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26화 (26/161)

##26 7. 위기

눈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어느덧 속옷까지 비가 젖어 버린 강준은 체온이 조금씩 내려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당장 마른 땅이 젖어 들어가면서 점차 불어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준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 저지대인지 주변에서 물이 불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게릴라성 집중 호우를 보이는 이런 폭우는 잘못하면 익사사고를 당할 수도 있었다. 강가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주변에서 물이 몰려드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강준은 비를 피할 수 있으면서도 안전한 장소를 찾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죽은 건가?”

강준은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에 급히 목의 동맥을 잡아 보았다.

“뛴다. 아직 살아 있어!”

무척이나 희미하지만 분명 맥박이 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에다가 강준은 어두워서 잘은 안보였지만 쓰러져 있는 사람이 여자임을 알아보았다. 이제 3일째이지만 남자에 비해 생존력이 떨어지는 여자이기에 탈진 상태임을 알아 본 것이었다.

이대로 조금 더 시간을 지체한다면 죽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될 것이었다.

“응차!”

강준은 탈진을 한 여자를 업고서는 비를 피할 곳을 찾기로 했다.

이 여자도 문제지만 자신 또한 이런 비를 계속 맞게 된다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후우! 후우!”

몸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컨디션은 최악으로 떨어져 있었고 허기짐도 상당했다. 거기에다가 몇 일 째 마음 놓고 쉬지도 못했기에 피로도도 무시를 못할 정도였다.

그런 상태에서 시야도 확보되지 않는 폭우 속에서 성인 여성을 등에 업고서는 안전한 곳을 찾는다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니었다.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강준은 머리 속이 하얗게 탈색이 된 듯이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 상태였다.

지금 등에 업은 여자를 버려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생각도 없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나지 않았다.

오직 앞으로 움직인다는 생각만이 날 정도로 디른 생각은 일절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것인지 강준의 몸에서는 비인지 아니면 땀인지 알 수 없는 것에 흠뻑 젖어가고 있을 때 강준은 나무들이 무너져 있으면서 생긴 동굴을 볼 수 있었.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성인 두세 사람 정도는 충분히 들어 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었다.

조금은 실망스러운 피난처였지만 이내 그 것도 감지덕지한 처지이기에 강준은 그 동굴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하아! 하아! 하아!”

몸이 평안해지자 강준은 극속도로 몸의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긴장이 풀린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강준은 마치 터져버릴 듯한 심장의 박동에 숨까지 제대로 안 쉬어 질 정도였다.

‘하아! 나도 몸이 개판이 되었군.’

과거 특임단 시절에는 완전 군장을 한 채로도 몇 달을 버티고는 했지만 지금은 그런 체력과 정신력이 나오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나마 썩어도 준치라고 강준은 호흡을 조절하면서 몸 상태를 회복시키는데 최대한 주력을 했다.

자신의 바로 옆에 여자가 죽어가고 있었지만 그 여자를 돌보려고 지금 움직였다가는 강준의 신체가 오버히트 해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럴 바에는 약간의 휴식으로 신체를 회복시켜야만 했다.

기계조차도 휴식 없이 계속 돌리게 되면 복구가 불가능해지게 된다.

하물면 인간의 신체는 더욱 더 그러해서 한계 이상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망가져 버리게 될 뿐이었다.

영화에서처럼 초인적인 힘을 보이는 것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었다.

간혹 초인적인 힘을 순간적으로 내서 사람을 구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힘을 내는 사람은 그 이후로 신체가 복구 불능으로 망가진 상태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강준은 일단 자신의 신체부터 회복시키려는 것이었다.

쩝쩝!

목이 타는 듯한 고통은 흘러내리는 빗물로 해결을 했다. 그렇게 갈증이 해소가 되고 어느 정도 몸이 회복이 되자 강준은 자신의 옆에 쓰러져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강준은 더듬더듬 손을 움직여가며 여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맥박이 너무 희미하다.’

