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10. 폭발
데일리는 차가운 바람에 몸을 떨면서 강준의 몸을 더욱 더 강하게 껴안았다.
몸에서 흥분의 여운은 이제는 많이 가셨지만 따뜻한 체온이 주는 기분 좋음은 여전했다.
문명사회와 너무나도 동 떨어진 정글 속에서 옷과 같은 거추장스러운 것은 필요치 않았다.
태초에 인간이 그러했던 것처럼 아무 것도 가리지 않은 그대로의 상태로 서로의 몸의 체온으로 서로를 지켜주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인간은 동물의 가죽을 껴입고서는 내외간이라는 남녀의 경계를 만든다.
남자와 여자는 한 몸이지만 옷이라는 것으로 서로의 체온을 직접 유지할 수 있게 됨으로서 갈라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아직도 본능과 고대의 기억을 유전자에 간직하고 있었고 어둠이 오면 서로를 찾아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것이었다.
이 것은 종족 보전 그 이전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렇게 기분 좋으면서도 안정을 주는 것에 미소가 지어지는 데일리였다.
흠짓!
바로 그 때 강준의 몸이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강준의 긴장은 곧바로 데일리에게로 전해졌다.
불안함.
불안함이 생겨나고 공포가 마음 깊숙한 곳에서 피어올라왔다.
“무슨?”
“쉿!”강준은 조용히 하라고 강하면서고 짧게 경고를 하고서는 권총을 빼들었다. 이미 밤 아니 낮부터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비명소리와 고함소리는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소리들은 제법 거리가 멀었기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아니 하루 종일 계속되기에 무덤덤해져 버린 것이었다.
‘가깝다. 아니 가까워져 오고 있다. 누군가가 이리로 달려오고 있어.’
강준은 비명소리가 자신들이 숨어 있는 곳으로 달려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으! 으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풀이 흔들리며 한 남자가 공포에 질린 채로 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그 뒤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에 강준은 데일리의 머리를 손으로 낮추었다.
“이 놈!”
뒤에서 달려온 남자가 큰 소리와 함께 도망을 가는 남자를 붙잡았다.
그리고서는 그대로 땅바닥으로 밀어 버렸다.
“으아악!”
도망을 가던 남자는 땅바닥을 구르며 넘어져 버렸고 곧바로 자신을 쫓아 오던 3명의 남자에게로 포위가 되어 버렸다.
“하아! 하아! 이 새끼! 어디를 도망가려고.”
처음 도망을 가던 남자를 땅바닥에 밀어 넘어트린 남자는 그대로 넘어진 남자의 가슴팍을 향해 발을 내질렀다.
퍼억!
“커억! 컥!”
가슴을 강하게 차인 남자는 숨을 쉴 수 없는 느낌에 거친 기침을 토했지만 애써 저항을 하려고 두 팔을 휘저었다.
“가만히 있어! 이 새끼야!”
하지만 그런 헛된 저항은 상대를 더욱 더 자극 할 뿐이었다.
연이어 발길질이 이어졌고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피투성이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죽지는 않은 것인지 희미한 숨소리는 이어지고 있었다.
“흐흐! 아직 죽으면 안 되지! 암! 죽으면 안 돼.”
남자는 더 이상 저항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남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서는 들어올렸다.
“으으으!”
고통에 신음을 하며 일어서자 어둠 속에서 도무지 보이지 않던 얼굴이 살짝 보였다.
“이 더러운 검둥이 새끼!”
증오에 찬 목소리에 흑인은 피식 웃었다.
퍽!
그리고서는 곧바로 남자의 복부를 향해 강하게 주먹을 내질렀다.
“팔루! 죽이면 안 돼! 그리고 이제 시간이 없어! 아직 한 놈 더 붙잡아야 한다고.”
“아아! 걱정 마. 젬슨.”
팔루는 잔인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들에게 붙잡힌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때 달빛을 가렸던 구름이 흩어지며 팔루의 얼굴이 환하게 보였다.
움찔!
강준은 그 팔루의 얼굴을 확인하고서는 자신을 붙잡았었던 그 자임을 알아보았다.
꽈악!
주먹이 강하게 움켜쥐어지며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지금 팔루를 죽일 수는 없었다. 잘못하면 자신 뿐만 아니라 데일리도 어떤 험한 꼴을 당할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어제부터 들려온 각종 비명소리와 고함 소리들을 통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한 것은 아니었다. 애써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인간의 최소한의 양심을 믿고 싶었던 강준이었다.
‘제길! 이건 그 놈들에게 놀아나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데!’
자신을 납치했던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해서 떠올린 강준은 이를 갈았지만 일주일 동안 그들에 대해서 알아낸 것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 동안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한심할 정도였다.
하지만 강준으로서도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 또한 살기 위해서 살인을 저질렀던 것이었다. 아직도 인간성을 찾고 있었지만 결국에는 자신도 눈 앞의 팔루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로 인해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이 드는 강준이었다.
그렇게 강준은 팔루와 다른 남자들에게 끌려가는 남자를 지켜보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분명 끌려간다면 죽임을 당할 텐데.’
마음 속으로는 그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강준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품 속에서 겁을 먹은 채로 떨고 있는 데일리를 놓아두고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완전히 팔루가 사라지고 난 뒤에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자 강준은 몸의 긴장을 풀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가…강준?”
데일리는 자시느이 몸으로 전해져 오는 강준의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감이 사라지는 것에 강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으로 확인을 하지 않았지만 데일리도 귀로 들은대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사람을 죽여야 살 수 있다.’
강준을 멍하니 바라보던 데일리는 자신의 손목시계의 타이머를 바라보았다.
부르르!
데일리는 자신의 남은 시간은 확인하고서는 온 몸을 떨었다.
-09:57-
이제 채 10시간도 남지 않았다. 아침 해가 뜨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타이머는 0을 가리킬 것이고 자신은 그렇게 죽음을 당하게 될 터였다.
‘아! 싫어! 죽고 싶지 않아!’
데일리는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강준의 몸을 더욱 더 세게 끌어 앉았다.
“걱정하지 말아요.”
그리고 그 때 두려움에 떨고 있는 데일리의 몸을 강준은 토닥여주었다.
그러자 데일리의 떨리던 몸이 조금씩 안정감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강준에게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데일리를 안정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차라리….’
데일리는 강준의 가슴에 머리를 파묻고서는 무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서는 강준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서는 손을 들어 강준의 얼굴을 붙잡고서 키스를 했다.
부드러운 느낌보다는 거친 입술이 느껴졌지만 데일리는 개의치 않았다.
‘강준씨와 함께 마지막을 보내고 싶어.’
데일리는 자신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완전히 받아들인 데일리는 다시금 몸 안에서 피어오르는 욕망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활활 전부 다 타올라서 재가 되어 버려라. 바람에 휙 날아가 버리는 곱고 가벼운 재가 되어 버리자. 그렇게 아무 것도 남지 않는 재가….’
데일리의 적극적인 행동에 강준은 당황을 했지만 이내 강준도 다시 한 번 더 불타오르기 시작을 했다.
아무리 분출해내도 사그라들지 않는 욕정과 욕망은 한 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욕정과 욕망이 자신들의 몸을 불태워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 몸을 맡긴 채로 스스로를 불태우는 것이었다.
그렇게 강준과 데일리는 또다시 서로의 몸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런 두사람의 주위에서 커다란 나방 한 쌍이 거친 짝짓지를 하며 펄럭이고 있었다.
그 나방의 펼쳐진 날개에서 괴기스러우면서도 불길한 눈동자로 보이는 점이 강준과 데일리를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