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13. 정체
강준은 조금씩 손에 힘을 주며 선혜를 노려보았다.
“아파요. 아파!”
손가락에 눌리는 어깨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강준은 전혀 그만둘 생각이 없는지 우악스러운 힘으로 선혜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 채로 계속 힘을 주었다.
그러면서 강준은 의아함을 느꼈다.
‘대단한 고문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버틸 수 있는 고문도 아니야. 정말이지 정체가 뭐지?’
간단한 고문이었다.
고문이라는 것이 크게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상대의 의지를 꺽어 버릴 수 있는 모든 행위가 고문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폭행, 협박, 성폭행 등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모든 행위가 고문이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강준은 선혜의 기를 완전히 죽여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잔득 겁을 주고 이렇게 견디기 어려운 통증을 주는 것이었다.
거짓말을 할 수 없도록 의지를 부셔버리고서는 자신이 알고자 하는 것을 알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프다는 말을 하면서도 끝끝내 대답을 하지 않는 선혜를 보며 이상함을 느꼈다.
“대답을 하지 않으면 어깨가 망가진다. 말해! 말하라고!”
“아파요. 제발! 아파요.”
하지만 아직은 그 이상함의 정체를 알 수 없었기에 강준은 다른 고문법을 떠올렸다.
찌직!
선혜의 윗옷을 잡아 뜯어 버리는 강준이었다.
그러자 그녀의 속살이 들어났다.
하얀 피부에 작고 봉긋한 가슴 그리고 핑크빛 유두가 들어났다.
“까아악! 뭐…뭐하시는 거에요?”
선혜는 자신의 윗옷을 잡아 뜯어 버리는 강준을 보며 그제야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강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강준은 대답을 하지 않은 채로 눈 앞에 나타난 선혜의 봉긋한 가슴을 바라보았다.
그다지 크지 않은 가슴이었지만 수치심 때문인지 선혜는 전과는 달리 더욱 더 요동을 쳤다.
강준조차도 몸이 들썩일 정도의 요동이었고 이러다가는 선혜가 다칠 위험도 있었다.
주륵!
아니 이미 그녀의 요동으로 목에 겨누고 있던 나이프가 선혜의 목덜미에 상처를 내고 있었다.
짝!
그렇게 요동을 치는 선혜를 향해 강준은 손바닥으로 선혜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그러자 선혜의 요동이 멈추어지는 것이었다.
덜! 덜! 덜!
선혜는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자신의 뺨을 후려갈기는 강준의 손바닥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서는 멍하니 강준을 바라보았다.
선혜도 어지간한 남자들 정도는 충분히 상대를 할 수 있었지만 강준은 어지간한 남자들이 아니었다.
“아…아! 아!”
자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이었던지 강준은 살기마저도 사라진 채로 마치 애정 없는 동물을 바라보는 느낌의 눈빛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살려 주세요.”
선혜는 공포감 때문인지 충격인지 그제야 두려움에 떨며 살려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었다.
“말해! 정체가 뭐야?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는 거지? 넌 정체가 뭐내고!”
강준은 한 손으로는 선혜의 목을 겨누고 있는 나이프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선혜의 작은 가슴을 움켜쥔 채로 으르렁거렸다.
“아아!”
선혜는 강준이 움켜쥐고 있는 가슴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눈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아직도 대답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거기까지도 대답을 하지 않자 당황을 한 것은 오히려 강준이었다.
보통의 여자들이었다면 이 정도에서는 다 이야기를 할 것이었기에 강준은 설마 이 이상의 고문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아니 이 이상 고문이나 성폭행을 하게 된다면 상대가 완전히 자포자기가 되어 버릴 수도 있었다.
무작정 고문을 한다고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루 이틀 정신력을 조금씩 고갈시켜서는 의지를 꺽어야만 했다.
물론 강준이라고 해서 눈 앞의 여동생 같은 여자를 고문하는 것이 마음 편할 리는 없었다.
오히려 처음에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면 적당히 수긍을 하고 난 뒤에 그녀가 말을 했던 관제 센터라는 곳을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일단은 신뢰할 수 없기에 목숨을 걸 수가 없었다.
‘분명 뭔가 있어.’
강준은 분명 무언가가 그녀에게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자유롭게 풀어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마음 속은 알 수 없는 법이었기에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풀어주면 기회를 봐서 나를 죽이려 하겠지.’
강준은 몸을 덜덜 떨고 있는 선혜를 넝쿨로 묶어 버렸다.
“난 너의 정체를 듣기 전까지 절대 이 걸 풀어 줄 생각이 없어. 오늘은 여기까지지만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아! 일주일 까지 밖에는 시간이 없겠군. 그 때는 내 손으로 널 죽여 줄테니까 폭사해서 죽을 일은 없을 거야.”
강준은 그 일주일간 철저하게 괴롭혀 주겠다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일주일이 지나가 버린다면 선혜는 강준이 어찌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폭사를 해 버릴 터였기 때문이었다.
그 전에 모든 것을 끝내야만 했다.
