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39화 (39/161)

##39 10. 폭발

“이제 그만 쉬세요. 내일도 있으니까요.”

“예.”

하루만에 굴을 다 파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애초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무리를 하지 않는 선에서 멈추고서는 데일리에게 비스켓을 하나 더 던져 주고서는 자신은 입구로 가서는 엎드린 채로 조용히 누웠다.

이미 어두운 밤이 되었지만 시각이 아닌 청각에 의지해서 경계를 서고 있는 강준이었다.

데일리에게 맡길 일도 아니었기에 홀로 불침번을 서고 있는 것이었다.

이미 한 차례 당한 것이 있었기에 피곤한 몸으로도 경계를 서고 있는 것이었다.

‘그 때는 몸 상태가 최악이었다지만 그래도 너무 안일했어.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은 데일리를 믿을 수가 없다.’

신뢰란 한순간에 생기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이고 쌓여야만이 생기는 것이 신뢰였다. 소설이나 영화처럼 만날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신뢰가 생겨 동료가 되고 친구가 되는 일 따위는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었다.

열길 물 속은 알 수 있지만 한 길 사람의 마음 속은 결코 알 수 없는 법이었고 친구라고 할지라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그 때문에 강준은 아직은 데일리를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

특히나 상대를 죽여야 자신이 살 수 있는 현 상황에서는 더욱 더 그러했다.

자신 이외에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은 인간을 극단적으로 몰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좁은 이구에서 불침번을 서고 있을 때 강준은 자신의 뒤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에 슬쩍 고개를 뒤로 돌아보았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그…그게.”

어두워서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안절부절 못해 보이는 데일리가 강준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강준은 의아한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데일리는 우물쭈물하다가 더는 못 참겠는지 입을 열었다.

“저…저기 화장…실 좀.”

화장실이라는 말에 강준은 무안해 하는 데일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먼저 신경을 써야 했는데.”큰 건지 작은 건지는 물어 보기에 민망했지만 볼 일을 구덩이 내부에서 보기란 힘든 일이었다.

이런 곳에서 가장 난감한 것은 아무래도 화장실 문제였다.

아무 곳에서나 볼 일을 볼 수도 있었지만 뒤처리 문제라던지 하는 부분도 있었고 볼 일을 볼 때도 꽤나 빈틈이 많이 생겨 위험할 수도 있었다.

볼 일을 보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처리를 해야 했기에 강준도 최대한 참았다가 안심을 할 수 있는 곳에서 처리를 하고는 했다.

“일단 주변은 안전한 것 같으니까 제가 보아 둔 곳으로 안내를 하겠습니다. 단, 최대한 소리를 내지 마셔야 합니다. 아시겠지요?”

“예.”

데일리는 강준의 말에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창피함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두 사람은 구덩이에서 빠져나와서는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이 곳에서 볼 일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잠시 만요.”

“예? 어디?”

데일리는 자신을 놓아두고 어디론가로 가 버리는 강준에 화들짝 놀랐다.

강준이 수풀 속으로 사라져 버리자 불안감이 들면서 몸이 덜덜 떨려왔다. 고작해야 이름 밖에 모르고 아직 믿을 수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런 사람조차도 데일리에게는 크게 의지가 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두근! 두근!

극도의 공포와 함께 다시금 버림을 받았다는 절망감에 데일리는 눈물이 솟구치려고 했다.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버림을 받았다는 외로움이 더욱 더 컸다.

부스럭!

그렇게 강준을 원망하고 있을 때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강준이 다시 모습을 들어내었다.

“아!”

데일리는 어둠 속에서 보이는 강준의 얼굴에 왈칵 서러운 눈물이 솟아나면서 안도감이 들었다.

“뒷처리는 이 걸로 사용하시면 되요. 조금 거칠기는 하지만 이 이파리는 독이 없어서 뒤처리하기에 좋거든요. 오히려 약간의 소독작용도 있어서 나쁘지는 않을 거에요. 목욕은 힘들지만 내일 간단히 손 발하고 세수는 할 수 있도록 해 드릴게요.”

강준은 하얀 이를 들어내 보이며 말을 했다.

그런 강준의 모습에 데일리는 자신이 강준을 원망했다는 것이 너무나도 미안하기도 하고 너무나도 강준이 믿음직스러웠고 고마웠다.

백인 우월주의가 강한 편이었던 데일리였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강준은 그런 데일리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부수기에 충분했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정도였다.

