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12. 미지의 여전사
강준은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구덩이 주변으로 다가오는 이들을 감시하기 위해 경계선을 설치해 놓은 상태였다.
그 경계선과 연결되어 있는 나무 조각들이 소리를 냈다는 것은 누군가가 이 근처를 지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 존재로서는 그냥 나무들 사이로 이어진 넝쿨로만 알 터였지만 강준에게 있어서는 사냥감이 걸려들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강준은 조심스럽게 구덩이의 입구 주변 수풀까지 이동을 해서는 자신이 설치 해 놓은 경계선 주위를 훑어보기 시작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강준의 눈에 포착이 되었다.
‘도무지 저 여자는 뭐하는 여자지?’
강준은 경계선에 걸린 여자가 바로 자신을 두 번씩이나 공격했던 여자임을 알고서는 황당해했다.
자신에게 무슨 원한이 있기에 이리도 끈질긴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커다란 활을 든 채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여자는 강준의 구덩이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단순히 이 곳을 지나가는 것인지 그렇게 움직이고만 있는 것이었다.
강준은 그런 그녀에 대해서 어떻게 할지를 고심했다.
죽일 수 있는 각오는 되어 있었고 지금이라도 죽일 수도 있었지만 그녀가 한국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 꺼려지는 것이었다.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이유가 별 것이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오랜 시간 외국에서 지내오면서 강준은 한국인들과 의도적으로 같이 지내지 않으려고 했었다.
유학을 온 이상 한국인들과 어울리게 되면 언어라든지 해당 국가의 문화에 대한 접근성이 무척이나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강준은 한국인들이 그다지 많이 살지 않는 곳에서 지내면서 친구들도 대부분 외국인들로만 만나왔다.
그러하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음식과 한국어 그리고 한국인들이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한 평생을 한국에서 살아 왔는데 고작 몇 년 동안 한국의 흔적을 자신에게서 지우고자 한다고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나 꽤나 애국심이 깊은 강준으로서는 한국이라는 국가는 단지 국가나 민족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애정으로 남아 있었다.
‘제길! 운 좋은 줄 알라고.’
강준은 과거 특전사로 있을 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선서를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런 자기가 설사 공격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지켜야 할 국민을 죽일 수는 없다는 강준 자신이 생각해도 웃긴 생각을 한 것이었다.
물론 상대가 다시 덤벼 온다면 그때는 인정사정 봐 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상대가 한국인이라면 자신이 나서서 그녀를 죽일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강준은 그녀를 그냥 놓아주기로 결심을 하고 그녀가 사라질 때까지만 주시를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이어서 한국인이라는 동질감과 애정이 강준의 살기를 억누르는 것일 터였다.
머리 속에 잔득 광기로 가득 차 있었지만 아직 인간이기를 간절히 원하는 강준이었기에 같은 민족 같은 국민을 먼저 나서서 죽이고자 하는 마음까지는 없었다.
‘내 국민 내 민족을 내 손으로 죽일 수는 없다. 그 것이 나 강준이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지킬 최소한의 가치이다.’
강준은 그렇게 땅바닥에 엎드린 채로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 때 강준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뭐지?’
강준은 그녀가 지나가고 난 뒤 그녀가 지나 왔던 곳에서 세 명의 남자가 그녀를 미행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세 명의 남자도 강준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있는 듯 했지만 여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듯이 미행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강준은 여자와 같은 동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들이 곧 여자를 포위하는 형태로 움직이는 것을 강준이 몰라볼 수가 없었다.
‘노리고 있다.’
강준은 세 명의 남자가 여자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론은 그들이 동료가 아니라는 것이었고 그녀가 세 명의 남자들에게 어떤 꼴을 당할지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강준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만 했다.
강준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혼자서 세 명을 모두 상대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물론 애송이들 따위 몇 명이라도 전장에서 상대를 하고자 한다면 못 할 것은 아니었지만 위험을 깜수하면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냐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강준의 고민은 그리 길지는 않았다.
‘어차피 사냥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낸 눈 앞에서 한국인이 다른 놈들에게서 죽는 꼴은 못 보겠다.’
강준은 어차피 죽여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뻔히 그냥 있으면 다른 놈들에게서 한국인이 죽는다는 것이 싫었다.
다행인지 세 사람은 여자가 활을 가지고 있는 것 때문인지 몰려 있지 않고 포위를 해서 붙잡으려고 각자 떨어져서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강준으로서는 각개격파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그렇게 강준은 다른 이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한 남자의 뒤를 밟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윽!
인간의 인기척은 주변의 물건들을 건드려서 내는 소음도 있었지만 가장 큰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호흡이었다.
호흡 소리는 분명 그리 큰 것은 아니지만 적막한 곳에서 호흡은 상대의 감각으로 하여금 이상함을 느끼게 한다.
인간도 기본적으로 맹수와 같은 사냥꾼이었다.
그런 사냥꾼들의 야생의 감각은 인간이 현대 사회 속에서 그 야생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해서 간단히 사라질 그런 성질이 결코 아니었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묘한 감각을 인간의 모든 감각기관이 포착을 해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호흡을 통해 존재감을 극도로 낮추게 된다면 알아차리는데 어려움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것은 바로 뒤에 있으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흡!”
강준은 여자에게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한 남자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서는 목을 정글도로 그어 버렸다.