“내가 왜 이러는지 알지? 평범한 대학생 정도 되어 보리는 여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고문까지도 버텨내고 성폭행을 당할지도 모르는 데 입을 다물고 있어. 훗! 국정원이라도 되나? 아니 우리나라의 국정원 여자 요원들이 그 정도의 정신력을 가지고 있을리는 없으니까 말도 안되는 소리겠지.”
강준의 말에 선혜는 입을 다문 채로 소리 없이 눈물만을 흘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날 어떻게 이용해 먹을 속셈이었던 모양인데 속아 줄 생각 따위는 없으니까 그리 알아 둬!”
강준은 그 말을 끝내고서는 선혜를 놓아 둔 채로 구덩이를 빠져 나가 버렸다.
어느 덧 어둠이 내리기 시작을 하고 있었지만 강준은 도무지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적당한 변명이라도 해 주었다면 적당한 선에서 넘어갈 수도 있었을 터인데 끝까지 대답을 하지 않자 참을 수가 없었다.
“후우! 후우!”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어도 도무지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온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었고 그런 세상 속에서 자신도 미쳐가고 있는 듯 싶었다.
강준은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몸과 마음이 힘든 정도가 아니라 당장이라도 몸 속이 터져 버릴 것만 같은 고통이었다.
하지만 이성을 잃은 채로 고함을 지르며 화를 삭일 수는 없었다.
사방이 전부 다 적이었고 그 적들은 언제 건 자신의 목숨을 노릴 것이었다.
그런 곳에서 시끄럽게 고함을 지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강준은 화를 참으며 버티고 있다가 데일리의 무덤가에 앉아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
말을 한다고 그녀가 대답을 해 줄 리가 없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지금도 그녀를 사랑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고작해야 하루 밤을 같이 보냈을 뿐인 사람이었다.
아무리 남녀 사이에는 하룻밤 안에 만리장성도 쌓는다고는 하지만 서로에 대해서 아는 바도 전혀 없고 지금도 사랑한다는 감정보다는 그냥 이유 모를 그리움 정도만 느껴질 뿐이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강준은 그녀의 무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진다는 느낌이었다.
견디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과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가 피어오르는 것이었다.
그렇게 주변이 어둠으로 가득 뒤덮이고 난 뒤에야 강준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구덩이로 조심스럽게 다가가기 시작을 했다.
“훗! 정말 파티의 구성원이 특이하네.”
환자에 포로가 된 정체불명의 여자까지 동료 아닌 동료가 되어 버린 것에 강준은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강준은 자신도 사악한 악당이 되어 버린 느낌을 받고서는 쓴 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그렇게 행여라도 위험은 없는 지를 확인하고 난 뒤에 구덩이 속으로 들어간 강준은 구덩이의 내부를 보고서는 쓴 웃음을 지었다.
“정말 뭐하는 여자야?”
아직도 두려움에 떨고 있을 줄 알았지만 선혜는 편안하게 잠에 빠져들어 있는 중이었다.
눈가에 눈물 자국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미소까지 짓고서는 오랜만의 편안한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강준은 선혜의 팔과 다리의 매듭을 확인해 보고서는 불을 피우기 위해 연기 구멍을 파들어 갔다.
어둠이 계속되는 것에 불편을 느낀 강준은 연기나 냄새가 세어나가지 않도록 몇 가지 장치를 하면서 멀찍이 연기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려는 것이었다.
점점 요새화 되고 있는 베이스 캠프였지만 강준에게는 그런 일이라도 없으면 딱히 할 일이 없었기에 조금씩 쾌적한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흙을 파들어 가고 있는 도중에 바위들 사이의 틈들을 발견해서는 불을 피웠을 때 연기가 나가는 통로를 만들 수 있었다.
“운이 좋군.”
강준은 이 바위들의 틈을 통해 연기들이 분산되어 밖으로 빠져 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럼 불을 만들어 볼까?”
강준은 불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며 이미 준비했던 부식돌을 꺼내었다.
나무들을 비벼서 열을 통해 불을 붙이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런 방식은 힘이 너무 많이 들고 시간이 걸리는 방법이었다.
오히려 그런 방법보다는 부싯돌을 찾아내기만 한다면 별 큰 노력 없이 짧은 시간 안에 불을 만들어 낼 수가 있었다.
부싯돌은 일반 돌들이 아닌 규산염으로 이루어진 광물인 석영이나 석영 입자가 쌓여서 만들어진 암석들로 쉽게 우리가 말을 하는 차돌을 연상하면 된다.
불을 피우는 방법은 이 차돌 위에 마른 풀들을 올려놓고 다른 차돌을 마주치거나 그 것이 아니면 금속성의 물체를 마주 쳐서 불똥을 통해 불을 붙이는 것이었다.
탁탁탁!
그렇게 강준은 능숙하게 불을 붙이고서는 마른 낙엽과 함께 근처에서 주워온 나뭇가지들을 이용해서는 불을 붙였다.
그리고서는 구덩이의 밖으로 나가서는 불빛이 밖으로 세어 나오는지를 확인하고 연기가 내부로 들어오는지를 확인한 다음에야 안도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밤이 늦도록 몸을 움직인 강준은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남자와 잠에 빠져든 선혜의 몸 위에 마른 낙엽을 덮어 주고서는 구덩이의 입구로 올라가 경계를 서기 시작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