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13화 (13/161)

##13 5. 일행

오해 깊은 하루 밤이 지나고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때까지 강준과 엘리는 잠에서 깨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너무 과도한 충격과 피로로 인해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살아남은 이들 또한 아침이 밝아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에 빠져 있을 만큼 이 죽음의 땅에서 움직이는 인간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있었다.

“으음!”

정글의 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소다 추웠다.

실제 기온이 그리 낮은 것은 아니지만 한 낮과의 일교차가 제법 심하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기온이기는 하지만 추위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잠에 빠져 있으면서도 본능적으로 따뜻함을 찾아갔고 그 찾아간 곳은 바로 자신의 바로 옆에서 잠에 빠진 강준의 몸이었다.

강준 또한 비몽사몽간에 따뜻한 무언가가 다가오자 껴안고 있었다.

물론 성욕이 일어난다기보다는 오로지 생존의 본능에 의한 것이었지만 덕분에 강준과 엘리는 따뜻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신적인 충격까지 해소가 된 것은 아니었다.

엘리는 푸른 에메랄드빛 해변을 걷는 꿈을 꾸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 해변에서는 푸른 거북이가 기어가고 있었고 이름 모를 새들이 날아와 자신의 손에서 먹이를 받아 먹고 있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꿈과 같은 해변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바디 오일을 바르고 있는 엘리는 문듯 자신의 남자친구를 떠올렸다.

“데이비드!”

남자친구를 불렀다. 어디서 여자를 꼬시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며 몇 번인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부르자 멀찍이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남자친구를 볼 수 있었다.

“빨리 와!”

심통을 부리며 빨리 오라는 말에 데이비드는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을 했다.

“……?”

그리고 그 때 데이비드의 뒤쪽에서 검은 무언가가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아니 날아오는 것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엘리는 그 검은 것에 공포감이 들었다.

“데이비드!”

위험하다며 남자친구를 불렀지만 바보같이 웃으면서 자신에게 손만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사랑하는 남자친구는 그 지독하게도 소름 끼치는 어둠에 집어 삼켜졌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의 손목에 시계가 0을 가리키고 있었다.

“까아아아악!”

엘리는 끔찍한 악몽에 비명을 질렀다.

꿈 속이 아닌 죽음의 땅에 울린 한 여자의 비명 소리에 엘리를 안고서 잠을 자고 있던 강준은 화들짝 놀라서는 바지의 뒤춤에서 총을 꺼내어서는 입구부분을 향해 그대로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탕!

이른 아침에 울린 날카로운 총소리가 죽음의 땅의 하루를 알렸다.

잠에 빠져 있던 사람들 모두 들려온 총소리에 잠에서 깨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공포에 질려 공황상태에 빠져 버렸다.

“뭐…뭐야?”

강준은 엘리의 비명소리에 놀라서는 입구를 한 번 보았다가 엘리를 바라보았다.

엘리는 공포에 질린 듯이 몸을 덜덜 떨고 있었고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강준은 그런 엘리를 보고 있다가 입구를 막고 있던 나뭇잎을 살짝 들추고서는 밖의 상황을날카롭게 주시했다.

이미 한 발의 총을 발사한 상태였기에 만약 무언가가 접근을 했었다면 경고의 의미로 충분히 들렸을 것이었다.

‘아무 것도 없는데?’

강준은 주변이 너무나도 조용한 것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조금씩 수색범위를 넓히면서 위협 요소들을 찾기 시작을 했다.

그렇게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위협이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천천히 나뭇잎 천막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조금은 진정이 된 것인지 엘리가 고개를 무릎에 파묻은 채로 흐느끼고 있는 것이 보였다.

“괜찮아요? 위협이 될 만한 것은 일단 없네요.”

“죄송해요. 흑흑! 흑!”

울먹이며 사과를 하는 엘리에 강준은 역시나 이런 생존에 있어서 여자란 생물은 힘든 대상이라는 것에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엘리는 오래지 않아 진정을 할 수 있었다.

진정되지 않은 사람에게 뭘 물어 본다고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강준은 끈기있게 기다렸다.

“죄송해요. 꿈을 꿨어요.”

“꿈?”

그제야 강준은 위협 요소 때문에 지른 비명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서는 허탈함을 느껴야만 했다.

아까운 총알 한 발을 날렸다는 생각에 화가 나는 강준이었지만 공포에 질려서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엘리에게 화를 내 봐야 아무런 이득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진정되셨으면 물 조금 마셔 보세요.”

어젯밤 내리던 빗물을 받아 놓은 강준이었다.

물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는 정글이기에 이런 빗물도 무척이나 소중했다.

엘리는 강준이 준 물을 마시고서는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강준을 바라보았다.

“초…총소리가?”

그제야 엘리는 총소리가 들렸던 것을 떠올리고서는 강준에게 물었다.

그러자 강준은 살짝 난감해했다. 엘리에게 총의 존재를 알려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확실하게 엘리를 믿을 수 없는 상태에서 무기를 보여 준다면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특히나 총이라는 물건은 어린 아이도 성인 남성을 단번에 죽여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사용이 간단한 무기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색을 하면서 숨기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 정글 속에서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었다.

마냥 허리춤에 총을 넣어둔 채로 움직이는 짓는 멍청한 짓이었다.

그렇게 생각이 정리되자 강준은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었다.

“읍!”

강준이 권총을 꺼내자 엘리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권총을 바라보고서는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어젯밤의 그 공포가 떠오른 것이었다.

“진정하세요. 당신을 헤칠 생각은 없으니까요. 우리를 지키려면 이게 필요할 뿐입니다.”

강준은 엘리를 안정시키려고 조심스럽게 말을 하고서는 권총을 다시금 허리춤으로 집어넣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으시죠?”

“……!”

강준은 두 팔로 엘리의 어깨를 붙잡고서는 엘리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으시죠?”

거듭된 강준의 말에 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제가 돌아가게 해드릴 테니까. 저를 좀 믿어 주세요. 반드시 우리는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

강준의 의지가 넘치는 눈빛에 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르겠지만 강준의 말에서 믿음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적어도 자신을 헤칠 것 같지는 않는 그런 마음에 엘리는 강준에 대한 신뢰가 싹트기 시작을 했다.

“후우! 진정되셨으면 일단 움직여야 합니다. 총소리가 들려서 위험한 자들이 이리로 올 수가 있습니다.”

움직여야만 했다.

움직이지 않는다면 상황을 주도 하지 못하고 끌려 갈 수 밖에 없었다.

강준은 엘리를 설득하고 동료로 만들 이들을 좀 더 모은 다음에 아지트 형식으로 요새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난 뒤에 이 사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으려고 생각 중이었다.

그렇게 강준과 엘리는 몸을 일으켜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그런 강준의 움직임과 함께 총소리에 놀라 잠이 깬 수많은 이들도 조금씩 이 지옥의 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해야만 했다.

그 공포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그대로 앉아 죽을 뿐이고 만약 살아나려고 한다면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죽음의 땅에서의 24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손목의 시간은 144시간 정도 남아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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