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48화 (48/161)

##48 12. 미지의 여전사

좁은 공간이었다.

강준은 이 좁은 공간 속에서 움직이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느꼈다.

나무들과 각종 지형들이 빡빡하게 밀집이 되어 있어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었다.

한마디로 전형적인 산악전 양상에 강준은 긴장을 한 채로 최대한 지형지물에 자신의 몸을 숨긴 채로 움직였다.

비록 활과 화살을 만들었지만 성능을 장담할 수가 없었다.

‘고작해야 10여미터를 날아가는 정도다. 그 것도 운이 좋아야지.’

제대로 만든 활에 비해서는 효과가 그리 좋을 턱이 없었다. 복합소재가 아닌 서로 다른 탄성을 가진 두 종류의 나무에 넝쿨을 칭칭 동여매어서 탄성을 늘려 놓은 활이었다.

다만 한 발이라도 맞는다면 유리해지는 것은 강준이었다.

퉁!

그렇게 움직이고 있을 때 상대도 강준의 위치를 포착한 것인지 강준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강준은 정확하게 자신이 있었던 장소로 날아드는 화살에 무언가 익숙하다는 것을 느꼈다.

‘설마?’

엘리와 데이브가 있을 때 습격을 당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강준이었다.

너무나도 정확하게 자신의 머리를 노리는 화살들에 강준은 상대가 전문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당히 오랫동안 활을 다뤄보지 않고서는 이렇게 정확하게 목표물에 날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몇 년 이상은 활을 다룬 자였다.

‘거기에다가 상대의 활의 성능이 더 좋다.’

강준은 상대의 활이 전투 배낭에서 나온 물건이라고 짐작을 했다.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에게서 빼앗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저격수가 저격 소총을 가진 것 만큼 무시무시해져 버린 상태였다.

‘쳇! 이거 반칙이잖아.’

강준도 비록 활을 다뤄 보았다고는 하지만 상대방과 비교를 한다면 애송이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자신이 활을 쏘았다면 이렇게 정확하게 머리를 겨누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질문에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거기에 더해 상대방과의 활의 성능 차이도 무시 할 수 없었다.

‘제길! 결국 나로서는 요행에 맞게 어디 몸 하나에만 살짝 스치는 것을 바랄 뿐인데 상대는 나를 정확하게 저격을 할 수 있으니.’

결국 강준은 활을 버리고 자신이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권총을 들어야만 했다.

물론 권총도 강준에게는 그리 익숙한 무기는 아니었다.

강준에게 있어서 익숙한 것은 소총류였다. 어차피 군에서도 권총은 보조형 무기에 불과했고 장군들이나 조종사들의 최후의 자기 보호무기나 자살무기 정도에 불과했다.

영화 속에서 권총으로 악당들을 셀 수 없이 죽이는 것은 정말로 영화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권총의 정확도를 그리 높지 않았다.

아니 사실 소총 또한 마찬가지였다.

소총의 정확도는 조준 사격시에 꽤나 높은 편이지만 전투시의 정확도는 정말이지 형편없었다.

그리고 그 것은 일반 보병 부대나 특수 부대나 모두에 해당이 되는 일이었다.

물론 일반 보병 부대의 전투력과 특수 부대의 전투력의 차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컸지만 그렇다고 해도 소총으로 전장에서 사람들을 사살하는 것이 쉽다는 것은 아니었다.

오죽하면 베트남전에서 소총탄환 일만발에 적군 사살 1명이라는 극악적인 효용성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강준이 가지고 있는 베레타의 총알은 이제 고작 다섯 발 정도 밖에는 없었다.

그 다섯 발의 총알이 끝난다면 강준에게 남은 무기는 정글도와 조잡스럽게 만든 무기들 뿐이었다.

‘최대한 가까이 가야만 한다.’

상대의 화살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자신보다는 많다고 판단을 내려야만 했다.

‘최악의 수를 생각하고 싸워야만 한다.’

강준은 모든 최악의 수를 생각하면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목숨이 걸린 전장에서 운이란 변덕쟁이 신이 준 선물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렇게 강준은 권총을 움켜쥔 채로 지그재그로 몸을 지형지물에 숨긴 채로 자신에게 화살을 날린 상대를 향해 다가가지 시작을 했다.

퉁!

화살이 나무 둥치에 맞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일반인이었다면 겁에 질렸을 터였지만 머리 위로 기관총을 발사하는 상황 속에서 포복으로 전진을 하던 훈련을 받았던 강준이었다.

물론 충분히 위 쪽으로 조준이 되어서 맞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정말 재수 없으면 어찌 될 지 모르는 상황들도 많이 겪었었다.

