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52화 (52/161)

##52 13. 정체

강준과 선혜는 서로를 노려본 채로 상대의 목숨을 끊어 버릴 기세였다.

각자 손가락에 힘만 준다면 충분히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두 사람 모두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이 움직이는 순간 자신 또한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목숨을 구해줬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는 군.”

먼저 움직인 것은 강준이었다.

잔득 조롱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한 것이었다.

문제는 강준이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말을 한 것이 문제였다. 선혜는 갑작스럽게 한국어가 나오자 화들짝 놀라서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는 말을 했다.

“어? 한국인이에요? 까악!”

선혜는 설마 자신과 같은 한국인인지는 몰라서 되물은 것이지만 강준은 그러한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살짝 움직여지면서 활의 시위가 느슨해지는 그 짧은 시간 안에 강준은 몸을 숨이면서 선혜의 몸 쪽으로 파고들어 갔다.

‘활은 근접전에서 그다지 유용한 무기가 아니다.’

그 것은 소총 또한 마찬가지였다. 근접전에서의 최강의 무기는 나이프와 같은 단검류였다.

자유로운 움직임에 따른 공격 범위가 다른 무기들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일단 품 안으로 들어가면 활이나 소총류의 몸체가 긴 무기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게 된다.

물론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문제였지만 빈틈이 생긴 이상은 선혜가 강철을 막을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었다.

“이익!”

선혜는 자신의 실수가 이토록 치명적으로 다가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강준의 움직임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빠르고 강했다.

자신의 몸이 땅에서 들리는 듯 하더니 그대로 땅바닥으로 매다 꽂혔다. 그리고서는 곧바로 자신의 이마에 차가운 금속성 재질의 느낌이 전해졌다.

철컥!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눈빛을 한 남성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아! 또 이 꼴이네.’

방금 전에 겨우 빠져 나왔다고 생각을 했는데 다시 이런 꼴인 것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포기가 빠르군.”

강준은 완전히 체념을 했다는 눈빛의 선혜에 기가 막혔다.

지금까지 살아남고 자신을 두 번이나 죽일 뻔 해 놓고서는 지금에 와서는 죽일 테면 죽이라는 듯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한국인이에요?”

그런 강준의 말에 선혜는 자신이 궁금해 하는 것이나 듣고 싶다는 듯이 강준에게 한국인이냐는 질문을 했다.

“쪽바리 개색기. 짱개 개색기! 어때? 이러면?”

“쿡! 한국인 맞네요.”

한국인이라면 중국과 일본 모두 싫어하기에 강준의 욕설에 선혜는 뭐가 그리 웃긴 것인지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처지를 전혀 모르는 듯이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선혜에 강준은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죽는 것이 무섭지 않는 거냐?”

강준은 선혜에게 죽음이 두려지 않냐고 물었다. 지금 선혜를 보아서는 전혀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니요! 죽는 거 정말 싫어해요.”

선혜는 몸서리까지 치면서 싫다고 말을 했다. 총구가 자신의 이마에 겨누어지고 있는데도 그런 반응을 보이자 강준은 맥이 풀릴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강준은 방심을 할 생각이 없었다.

허튼 수작을 부리려고 한다면 그대로 방아쇠를 당겨 버릴 생각이었다.

“저 안 죽이실 거잖아요.”

“흥! 내가 왜 너를 안 죽일 거라고 믿는 거지?”강준은 이 죽음의 게임을 하고 있는 중에 선혜의 말에 기가 막히다는 듯이 물었다.

“한국인이니까.”

“…….”

그리고 나온 선혜의 말에 강준은 진짜로 맥이 풀려 버렸다.

한국인이 무슨 벼슬도 아니지만 강준에게 있어서는 그래도 반가운 존재이기는 했다.

“제길!”

“히히!”

강준은 웃고 있는 선혜를 보며 이를 갈았다. 선혜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어려 보였다.

고작해야 20대 초반이나 되었을까 싶은 나이로 강준에게로 따진다면 여동생과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결국 강준은 선혜로부터 살짝 떨어져 나왔다. 권총을 겨누고는 있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허튼 수작을 부리려고 한다면 발사를 할 수 있도록 손에 쥐고 있었다.

강준은 죽이지 않은 채로 그냥 자신이 물러서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늘 3명이나 죽였으니 오늘은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강준의 타이머는 168시간을 가리키고 있었으니 시간도 충분했다.

“아! 잠시만요. 제 이름은 최선혜라고 하는데요! 아저씨 이름은 뭐예요.”

움찔!

강준은 선혜가 자신의 이름을 소개 하는 것에 몸을 움찔했다.

“아저씨 아니거든!”

결론은 아저씨라고 한 말이 거슬렸던지 짜증을 내는 강준이었다.

“에이! 그 나이면 아저씨지. 알았어요! 오빠는 이름이 뭐예요.”

꽤나 예쁘장한 선혜가 밝은 표정으로 오빠라고 하는 것에 강준은 왠지 모르게 이유없이 기분이 좋아졌다.

