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53화 (53/161)

##53 13. 정체

강준은 구덩이로 돌아오기 시작을 했다.

그런 그의 뒤를 선혜가 따라 오고 있었지만 강준은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는 듯이 행동을 했다.

그렇게 구덩이 근처에 도착을 한 강준이 주변을 둘러보고서는 선혜를 먼저 들어가게 한 뒤에 자신도 따라서 구덩이 내부로 들어갔다.

“우와! 이런 곳에서 지내고 있었던 거에요?”

선혜는 구덩이의 내부가 생각 이상으로 넓다는 것에 놀랐다. 자신이 그 동안 찾아왔던 휴식처가 눈 앞에 있자 마음이 푸근해지는 기분까지 들었다.

선혜 또한 잠을 자거나 할 때는 불안함에 제대로 쉬지를 못했었다.

비록 불이 없는 것이 불만스러웠지만 그래도 제법 아늑한 것이 간만에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어둠 속이기는 하지만 살짝 스며들어오는 오는 빛에 주변을 둘러보던 선혜는 무언가를 보고서는 흠짓 놀랐다.

“뭐…뭐죠? 사람?”

한 사람이 한 쪽 구석에 누워 있었다.

신음을 흘리고 있는 것이 많이 다친 것 같았지만 강준에게 동료가 있다는 것이 조금은 의외인 느낌이었다.

“동료인가요?”

“아니.”

강준은 선혜가 동료냐고 묻는 것에 아니라고 답변을 했다.

당연히 자신의 답변에 선혜의 눈빛은 황당하다는 듯이 자신을 쳐다보았다.

“그럼 뭐에요? 설마 식량이기라도 한 거에요?”

순간 선혜는 인육을 먹기라도 하냐는 듯이 물었다.

의외로 인육의 역사는 무척이나 오래 전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현재에 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문명이 발전을 하면서 인육은 사람들로부터 터부시 되었지만 기아 상태에서 인육을 먹는 이야기는 상당히 흔한 일이었다.

그만큼 굶주림은 인간이 견디기에는 너무도 혹독한 것이었고 잔인한 것이었다.

섬의 몇몇 사람들 중에서도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렇게 인육을 먹고 있는 이들도 있을 터였다.

지금 현재 가장 구하기 쉬운 식량은 아마도 사람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한 번 인육에 맛을 들리게 된다면 참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인육을 점점 많이 먹으면 먹을 수록 그 사람의 눈동자가 붉게 변한다고 한다.

마치 광우병에 걸린 소들처럼 자신의 동료를 먹으면서 미쳐가는 것이었다.

선혜는 동료도 아니라는 남자가 신음을 흘리며 죽어가고 있는 것에 장난삼아 한 말이었지만 강준의 매서운 눈빛에 순간 덜컥 심장이 멈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설마 자신을 식량으로 삼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약한 생각까지도 든 것이었다.

물론 그랬다면 죽어 있던 3명의 남자 중에 하나라도 데리고 와야 했을 터였지만 말이었다.

“폭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다.”

“예?”

강준의 말에 선혜는 화들짝 놀라서는 강준을 쳐다보았다가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의 상상이 너무 터무니 없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아니 인육은 아니더라도 여벌의 생명처럼 붙잡아 둔 것이라는 생각을 한 선혜였다.

그런데 폭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라고 하자 선혜는 조심스럽게 남자의 팔을 바라보았다.

‘정말 없네.’

강준이나 자신의 팔에 있는 시계 모양의 폭탄이 누워 있는 남자에게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 남자의 팔목 부분도 역시나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강준은 그런 선혜를 그냥 놓아 두고서는 물병 통에 들어 있던 물을 남자의 입에 흘려 넣어줬다.

할짝! 할짝!

전이었으면 많은 양의 물이 그냥 흘러버렸을 터였지만 이번에는 무의식 중에서도 혀를 움직이며 물을 마시려고 하고 있었다.

‘운이 좋군. 아니 생명력이 끈질기다고 해야 하려나.’

식용이 가능한 나무 열매를 으깨서는 남자의 입 속에 넣어 주고서는 낙엽 속을 뒤져서는 작은 애벌래 하나를 찾아서는 남자의 입 속에 밀어 넣었다.

삼키고 삼키지 않고는 이제 남자가 할 일이었다. 이런 곳에서 죽과 같은 음식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서는 남자의 상처 부위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피는 멎은 듯 싶었지만 정글이라는 습한 날씨는 상처 부위를 썩어 들어가게 만들 수 밖에 없었다.

강준은 키나피와 근처에서 찾은 몇 종류의 약초를 섞어서는 간단한 소독제와 치료제를 만들었다.