일종의 담력 훈련이었고 이런 담력 훈련이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 속에서 겁에 질린 채로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는 것을 해소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강준은 자신을 정확하게 노리고 날아오는 화살들에도 조금씩 하지만 상대가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빠르게 가까이 다가가는 중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오히려 상대가 겁에 질리기 시작을 했다.

겁도 없는 것인지 화살이 날아드는 데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얼핏얼핏 보이는 권총은 더욱 더 조급하게 만들고 있었다.

핑!

결국 조준을 한 화살이 얼토당토 않는 곳으로 날아가자 도망을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자신이 사냥을 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칫!”

결국 뒤로 물러서는 강준의 상대였다.

강준 또한 상대방이 물러서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놔둘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자신의 목숨을 노렸던 상대였다.

‘죽인다.’

강준은 마음 속에서 솟구치는 살기를 억누르며 권총의 장금장치를 풀었다.

지형지물에 정확한 사격이 어려워 목숨을 걸고 다가가고 있는 강준이었다. 한 발의 총알이 아깝기에 단 한 발에 상대를 죽여 버릴 수 있을만큼 가깝게 다가가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강준은 상대보다 더 빨랐다.

상대는 뒤로 물러서는 것으로는 강준의 전술 행동 속도에도 미치지 못함을 알고서는 결국 등을 보인 채로 달리기 시작을 했다.

사냥꾼이 되지 못하면 사냥감이 되어야 하는 것이 이 곳의 규칙이었다.

그리고 언제든지 사냥꾼은 사냥감으로 사냥감은 사냥꾼으로 변할 수 있는 곳이 이 곳이었다.

강준은 등을 보이는 상대방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위해 발에 힘을 주어서는 더욱 빠르게 달리기 시작을 했다.

이제 몸을 숨긴 채로 다가갈 필요가 없었다.

도망가는 상대를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물어 뜯을 일만 남았다.

비록 아직 상대의 이빨과 발톱이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기세를 잃은 이상 자신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이미 상대가 여자임은 알아차렸다.

저번에 보았던 긴머리는 아니었지만 체형과 달리는 움직임이 남성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었다.

상대가 여자라면 그리고 이 곳이 정글이라면 강준은 절대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아니 분명 조금씩 정체불명의 여자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애초부터 남성과 여성의 육체적인 능력의 차이는 확연할 뿐만 아니라 강준의 산악전 능력은 부대 내에서도 알아주는 수준이었다.

아무리 상대가 대단한 능력자라고 할지라도 강준을 따돌리기에는 어려웠다.

그렇게 강준은 충분히 상대의 등에 총알을 박아 넣을 수 있을 만한 거리까지 달릴 수 있었다.

척!

거리와 시야가 확보 되었다면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겁에 질린 채로 일직선으로만 달리는 상대는 정말이지 손쉬운 상대였다.

강준은 곧장 권총을 여자의 등에 조군하고서는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7.65mm 탄환이 화약의 힘에 의해 발사가 되면서 총열에 세겨진 회전에 의해 탄환은 회전을 시작했다.

상대의 육신을 찢어발기겠다는 듯이 회전을 시작한 탄환은 일직선으로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것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까아악!”

하지만 그 때 변덕쟁이 신이 그녀에게 선물을 준 것인지 그녀의 몸은 갑작스럽게 밑으로 쑥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뭐지?’

강준은 총알을 쏘는 동시에 사라져 버린 정체불명의 여자에 황당해 했다.

그리고서는 이내 낭떠러지 같은 공간을 볼 수 있었다.

그 낭떠러지 같은 곳을 향해 미끄럼틀을 타 듯이 내려가 버린 것이었다.

“허! 참! 운 도 좋군.”

강철은 낭떠러지의 아래로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어이가 없어서인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다지 다친 것은 아닌지 자신을 슬쩍 보고서는 활에 화살을 재여서는 뒷걸음을 치며 도망을 가고 있는 것이었다.

제법 거리도 먼데다가 자신이 그 낭떠러지를 타고 내려가면 그녀의 화살에 꼬치가 될 것이 분명하기에 더 이상의 추격은 무리였다.

“정말이지 뭐하는 여자지?”

강준이 황당하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때 그녀가 갑자기 강준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려서는 외치는 것이었다.

“뻑유나 먹어 이 개자식아!”

그렇게 시원스럽게 욕을 한 그녀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것을 본 강준은 황당하다는 듯이 혼잣말을 했다.

“뭐야? 한국인이었어?”

강준은 자신이 욕을 먹었다는 것보다 눈 앞에서 사라지고 있는 여자가 한국인이라는 것에 더 놀랄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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