또한 그런 강준과 굳이 싸울 생각은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짓기만 할 뿐이었다.
그녀의 손목 시계의 타이머가 리셋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