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25화 (25/161)

##25 7. 위기

그 짧은 순간에 지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강준이 나무 아래로 내려왔을 때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귀신이 그들을 잡아 채 간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강준은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역시나 별 다른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비명 소리조차도 이제는 들려오지 않을 정도였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선택을 할 수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시끌시끌하던 장소가 무서울만치 적막으로 가득 채워진 것이었다.

강준은 혼자 남게 되었다는 것에 등줄기에서부터 목덜미까지 소름이 돋아 나는 느낌이었다.

착!

강준은 권총을 빼어들고서는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을 했다.

분명 자신의 동료들을 위협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었다.

그 것이 자신을 위협하지 않으리라고는 보장을 하지 못했다.

‘동료들을 다시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 넓은 곳에서 그들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길을 잃게 되었을 시에 행동 요령에 대해서 서로 간에 정해 놓은 것이 전혀 없었다.

강준은 섣불리 자신이 움직여버리면 세 사람이 다시 돌아올 때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럴 때는 오히려 자신이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강준은 어이없게도 길을 잃은 것은 동료들이 아닌 자신이라는 것이었다.

낙오.

군대에 있을 때도 이 낙오라는 말은 가장 두려운 단어 중에 하나였다.

특히나 주변에 인가가 없는 곳에서 낙오를 하게 되면 대단히 위험해 지게 된다.

특전사들이 매년 하는 서바이벌 훈련에서 보통 강원도의 오지에서 생존 훈련을 하게 되는데 반경 20여 킬로미터 내의 좁은 구역 내에서의 생존 훈련조차도 간혹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 생존이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나마 그런 생존 훈련은 훈련일 뿐이었다.

기간이 정해져 있고 정 위험한 순간에는 구조를 해 주는 존재가 있었기에 죽음에 대한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생존 게임은 그 누구도 구해 주는 이가 없었고 기간은 자신이 죽을 때까지였다.

정신적 육체적 피로도는 더욱 더 극심할 수 밖에 없었다.

강준은 점차 점심 때로 빠르게 해가 올라가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근처에 비트를 만들고서는 몸을 숨겨야만 했다.

송글! 송글!

언제 위험이 자신을 덮칠지 알 수가 없었기에 최대한 빠르게 자신의 몸을 숨길 비트를 만들어야만 했다.

땅을 파고 주변과 전혀 이질감이 없는 위장을 하고 난 뒤에 강준은 자신의 몸을 비트 안으로 숨겼다.

그리고서는 숨소리를 죽이며 자신의 신체의 대사 활동을 조금씩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곰이 동면을 준비하 듯이 점차 맥박이 느려지며 신체의 장기들의 움직임이 느려지기 시작을 했다.

물론 곰이나 개구리들처럼 완전한 동면을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간은 아주 오래 전 그런 능력을 잃어버린 상태였고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고작해야 생리 작용을 조금 늦추는 정도에 불과했고 인기척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을 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것만으로도 강준의 흔적은 오래지 않아 그 장소에서 지워지기에 충분했다.

“…….”

그렇게 강준은 기다렸다.

만에 하나 동료들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물론 한정없이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강준은 한 시간 아니 두시간만 이렇게 기다리기로 생각을 했다.

그 이상은 기다려 봐야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깜빡! 깜빡!

하지만 강준은 어느 덧 한시간이 지나고 두시간이 지난 뒤 해가 점점 어둑해지는 것을 느끼지도 못했다.

한 두시간만 기다리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던 것이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지나가 버린 것이었다.

스윽!

결국 강준은 몸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아쉽지만 더 이상은 기다려 줄 수도 없었다.

허기짐이 강준의 주의력을 점차 소모시켜 나가고 있었다. 거기에 몸을 움직이자 목이 타들어갈 듯이 아려 오고 있었다.

생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물과 식량을 신체가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침에 간단히 먹었던 것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체는 계속 먹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강준에게는 먹을 것이 없었다.

데런의 식량 배낭이 있어서 모든 식량을 데런에게 의지를 한 것이었다.

‘일단 왔던 길을 돌아서 조그만 가면 먹을 것이 있었지.’

강준은 자신의 기억 속에 야생열매들이 있던 곳을 떠올리고서는 몇 차례 주변을 더 둘러보고서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동료들을 찾아 움직일 걸 하는 후회가 밀려들어왔지만 이제와서 후회는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렇게 강준이 떠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의 인기척이 나타났고 한참을 주변을 돌아다니는 듯 했지만 결국 어디론가로 사라져 버렸다.

그들은 강준이 나무 둥치에 칼로 세긴 흔적을 발견하지는 못한 채로 사라졌다.

-엘리, 데이브, 데런. 기다려라. 내가 찾아갈 테니.-

강준은 혹시라도 돌아올 이들을 위해 자신이 찾아가겠다는 글을 남겼지만 그 누구도 그 글을 읽어 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게 정글의 해가 져 버리고 난 뒤 어둠이 지배를 하는 곳으로 변해 버리자 아직까지 살아있는 이들은 자신의 몸을 숨길 곳을 찾아 숨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강준은 자신이 남겼던 희미한 흔적들을 되짚어 가면서 야생열매들이 있던 곳으로 향했다.

흔적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었지만 어둠이 내리기 시작을 하자 속도는 점차 느려질 수 밖에 없었다.

뚝! 뚝!

강준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 흠짓 몸을 떨었다.

“제길!”

급히 하늘 위를 올려다보았지만 시커먼 먹구름은 보이지 않았다. 나무들의 잎사귀로 하늘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빗방울이 곧 엄청난 폭우로 변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강준은 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비를 피할 곳을 찾았다.

하지만 마땅찮게 비를 피할 만한 곳이 있을 턱이 없었다.

그렇게 일단 식량보다는 비를 피할 곳을 찾을 때 엄청난 소음이 들려왔다.

와르르르 꽈광!

천둥 번개가 치는 소리와 함께 하늘 위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을 했다.

쏴아아아!

금세 시야가 확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쏟아붙기 시작을 하는 폭우는 강준의 몸을 완전히 젖게 만드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강준은 그렇게 자신의 몸을 때리기 시작하는 폭우에 인상을 찡그리고서는 달리기 시작을 했다.

그나마 비를 피할 곳을 찾으려는 것이었다.

정글은 기온이 높은 곳이었지만 의외로 저체온증으로 죽는 경우도 상당했다.

그리고 그 저체온증의 원인이 바로 이런 열대폭우였다.

그런 사실을 잘 알기에 강준은 비를 피하고 자신의 체온을 지킬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엇따.

턱!

하지만 바로 그 때 강준은 자신의 발에 걸리는 무언가에 몸이 휘청거렸다.

“으윽!”

겨우 균형을 잡고서는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발이 걸린 것이 딱딱한 무언가가 아니라는 것에 뒤를 돌아보며 확인을 했다.

“사람?”

그리고 어둠 속에서 강준은 사람 한 명이 땅바닥에 쓰러진 채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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