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14화 (14/161)

##14 5. 일행

단지 관광일 뿐이었다면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생소한 풀과 나무들이 우거져 있고 간혹 들리는 새들의 지저귐은 이색적인 낭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정글 속을 헤매고 있는 이들의 몸에서는 온통 땀으로 범벅이었다.

끈적거리는 이 불쾌함에 인상이 찡그려질 법도 했지만 그들은 씻고 싶다는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다급하고 절박했다.

바로 살고자 하는 그 본능이었다.

“잠시 쉴게요.”

“하아! 하아!”

아스팔트 길이나 고작해야 공원의 길만을 걸어왔던 사람이 정글을 걷는다는 것은 엄청난 체력 소모를 불러오는 일이었다.

실제 아스팔트 길보다는 흙길이 발에 부담을 덜 주고 체력 소모가 덜하기는 하지만 그 것도 걷는 것에 대한 요령이 있을 때의 일이었다.

이렇게 어디로 가야겠다는 목표도 없이 걷기만 한다는 것은 목구멍 깊은 곳에서 욕설이 튀어나올 만한 일이었다.

물론 그런 마음도 어느 정도 이상을 넘어가 버린다면 욕을 할 기운도 없어질 터였다.

강준은 땅바닥에 주저 앉은 채로 숨을 고르고 있는 엘리를 보고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기 도무지 얼마나 넓은 거지? 분명 대서양일 텐데 말이야. 대서양에 이런 넓은 땅이 있었던가? 아니 여기가 섬인 건지 아니면 육지인 건지.’

강준은 섬인지 육지인지도 모를 이 환경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엘리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오랜 시간을 걸었다. 대서양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 중에 이 정도의 크기의 섬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강준으로서도 들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강준이 오해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세상에는 지도에도 그려져 있지 않는 섬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었다.

어떤 목적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히 커다란 크기의 섬들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들어가서 살지 못하게 막아 놓은데다가 지도에도 그려넣지 않은 섬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세상의 진실은 그다지 많지 못했고 알고 있다고 해도 대부분은 외곡된 진실에 불과했다.

강준과 오천명에 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로 커다란 섬에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여긴 섬이 아니라 육지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넓을 수가 없어.’

그렇게 강준을 포함해 섬을 탐색하고 있던 이들은 이 곳이 섬이 아닌 육지라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가 육지라면…. 아마도 중부 아프리카 쯤이 되겠지. 그렇다면 걸어서 어디론가로 갈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도나 나침반이 있었다면 힘들기는 해도 일말의 가능성이 있을 것이었다.

군에서 배운 독도법은 현재의 위치와 나아가야 할 위치를 파악하게 해 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아무런 장비도 그리고 현재의 위치도 알 수 없는 지금으로서는 힘들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일주일 내에 도움을 청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 따위는 없었다.

결국 강준으로서도 지금 당장 자신만의 힘으로는 힘들다는 결론이었다.

“엘리양.”

“하아! 하아! 아! 예?”

강준은 계속 숨을 몰아 쉬고 있는 엘리를 불렀다. 마냥 이렇게 끌고 다니다가는 엘 리가 쓰러져 버릴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움직이더라도 어떤 목표와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좀 더 체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숨을 쉬실 때 코로 숨을 나누면서 쉬세요. 그렇게 큰 숨을 계속 쉬시면 체력이 더 빠르게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물을 너무 자주 마시지 마시고고.”

“하아! 하아!”

강준의 조언에도 엘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너무나도 힘들어서 오히려 강준의 말에 짜증이 날 뿐이었다.

강준도 자신이 말을 해 줘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몸이 직접 익혀야지 말로 설명을 해 줘 봐야 소용이 없기는 하지.’

그나마 자신이 해준 말을 엘 리가 몇 번 까라하기만 해 본다면 성공일 것이었다.

그렇게 방법이나마 알게 된다면 신체는 점차 편안 방법을 찾게 되고 자신이 알려준 것이 가장 편한 방법임을 알게 되면 그렇게 행동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부터 설명 드릴게요. 잘 들으세요. 우리는 일단 동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와 엘리양처럼 믿을 수 있는 동료를요.”

강준은 엘리에게 말을 할 때 ‘믿을 수 있는’에 강한 악센트를 주었다.

강준로서도 엘리를 믿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일이 힘들 수 밖에 없었다. 엘리가 믿든 안 믿든 강준 자신을 무조건 믿게 만들어야만 했다.

“왜…왜요?”

엘리는 강준이 동료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불안감을 보이며 물었다. 강준에게는 그나마 신뢰감이 생겨있지만 다른 이들은 처음 크리스 때처럼 자신을 죽이려고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우리들만으로는 아무 것도 못합니다. 우리들을 납치했던 그들은 절대 소수가 아니에요. 우리들끼리 서로를 죽이고 죽이는 것보다는 그들을 찾아내서 이 것을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강준은 자신의 팔목에 달려 있는 손목시계를 들어올렸다.

