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32화 (32/161)

##32 8. 탈출

강준의 손목 시계의 타이머가 다시금 168을 가리킨다.

강준은 몸이 늘어진 채로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

첫 살인이었다.

그동안 수 많은 작전을 나섰지만 살인을 할 기회는 없었다. 물론 그 것을 기회라고 하기에는 어려웠지만 군인인 이상 언제 살인을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특히나 일반 사병도 아닌 특수부대 그 것도 특수부대 중의 특수부대원인 707 스페셜 유닉의 경우는 적군을 사살한 군인들도 더러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강준에게는 그런 일은 있지 않았었고 강준이 근무를 하던 때에는 대외적으로 안정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때의 살인은 국가를 위한다는 사명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사명감보다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강했다.

덜! 덜!

무의식적으로 손이 떨려왔다.

아직은 널브러진 남자의 몸에서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지만 그 것이 시체임을 강준은 본능적으로든 이성적으로든 알고 있었다.

“제길! 강준 무슨 멍청한 짓이냐. 지금 이러고 있을 틈이 없어! 움직여 움직이라고.”

강준은 주먹을 움켜쥐고서는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

퍽!

얼얼한 통증과 함께 입 안이 터진 듯 비릿한 혈향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머리 속이 시원해지면서 몸의 떨림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시계가 없기에 지금의 시간이 언제인지는 알지 못했다. 언제 해가 떠오르고 사람들이 이리로 올지 알 수 없었기에 강준은 시간은 결코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총.’

강준은 자신을 감시하던 감시자가 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에 떠올리고서는 몸을 뒤졌다.

그리고서는 베레타 한 정을 찾아내고서는 총알의 숫자를 확인했다.

총은 그 자체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총알이 있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었다. 그렇기에 총알의 숫자 확인은 필수였다.

‘다섯발.’

생각보다 많지 않은 총알 숫자에 혀를 찬 강준은 감시자의 몸에서 별 다른 무기를 찾아내지 못하고 작은 육포 조각 몇 개를 발견하고서는 그대로 입 속으로 집어 넣었다.

질겅! 질겅!

저급 육포인지 씹기도 어려웠지만 지금의 강준에게 그 것도 감지덕지였다.

“흣차!”

강준은 감시자의 몸을 들쳐 엎고서는 자신의 몸이 묶여 있던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서는 최대한 빠르게 감시자의 몸을 넝쿨로 묶고서는 마치 자신이 매달려 있는 것으로 위장을 했다.

물론 이런 위장이 해가 뜨고 나면 아무런 소용도 없겠지만 일단은 해가 뜨기 전까지만 이라도 충분했다.

‘몸 상태가 그리 좋지가 않아. 거기에다가 무기도 부족하다.’

강준은 육포를 씹어 넘기고서는 무척이나 아쉬움이 들었다.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서 탈출보다는 수색을 좀 더 하다가 빠져나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몸 상태로 성인 남자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이 곳에서 계속 있을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다.’

강준은 아쉬움을 달래면서 이대로 빠져나갈 수 밖에 없었다.

벤의 울타리는 그다지 높지는 않았다. 거기에다가 그리 크지도 않았기에 강준이 붙들려져 있는 곳에서 몇 발자국만 움직여도 바로 울타리가 있을 정도였다.

거기에다가 그리 튼튼하게 짓은 것도 아니기에 힘을 준다면 충분히 넘어 트릴 수 있는 정도였다.

그렇기에 강준은 울타리에 도착을 해서는 천천히 밀어서 공간을 만들고서는 그대로 정글 속으로 스며들어 갔다.

하늘 위로 밝은 달이 뜨기는 했지만 수풀에 가로막혀 있어서 정글 속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이미 빠져나가 버린 강준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게 어느 정도 움직인 강준은 가장 먼저 물을 찾았다.

탈수까지는 아니지만 하루 종일 물을 마시지 못한 덕분에 목이 따가울 정도였다.

거기에 마른 육포를 씹어 삼켰으니 갈증은 더욱 심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물을 찾는다는 것이 쉬울 리는 없었다.

눈을 감고 조용히 귀를 기울였지만 물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의외로 소음이 없이 고요한 곳에서 물소리는 꽤나 멀리에서부터 전해질 정도로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수백 미터 내에서 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 강준은 땅바닥에 손을 대어 보았다.

정글의 바닥 자체가 어느 정도의 습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강준은 자신의 손에서 느껴지는 습기가 많지 않다는 것에 고개를 내저었다.

땅을 판다고 물이 나올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뭇잎이 지금 습기를 가지고 있으려나.’

강준은 다음으로 자신의 근처의 넓적한 나뭇잎들에 이슬이 맺혔기를 기대하면서 나뭇잎들을 만져 보았다.

하지만 그 것도 아직은 시간이 이른지 이슬은 충분히 맺히지 않은 상태였다.

강준은 생각보다 늦은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서는 아쉬움을 가져야만 했다.

하루 종일 뜨거웠던 땅에서 공기 중으로 올라와 있던 수증기들이 새벽이 되면서 기운이 내려가면 응결작용에 의해 이슬이 생기게 되는데 해가 뜨고 나서 30분 이내에 이런 이슬들은 사라져 버리고 만다.

물론 새벽녘이라고 무조건 이슬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공기 중의 수증기가 충분하지 못하다면 이슬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바다 위의 섬이기에 공기 중의 수증기는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였다.

가끔씩 집중 호우까지 내리기에 물을 구하는 것이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 구하기 쉬운 물조차도 지금 당장 구할 수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강준은 나뭇잎에서도 충분한 이슬이 맺히지 못한 것에 고개를 내저어야만 했다. 그나마 나뭇잎들에 약간의 물기가 묻어 있는 것을 혀로 핥으며 갈증을 조금이나마 달래야만 했다.

그렇게 몇 장인가의 이파리들을 통해 수분 보충을 하던 강준은 긴장감이 점차 누그러지면서 피로가 몰려오는 것에 몸을 일으켜서는 쉴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저번처럼 붙잡힐 수는 없었기에 아무 곳에서나 들어가 쉴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움직이던 강준은 어둠 속을 헤매다가 짙은 어둠속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서는 멈추었다.

“나도 지금 제정신이 아니구나.”

불빛 하나 없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헤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잘 아는 강준이었다.

살인을 했다는 것과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해 진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강준은 고개를 가로젓고서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서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어머니하고 아버지는 잘 계실까? 전화 안 드린지도 몇 일 되었을 텐데.’

강준은 가족들이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울적해지려고 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상황 속에서 태연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몇 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면서 섬 내부의 사람들은 점점 정신적으로 점차 피폐해지며 이상 현상을 들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강준 또한 정신적으로 문제를 나타내고 있을 때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에 수풀이 흔들리면서 밝은 달빛이 땅을 비추었다.

어둠이 한 순간이나마 사라지는 그 광경에 강준은 아름다움을 느꼈다.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그 달빛이 자신을 빨아들여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곧 사라지는 달 빛 속에서 강준은 무언가 이상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뭐지? 저건?”

강준은 자신이 본 것이 무엇인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이내 다시 불어온 바람에 달빛이 세어 나오면서 본 것에 강준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서는 자신이 본 것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헉!”

강준은 자신의 발 아래가 꺼지는 것을 느끼며 몸을 허우적거렸다. 그리고서는 이내 자신의 몸에 낭떨어지 같은 곳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으며 한참을 구르다가 의식을 잃어 버려야만 했다.

그렇게 강준 자신의 앞에 있던 산비탈을 굴러 떨어져 내려갔다.

그리고 그 산비탈의 정면 앞으로 배낭 모양의 물체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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