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5. 일행
데이브는 현직 권투 선수였다.
한 때는 세계 챔피언에게 도전장을 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지만 부상으로 인해서 허무할 정도로 챔피언에게 무릎을 꿇었다.
부상은 완전히 회복이 되었지만 이상하게 부상 이후로 심리적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위축감 때문인지 슬럼프를 겪고 있는 중이었다.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데이브에게 열광을 하던 팬들과 관계자들 모두 등을 돌리기 시작을 했다.
거기에 감독과 스탭들마저도 어느 덧 데이브를 사실상 패물 취급을 하기 시작했다.
‘난 쓰레기가 아니다. 난 챔피언이 될 남자야!’
데이브는 이 오랜 슬럼프에서 극복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을 했다.
몸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훈련도 해 보았고 가면을 쓰고서는 슬럼가로 가서 어설픈 깡패들 수십명을 곤죽이 나도록 두들겨 패보기도 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결국에는 데이브 조차도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이 봐! 데이브! 그렇게 몸을 혹사 시켜 봐야 몸만 축나는 법이야. 그러지 말고 몇 달 푹 쉬어 보는 건 어때? 이 거 크루즈 선 입장권인데 3개월 동안 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돌아서 유럽으로 되돌아오는 여행이야.-
데이브는 한 지인의 권유를 거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여행이 악몽이 된다는 것을 그 당시에는 알 수가 없었다.
“제길! 빌어먹을!”
데이브는 정글 속을 헤매면서 연신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러면서 자신의 눈 앞에 누구라도 있다면 아주 박살을 내줘 버리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 것이 여자든 남자든 상관이 없었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주먹을 휘둘러 상대를 박살을 내 줘 버리고 싶었다.
“후우! 후우!”
하지만 정글 속에서는 도통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어제부터 해서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아니 몇 번인가 멀찍이서 뛰어다니던 사람을 보기는 했다.
하지만 데이브는 그런 사람들을 쫓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무리 자신이 권투 선수라고는 하지만 무기를 든 상대를 상대로 주먹질을 할 수는 없었다.
맨손 격투가가 아무리 고수라고 할지라도 무기를 든 애송이를 제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데이브는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데이브는 슬럼가 출신이었다.
대부분의 슬럼가 출신들이 그러하듯이 그들의 삶에서 희망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부분은 마약과 여자에 찌들어 살다가 길거리에서 죽는 삶이었고 조금 괜찮은 삶이 갱단에 들어가 상대 갱단의 총에 맞아 죽는 것이 그나마 조금 더 괜찮은 삶이었다.
하지만 데이브는 그런 삶은 죽어도 싫었다.
그 때문에 데이브는 프로 격투기 선수가 된 것이었다.
그 것도 대단히 운이 좋았기에 가능했던 것이었지 그 것이 아니었다면 길거리에서 도박 격투기 선수 생활을 하다가 사라질 운명이었을 것이다.
하여튼 슬럼가 출신에서 대단히 성공을 한 프로 격투기 선수가 된 데이브였지만 이대로 망가진다면 그가 가야 할 곳은 아마도 그가 그토록 증오하고 미워하던 슬럼가 밖에는 없을 터였다.
꼬르르륵!
데이브는 배 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시합 전 체중감량을 하면서 자주 듣는 소리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 것은 목표를 가지고서 한 체중감량이었지 이렇게 의도하지도 않은 채로 음식을 못 먹은 것은 아니었다.
“짜증나는 군.”
데이브는 어린 시절 슬럼가에서의 배고픔이 떠올라서는 인상을 구겼다. 정말이지 참기 힘든 배고픔이었다.
그런 짜증 때문인지 데이브의 행동은 좀 더 거칠어졌다.
하지만 그런 데이브는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아니 알았다면 지금이라도 달려들어서는 곤죽을 내줘 버리고 싶었을 것이었다.
“…….”
“…….”
