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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어 라이프-19화 (19/161)

##19 6. 노리는 자

135시간 59분.

강준은 자신만이 알아 볼 수 있는 은밀한 흔적들을 만들면서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틀 째 계속 움직여 가면서 사실상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조차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멈추어 있을 수 만은 없었다. 물을 구해야만 했고 먹을 거리를 구해야만 했다.

의외로 먹을 것이 풍부하다고는 하지만 세 사람이 한 끼니를 해결하고 나면 거의 바닥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의 입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식량 소모량은 극악스러울 정도였다.

이미 크리스의 가방에 있던 비상식량들은 바닥이 난 상태였다.

아껴 먹는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고 특히나 정글과 같은 험한 지역에서 계속적으로 움직이면서 칼로리 소모는 대단히 높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곳에서 단순히 나무 열매로 버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특히나 현대인들의 경우는 신체 대사가 오지의 원주민들보다 극악으로 좋지 않았다.

같은 양의 칼로리의 식량을 섭취했을 때 현대인들은 더욱 더 빨리 지치고 더 많은 칼로리를 요구하게 된다.

한마디로 엔진 효율이 좋지 못하다는 사실이었다.

힐끔!

강준은 특히나 계속 무언가를 입 안에 넣으려고 하는 데이브를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헤비급이 아닌 그 아래의 크루저급 권투선수인 데이브의 경우는 힘은 좋지만 가만히 있어도 막대한 칼로리를 소모하는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작은 열매들로는 간에 기별로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고 점차 짜증스러운 듯이 인상이 구겨져 있었다.

그에 비해 엘리는 여자이기 때문인지 먹는 양은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움직임은 점차 느려지고 있다는 것을 강준은 느끼고 있었다.

‘피곤하군.’

강준은 피로를 느꼈다.

물론 이틀 정도 정글을 누비고 다녔다고 벌써부터 피로를 느낄 강준은 아니었다. 감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몸은 어느덧 적응을 해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문제는 엘리와 데이브를 믿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들이 나를 향해 의미없이 공격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강준이 걱정을 하는 것은 엘리와 데이브가 점차 지쳐가거나 다른 것에 한눈을 파는 사이에 주변에 소홀해 진다는 것이었다.

강준도 인간인 이상 등 뒤는 볼 수 없었고 결국 시야가 미치지 못하는 사각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사각을 동료들이 메워 줘야 하는데 지금 강준은 자신의 사각 뿐만 아니라 엘리와 데이브의 사각까지도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강준의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이대로는 등을 맡길 수가 없다.’

애초부터 강준은 자신이 잘못 생각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비로소 했다.

도무지 자신의 등을 맡길 수가 없는 것이었다.

오히려 엘리와 데이브의 눈빛에서 자신에게 의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안 강준은 답답함마저 느낄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강준이 엘리와 데이브를 포기 할 수도 없었다.

“잠깐 여기서 쉽시다.”

강준이 쉬자는 말에 엘리와 데이브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계속 정글 속을 움직이는 것이 고역은 고역이었던 모양이었다.

강준은 쉬자는 말에 곧바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리는 엘리와 데이브를 보고서는 짧게 한숨을 쉬고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위험이 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강준의 모습에 엘리는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자신도 몸을 일으켜서는 강준을 따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흐음! 도무지 맘 편히 쉬지를 못하게 하는 구만.”

그런 모습에 데이브도 투덜거리면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

세 사람이 엉거주춤 몸을 일으켜서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는 그 때 강준은 자신의 몸을 훑고 지나가는 묘한 기분을 느끼고서는 그 소름 돋는 느낌이 나는 방향을 급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몸을 날렸다.

‘제길!’

경고를 할 시간 적 여유 따위는 없었다. 죽음은 너무나도 가까이에 있었고 자신이 너무나도 안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시융!

강준은 자신의 머리 위를 가까스로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끼면서 데이브의 몸을 세차게 밀었다.

퍽!

무언가가 나무둥치를 강하게 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데이브가 땅바닥을 뒹구는 것을 보기가 무섭게 강준은 고함을 질렀다.

“엎드려!”

강준의 거친 목소리에 엘리는 놀란 눈으로 멍하니 강준을 바라볼 뿐이었다.

몸이 굳기라도 한 것인지 엘리는 지금 상황을 전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르르!

나무 둥치에 박힌 것은 화살이었다.

화살날개가 충격으로 부르르 떨리는 것을 보면서 데이브는 강준이 자신을 밀지 않았다면 자신의 머리에 저 화살이 박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활을 다룰 줄 아는 놈이다.’

활은 대단히 다루기가 어려운 무기 중에 하나였다.

총이야 목표를 향해 총구를 향하게 하고서는 방아쇠만 당기면 되지만 활은 일직선으로 날아가서는 그리 먼 거리를 날아가지는 않는다.

거리가 멀수록 포물선을 그리며 날려야만 했다.

당연히 거리가 멀수록 정확도는 극악스럽게 떨어질 수 밖에 없었고 그런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숙련도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무기였다.

그런데 강준의 눈에 사수는 보이지도 않았고 대단히 정확하게 데이브의 머리를 노렸다는 것이었다.

아마 곧바로 두 번째 화살이 날아들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목표는….’

아직도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엘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

지금 일어서서는 엘리를 향해 뛰어들기도 전에 엘리의 머리에 화살이 박혀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결국 강준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그리고 그 결단은 생각을 할 여유조차도 주지 못할 정도로 짧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이미 강준의 몸은 움직인 상태였다.

탕!

화약 냄새와 함께 정글을 뒤흔드는 소음이 터져 나왔다.

“까아악!”

익숙하지 않은 소음에 그제야 엘리가 몸을 주저앉는 것을 확인 한 강준은 엘 리가 주저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화살이 엘리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는 나무에 박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총소리에 화살을 쏜 이가 놀라 제대로 겨냥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강준도 처음부터 그럴 목적으로 처음 화살이 날아왔던 방향을 향해 대충 총을 쏜 것이었다.

애초부터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강준이었다.

그리고서는 강준은 최대한 몸을 낮춘 상태로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을 했다.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무기를 가지고 있는 채로 자신을 노린 상대를 그냥 놔둘 정도로 마음이 넓은 강준이 아니었다.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오히려 강준은 상대가 위협적이다는 생각과 함께 죽이거나 움직일 수 없도록 제압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단 이틀 만에 정신을 차리고 사람을 사냥하려고 했던 이였다.

처음의 크리스와는 질적으로 다른 존재일 수 밖에 없었고 강준이 보았을 때는 사람을 죽여 보았던 이라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겁을 집어먹고 물러선다면 강준 자신은 계속 사냥감으로만 남아 결국 사냥을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설령 상대를 제압하지 못하더라도 강준 자신이 사냥감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줘야만 했다.

‘아직 사냥감은 널리고 널린 상태이니까.’

맹수는 결코 자신이 다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상대와는 야생에서 싸움을 하지 않는다. 야생에서의 상처는 곧 죽음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물론 먹을 것이 더 없는 상황일 때에는 결국 싸우겠지만 먹을 것이 많은 상태에서는 결코 무리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빠르게 움직인 강준은 자신을 향해 날렸을 것이 분명한 화살이 터무니 없는 곳을 향해 날아간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처음 강준처럼 제압을 위한 공격이라기보다는 경고나 움직임을 묶기 위한 공격이었다.

그리고서는 강준은 정글 숲 속을 향해 도망을 치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여자?’

그리고 그 것이 남자가 아닌 여자임이 분명해 보이는 뒷모습에 멍하니 걸음을 멈추고 만 강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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