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12. 미지의 여전사
손쉬운 상대들이었다.
사람을 죽여 보았다고 해도 결국에는 일반인들에 불과했다.
그런 일반인들이 아무리 척박한 환경과 가혹한 상황 속에서 일주일 이라는 시간을 겨우 버텨냈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렇기에 강준은 약간은 미안할 정도였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강준으로서도 정글에서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불리했다.
아니 생존 가능성이 극도로 낮아 질 수 밖에 없었다.
‘한 달? 과연 버틸 수 있을까?’
강준은 자신이 이 상태 그대로 정글에서 한 달 정도를 버틸 수 있을까 생각을 해 보았다.
결론은 해 봐야 아는 것이지만 두 달 이상을 버티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그 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영양실조에 병으로 힘들어 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는 단계였다.
굳이 서로가 서로를 죽이지 않더라도 한 달 이상을 정글 속에서 버텨 내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일 수 밖에 없었다.
당장 정신력이 버텨내줄 수가 없을 것이었다.
그렀다면 결론은 강준 자신이 버텨낼 수 있기 전까지 최대한 사람들을 제거해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준의 무의식은 그렇게 강준에게 은밀하게 외치고 있었다.
-최대한 많이 그리고 많은 적들을 제거해 놔라.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생존 확률은 줄어든다.-
최후의 10인에 속해서 복수를 해야만 했다.
결국 남아 있는 이들을 모두 제거하고 난다면 굳이 몇 달 씩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오천 여명의 사람들 중에 단 한 사람이 살아남는 시간은 3개월, 하지만 10명이 남는 것은 2달도 채 되지 않는다. 물론 산술적이기만 한 계산이야. 절대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해. 결국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작자들은 그 누구도 살아남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강철은 단 한 명을 살려준다는 것도 거짓이라는 생각을 했다.
분명 헛된 희망을 주는 것일 터였다.
어느 정도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사람들은 이 게임 룰의 맹점에 대해서 강준처럼 이해를 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는 시간이라는 것 보다는 단 한명만이 살아서 이 곳을 탈출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머리 속이 가득 차 있을 터였다.
결국 일주일에 한 명 이상의 사람을 죽인다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 위에 단 한 명만 남을 때까지 싸우라는 소리였다.
힐끔!
강준은 어디엔가 카메라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어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여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두 명의 남자들을 죽이고 난 뒤에 강준은 마지막 남은 남자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움직이려는 사이 여자의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제길!”
생각보다 더 빨리 들려온 비명소리에 강준은 빠르게 달려갔다.
선혜는 강준에게서 도망을 쳐서는 적당한 휴식처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적당한 휴식처라는 곳이 그리 쉬게 보이는 것도 아니었고 먹을 것이라던지 물을 구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겨우겨우 과거에 보았었던 야생의 사탕수수들을 발견해서는 껍질을 뜯어 단맛만을 빨면서 버텨오고 있었다.
“후우! 전투 배낭의 식량도 이제 다 먹었는데 어쩌지?”
이제는 헐렁한 전투 배낭의 무게를 느끼면서 한 숨을 내쉬었지만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최대한 버텨야지.”
선혜는 주먹을 불끈 쥐고서는 마지막까지 살아나가겠다고 당차게 마음 먹었다.
의외로 강심장인지 자신에게 닥친 최악의 상황을 무던히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가려고 하는 그녀였다.
사실 그녀는 대한민국의 양궁 국가대표 선수였다.
비록 과거였고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활에 있어서는 경지에 오른 선수였다.
대한민국의 양궁 국가대표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한 것이었고 그 훈련들도 어지간한 군대의 군인들 이상을 받았다.
오죽하면 해병대와 동일한 훈련과 특전사급의 생존 훈련을 받았을 정도였으니 세계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수십년 째 지켜오고 있는 일이었다.
한마디로 그녀가 포기 하지 않고 지금까지 버텨온 것도 다 그런 경험들 덕분이었다.
물론 그 것도 점점 버텨나가는 것이 힘들어 지고 있었지만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사람을 우여곡절 끝에 죽이고 난 뒤 부터는 그녀의 두 눈에 독기가 서려 있었다.
“으! 하필이면.”
그렇게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식량으로 쓸 것과 휴식처를 찾다가 소변이 마려워지는 그녀였다.
이렇게 볼 일을 볼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참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그녀는 적당한 수풀로 들어가서는 바지를 내린 채로 소변을 보기 시작을 했다.
“후아! 살겠다. 후우! 다른 건 모르겠지만 화장지만 있었으면 좋겠는데.”
지금 이 순간 선혜가 가장 바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화장지였다.
평소에는 정말 별 것 아닌 물건이었지만 화장지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가장 필수적인 생활 용품 중에 하나였다.
화장지의 존재로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바뀌었을 정도였으니 선혜나 다른 생존자들 모두에게 있어서 화장지는 꽤나 바라는 물건이었다.
그렇게 선혜는 소변을 보고서는 일어서려고 할 때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응? 까아악!”
그리고 그렇게 뒤를 돌아보았을 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눈을 볼 수 있었다.
“이익!”
급히 몸을 일으켜서는 옷을 입으려고 했지만 상대가 더 빨랐다.
“크크크! 이거 오늘 운이 좋은데. 생각보다 예쁜 궁댕이야!”