강준의 손목시계를 본 엘리는 자신의 팔에서 숫자가 줄어들어가는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이 숫자가 영을 가리키게 되면 폭발을 하게 될 것이었다.

“무기가 없다면 힘들 수도 있지만 이 정글 안에는 이런 무기들이 있습니다. 믿을 수 있는 동료들만 생긴다면 그들을 제압할 수도 있어요. 절 믿으세요. 전 대한민국 특전사였습니다. 어설픈 테러리스트 한 둘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히 제압 할 수 있습니다.”

강준은 강한 억양으로 엘리에게 말을 했다.

엘리는 강준이 군인 출신이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강준의 행동 하나하나가 일반인과는 달라 보였던 것이 그제야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군인이라는 것이 사실 일반인에 비해 월등한다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남자도 아닌 여자인 엘리로서는 군인이라면 영화에 나오는 람보나 코만도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강준의 말에 엘리는 좀 더 강준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었다.

“알았어요. 강준씨의 말에 따를게요.”

“아니요. 저는 엘리양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 합니다. 저라고 완벽하지는 않아요. 제가 실수를 할 때도 있을 테니까요. 그 때 엘리양께서 좋은 의견이나 조언을 저에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엘리양의 의견을 존중할 겁니다.”강준의 말에 엘리는 감동을 받았다는 듯이 강준을 바라보았다.

“아! 알았어요. 정말 감사해요. 제가 짐 밖에 되지 않을 텐데.”

“짐이라니요. 힘을 합쳐서 이겨내야지요. 한국 속담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습니다. 용기를 잃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자고요.”

강준은 엘리의 눈빛이 조금이나마 살아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얼마나 오래 그 의지가 남아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은 엘리를 끌고 다니는 데는 문제가 없을 터였다.

‘주도적이냐 수동적이냐에 따라 사람은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나 여자들의 경우는 이성적으로 다가가 봐야 이해를 하지 못해.’

강준은 의지를 조금이나마 불 태우는 엘리를 보고서는 한 마디 더 말을 했다.

“움직으는 것만으로도 힘드시겠지만요. 혹시나 이런 게 보이면 말 좀 해 주세요. 무기 뿐만 아니라 식량도 조금 있는 것 같으니까요.”

강준은 자신의 어깨에 걸쳐져 있는 크리스의 무기 가방을 엘리에게 보여줬다.

엘리는 그런 가방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럼 움직이게요.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이런 가방을 찾는 것이 더 유익할 겁니다.”

“아. 예.”

그렇게 강준은 엘리와 함께 정글을 수색하기 시작을 했다.

특히나 엘리는 강준의 신뢰가 깃든 말들에 꽤나 고무가 된 듯이 힘들어하면서도 정글을 이 곳 저 곳을 훑어보면서 찾기 시작을 했다.

그렇게 정글을 수색하던 강준은 급히 엘리의 몸을 붙잡아서는 땅바닥 아래로 눕히면서 자신도 몸을 최대한 숙였다.

“쉿!”

엘리는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강준이 조용히 하라는 것에 숨을 멈춘 채로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강준과 엘리가 숨을 멈추고 있기를 얼마 간 지났을 때 쯤 풀잎들이 막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다지 조심스러운 상대는 아닌 듯이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고 얼마 뒤에 강준의 눈에 그 상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흑인이군. 꽤나 찾기 어려운데.’

정글 속 특히나 밤이 되면 흑인들은 정말이지 치가 떨릴 정도로 찾기가 어려웠다.

어둠 속에 어두운 옷을 입고 그냥 서 있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얼굴이 검은 흑인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 흑인 한 명이 정글을 헤매고 있는 중이었다.

동양인들은 서양인이나 흑인들을 어지간해서는 잘 구분을 할 수 없었다. 그 것은 서양인이나 흑인들도 마찬가지였지만 하여튼 강준은 도무지 구분이 안되는 얼굴에서 별 다른 감정을 읽기가 참으로 난감했다.

겁에 질려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잔득 흥분해 있는 것인지 알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상대가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따.

‘어제의 그 백인남자같이 날 뛰면 곤란한데.’

강준은 흑인 남자를 보며 일단은 흑인 남자를 주시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기 흑인 남자가 한 명 있는데 동료로 삼을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해야 하니까 조용히 따라가도록 할게요. 엘리양도 최대한 소리 내지 말고 따라오세요.”

“예.”

엘리는 강준이 들릴 듯 말듯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하는 것에 대답을 했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그리 긴장하면 실수 할 수도 있으니까요.”

새로운 상대와 접촉을 했다는 것에 몸이 얼어붙어 버린 엘리를 보며 강준은 한숨을 쉬고서는 다시금 흑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서는 천천히 흑인이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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