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49화 (49/161)

##49 12. 미지의 여전사

강준은 키나피와 함께 몇 가지 열매들을 가지고서는 베이스 캠프인 구덩이로 향했다.

아직까지는 사람들의 활동이 활발하지는 않았다.

아직 서로들 간에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일 터였다.

‘분명 몇 일 내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겠지. 이제 일주일 정도 지났으니 이 정글에 어느 정도는 적응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이란 때로는 바퀴벌레와도 같은 생존력과 적응력을 보여주는 존재들이었다.

특히나 자신들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을 때는 잠재능력까지 모조리 동원을 해서 그 생존력과 적응력을 보여주고는 했다.

이미 적응을 하지 못하는 이들은 거의가 도태가 되었다고 봐야만 했다.

물론 아직은 운이 좋아 살아남아 있는 이들도 있을 터였지만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는 이들은 최소한의 기본은 갖추고 있다고 봐야만 했다.

그렇게 강준이 구덩이로 돌아가고 있을 때 강준은 죽어있는 시체를 볼 수 있었다.

“…….”

처음에는 사람임을 알아보고서는 즉시 몸을 숙였지만 미동도 하지 않은 데다가 주변으로 온통 피가 튀어 있는 것에 시체임을 알아보았다.

데일리와 마찬가지로 폭사를 해서 죽은 시체임을 알아본 강준은 입술을 깨물었다가 데일리의 일이 떠올라 조심스럽게 시체를 향해 다가갔다.

그 시체를 데일리처럼 땅에 묻어둘 생각은 없었다.

그럴 수 있는 시간도 그럴 여유도 강준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도 이기적인 놈이구나.’

강준은 행여나 자신의 타이머의 시간이 늘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유용한 무언가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가치를 저버리는 행동들과 생각이었지만 생존이라는 것 아래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체로부터 10여 미터 정도까지 다가간 강준은 활을 들어 올려서는 시체를 향해 겨누었다.

“죄송합니다.”

시체에게 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강준은 사과를 하고서는 활의 시위를 놓았다.

그러자 화살이 빠른 속도로 시체를 향해 날아갔다.

푹!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안정된 자세로 발사가 된 화살은 시체의 몸에 그대로 박혀 들어갔다.

위장을 한 것이라면 화살이 몸에 박힌 것에 펄쩍 뛰었겠지만 역시나 미동도 하지 않는 시체에 강준은 죄책감을 느끼며 그제야 시체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본 시체는 젊은 남성 아니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소년이었다.

그런 소년의 얼굴에 강준은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안타까웠다.

“미안하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강준은 고통 속에 잔득 일그러진 표정을 지은 채로 죽어 있는 소년을 보고서는 손으로 부릅 떠진 눈을 감겨줬다.

이미 사후 경직이 진행이 된 상태였기에 편안하게 몸을 펴 줄 수가 없었다.

“이미 누가 왔다 갔었나 보군.”

강준은 타이머가 다시 리셋이 되지 않는 것에 이미 누군가가 왔다 갔음을 알았다. 그렇다면 아이에게서 쓸 모 있는 것을 얻기란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아무런 소득이 없는 강준은 소년의 시체를 그냥 놓아 둔 채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적당히 구덩이라도 파서 묻어 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는 동안의 체력 소모는 결코 현명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렇게 강철이 떠나고 난 뒤에도 여러 명의 사람들이 그 시체로 다가왔고 확인을 하고 난 뒤에 사라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누구도 그 시체를 불쌍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없었다.

오히려 불쌍한 것은 살아남은 자신들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삶에 대한 미련과 욕구 그리고 두려움 속에서 이 지옥 같은 곳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 몸부림 치고 있었다.

그렇게 눈동자 속에 가득 두려움을 품은 채로 시체인 소년을 보고 가는 것에 일그러졌던 소년의 얼굴은 신기하게도 점차 일그러짐이 사라지고 미소가 지어져 가고 있었다.

만약 강준이 다시 소년의 얼굴을 보았다면 분명 표정이 바뀌고 웃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렇게 소년은 살아남은 이들을 비웃으며 그렇게 처절한 생존 게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강준은 추격자를 따돌릴 겸 그리고 전투 배낭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해서 주변을 좀 더 수색하고 멀찍이 돌아서 구덩이에 도착을 했지만 더 이상의 특별한 것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전투 배낭은 많이 풀리지 않은 것인가?’

