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7. 위기
“어떻게 할 거지?”
두려움에 몸이 떨려 온다. 아마도 어찌 될 것인지는 짐작이 충분히 가지만 자신의 입 밖으로 내기에는 두려웠다.
그런 에디를 바라보는 벤은 무심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글쎄. 시간이 없는데. 정 안되면 아이들을 살릴 수 있도록 해 줘야 하겠지?”
“그…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아이들보고 저 남자를 죽이게 하겠다는 거야!”
에디의 말이 떨려왔다. 자신도 지금까지 살인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이 파티에 속한 사람치고 살인을 해 본 사람이 있을지 알 수도 없었다,
에디가 짐작하기로는 단 한 명도 살인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살인을 시키겠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파티의 대장인 벤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에디가 벤을 보았을 때는 벤은 무척이나 유쾌하고 자신만만한 사내였다. 다들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에도 벤은 그런 사람들을 감싸 안으면서 진정을 시켰다.
그 덕분에 작은 신뢰가 싹이 텄고 지금까지는 무사히 지내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점점 죽음에 임박해지고 있는데도 이 곳을 빠져나갈 방법도 이 악마의 쇠사슬을 끊어버릴 방법도 찾을 수 없었다.
다들 점점 공포에 질려 갔고 벤의 통제력으로도 어쩌지를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살인자로 추정되는 강준을 붙잡아 온 것이었다.
그가 정말 살인자인지 아닌지는 알지 못했다.
“그가 정말 살인자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어! 그 남자 말로는 그 여자를 살리려다가 살리지 못했다고 했어!”
“에디!”
에디의 말을 멈추게 하는 벤이었다. 에디 또한 이성적인 남자였지만 점차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에디. 그 남자가 살인자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는 우리의 동료가 아니고 그를 통해 우리 동료 한 명이 살아날 수 있는 것. 그 것이 더 중요하다.”
“……!”
전이었다면 벤은 새로운 동료라며 기뻐하고 받아들였을 것이었다.
당장 어제 낮에 발견을 한 줄리아라는 여성을 벤은 환한 미소로 받아 들였다.
단 하루의 차이였지만 줄리아는 받아들였지만 강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론 강준이 살인자이기에 믿을 수 없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를 죽이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에디에 벤은 한숨을 쉬고서는 한 마디 말을 했다.
“에디. 난 우리 동료들을 살리고 싶다. 정말이지 미치도록 살리고 싶어. 그 때문에 내가 마리아께 버림받아 지옥에 떨어진다고 할지라도 말이야.”
벤이 독실한 크리스찬이라는 것은 에디도 알고 있었다. 아침과 저녁 때 기도를 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성자와도 같아 보일 정도로 경건해 보였다.
그런 그가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가겠다고 말을 하고 있으니 에디의 마음 속에서 무언가 울컥 하고 튀어나오려는 것이 있었다.
벤은 에디를 지나쳐서는 강준이 끌려간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벤의 얼굴에서는 단호함이 가득 어렸다.
벤은 아무 것도 모른 채로 즐겁게 뛰어노는 어린 아이들을 보았다.
‘델리와 하이테.’
이제 7살 남짓이나 되었을까 싶은 어린 아이들이었다. 두려움에 떨며 소리내서 울고 있는 아이들을 찾아낸 것은 벤이었다.
만약 조금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가 발견했다면 그 아이들은 지금껏 그 자들의 손에 끌려다니다가 죽음을 당했을 것이었다.
처음에는 충격으로 울고 있었지만 지금은 밝게 웃고 떠들며 뛰고 있었다.
벤은 이런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잔인한 짓을 벌리려는 것에 이를 악물었다.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짓이었기에 그 작자들이 눈 앞에 있다면 잔인하게 죽여 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내 너희들은 기필코 살아서 집으로 돌려 보내 줄게’
벤은 어린 아이들을 지나쳐서는 팔루에게로 향했다.
팔루는 강준을 으슥한 뒤편의 나무 둥치에 줄로 칭칭 동여매어 버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도 움직일 수 있도록 감옥 비슷한 것을 만들어 주라고 했더니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아! 대…대장!”
팔루는 벤을 보고서는 대장의 지시를 어긴 것에 난처한 듯이 어쩔 줄을 몰랐다. 분명 벤의 성격 상 사람을 이렇게 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팔루. 할 부탁이 있다.”
“응?”
하지만 팔루는 강준의 상태를 전혀 쳐다보지도 않고서는 자신을 부르는 것에 의아함을 느꼈다.
거기에다가 자신에게 부탁까지 하는 것에 팔루는 묘한 표정까지 지을 정도였다.
“아! 알았어! 하센 그 녀석 좀 지켜 보고 있어! 대장하고 좀 이야기 좀 하고 올 테니까.”
“알았다.”