남자는 선혜를 덮치면서 그녀의 양팔을 붙잡고서는 그대로 땅바닥으로 눌렀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자신의 동료들이 달려와 자신을 도울 것이었다.
사회에서라면 생각도 못했겠지만 지금은 도덕이니 법이니 하는 것 따위는 떠오르지 않았다.
“흐흐흐! 아주 천국으로 보내 줄 테니 기대하고 있으라고.”
“이익! 이!”
선혜는 힘으로 반항을 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무리 운동선수로서 꽤나 단련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미 남자의 몸에 깔린 상태에다가 상대의 힘도 보통이 넘었다.
‘제길 방심했어!’
선혜는 반항을 하다가 결국에는 남자에게 능욕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서 반항을 했다.
이대로 능욕으로 끝나지 않고 죽임까지 당하게 될 터였다.
“이 봐! 빨리 오라고! 내가 이 여자를 붙잡았어! 이제 즐겨야지! 크크크!”
남자는 동료를 부르는 듯이 외쳤다.
선혜는 그 남자의 말에 희망이 사라진다는 듯이 몸에서 힘이 빠지려는 느낌이었다. 설마 동료까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크크크!”
남자는 선혜를 보면서 벌써부터 자신의 물건이 바짝 긴장을 하는 것을 느꼈다. 지난 시간 동안의 긴장과 스트레스로 인해 어떻게든 풀고 싶다는 본능이 앞서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에게 있어서 섹스는 훌륭한 해소의 방법 중에 하나였다.
물론 지금의 것은 강간이었지만 어차피 주변 모든 것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그만 앙탈 부려. 너도 알잖아. 그 누구도 너를 구해 줄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즐기자고. 혹시 알아 네 조개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면 우리가 너를 동료로 삼아 줄지 말이야. 크큭! 그러니 너도 살고 싶으면 적극적으로 우리를 만족시켜 보라고. 그게 너에게도 좋은 일이야.”
이런 환경에서 여자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었다.
자신의 몸을 강한 자에게 내어 주고 안전을 보장 받는 것.
그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고대부터 여성의 생존 수단은 강한 남자에게 자신의 안전을 보장 받는 것이었다.
현대에 와서 환경 자체가 생존에는 문제가 없게 된 다음에야 여성이 더 이상 남성에게 의존을 하지 않게 되었지 과거에는 의존을 하지 않는다면 생존 자체가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의외로 여성은 남성들보다 열악하고 가혹한 상황 속에서 더 높은 생존력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것은 자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식들의 생존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본능 때문이었고 그렇게 여성은 자신의 몸을 팔아 자신의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곳이나 무법천지의 지역에서 이런 여성들이 이런 방법으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선혜는 그런 남성의 말에 이를 악물었다.
남자의 말처럼 그 누구라도 자신을 구해 줄 사람은 없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눈 앞의 남자와 그의 동료들 앞에서 엉덩이를 흔들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도 들고 있었다.
그 것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선택 사항이라는 것이었다.
시원하게 욕 한마디 해주고 죽는 건 쉬웠지만 자신을 기다릴 가족들과 지인들을 위해서는 그냥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거기에다가 선혜는 애원을 해 보았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남자의 눈에서부터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쳐다 보지마! 나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나도 작지만 탄탄한 무역회사의 사장이었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죄를 지은 적도 없고 그 흔한 교통 위반도 해 본 적이 없다고! 이 빌어먹을!”
남자는 선혜의 눈빛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이 왜 이런 눈빛을 받아야만 하고 이런 상황에 처해야 하는지 아직도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선혜를 붙잡고 있는 사이 뒤 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오! 어서 와! 빨리 이 여자 좀 붙잡아 봐! 힘이 보통이 아니야!”
남자의 말에 선혜는 결국 포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건장한 남자 두 명 이상이라면 자신이 아무리 용을 쓰더라도 힘들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때 선혜는 남자의 뒤로 조금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동양인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동양인의 얼굴이 무척이나 낯이 익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 커억!”
강준은 선혜를 붙잡고 있느라 정신이 없는 남자의 목에 넝쿨을 양 손으로 붙잡고서는 그대로 감아서는 조여 버렸다.
남자의 손이 넝쿨을 풀기 위해 목으로 향했지만 이미 목 안 쪽으로 파고들어 가는 넝쿨을 붙잡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거기에다가 강준의 힘은 결코 남자의 아래가 아니었다.
“당신한테는 원한은 없소. 다만 이 지옥에서 먼저 빠져나간다고 생각해 주시오.”
강준은 남자에게 사과를 하며 더욱 더 손에 힘을 주었다. 이대로 몇 초만 지난다면 남자의 숨은 끊어지게 될 터였다.
하지만 남자는 강준에 의해 죽음을 당하지 않았다.
퍽!
남자의 심장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와 박히는 무언가에 강준은 화들짝 놀라서는 남자의 목을 조이고 있던 넝쿨을 풀고서는 곧바로 권총을 들어 앞으로 겨냥을 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강준은 이를 갈며 자신을 향해 활을 겨냥하고 있는 선혜를 노려보았다.
선혜 또한 강준을 노려보며 입술을 깨물은 채로 강철을 노려보고 있었다.
[작품 후기]
죄송합니다.
분명 한편만 올렸는데 연달아 같은 것이 두번이 올라갔네요 ㅠㅠ
오류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같이 올라간 것 삭제 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게 봐주시는 독자 분들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