목의 성대부분을 강하게 그어 버렸기에 입에서 손을 땐다고 해도 남자는 말을 할 수 없을 테지만 작은 소리도 나오지 않도록 남자의 입을 틀어 막은 채로 숨이 끊어지기를 기다렸다.
성대가 손상이 되면서 동맥까지 건드린 것인지 피가 사방으로 튀었지만 강준의 두 팔은 버둥거리는 남자의 몸을 강하게 움켜쥐고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툭!
그렇게 숨이 완전히 끊어진 남자를 땅바닥에 조심스럽게 눕힌 강준은 남자의 손에 들려 있는 작은 나이프를 챙기고서는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마치 유령과도 같은 행동이었고 요인 암살은 707 스페셜 유닛들의 기초 훈련 과정 상에 있는 것이었기에 이런 행동을 수도 없이 많이 해 보았던 강준이었다.
그렇게 한 명을 처리한 강준의 표정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우쭐거림도 죄책감도 전혀 없이 오직 임무에만 집중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강준은 다른 상대를 제거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 남은 한 남자의 뒤를 볼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난감한 상황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확인하면서 움직이는 군. 이대로라면 들키겠는데.’
강준은 방금 전에 제거를 한 남자와는 달리 남은 두 사람이 서로의 시야에 보이는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에 한 사람을 죽이면 곧장 들킬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이라면 권총을 가지고 있는 이상 상대 못할 것은 없었지만 괜히 주변에 소음으로 알리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강준은 고심을 하다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미소를 지었다.
‘낙오를 시키면 되는 거지.’
강준은 어차피 그녀가 자신이 보는 데서 죽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눈 앞의 두 남자들이 그녀를 공격하러 가지 못하게만 만들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여자와는 달리 두 남자들은 살려 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강준은 은밀하게 두 남자 중 조금 더 뒤에 위치하고 있는 한 남자의 뒤를 따라 가다가 그 남자의 왼쪽 방향의 전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서는 어느 정도의 거리에 와서는 전투 배낭에서 가시가 박혀 있는 넝쿨을 꺼내들었다.
독이 발라져 있는 넝쿨이었지만 독은 강준의 목적이 아니었다.
잠깐의 시간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강준은 들키지 않도록 남자의 진행 방향 앞으로 넝쿨을 던졌다.
툭!
넝쿨이 던져지면서 소리가 나자 자신의 앞에서 무슨 소리를 들은 남자는 순간 몸을 움찔 했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별 다른 이상이 없자 다시 앞을 향해 걷기 시작을 했다.
그러는 동안 강준은 등줄기에서 식은 땀이 가득 흐르고 있었다.
강준으로서도 꽤나 모험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강준은 남자들이 별 문제 없이 여자를 따라가는 것에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원거리 무기가 없는 듯 조심스러운 남자들이었다.
여자에게서 원거리 무기가 있는 반면에 자신들에게는 고작해야 나이프 정도의 무기들 뿐이었으니 이리도 조심스러운 듯 보였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남자들이 여자를 덮쳤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강준은 한 남자의 진행 방향을 향해 던져진 가시가 박힌 넝쿨을 손에 쥐고서는 땅바닥에 엎드린 채로 기다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렇게 남자가 걸음을 옮기며 자신이 던져 놓은 넝쿨에 다가가기만을 기다리다가 마침내 넝쿨의 바로 앞에 도착을 하자 강준은 그 넝쿨을 잡아 당겼다.
“으윽!”
남자는 가시가 자신의 다리를 찌르는 것에 신음을 흘리려다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리고서는 지금의 통증의 정체를 확인하다가 옷을 찌르며 살에 박힌 가시들을 보고서는 인상을 구길 수 밖에 없었다.
그와 함께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던 남자가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손을 들어서는 별 문제가 없다는 표시를 내리면서 먼저 가라고 손을 내저었다.
‘제길! 하필이면 이런 곳에 가시 넝쿨이 있을 것이 뭐람! 제기랄! 쓰라려 죽겠네.’
수풀이 우거진 곳 속에 간혹 이런 가시 넝쿨들도 있었기에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는 남자였다.
옷을 찢고 파고들어 가서 이 가시 넝쿨을 뜯어내야만 했다.
그런다고 자신 때문에 여자에 대한 미행을 놓칠 수는 없었다. 여자가 활을 가지고 있어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자신을 제외한 두 명이라면 충분히 제압도 가능할 것이었고 자신 때문에 미행에 놓치기라도 한다면 그 것도 문제이기에 눈에 보이는 동료에게 먼저 가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서는 무릎을 굽히고서는 자신의 정강이에 걸린 가시 넝쿨을 제거하기 위해 수풀 속에 앉았다.
“제길! 쓰라려 죽겠네. 이건 또 왜 안 뜯겨?”
남자는 손가락에 가시가 안 박히도록 조심을 하며 천에 박힌 가시를 뜯어내었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은 아니었지만 가시가 바지의 천을 뚫고 들어가서 뜯어내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가시를 때어낸 남자는 한 쪽으로 던져 넣으면서 넝쿨을 치웠다.
그리고서는 다시 동료들을 따라가려고 할 때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 정체불명의 손에 기겁을 해야만 했다.
푸욱!
강준은 경악을 한 채로 놀라는 남자의 심장에 나이프를 깊게 박아 넣고서는 남자의 숨이 끊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원한 따위는 없다.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야.”
강준은 자신의 손에 묻은 붉은 피를 보고서는 남자의 심장을 찌른 나이프를 천천히 빼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