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33화 (33/161)

##33 8. 탈출

“…….”

“…….”

사람이 죽어 있었다. 아니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 동료의 죽음이었다.

목은 결코 그런 식으로 꺾여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돌아간 채로 혀를 길게 빼 물고 있었다.

그리고서는 넝쿨 줄에 매달려 있었다.

“Fucking Chinese!"

거친 욕설이 토해져 나왔다. 강준이 중국인은 아니었지만 서양인의 눈에 동양인은 중국인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기에 중국인을 욕하는 욕설이었다.

죽음이라는 것이 무척이나 가까운 곳이었지만 막상 자신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 눈 앞에 보이니 두려움이 가득하면서도 동료의 죽음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물론 그 동료와 오랜 시간 알고 지내던 것은 아니었다.

고작해야 3일도 채 되지 않는 동안 같이 지내던 사이로 그에 대해서 아는 바는 그리 많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와 동료였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전부 모여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었다.

“언제쯤 죽은 것 같아?”

“밤. 아니 오래지 않았어. 길어야 4시간 정도.”

팔루는 사후 경직까지 와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죽은지 세내 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헤밀턴을 보며 벤의 질문에 대답을 해 주었다.

그런 팔루의 옆에는 한 남자가 넝쿨에 묶인 채로 두려움에 떨며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사…살려 줘요! 제발 살려 줘요.”

팔루는 몸을 일으켜서는 그대로 남자의 배를 향해 발을 찼다.

퍼억!

“커윽! 컥! 우웩!”

갑작스러운 충격에 넝쿨에 묶여 있는 남자는 위 속의 것을 게워내었지만 위 속에 들어 있는 것이 별반 없는 것인지 하얀 위액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그 남자는 팔루가 섬을 수색하다가 끌고 온 여분의 보너스 생명이었다. 제법 반항을 했지만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먹은 것도 없이 탈진을 해 있던 남자로서는 우악스러운 팔루를 이기기 어려웠다.

그렇게 처음에는 그런 남자의 존재에 대해서 일행들은 다들 거부감을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손목의 타이머가 점차 줄어드는 공포에 누구하나 그 거부감을 밖으로 표출하는 이는 없었다.

인간의 생존욕구는 그만큼 강하고 대단하며 무척이나 역겨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팔루는 벤을 대신해서 악역을 자처하고 나섰고 파티가 살기 위해서 보너스 생명을 가지고 왔다고 설명을 했다.

“우리가 살려면 이 자를 인간으로 보면 안 돼. 집으로 돌아가려면 일단 살아야 한다고. 이건 게임이야! 게임! 이 건 그냥 라이프 하나라고!”

설득을 하려는 것이 애초부터 아니었기에 팔루는 이 것이 죽으면 자신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남자들은 대부분은 그런 팔루의 말에 말 없이 동조를 했다.

여자들은 두려워했지만 남자들의 동조에 힘 없이 끌려가는 것으로 그들도 동조를 했다.

아이들은 단지 두려움에 빠져 눈물을 흘렸지만 그런 그들을 위로할 정신을 가진 이들은 없었다.

점점 인간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사람을 죽여 자신들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암묵적인 합의가 된 것이었다.

‘이건 어쩔 수 없어. 내가 무슨 힘이 있어서 반대를 해. 난 그냥 어쩔 수 없이 하자고 하는대로 따라가는 것 뿐이야. 내 잘못이 아니라고.’

그렇게 강준을 감시하고 있던 헤밀턴을 찾다가 헤밀턴이 죽어 있고 강준이 도망을 간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또 하나의 여분의 생명이 자신들의 동료를 죽이고 도망을 간 것에 팔루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 있는 상태였다.

‘제길! 그 걸 어떻게 푼 거야! 지금까지 푼 놈을 못 봤었는데.’

팔루는 지금까지 자신이 묶은 포박술을 자력으로 푼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동양의 원숭이가 자신의 포박술을 풀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멍청한 놈!’

결국 팔루는 죽어 있는 헤밀턴이 강준을 풀어줬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슨 수를 쓴 것인지는 모르지만 헤밀턴이 강준의 속임수에 넘어가 강준을 풀어주고서는 살해를 당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벤은 죽어 있는 헤밀턴을 바라보고서는 한 쪽 구석에 쓰러지다시피 한 울타리를 바라보았다.

저 곳으로 도망을 간 것이 분명했다.

“잡을 수 있겠어?”

