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44화 (44/161)

##44 11. 적막

눈을 뜨자 어둠이 보인다.

하루 종일 잠에 빠졌던 것인지 낮을 지나 다시 밤이 온 듯 싶었다.

강준은 눈을 뜨자 생생하게 기억이 떠오르는 것에 온 몸이 떨려왔다.

망각이라는 축복을 인간은 받았지만 그 망각으로도 어쩔 수 없이 강렬하게 뇌 속 깊은 곳에 세겨져 있었다.

아무 것도 지키지 못했다.

레이나도 친구였던 밀러도 그리고 동료였던 엘리, 데이브, 데런 조차도 말이었다.

마지막으로 데일리마저도 자신의 눈 앞에서 죽음을 당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과연 살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 한 편으로 들었지만 그 런 생각도 이내 귀찮아졌다.

오직 복수.

그 복수에 대한 생각으로 이내 강준의 머리 속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사냥꾼도 사냥물도 모두가 몸을 웅크린 채로 숨어 있겠지.”

다들 숨어 있을 것이었다. 일주일의 시간이 다시 자신들에게 찾아왔으니 당장은 움직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문제는 더 이상 동료를 만들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살아있다는 것은 이미 한 차례 사람들을 죽였다는 것이었다. 이미 살인에 대한 제약이 풀리고 각오가 달라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이들을 동료로 삼겠답시고 설쳤다가는 언제 등 뒤에 비수가 박힐지 알 수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강준은 홀로 고독한 싸움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강준의 분노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강준의 의지는 일반인들보다 더욱 강한 편이었다.

누구라도 사랑하는 아니 사랑할 수 있는 연인을 눈 앞에서 폭사시켜 죽인다면 멀쩡하게 이성을 유지할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물론 강준도 완전히 멀쩡한 정신 상태인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광인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니었다.

“원한은 없다. 하지만 죽여야 한다. 복수는 나와 데일리의 손으로 해야만 해.”

강준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을 죽이는데 서슴치 않겠다는 각오를 했다.

강준은 몸을 일으켜서는 자신의 무기를 점검했다.

베레타 권총 한 자루와 정글도 한 자루.

무기는 이 것 뿐이었지만 사실 강준이 머뭇거리고 있었을 뿐 무기는 주변에 널려 있었다.

일반 군인들과 특수부대원들의 차이는 경험 뿐만 아니라 살인 기술에 대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주변의 지형지물 모두가 무시무시한 무기로 변하는 것이었다.

강준은 그렇게 천천히 주변을 기어가면서 무기로 쓸만한 것들을 모으기 시작을 했다.

강준이 알고 있던 독충부터 해서 독이 들어 있는 열매들 풀들 그리고 단단한 넝쿨과 나무 줄기들 이 모든 것이 강준의 머리 속에서 하나의 무기들이 되어가기 시작을 했다.

‘인간의 육체는 약하다. 그리고 부상은 치명적이다.’

강준은 자신이 만들려는 무기로 고작해야 상처정도 밖에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할지라도 그 정도로만해도 충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인간은 자신의 몸에서 피가 나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질려버린다.

오히려 총알에 관통을 당하고도 자신이 관통을 당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에 반해 화살이나 죽창의 경우는 자신이 광통을 당했다는 것을 뇌와 의식이 곧바로 알아차리게 되어 몸이 통제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권총으로는 급소를 정확하게 맞추지 못한다면 상대를 죽이지 못한다. 특히나 지금의 상태라면 다들 멀쩡한 일반인이 아니라 반쯤 미친 놈들이 되어 있을 터.’

강준의 분노와는 달리 이성은 더욱 더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미친놈들에게 권총 탄알은 신체를 몸 움직이게 하기에는 저지력이 부족했다.

운 좋게 머리나 심장에 맞는다면 단숨에 목숨을 끊어버릴 수 있을 터였지만 몸 속으로 파고들어간 총알이나 스치고 지나가 버린 총알은 더 이상 공포심을 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강준은 눈에 직접 보이는 무기들을 하나하나 제작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전문 장비가 없었기에 상당히 조잡하고 과연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묵묵히 적막이 흐르는 섬에서 강준은 묵묵히 아무런 말도 없이 무기 제작을 시작했다.

혼자서 쓰기에는 버거울 정도로 많은 무기들이 금세 만들어지고 있었지만 강준은 자신의 기억 속에 들어 있는 각종 냉병기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 것은 활도 있었으며 약간의 기계적 장치를 통한 석기 발사대도 있었다. 거기에 투석창과 독침 그리고 마름쇠와 같은 암기류의 무기들도 제작을 하고 있었다.

특히나 마름쇠는 철로 만글 수가 없었지만 날카로운 가시가 박힌 나무들을 다듬어서 그 곳에 각종 독을 묻혀서는 일종의 지뢰지대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무기를 만들던 강준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훗! 그렇게도 살고 싶은 거냐?”

