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45화 (45/161)

##45 11. 적막

우리가 우리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지만 우리를 지켜보는 그리고 우리를 이 곳에 가두어 놓은 작자들은 우리를 유저나 게이머로 보는 듯 싶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데 게임이라고 부르는 것을 강준은 결코 인정할 수는 없었지만 인간은 잔인해 질 때 한 없이도 잔인해 질 수 있는 동물이었다.

하여튼 이 생존게임의 규칙은 사람을 죽여 자신의 삶을 연장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죽일 사람이 시계의 타이머를 가지고 있을 때의 경우였다.

“없어! 분명히 없다. 이 저주받은 것이 없어!”

그런데 그 있어야 할 것이 남자에게는 없었다.

믿기지 않는 상황에 나는 과연 내가 이 남자를 죽여도 되는 것인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분명 시간이 다 되었을 때 최대한 손목과 몸을 멀찍이 떨어트렸거나 그 것이 아니라면 돌이나 나무 같은 것에 손목을 끼워 넣어서 폭발의 위력을 약화 시킨 것일 텐데. 그렇지 않다면 이 팔 전체가 날아가 버렸을 거야.”

남자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

그리고 스스로 게임의 규칙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가 현명한 것은 아니었다.

팔꿈치 아래가 폭발로 인해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그 출혈과 쇼크를 버텨낸 것은 대단하지만 치료없이 버텨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강준은 옷으로 칭칭 감아 놓은 남자의 왼팔을 바라보았다.

본래부터 붉은 색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색이었는지 분간이 되지 않았지만 짙게 느껴지는 혈향에 남자가 너무 피를 많이 흘렸음을 알 수 있었다.

강준은 그 남자를 구덩이의 입구 앞에 눕히고서는 달빛에 의지를 하며 왼팔에 휘감아진 옷을 벗겨냈다.

“제길!”

상태는 처참했다. 뼈가 들어나 보이는데다가 제대로 지혈을 하지 않았는지 아직도 피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나마 동맥이나 정맥은 막혔는지 솟구치도록 나오지는 않았지만 피가 더 나오게 된다면 힘들 것 같았다.

강준은 남자의 상처를 향해 냄새를 맡아 보았다.

“제길! 역시!”

강준은 남자의 성처에서 약하지만 썩은 내가 나는 것을 맡았다. 피부의 괴사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었다.

“항생제! 항생제가 필요하다.”

깨끗한 옷도 아닌 더러운 옷으로 칭칭 감아 놓았을 뿐만 아니라 폭발에 의한 화상과 화약 성분으로 인해 오염이 심각했다.

거기에 15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방치되다 보니 멀쩡할 리가 없었다.

강준으로서도 사실상 죽었다고 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강철의 일그러진 얼굴은 펴지지 않고 있었다.

‘이 자를 죽여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죽일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살려야만 했다.

불가능할 것 같지만 살려야만 했다.

강준은 몸을 일으켜서는 근처를 뒤지기 시작을 했다.

“항생제로 쓸 만한 것을 찾아야 해. 이 대로면 피부가 썩어 들어가서 죽는다.”

그나마 상대가 빠르게 지혈을 한 것 때문인지 피는 그다지 많이 흘리지는 않은 듯 싶었다. 그 남자의 혈색이 파랗게까지 변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강준이었다.

피가 부족해지면 사람의 신체는 하얗게 변하다가 종국에 가서는 파랗게 변해 버린다. 그렇게 된다면 헌혈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런 곳에서 헌혈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강준은 주변을 뒤지며 항생제를 찾았다.

물론 병원에서 쓰는 그런 항생제가 있을 턱이 없었다.

-강준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자연에서 나오는 법이란다. 인간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은 다 자연에서 구할 수 있다는 말이지. 이 작은 풀도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사람의 허기를 달래주고 배탈이 났을 때 속을 진정시켜 주는 힘을 가지고 있지.-

강준은 농사꾼이었던 아버지의 말이 불연듯 떠올랐다.

왜 그 말이 갑자기 떠오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버지의 말처럼 항생제는 자연 속에 있었다.

“찾았다!”

강준은 수풀 속에서 숨어 있던 작고 볼품없는 풀을 찾았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풀이었지만 강준은 이 풀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독초 중에서도 지독한 놈이다.”

강준은 조심스럽게 풀을 뜯어서는 급히 남자에게로 뛰어갔다.

사실 강준이 찾은 것은 강준의 말처럼 독초였다. 그 것도 강력한 환각작용과 마비 작용을 일으키는 풀이었다.