한국 남자의 본능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 단어에 대한 그리움과 떨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의 이름 정도는 알려줘도 상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강준 자신도 언제 어디서 죽을지 알 수 없었기에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이름 하나 정도는 남겨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강준.”

강준은 자신의 이름만을 이야기 하고서는 조금씩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녀와 통성명을 하기는 했지만 선혜와 같이 다닐 생각은 없었다.

아무리 같은 한국인이라고 할지라도 그녀를 무턱대고 믿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냥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내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호의이다.’

강준은 선혜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호의라는 생각을 하며 그녀에게서 시선을 때지 않고 물러서고 있었다.

땅바닥에 주저 앉아서는 그런 강준을 싱글벙글 웃고만 있던 선혜도 강준을 그냥 바라만 볼 뿐이었다.

어설프게 자신의 활과 화살을 주으려고 했다가는 이번에는 정말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혜는 강준을 그냥 놓아 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았다.

“강준 오빠. 그 거 아세요. 우리를 이 곳에 납치해 온 작자들의 정체에 대해서요.”

움찔!

강준은 선혜의 말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정체불명의 집단에 의해서 지금까지 아는 바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눈 앞의 선혜라는 여자가 마치 알고 있는 듯이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당장 강준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누구지?”

당장에라도 찢어 죽여 버리고 싶다는 듯이 노려보는 강준에 센혜는 살짝 몸을 떨면서 대답을 했다.

“에드코 미하일. 시실리 마피아의 이인자. 첸 하이롱. 삼합회 홍콩지부 위원장. 다나카 신조. 일본 극우 야쿠자인 백야회의 두목.”

각종 세계적인 범죄조직과 그 조직의 두목들이 선혜의 입에서 나왔지만 강준은 아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강준은 과거 군인이었지 경찰이 아니었다.

군인들이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런 이들을 알고 있을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다만 자신이 이 곳에서 빠져 나간다면 그 작자들을 죽여 버리겠다고 생각하며 머리 속에 선혜가 알려준 인물들을 기억하려고 애쓸 뿐이었다.

“후우!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들이 아니라 흑십자단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체에요.”

“흑십자단?”

강준은 또 다시 들려온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존재들에 인상을 찡그렸다. 일반인들인 자신들과는 도무지 아무런 접점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들이 무슨 원한으로 자신들을 이렇게 붙잡아 두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도록 만든 것인지 이해 할 수 없었다.

“나머지를 듣고 싶으시면 저를 데리고 가 줘요.”

강준은 선혜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강준에게는 중요한 듯 하면서도 전혀 중요하지 않는 정보만을 준 선혜였다.

아니 선혜의 말을 온전히 믿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

무슨 흔해 빠진 음모론처럼 세상을 지배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강준은 선혜의 말을 전혀 믿을 수 없었다.

‘내 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을 수 없다.’

강준은 선혜를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다시금 강준의 몸이 뒤로 물러서려고 하자 선혜는 그제야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을 그냥 버리고 가 버리려고 한다는 것을 안 것이었다.

“아! 진짜! 정 못 믿겠으면 섬의 중앙에 있는 관제 센터로 가보시면 알 것 아니에요!”

움찔!

강준은 선혜의 말에 충격적인지 멍하니 선혜를 바라보았다.

“관제 센터?”

설마 그런 것이 있는지 몰랐다는 듯이 선혜를 바라보고 있자 선혜는 그제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강준을 바라보았다.

“나 데리고 가요. 그러면 위치 알려 줄 테니까요.”

마치 위치를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하는 선혜에 강준은 갈등을 했지만 이미 결정은 내려진 상태였다.

강준으로서는 데일리의 복수를 해야만 했고 그 관제 센터라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면 그 내부의 존재들을 전부 죽여버려야만 했다.

결국 굳은 표정의 강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선혜는 미소를 지은 채로 몸을 일으키더니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자신의 활과 화살을 들었다.

“아! 잠시만요!”

강준을 따라가려고 하던 선혜는 잠시 강준에게 말을 하고서는 화살을 들고서 자신의 옆에서 쓰러져 있는 남자에게로 다가갓다.

강준이 넝쿨로 목을 조를 때 자신이 직접 화살을 쏜 상대였다.

“그럼 실례!”

선혜는 그대로 화살로 남자의 눈을 내려찍어 버렸다.

아직 숨이 붙어 있던 남자는 화살이 눈을 뚫고 들어와 뇌에 박히는 것에 그대로 즉사를 해 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혜의 손목 시계의 타이머가 리셋이 되었다.

“…….”

강준은 그런 선혜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바라보았다.

‘도무지 뭐하는 애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고 정체불명의 집단의 정체를 알고 있다.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 짓일까?’

강준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면서 땀으로 가득 찬 권총의 손잡이를 꽈악 붙잡았다.

[작품 후기]

ㅡㅡ; 이건 또 왜 전부 안 올라가고 중간에 짤리는 거지 ㅜㅜ

다시 재 수정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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