강준은 허기짐을 알리는 자신의 배를 보며 쓴 웃음이 나왔다.

연신 배가 고프다고 알리는 배는 강준에게 식량을 요구하고 있었다.

강준은 결국 아무리 해봐야 먹고 싸고 자야 하는 기본적인 욕구를 요구하는 자신의 신체에 알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허기짐을 느끼자 그동안 계속 움직이고 있던 신체가 피로감을 호소하기 시작을 했다.

분노로 인해 모든 신체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었지만 허기짐이라는 강렬한 생존 욕구가 강준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자 불붙은 초원처럼 모든 신체들이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목도 마르군.”

하루 종일 물을 마시지 않았다는 기억과 물병에는 더 이상 물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에 강준은 권총과 정글도 그리고는 투석창 몇 개를 챙겨서는 몸을 일으켰다.

그런 강준의 입 속에서는 애벌레 몇 마리가 질겅질겅 씹히고 있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어둠 속에서 물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는 강준은 흡사 유령과도 같았다.

기척없이 완전히 정글에 동화가 된 것처럼 움직이는 강준은 오래지 않아 샘물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얼마나 넓은 공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데도 이렇게 보기가 힘들다니.’

강준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철저하게 숨어있거나 아니면 의외로 지금 자신이 있는 공간이 넓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이 넓은 공간이 과연 섬인지 아니면 대륙인지 짐작을 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강준은 스며 나오는 샘물의 물을 조심스럽게 물병에 담기 시작을 했다.

이미 몇 번이나 마셨던 물이고 물이 고일 수 있도록 흙을 파고 돌을 바닥에 깔아 놓은 상태였다.

덕분에 맑은 물들이 적당히 고여 있어서 물병으로 물을 뜨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물병에 물을 다 뜨고 적당히 목을 축였을 때 강준은 의미한 신음소리에 화급히 몸을 땅바닥에 붙였다.

‘누군가 있다?’

방심을 한 것인지 아니면 상대가 대단히 뛰어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강준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빨리 상대를 찾았다는 것에 놀란 강준이었지만 강준은 상대를 죽이겠다는 각오로 조금씩 그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을 했다.

‘신음소리. 부상을 당했다는 의미겠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상을 당했다면 제거를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었다.

어차피 10명이 남을 때까지 싸워야 하니 일단은 최대한 많이 죽여 놓아야만 했다.

그렇게 강준은 신음소리가 나는 곳으로 최대한 기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풀 숲에서 쓰러진 채로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으으으!”

상당히 많이 다친 것인지 신음소리를 내는 상대는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채로 있었다.

“…….”

강준은 그냥 놔두어도 죽을 것 같은 남자에 자신의 손목 시계를 바라보았다.

-152:41-

데일리가 자신에게 준 생명의 시간이 15시간 정도만이 지난 상태였다. 오랫동안 잠에 들어 있었고 그 시간 동안 무기를 만드느라 흘러가 버린 것이었다.

이대로 저 자를 죽인다면 다시 시간은 168시간이 될 터였다.

15시간의 이익이겠지만 강준은 그런 것은 이내 흥미를 끊어 버렸다.

시간이 다 지나서 폭사를 한다는 것은 고려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그런 고통을 느끼게 할 수는 없다.’

자신의 몸 속에 들어가 있는 데일리가 다시 폭발로 고통을 받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언제든지 사냥을 해서 충분한 시간을 계속 유지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결심을 한 강준은 권총을 자신의 허리춤에 집어 넣고 정글도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주변을 한 바퀴 크게 돌면서 혹시 함정은 아닌지를 확인했다.

그러는 중간에도 남자의 신음소리는 점차 약해지고 있었지만 강준은 구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 한 눈에 보였지만 광기에 차 있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쉬운 사냥으로만 여겨지는 것이었다.

‘없다.’

그렇게 강준은 다른 누구도 없고 오직 신음을 흘리고 있는 남자 한 명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함정이 아니라면 그 다음에는 고통을 받고 있는 남자를 편안하게 해 주는 것 뿐이었다.

오히려 그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 생각한 강준은 빠르게 남자에게로 다가가서는 정글도를 들어올렸다.

“원한은 없다.”

강준은 반항도 하지 못하는 남자를 향해 정글도를 내려찍으려고 했다.

“……!”

하지만 남자의 머리 바로 앞에서 정글도는 멈추었다.

“제길!”

강준은 정글도를 멈추고서는 이를 악물었다가 무언가 고민을 하더니 그대로 쓰러져 있는 남자를 들춰 엎었다.

남자의 몸에서는 열이 심하게 나고 있었고 강철이 처음 본대로 죽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강준은 그 남자를 죽일 수가 없었다.

“살 수 있을까?”

강준은 죽이겠다는 생각은 사라져 버린 채로 살릴 수 있을까를 생각했지만 이미 몸은 남자를 업은 채로 달리고 있었다.

흔들! 흔들!

그렇게 달려가는 강준의 등에서 한 남자의 팔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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