마치 마약처럼 신경을 둔화시키고 몸을 마비시켰으며 어지간한 해충들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놈이었다.

하지만 독을 제대로 쓴다면 그 어떤 약보다도 훌륭한 약이 되는 법이었다.

남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런 독을 사용하는 수 밖에 없었다.

강준은 그렇게 남자에게 다가가면서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데일리의 옷을 보았다.

“…….”잠시 고민을 했다.

데일 리가 떠오른 것이었다.

알몸으로 자신과 사랑을 나누다가 홀로 뛰어나가 죽은 데일리였기에 그녀의 옷은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남자를 치료하려면 헝겊이 있어야 했기에 강준은 데일리의 옷 말고는 그런 엉겁을 구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예쁜 옷으로 구해 줄게.”

강준은 결국 데일리의 옷을 챙겨서는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서는 지금도 조금씩 피가 배어져 나오는 왼팔을 보며 자신이 가지고 온 독초를 근처에 있던 돌로 으깨기 시작했다.

그렇게 으깬 독초를 물병의 물에 적혀서는 남자의 입에 가져다 대었다.

조금씩 독초의 독이 물과 함께 남자의 입 속으로 흘러들기 시작을 했다.

“운이 좋은 줄 아시오. 꽤나 멋진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 설사 죽는다고 할지라도 고통없이 황홀경에 빠져 죽을 테니까.”

강준은 적당히 남자의 입 안으로 독초의 성분이 흘러들어갔다고 여기고서는 남자의 왼팔을 커다란 돌 위에 올렸다.

“후우! 후우!”

심호흡을 한 강준은 자신의 정글도를 물병의 물에 적당히 씻고서는 남자의 왼팔을 노려 보았다.

‘단번에 잘라야 한다.’

이미 괴사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 것을 그냥 놔둔다면 무조건 남자는 죽게 될 수 밖에 없었다.

강준은 숨을 한 번 몰아쉬고서는 있는 힘 껏 정글도를 들어올렸다가 그대로 내려 찍었다.

퍼억!

남자의 몸이 고통 때문인지 들썩였지만 독초의 환각작용이 이 고통을 완화했다.

그렇게 강준은 잘라내 버린 왼팔을 두어번 더 내려쳐 환부를 잘라내고서는 으깨진 독초에 충분히 물을 부어서 독을 어느 정도 씻어 내고서는 그대로 피가 흘러나오는 팔에 붙였다.

그리고서는 곧바로 데일리의 옷으로 남자의 왼팔을 감아버렸다.

꽁꽁 최대한 강하게 압박을 하면서 더 이상 피가 흘러나오지 못하도록 했지만 이미 데일리의 옷은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데일리의 바지까지 찢어서 남자의 왼 팔을 묶은 강준은 숨을 몰아 쉬고서는 남은 물을 남자의 입 속으로 흘려 넣었다.

“후우! 이게 잘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어.”

강준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는 것에 그제야 자신이 한 일이 잘한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하지만 이내 강준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죽을 확률이 더 높다.”

강준의 말처럼 치료를 했다고 해도 아직은 살 수 있는 확률보다는 죽을 확률이 더 높았다.

강준은 남자를 조심스럽게 들어서는 구덩이 안 쪽에 눕히고서는 멍하니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마 한동안은 계속 환각작용으로 인해 별다른 통증은 느끼지 못할 것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남자가 버텨내는 것 뿐이었다.

강준은 홀로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남자를 놓아두고서는 구덩이를 나와서 주변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남자를 죽일 이유가 없어서 살려주었지만 다른 이들은 죽여야 만 할 이유가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의 안전을 확보해야만 했기에 주변을 철저하게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강준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서는 주변을 청소하고 나서는 주변에 각종 함정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홀로 버텨내야만 했기에 이런 함정들을 만들어 스스로를 지켜야만 했다.

강준도 인간인 이상은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가 강준에게 있어서는 가장 치명적인 순간이 될 터였다.

그런 치명적인 순간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서는 이런 함정을 만들어 놓아야만 했다.

마치 거미가 사냥물을 사로잡기 위해 거미줄을 치는 것처럼 강준은 하나하나 함정들을 만들어 갔다.

그렇게 함정을 만들고 난 뒤에는 데일리와 함께 만들었던 탈출로를 파들어 가야만 했다.

방어만큼이나 도주는 중요한 것이었고 최대한 빠르면 빠를 수록 좋기에 강준은 피곤한 몸을 멈추지 않고 하나하나 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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