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7. 위기
지독한 추위가 몰려왔다.
딱딱딱딱!
이빨들이 맞물려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고 그런 소리들은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이었다.
기온자체는 그리 낮은 것은 아니었다.
비록 비가 내리고 있고 밤이 되어 기온이 낮아진다고 해도 얼어죽기에는 터무니없이 높은 온도였다.
하지만 인간의 체온은 36도를 넘는데 주변의 기온이 그 정도는 되지 못했다.
체온의 발란스가 붕괴되면 신체의 체온 유지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고 체온에서 2~3도만 떨어지게 되도 신체는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되어 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움찔!
여자의 피부에 강준의 피부가 닿았다.
하지만 강준은 자신의 체온을 빼앗아가는 그녀의 신체에 화들짝 놀라서는 몸을 잔득 웅크린 채로 나무 둥치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미 그녀의 체온을 높여주려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였고 살기 위해서 도덕도 윤리도 버려야만 했다.
죽어가는 사람을 옆에 눕히고서는 덜덜 떠는 강준은 이를 악물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어! 정말이지 최선을 다했단 말이야.’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강준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다.
만약 비만 오지 않았다면 무슨 수를 쓰든 불을 만들어 냈을 것이었다.
그렇게만 한다면 주변의 온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란 무궁무진했다.
하지만 비가 왔고 탈만한 것은 모두 젖었다.
그리고 불을 붙일 도구들도 모두 젖어 버려서 불을 붙일 방법이 없었다.
자연의 도구를 이용하더라도 불을 만드는 데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소모된다. 그런데 비로 인해 모든 것이 젖어 있다면 체력 소모만을 불러올 뿐이었다.
서바이벌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쓸모없는 일에 헛힘을 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불가능하거나 힘들 것 같은 일은 애초에 하지를 말고 모험적인 일은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피해야만 했다.
최대한 생존을 위해 보수적인 행동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목숨을 빼앗아 갈 수 있었다.
그런 의미로 강준은 무리하게 여자를 구해내려고 한 것이 실수였다.
스윽! 스윽!
강준은 추위를 느끼며 점점 주변의 흙들을 자신의 살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부드러운 표토층이어서인지 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런 흙들이 비와 땀으로 끈적거리는 강준의 몸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렇게 온통 흙투성이가 되어 버린 강준이었지만 그 것이 강준을 살려주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두텁게 강준의 몸에 붙은 흙들이 강준의 체온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줬으며 오랜 시간 열을 보존하고 있던 땅속의 온도가 강준의 체온을 조금씩 올려주기 시작을 한 것이었다.
아직 강준은 죽을 운명이 아닌 듯 두 번째 행운이 강준에게로 찾아 왔다.
꿈틀! 꿈틀!
강준은 자신의 얼굴 주변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느끼며 무의식적으로 그 것을 붙잡았다.
무언가 말랑거리면서 연신 움직이고 있었다.
강준은 무의식적으로 그 것을 먹어야 산다는 것을 깨달았다.
흔히들 애벌레들은 고단백의 칼로리 음식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단 몇 개만 먹어도 하루를 충분히 버틸 수 있는 단백질 덩어리들이었고 그 것은 생존에 적합한 식품이었다.
하지만 식용이 가능한 애벌레가 있는 반면 식용을 해서는 안되는 애벌레가 있는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은 알지 못했다.
TV에 나오는 수 많은 이들이 애벌레를 먹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맛이 좋고 영양도 좋다며 웃으면서 시식을 하는 장면들인데 그 때의 애벌레들은 식용이 가능한 것들 뿐이라는 것이다.
그들 중 누구 하나 식용이 불가능한 독이 들어 있는 애벌레도 있다는 주의사항을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애벌레들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포식자들로부터 지킬 무력이 있어야만 했고 그런 무력 중에 가장 효과적이면서 강력한 것이 독이었다.
자신을 먹으면 죽는다.
그 강력한 경고는 자신의 신체를 지키는 가장 큰 방법이었고 의외로 그런 애벌레들은 많았다.
질겅! 질겅! 꿀꺽!
강준의 입에서 씹히고 삼켜지는 애벌레들은 운이 좋게도 그런 범주에 들어가는 애벌레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 강준이 의식이 있었다면 분명 애벌레의 종류를 확인하고 난 뒤에 먹었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강준은 그렇게 주변에서 꿈틀거리던 애벌레들을 모두 찾아내서는 씹어 삼키고서는 잠에 빠져들어 갔다.
그리고 얼마 뒤 강준의 손목에 있던 타이머가 변화를 했다.
-TIME RESET-
불빛이 반짝이고 난 뒤 강준의 폭탄 타이머는 처음 강준이 백사장에서 의식을 되찾았을 때인 168시간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강준의 옆에 누워 있던 여자의 가슴이 더 이상 오르락 내리락 하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죽으면서 강준의 생명을 조금이나마 더 연장 시켜 준 것이었다.
강준이 그녀를 직접 죽인 것은 아니었지만 강준의 바로 옆에서 숨을 거두면서 그녀의 타이머가 강준의 타이머와 연동이 되어 강준이 죽인 것으로 판정을 내려 버린 것이었다.
기계이기에 완벽할 순 없었고 그럼 몇 몇 가지 오류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 것을 통해 유저들은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방법과 불리한 방법을 찾아내게 될 것이었다.
어찌되었든 강준은 자신이 인식도 하지 못하는 사이에 사람을 죽인 것으로 판정을 받아 168시간이라는 시간을 다시 회복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강준의 옆에서 저체온증으로 죽은 그녀와 같이 하나 둘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을 했고 그런 사람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의 타이머가 리셋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것이 무엇 때문인지 알지 못했고 그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자동으로 시간이 추가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 것이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로 말이었다.
그렇게 하루 밤이 지나고 난 뒤 강준은 자신의 몸을 흔드는 느낌에 천천히 눈을 떴다.
“으윽! 누구?”
비몽사몽한 가운데 강준은 어젯밤의 일이 떠오르며 자신이 살리려고 했던 여자가 자신을 깨우는 줄 알았다.
최대한 노력을 하기는 했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포기하고 만 여자였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신을 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 그녀라면 정말이지 그녀의 운이 좋은 것이었다.
“씨발 새끼! 안 일어나!”
하지만 강준은 곧 자신을 깨우는 목소리가 여자의 목소리가 아닌 남자의 목소리임을 알았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머리를 때리는 둔탁한 느낌과 함께 눈 앞에 보이는 총구에 정신이 번쩍 드는 강준이었다.
“무…무슨?”
강준은 자신의 얼굴에 겨누어진 권총의 총구를 보고서는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이내 자신의 몸이 우악스러운 손길에 의해 끌어내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