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18화 (18/161)

##18 6. 노리는 자

어느덧 3명으로 불어난 일행에 다들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을 했다.

홀로 남겨져 있을 때는 공포와 불안감으로 감정의 변화가 극심했지만 자신의 동료가 생기자 그런 감정의 변화는 억제되면서 차분해질 수가 있었다.

물론 아직은 완전히 서로를 믿을 수 없다고는 하지만 신뢰가 조금씩이나마 싹이 트고 있는 중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 신뢰도 유효시간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138시간 42분.

강준과 엘리가 데이브를 만난지도 어느덧 다섯시간 정도가 지나 있었다.

그동안 데이브는 강준이 틈틈이 따주는 먹을거리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데이브 자신이 즐겨 먹던 초코렛 같은 단맛이 강한 먹거리는 아니었지만 제법 달달한 먹을거리를 충분하게 공급받고 있었다.

그 것만으로도 데이브는 충분히 만족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엘리 또한 강준이 간간히 따서는 먹어보라고 주는 나무 열매 등에 배고픔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군대에서는 이런 것도 배우나 봅니다.”“군대라고 이런 걸 배우는 건 아니야. 다만 델타포스하고 같이 정글적응 훈련 중에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서 조금 배워둔 것 뿐이야. 다만 생각보다 먹을 수 있는 것이 많은 것 같네 여기는.”

강준은 새끼 손톱만한 검은색의 열매를 하나 따서는 손톱으로 살짝 껍질을 벗기고서는 즙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보았다.

그리고서는 잠시 냄새를 맡아보고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모르겠군.”

모르는 열매는 설령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냥 버리는 강준이었다.

독이 있는지 없는지 혀 끝에 대어보는 것은 만용이라는 것을 잘 아는 강준이었다.

동물 독에 비해 식물독이 별 것 아니라고 오해를 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식물독 중에서 투구꽃 같은 경우는 바늘에 액을 묻혀 사람에게 찌르기만 해도 마비 증상과 함께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강력한 독을 가지고 있었다.

그 외에도 정원이나 숲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히야신스 같은 관상용 식물에게도 사람이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을 정도의 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오히려 대표적으로 독을 가지고 있는 뱀의 경우가 독의 위력이 죽음까지 갈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것이 적다는 사실이었다.

그 외에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것보다 알려지지 않는 식물독들이 더 많았으니 알지 못하는 식물을 먹어본다거나 손으로 만진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강준은 알지 못하는 열매들에 대해서 함부로 손을 대지 말라고 엘리와 데이브에게 경고를 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경고가 항상 먹힐 리는 없었다.

“아! 이거 먹을 수 있는 거지? 강준!”

데이브는 분명 강준이 자신에게 줬던 노란색의 열매처럼 생긴 봉우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뭐?”

강준은 그런 데이브의 말에 급히 고개를 돌려서는 데이브가 말한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서는 소그라치게 놀라서는 데이브의 손을 급히 잡아채는 강준이었다.

“건들지 마!”

강준은 데이브의 손을 잡고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서는 이내 사색이 되어서는 몸을 숙였다.

“제길! 고개 숙여!”

강준의 긴장감 넘치는 목소리에 엘리와 데이브 모두 몸을 숙이며 불안해 했다.

강준과 오래 같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강준이 저리 놀라는 모습을 처음 본 것이었다.

“그 어떤 것도 건들지 말고 천천히 나를 따라 와.”

강준의 말에 다들 두려움에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서는 강준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천천히 따라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오래지 않아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강준이 허리를 펴자 엘리와 데이브는 궁금증이 가득 묻어나는 얼굴로 강준을 쳐다 보았다.

마치 설명을 해 달라고 말을 하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후우! 나도 이름은 잘 모르는데 저기 저 열매 같은 거 먹는 게 아니야.”

분명 자신들이 먹었던 것과 똑같은 열매를 먹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강준에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었다.

강준은 그런 엘리와 데이브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서는 근처의 길죽한 나무 작대기 하나를 들고서는 최대한 거리를 두고서 나무 작대기를 좌우로 흔들어서는 노란 열매 모양의 봉우리를 건들었다.

주륵!

작대기에 노란 봉우리가 건들여지자 노란 봉우리에서는 무언가 진액과 같은 것이 흘러 나오기 시작을 했다.

팍!

그리고서는 열매가 터지 듯이 봉우리가 벌어지면서 진액을 사방으로 토해내는 것이었다.

분명 먹었던 열매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주륵!

나무 작대기에는 노란 봉우리에서 흘러나온 진액이 묻어 있었고 무언가 고약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원주민들은 저걸 두티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저 것으로 사냥을 하는데 커다란 표범도 화살에 묻은 정도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오래지 않아 행동불명에 빠뜨린다고 해. 아마 저 것을 온 몸에 묻힌다면 어떻게 될지는 상상이 가겠지?”

강준의 말에 엘리와 데이브는 오한이 드는 듯이 몸을 떨었다. 조금 밖에 되지 않는 양으로도 자신들보다 더 큰 표범이 행동불능이 된다니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적이 단지 자신들과 같은 사람 뿐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정글은 보기에는 아름다울 수 있었지만 그 내부로는 치명적인 위험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 위험은 너무나도 치명적이어서 나름 정글에 대해서 안다고 여기고 있는 강준 조차도 애송이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라는 것조차도 아직 첫발자국조차 때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강준은 한 미군의 말을 떠올렸다.

그 때 뿐만 아니라 지금도 강준은 진심으로 그의 말이 가슴에 와 닿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그 말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말이 연이어 떠오르는 강준이었다.

‘정글은 그렇게 위험한 곳이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인간은 그 어떤 위험한 곳에서도 적응을 할 수 있는 괴물이라는 사실이야.’

인간의 적응력은 흔히들 바퀴벌레나 쥐들과 비교를 하게 된다.

하지만 최악의 적응력을 보유했다는 그런 생명체들보다 인간의 적응력은 더욱 더 강인하고 강력했다.

물론 인간들의 개별적인 적응력의 차이는 있었지만 이 지옥의 땅에서 이틀 째를 보내고 있는 6000여명의 사람들은 조금씩 허기와 함께 생존 욕구를 강하게 느끼기 시작을 했다.

그 생존 욕구는 활동력으로 변하면서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들고 있었다.

목이 마른 사람은 물을 찾기 시작을 했고 배가 고픈 사람은 자신들의 경함과 지식을 총 동원해서 먹을 것을 찾기 시작을 했다.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을 하던 이들은 점차 활동적으로 변해 갔고 그런 활동성은 점차 자기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투쟁심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생존 욕구는 난폭하게 자신의 위협요소에 대해서 적대적으로 변해가기 시작을 했다.

인간이 집단을 이룬 것은 자신들이 감당을 하기에 어려운 적들이나 환경으로부터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집단이 오히려 위협의 요소가 된다면 인간은 철저하게 이기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나 아닌 타인 모두를 죽인다는 이 생존 게임의 요소가 방아쇠가 되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을 움직이기 시작을 하는 것이었다.

강준 또한 동료를 만들었지만 그 것이 자신의 생존에 이익이 된다는 본능의 목소리에 움직인 것이었다.

도덕이나 윤리는 결국 생존이라는 생명체의 제일 존재 이유보다 위일 수는 결코 없었다.

엘리와 데이브는 그런 생존 욕구와 본능에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결코 알고 있지 못했다.

‘강준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저 사람과 함께 한다면 살 수 있어.’

엘리와 데이브는 신뢰가 가득한 눈빛으로 강준의 등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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