벤의 말에 팔루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말을 했다.

“멀리는 못 갔을 거다. 그리고 어차피 이 놈들 잡아들여야 하니까 말이야.”

팔루의 말에 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잡아와.”

벤의 말에 팔루는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잡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팔루였다.

하지만 어차피 10명 가까운 사람들을 잡아들여야만이 이들이 살 수 있었다.

그러는 중간에 강준을 잡는다면 좋은 것이고 아니라면 마는 것이었다.

‘잡으면 이번에는 팔다리를 분질러 주지.’

팔루는 이번에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팔다리를 분질러 버리겠다고 생각을 하며 자신의 총을 움켜쥐었다.

강준으로부터 빼앗은 44 매그넘 리볼버였다.

“하센! 젬슨! 가자! 아니 잠깐만!”

팔루는 벤의 허락에 하센과 젬슨이라고 불린 남자를 불렀다가 자신에게 배를 걷어차인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원한은 없어. 하지만 도망을 가거나 우리 애들 인질로 잡게 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팔루는 잔인한 미소를 짓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누워 있는 남자의 발목을 그대로 발로 내려찍어 버렸다.

과직!

“아아악!”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런 소리에 다른 이들은 모두 고개를 돌렸지만 그 남자가 헤밀턴이 당한 것처럼 자신을 죽일 수도 있는 것이었기에 조금은 두려워했던 얼굴이 자신도 알게 모르게 펴지고 있었다.

적어도 저런 부상을 당해서 자신들에게 위협을 주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갔다 올게.”

“수고해.”

팔루의 말에 벤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고서는 고통에 몸부림을 치는 남자와 자신의 손목에 매달려 있는 시계의 타이머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많지 않다.’

벤의 파티에 남은 사람은 이제 고작 10명이었다.

그 중에 팔루가 두 사람을 끌고 밖으로 나갔고 이 곳을 지키는 사람은 벤과 에디였다.

나머지 성인 여자 3명과 아이들 두 명으로 이들이 모두 살려면 앞으로 아홉명이라는 여벌의 생명이 필요했다.

문제는 그 여벌의 생명도 고작해야 일주일간의 생명 연장 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었지만 시간이 연장되면 최대한 이 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나 다른 수단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벤이었다.

‘벤.’

그런 벤을 에디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잔득 혼란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과연 자신들이 이렇게 해야만 하는 것인지 확신을 하지 못한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에디조차 죽음은 두려웠다.

자신의 도덕적 양심에 살인을 결코 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었지만 과연 자신에게 죽음의 순간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살고 싶다.’

그 것이 에디 아니 모든 인간이 가지는 기본적인 본능이었다.

그렇게 다들 서로간의 얼굴을 외면하고 있을 때 증오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윽! 윽! 이 개새끼들아! 이 악마 같은 새끼들아! 니들이 살려고 다른 사람을 죽이려는 악마같은 새끼들아!”

팔루에 의해 다리가 부러져 버린 남자는 고통을 참으며 증오의 말을 토해냈다.

자신도 자신이 어떤 처지에 쳐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죽음을 당할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살려달라는 말이 아니라 증오와 독기가 가득한 말로 저주를 내리기 시작을 했다.

“으흐흐흐흐! 니들이 나를 죽인다고 살 수 있을 것 같아! 니 놈들도 나처럼 죽음을 당할 거다! 이 곳에서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해! 니들 모두 죽어 나자빠져 비참한 꼴을 당할 거란 말이다! 개 같은 새끼들! 나는 그냥 죽지만 너희들은 이 지옥에 빠져 허우적 거다. 이 악마 새끼들아!”

벤은 그런 남자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그 남자의 입을 발로 걷어찼다.

과직!

사정없이 차인 발에 남자의 이빨은 부서져 내리고 피가 터져 나왔다.

“지옥에는 나 혼자 들어간다. 저들이 악마가 아니라 내가 악마다. 그러니 저주를 내릴 거라면 나한테만 내려! 이 빌어먹을 놈아.”

벤은 이빨이 다 부서진 채로 기절을 해 버린 남자의 멱살을 잡고서는 그 남자를 끌고 한 쪽 구석으로 향했다.

그리고서는 땅을 파기 시작을 했다.

“벤.”

남자의 저주에 이성을 잃은 듯이 행동하는 벤의 모습에 에디는 망연자실한 채로 불안함에 몸을 떨어야만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그런 에디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는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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