강준은 아쉬움이 가득한 채로 카다피 외에는 그다지 소득이 없던 수색을 끝마치고서는 구덩이 앞에 도착을 했다.

꽤나 위장을 해 놓기는 했지만 곧바로 구덩이 속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지상에서 구덩이 속을 볼 수가 없었기에 저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구덩이에서 나오기 전에 설치 해 놓았던 부비트랩들을 먼저 확인을 했다.

누군가가 들어왔다면 그 것을 건드렸을 것이고 그 것을 건드렸다면 결코 멀쩡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일단 부비트랩은 전부 멀쩡하다.’

강준은 부비트랩들이 정상적으로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조심스럽게 구덩이 내부로 들어갔다.

과도하게 조심스러울 수도 있었지만 과도한 경계가 부족한 것보다는 낫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군대에서도 경계에 실패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내는지에 대해서 뼈 저리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구덩이에 들어온 강준은 한 쪽 구석에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당신도 꽤나 질기군.”

하루 이틀 정도 버티다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남자는 아직도 살아 있었다.

그런 남자를 보며 강준은 남자의 왼 팔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피는 멈춘 것 같았지만 그간 흘러나온 피 때문에 붉게 물들어 있었다.

물론 어둠 속이라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강준은 남자의 입에 물을 흘려 넣어주고서는 카디피를 아주 작게 조각내어서 남자의 입에 집어넣었다.

진통 효과와 함께 몸에서 나는 열을 낮춰 줄 터였다.

거기에 모기들로 인해 말라리아가 걸리는 것을 예방해 줄 터였다.

강준은 자신도 카다피를 작게 부스러 트려서는 입 속으로 넣었다.

그리고서는 따가지고 온 열매를 남자의 입에 과즙으로 흘려 넣어 주었다.

“정말이지 웃기게도 내가 왜 당신에게 이렇게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소. 이름도 모르고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도 모르는 데 말이요.”

강준은 묘한 눈으로 죽음과 싸우고 있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물론 대답을 바라는 질문들은 아니었다.

지금은 대답을 할 수도 없다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정도의 부상이라면 치료를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움직이는데 몇 주는 소요가 될 터였다.

하지만 정상적인 치료는 커녕 임시방편인 치료와 부족한 영양으로 인해 악화만 되지 않으면 다행일 터였다.

분명 남자와 마찬가지로 폭발에 살아남은 일부의 사람들도 있기는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에 끝까지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생각 이상으로 가혹한 환경이었고 결코 부상자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들이었다.

“다만 내가 당신을 죽일 필요가 없고 당신 또한 나를 죽일 필요가 없기 때문인 것 같지만…. 아니 어쩌면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서일지도 모르지.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되고 믿을 수도 없는 것이 너무나 두려워서 말이야.”

강준은 자신의 본심을 이야기 하면서 몸을 떨었다.

자신 스스로가 강인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의지가 강하고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는 그런 슈퍼 영웅이 아니었다.

오히려 힘들어하고 절망하며 좌절하는 평범하고 연약한 인간일 뿐이었다.

그렇게 강준은 신음을 흘릴 뿐인 남자에게 대답없는 대화를 나누고서는 자신의 일을 하기 시작을 했다.

아직 탈출을 위한 통로를 다 파지 못했고 어둡기만 한 구덩이 속에서 불을 피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게 강준은 정글도와 원시시대에나 사용했을 법한 손도끼를 이용해서 탈출로는 파기 시작 했다.

언제 완성이 될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로 있을 수는 없었다.

“……!”

하지만 강준은 오래지 않아 들려온 소리에 급히 일을 멈춘 채로 구덩이의 한 쪽 구석에 묶어 놓은 나무막대를 바라보아야만 했다.

탁탁탁!

끈과 연결을 해 놓은 나무 막대는 끈이 움직이면서 연신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것은 경고의 알람이었다.

강준의 몸이 신속하게 구덩이의 입구로 향했고 그런 강준의 손에는 권총과 정글도가 강하게 움켜쥐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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