강준은 여자의 맥박이 너무 희미할 뿐만 아니라 몸도 무척이나 차가워져서 저체온증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손에서는 이미 체온이 상실되어 가는지 시체처럼 차가운 상태였다.

“이 봐요. 정신 차리세요. 이 봐요!”

강준은 여자를 흔들어 보았지만 이미 의식 불명 상태인지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탈진 상태에다가 오랜 시간 비에 젖어 저체온증 상태에 빠져 버린 것이었다.

일단 체온을 회복 시켜야 했지만 체온을 회복 시킬 방법이 없었다.

덜덜덜!

강준 조차도 조금씩 체온이 낮아지고 있었다.

비에 젖은 몸은 지속적으로 체온을 빼앗기고 있었고 점점 주변의 기온도 내려가고 있었다.

이내 새벽이 된다면 온전한 상태에서도 추위를 느끼게 될 것이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그녀의 몸을 자신의 체온으로 회복시킨다는 것은 자살 행위였다.

여자의 체온을 회복시키기는 커녕 강준 자신의 체온마저도 빼앗길 확률이 더 높았다.

그나마 두툼한 잠요나 천이라도 있었더라면 아니 몸을 덮을 비닐만이라도 있었더라면 강준도 그녀의 옷을 벗기고 자신의 옷도 벗은 다음에 그녀를 안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옷들은 모두 비에 젖어 있었고 불을 피울 방법조차도 없었다.

손을 가져다 대면 몸이 움찔 떨릴 정도로 차가운 몸이어서 놀랄 지경이었다.

‘죽는다.’

강준은 그녀를 안는다면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그냥 이대로 놔둘 수도 없었다.

그 것이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판단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은 그녀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일단 강준은 그녀의 옷을 벗겼다. 좁은 공간에서 상당히 힘들었지만 일단 옷을 벗기는 것에는 성공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젖은 옷을 벗었다. 젖은 옷으로 체온이 계속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만 했다.

그렇게 옷을 벗은 강준은 자신의 옷을 이용해서는 입구를 가리기 시작 했다.

빗방울이 입구를 통해 튀어져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강준은 자신의 옷으로 입구를 막아서 바람이나 비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서는 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리 많이 젖은 땅바닥은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물기를 제거해야만 했다.

다행이도 무너진 나무 위로는 낙엽들이나 나뭇잎들이 가득 쌓여 있어서인지 빗물은 그다지 들어오지는 않고 있었다.

그렇게 물기에 젖어 있는 흙들을 입구 쪽으로 밀어서 행여나 넘쳐 흘러오는 물들을 막고서는 그녀의 몸을 손으로 대어 보았다.

오싹!

아직도 몸이 오싹할 정도로 차가움이 밀려오자 강준은 이를 악물고서는 손을 놀려 그녀의 온 몸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만약 낭만적인 침실이었다면 좋았을 터였지만 지금은 사느냐 죽느냐하는 낭떨어지 위에 서 있는 중이었다.

물론 강준과 여자의 자세는 꽤나 야했다.

남녀 모두 알몸으로 강준이 연신 그녀의 몸을 비비고 있었으니 그러했다.

하지만 강준은 그런 야한 생각보다는 그녀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과 자신 또한 최대한 움직여서는 몸에 열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다만 먹지 못한 것 때문에 체력 소모가 보충이 되지 않은 채로 극심해지는 것이 문제였다.

사람은 먹지 않고도 한 달은 넘게 버틸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 것은 거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을 때나 가능한 것이었다.

이토록 엄청나게 움직이고서도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강준은 점차 움직임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서는 체온이 회복되지 않는 그녀의 몸에 고함을 질렀다.

“이 봐요! 정신 차리라 구요! 그러다가 정말 죽어요! 죽는단 말입니다!”

강준의 고함에도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조금만 있으면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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