“그럼 저는 조금 떨어져 있을 테니 무슨 일 있으면 조용히 말을 하세요.”

“머…멀리 가지는 마세요.”

“걱정 마세요. 바로 옆에 있을 테니까요.”

강준은 데일리를 안심시키고서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움직였다.

그리고서는 수풀 사이로 비춰오는 보름달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보름달을 보고 있자 지금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후우!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거지?’

차가운 느낌의 속목시계는 지금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지만 강준은 제발 이 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하고 정신력이 강하다고 할지라도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언제 미쳐버릴지 알 수 없는 위태로운 외줄을 타는 듯한 느낌이었다.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리는 것이 더 좋은 것은 아닐까 하는 헛된 생각도 들 지경이었다.

‘아니다! 강준 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약해지지 말자!’

강준은 자신의 뺨을 두 손바닥으로 때리고서는 절대 포기 하지 말자고 마음 먹었다.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지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많은 이들을 생각한다면 결코 포기를 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고 죽음이라는 것이 단지 자신만이 이 세상에서 지워지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강준은 살아오면서 깨닫고 있었다.

그렇게 강준이 다시금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을 때 데일리가 있던 수풀이 흔들리면서 데일 리가 나타났다.

“그럼 돌아가도록 하지요.”

“예.”

다행히도 별 큰 문제는 없이 돌아올 수 있었다.

“저도 여기 있으면 안 될까요?”

베이스 캠프이자 안식처로 돌아와서 강준은 데일리가 좁은 입구에 강준과 같이 있으면 안되겠냐는 말을 들었다.

어둠 속에 혼자 있으려니 너무 무섭다면서 강준과 같이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강준은 처음에 그런 데일리의 요청에 난감함을 느꼈다.

“입구 부분이 너무 좁아서 많이 불편하실텐데요.”

혼자 급하게 만들어서 사람 한 명 겨우 빠져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입구였다.

그렇기에 누워 있는다고 해도 겨우 한 사람이나 누워 있을 수 있을 뿐 두 사람이 반듯이 눕기에는 힘들었다.

하지만 데일리는 괜찮다며 극구 조금만 같이 있으면 안되겠냐고 사정을 했다.

볼 일을 볼 때도 강준이 시야에 없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던 데일리였다.

그런 데일리의 요청에 강준은 결국 마음이 진정이 될 때까지만 같이 있어 주겠다는 말을 했다.

그렇게 강준은 좁디 좁은 입구를 정글도로 조금 넓히고서는 데일리와 함께 입구에 누워서는 경계를 서기 시작을 했다.

하지만 무기가 데일리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꽤나 신경을 곤두세웠다.

자칫 데일리의 손에 권총이나 정글도가 닿으면 너무 좁은 공간에서 강준의 대비도 하지 못한 채로 위험을 맞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밀착한 채로 누워 있었다.

조금씩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을 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체온을 나누어 주고 있기에 그다지 추운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저기 뭐 하나만 물어 봐도 될까요?”

“예. 그러세요. 단, 조용히 물어 보셔야 합니다.”

강준은 데일리가 심심해 하는 것 같은 것에 허락을 해 주었다. 강준 자신도 사람이 그리워 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대화를 나누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이었다.

불안감은 강준도 데일리 못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데일리는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강준에 대해서 묻다가 때로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을 했다.

강준은 그런 데일리의 말에 대답도 하고 고개도 끄덕여 주면서 주변을 경계했다.

뭐가 그리 재미있고 즐거운지는 모르겠지만 데일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강준의 귀에 대고 조잘거리기 시작을 했다.

‘이거 괜히 말을 하라고 했나?’

강준은 생각보다 수다쟁이인 데일리의 모습에 쓴 웃음이 나왔지만 이제와서 입을 다물게 할 수도 없어서 적당히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렇게 한참동안을 떠들던 데일리는 어느 순간 입을 다물었다.

강준은 이제야 그녀가 할 이야기가 떨어졌다는 생각을 하면서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제 들어가서 자라고 해야겠군.’

늦은 시간에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면 내일 문제가 될 것이었다.

그렇게 강준은 데일리를 바라보며 말을 하려고 할 때 강준은 자신의 이을 덮쳐오는 부드러운 느낌에 두 눈을 크게 떴다.

“흡!”

데일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며 자신을 위로해 주는 강준의 입술에 키스를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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