하센의 대답에 팔루는 부탁을 하자는 벤을 따라 조금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 상황이 되자 벤은 팔루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아니 노려보는 것 같은 벤의 시선에 팔루는 움찔 몸을 움추렸다.
사실 팔루에게 있어서 벤 정도를 제압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덩치나 키 그리고 완력으로도 벤 정도는 팔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팔루는 눈 앞의 벤이 왠지 모르게 어려웠고 두려웠다.
그 것이 아마도 처은 벤으로부터 동료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난 그 날 저녁 벤이 한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미동도 하지 않고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본 이후라고 생각되었다.
하여튼 그 때문인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팔루에게 있어서 벤은 어려운 사람이면서도 주변의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통제를 하는 모습에 불만이 있더라도 따르고 있었다.
“팔루. 부탁이 있다.”
“부탁은 무슨. 그냥 지시해. 난 그런 것이 더 편하니까. 일단 내가 너를 대장으로 따르기로 했으니 넌 나에게 명령을 하면 돼.”
단순한 그런 팔루의 말에 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명령으로 될 일이 아니다.”
“뭐길래 그래?”
무언가 심각한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팔루는 심각한 표정의 벤에 긴장을 하기 시작을 했다.
“이제 실질적으로 3일 밖에 남지 않았어.”
벤은 자신의 시계를 가리켰다. 89시간이라는 시간이 표시 되어 있었다. 어느 덧 일주일의 절반 가까운 시간이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실질적으로 낮 시간으로 따진다면 3일 정도 밖에는 남지 않게 되자 공포는 점차 심해지기 시작했다.
꿀꺽!
벤의 손목시계 타이머와 자신의 타이머는 똑같았다.
아직 사람을 죽이지 않았기에 다들 똑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었고 죽는 시간도 동일할 것이었다.
애써 한 쪽 구석으로 밀어 넣었던 공포감이 피어오르는 팔루였다.
“그…그래서?”
“적어도 아이들만큼은 아니 우리 동료들은 살리고 싶다.”
벤의 말에 팔루는 놀란 듯이 입을 벌리고 벤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벤의 눈빛을 보자 잘못들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벤의 말에 팔루는 멀리서 나무둥치에 매달려 있는 강준을 바라보았다.
“그래.”
말은 하지 않았지만 팔루의 당황을 한 행동에 벤은 말을 했다.
“잡아와라.”
생존자 파티가 사냥꾼 파티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을 사냥해야만 했고 벤은 자신의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서 사람들을 붙잡아 오라고 지시를 하는 것이었다.
팔루는 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동안 벤의 눈을 바라본 팔루는 벤의 눈에서 수만가지의 번민을 읽을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파티 내에서 서로를 죽이고 죽이게 되겠지. 아무리 신뢰로 뭉쳐 있다고는 하지만.’
팔루는 만약 자신의 손목 시계의 타이머가 0으로 향해 빠르게 줄어든다면 자신 스스로도 어찌 될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성인 남자로 부탁한다.”
어린 아이나 여자를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강준과 같은 성인 남자이면서 살인자라면 가장 좋을 것이었다.
“그래. 알았다.”
팔루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벤을 향해 하얀 잇몸이 다 보이도록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다. 이 모든 죄업은 내가 전부….”
“아니 지옥에 가더라도 대장 쓸쓸하지 않게 나도 같이 가 줄 테니까 걱정 말라고. 어쩔 수 없는 거잖아.”
팔루는 벤을 위로하고서는 벤이 이런 말을 자신에게 하기까지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까를 떠올렸다.
비록 살인을 저지르라고 지시를 내리는 것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팔루는 벤이 너무나도 믿음직스럽고 자신이 이런 파티에 들어왔다는 것에 기뻤다.
적어도 동료들만큼은 버리지 않고 살리고자 하는 벤이 믿음직스러웠다.
아마도 숫자가 다 채워 지지 않는다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 놓을 것 같았다.
‘대장! 적어도 당신은 내가 꼭 살리겠어.’
팔루는 벤만큼은 자신이 살리겠다는 생각을 하고서는 몸을 돌렸다.
“하센 저 친구만 있으면 되니까. 기다리고. 아무래도 에디는 이런 일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혹시 모를 침입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다른 친구들은 여길 벗어나면 안 될테니까 말이야.”
지금까지 생존자나 식량을 찾기 위해서 에디와 팔루, 하센 세 사람이 함께 다녔지만 에디의 성격상 이런 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팔루였다.
“부탁한다. 그리고 미안하다.”
“흥! 그냥 명령을 내리라고 나한테는 부탁 할 필요 엇어. 그러니까 기다리고 있어.”
팔루는 참담해하는 벤을 뒤로 하고서는 성큼성큼 강준을 감시하고 있는 하센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팔루의 표정은 무척이나 잔인하게 변하기 시작을 했다.
“후후! 휴가를 와서도 인간 사냥을 하게 되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