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5. 일행
강준과 데이브는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처지가 같은 것은 아니었다. 한 사람은 철저한 약자이며 한사람은 철저한 강자였다.
그리고 그 것을 가르는 것은 한자루의 권총 때문이었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던 엘리는 한숨을 내쉬면서 난감해 했다. 서로 사생 결단을 내 듯이 싸운 것은 알고 있었고 그 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것이 자신을 두고 일어난 사랑 싸움 같은 지극히 재미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저기….”
말 없이 서로만을 노려보고 있는 강준과 데이브의 모습에 더는 견디지 못한 엘 리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엘리는 더는 말을 하지 못한 채로 강준과 데이브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전 당신을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그 걸 어떻게 믿소?”
강준은 데이브의 말이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자신이라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할 터였기 때문이었다.
“음! 결국 당신을 쏘지 않았잖아.”
강준의 말에 데이브는 순간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죽이려고 했으면 분명 쏘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내 데이브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나중에 쏠 수도 있잖소! 내가 바보인 줄 아시오!”
데이브의 말에 강준은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강준의 표정에 데이브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기분이 좋은 것이었다.
“그럼 죽을래?”
강준은 뭐가 그리도 기분이 좋은지 하얀 이를 드러내고 있는 데이브의 모습에 말을 했다.
“노!”
강준의 살벌한 말에 데이브는 강하게 거부의 의사를 내보였다.
“살고 싶나?”
“예스!”
강준은 의외로 데이브가 단순하다는 것을 알고서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런 강준의 미소에 데이브도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왠지 자신을 살려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데이브도 슬럼가에서 살았다 보니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경험을 제법 많이 했었다.
그리고 그런 경험에서 오는 느낌으로는 강준이 자신을 죽일 생각은 없다는 것이었다.
“좋아! 살고 싶으면 거래를 하도록 하지.”
“거래?”
데이브는 강준의 거래라는 말에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을 살려주는 조건으로 거래를 하자는 것에 의아한 것이었다.
거래를 하기에는 데이브가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 없었다. 그렇다고 이 곳에서 나가서 뭔가를 달라고 할 듯 싶지도 않아 보였다.
“뭐 믿건 안 믿건 상관이 없는데 나는 믿을 수 있는 동료들을 만들어서 우리를 이딴 곳으로 납치를 한 자들을 찾아 박살을 내는 것이 목표요. 하지만 우리의 목숨은 이제 6일도 남지 않았지. 그 전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 놈들을 박살내지 않으면 우리끼리 죽고 죽이는 지랄 맞은 일이 벌어지게 되는 거야.”
강준의 눈에서는 순수한 분노의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인간이 결코 해서는 안되는 짓거리는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것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강준이었다.
‘인간의 목숨은 결코 장난감이 아니다.’
강준 또한 젊은 날의 대부분을 사람을 죽이는 훈련으로 밤낮을 지새웠지만 한 번도 장난삼아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오직 국민과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만으로 그런 힘든 훈련을 해왔었다.
“거래는 별 것 없어. 나는 그대 말고도 더 많은 동료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너를 살려두는 조건으로 동료를 만드는데 도움을 달라는 거야.”
동료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조건으로 살려준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동료가 되라는 말이었다. 그 것도 자신의 등을 맞길 수 있을 정도로 믿을 수 있는 동료를 의미했다.
“…….”
데이브는 강준의 얼굴을 노려보며 고민에 빠졌다.
거짓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사람은 믿을 수 엇는 존재라는 생각이 강한 데이브였다.
어린 시절부터의 경험뿐만 아니라 최근에 와서도 자신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 그동안 같이 지내왔던 이들이 자신을 멀리하는 것에 더욱 더 사람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던 데이브였다.
‘목숨이 걸린 문제야. 거기에다가 상대는 총을 가지고 있다.’
따르지 않을 수는 없다.
상대의 격투 실력도 결코 데이브 자신의 아래도 아니었다. 그런 상대가 총까지 가지고 있는데다가 왠지 모르게 총기에 있어서는 자신보다 더 전문가 인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당신 뭐하는 사람이오?”
결국 데이브는 정말이지 궁금해서 강준에게 물었다.
강준은 그런 데이브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
“뭘 알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국군 특수전 사령부 산하 707 스페셜 미션 유닛 출신이다.”
“……?”
데이브는 강준의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슨 의미인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강준의 말에 대부분 강준이 707 특임단 소속이었다는 것을 알 터였지만 군대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데이브가 강준의 말을 이해 할 수는 없었다.
단지 군인이로구나 하는 생각만을 할 뿐이었다. 그 것도 조금 대단한 군인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미국의 델타포스나 영국의 SAS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거야.”
강준의 말에 데이브는 그제야 입을 벌리고서는 놀라워 했다. 아무리 군대에 문외한이라고 할지라도 미 육군의 특수부대인 델타포스를 모를리는 없었다.
‘이 사람 인간 흉기였어?’
어쩐지 프로 권투 선수인 자신과 대등하게 싸운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이 저승문턱 까지 갔다 왔다는 것을 알자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데이브였다.
그렇게 데이브가 저항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는 눈빛에 강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넌 뭐하는 놈이냐? 격투기 선수 인 것 같은데….”
“아! 예! 저는 WBA 크루저급 세계 랭킹 4위의 데이브라고 합니다.”
강준은 크루저급이라는 말에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WBA라면 세계복싱협회를 뜻하는 것일 테니 프로 권투선수가 맞다는 이야기고 세계 랭킹 4위면 대단한 실력의 선수일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크루저급?”
“아! 예 헤비급 바로 아래 단계를 크루저급이라고 합니다.”
데이브의 말에 강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매우 운이 좋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방금 그 주먹에 정통으로 맞았다면 바로 골로 갈 뻔 했군.’
정통으로 맞은 것도 아닌데도 강준은 머리가 다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일반인의 주먹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파괴력이 강력했다.
지금도 살짝 왼쪽 눈의 초점이 맞지 않을 정도였다.
만약 기절을 해 버렸다면 강준은 살아 있지 못할 가능성도 배재를 할 수 없을 터였다.
“좋아! 데이브. 저 쪽은 엘리라는 아가씨로 우리 동료다. 그리고 배고프지?”
“머…먹을 거 있습니까?”
데이브는 배 고프지라고 묻는 강준에 환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먹을 것을 주는 이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는 이상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하루 종일 먹을 것을 먹지 못했던 데이브였다. 눈이 돌아간 가장 큰 이유도 이 허기짐 때문이었다.
“뭐! 대단한 건 아니고 일단 좀 쉬었다가 배도 채우고 움직이자. 음! 마침 먹을 것이 근처에 있네.”
강준은 몸을 일으켜서는 성큼섬큼 풀 숲을 헤치고서는 나아가서는 무언가를 막 따가지고서는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서는 땅바닥에 다 깔리도록 먹을 것을 내려 놓았다.
“……!”
데이브는 전날부터 하루 종일 돌아다녀 봐도 먹을 것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이렇게 먹을 것을 찾아내는 강준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반드시 같이 다녀야만 한다. 남들한테 먼저 죽기 전에 굶어 죽을 거야.’
강준과 같이 다니면 절대 굶어 죽을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에 강준에 대한 신뢰가 불쑥불쑥 피어오르는 데이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