그 소독제의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전혀 사용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좋을 것이었기에 남자의 상처 부위에 잘 붙여 놓았다.

그리고서는 자신이 죽였던 두 명의 남자의 옷을 전투 배낭에서 꺼내었다. 제법 지저분하기는 했지만 그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구하기 어려운 것인지를 잘 알기에 옷가지 전부를 벗겨서는 챙겨온 것이었다.

그렇게 깨끗한 부분으로 남자의 상처를 다시 감싸는 강준이었다.

“…….”

이런 강준의 행동을 보며 선혜는 놀랍다는 듯이 멍하니 바라보았다.

응급처지 정도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약초로 보이는 것을 이용해서 소독과 상처 치료까지 하는 것이 보통 솜씨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혹시 의사세요?”선혜는 강준이 혹시나 의사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대한민국이야 모든 남자들이 군대를 가기에 의사라고 해서 총기를 다루지 못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외국이야 총기를 다루는 의사는 드물었지만 대한민국은 의사들도 총기를 다룰 수 있는 경우가 많았으니 별로 이상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선혜는 곧장 들려온 강준의 말에 강준이 의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그럼 뭐하시는 사람이에요? 전에 보니까 제 화살도 피하고 꽤나 움직임도 좋으시던데.”

강준은 선혜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것을 알고서는 짜증이 일어나려고 했다.

설마 모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선혜는 자신을 공격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엇 때문에 자신을 공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것에서 이유라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불가능한 세계였다.

“유학생.”

“에이! 그런 거 말고요!”

선혜는 강준이 말을 한 유학생이라는 것에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했다.

그리고 그 때 선혜는 또 다시 자신의 몸이 공중에 뜬다는 느낌과 함께 푹신한 낙엽에 등이 닿는다는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제길! 너무 가까이 왔나?’

그 동안 강준을 따라가고 있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의 거리는 두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활에 화살을 재고서는 언제든지 속사를 할 수 있는 상태로 움직이고 있었다.

강준 또한 자신을 완전히 믿지 못한 채로 경계를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강준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던 것이었다.

믿는 것이 멍청한 짓이라는 것 정도는 선혜도 잘 알고 있었고 같은 한국인이라는 것은 그다지 안전판으로 두껍지도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폭탄이 터질 때 운이 좋게도 살아남은 사람을 강준이 치료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경계심이 약해졌는지 선혜는 겁도 없이 강준의 범위 안으로 들어와 버리는 실수를 해 버렸다.

아니 호기심에서인지 남자를 치료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려고 너무 다가온 것이었다.

그렇게 가까이에서 거기에다가 방심까지 한 덕분에 선혜는 다시금 강준에게 몸이 깔리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움찔!

선혜는 자신의 목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에 몸을 순간 떨어야만 했다.

“내 정체가 뭐냐고? 대한민국 특수전 사령부 707 특임단 소속의 스페셜 유닉이었다.”

강준의 목소리에서는 살기가 묻어나고 있었다.

그 살기가 너무나도 짙고 무거워서 선혜는 순간 숨을 쉬지 못할 것처럼 답답함을 느꼈다.

“자! 이제 정체를 밝혀 봐. 여자건 같은 한국인이건 봐 줄 생각 따위는 없으니까.”

처음부터 강준은 선혜를 이럴 목적으로 자신의 베이스 캠프로 데리고 온 것이었다.

언제 어디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전장에서 한가롭게 여자와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정체를 파악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너무 위험 부담도 컸고 무엇보다 상대가 거짓을 말하며 시간을 끌어도 자신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안전이 확보된 구덩이 속에서 선혜의 목에 나이프를 들이대고 묻는 것이었다.

여차하면 죽여버릴 각오로 말이었다.

“…….”

선혜는 강준을 노려보았지만 강준의 눈빛에서 머뭇거림 따위는 없다는 듯한 각오를 느끼고서는 입술을 깨물어야만 했다.

“말해. 정체가 뭐지.”

강준은 선혜가 말을 하지 않는 것에 나이프를 들고 있던 오른 손이 아닌 왼 손으로 팔과 가슴 사이를 손가락으로 누르기 시작을 했다.

“아앗! 아…아파! 아파!”

선혜는 강준이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어깨 근육 사이를 강하게 누르기 시작을 하자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강철이 몸을 누르고 있었기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선혜는 고통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지만 강준은 그런 눈물에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로 더욱 더 강하게 누르고만 있었다.

“말을 하는 것이 좋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어깨가 망가져 버릴 테니까. 말해. 말하라고! 넌 정체가 뭐야!”

강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화를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강준의 두 눈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런 강준을 보며 선혜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지만 강준은 그 떨림마저도 강하게 짖누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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