강준과 앨라는 데이브가 거칠게 주변의 나뭇잎들과 풀들을 향해 나무 몽둥이를 휘두르며 다니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꽤나 요란스럽게 다니는 데이브의 행동은 이런 서바이벌에서는 최악의 행동이었다. 나 여기 있소 하는 행동으로 지금이라도 강준은 그런 데이브를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상대가 이미 들어나 있고 지금까지 지켜본 상태에서 데이브는 별 다른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았다.
강준이 가지고 있는 권총이라면 별 다른 문제 없이 제거를 해 버릴 수 있을 터였다.
특전사에서 권총 사격은 필수 과정이었고 10중 8이나 9는 급소는 아니더라도 신체에 박아 넣을 정도의 실력은 강준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정글에서 총에 맞는다는 것은 사실상 죽음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기에 상대에 대한 위협에 대해서는 그다지 걱정을 하지는 않는 강준이었다.
그리고 설사 권총이 없더라도 어지간한 이는 때려 눕힐 자신이 있는 강준이었다.
‘저런 사람을 동료로 삼아도 되려나?’
강준은 동료로 삼기에는 꽤나 시끄러울 듯한 데이브에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다른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그 사람이 괜찮은 자인지 확신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까아악!”
“……!”
강준은 자신의 뒤에서 들려온 갑작스러운 비명 소리에 놀라서는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엘리의 어깨에 커다란 거미 한 마리가 올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제길! 하필이면!’
강준은 이런 황당한 상황에 이를 갈고서는 손을 들어 커다란 거미를 붙잡아서는 땅바닥에 내동댕이 치고서는 그대로 발로 밟아 버렸다.
“죄…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엘리는 울쌍인 채로 강준에게 연신 사과를 했다.
조용히 미행을 하던 중에 자신이 비명을 질러 버렸으니 당연히 미행은 실패해 버린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누구야!”
강준은 데이브가 귀머거리이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그 것은 정말이지 현실적이지 못한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데이브의 거친 목소리와 함께 데이브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오기 시작을 했다.
“가…강준씨!”
“거기구나! 이 새끼! 가만 안 두겠어!”
데이브가 달려오기 시작을 하자 엘리는 놀라면서 강준을 불렀다.
그 것으로 강준과 엘리의 위치를 들어나 버리고 말았다. 데이브가 엘리의 목소리에 정확하게 위치를 찾아낸 것이었다.
‘후우! 일반인들과 다니는 것이 이리도 피곤한 건지 몰랐군.’
강준은 고문관 한 명 데리고 다니는 것 같다는 피곤함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이완 들킨 거 어쩔 수 없이 두들겨 패고 난 뒤에 설득을 해 보거나 그렇지 않으면 버리고 그냥 갈 생각이었다.
그래도 일단 말을 걸어보기로 하는 강준이었다.
“저희는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만!”
“Fuck You!"
곧장 들려온 욕설에 강준의 이마가 찡그려지기 시작을 했다.
“이 새끼가!”
강준 또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짜증이 나 있던 상태였다. 그런 가운데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상대가 나타나서는 도발을 하고 있으니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을 하는 강준이었다.
우드득!
강준은 주먹을 풀고서는 데이브가 자신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것을 보며 슬쩍 피하고서는 카운터를 날렸다.
일반인이라면 데이브의 주먹에 피하지도 못했겠지만 이미 대기를 하고 있던 강준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강준도 데이브가 자신의 카운터를 피해 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
“……?”
그리고 그 것은 데이브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막 싸움 식으로 강준에게 주먹을 휘둘렀지만 프로 권투 선수인 자신의 주먹을 피하고서는 카운터를 먹이려고 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이었다.
팟!
한 차례 주먹을 서로에게 내지른 강준과 데이브는 무척이나 놀란 듯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서는 두사람 모두 잔득 긴장을 한 채로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을 했다.
‘이거 만만치 않은데.’
강준은 정말이지 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