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5. 일행
엘리는 격렬한 저항을 하려고 했지만 그런 저항은 크리스에게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크리스의 우악스러운 주먹에 몇 대 맞고서는 포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싫어!’
더 이상 반항을 할 힘도 없었기에 그녀는 차라리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흐흐흐!”
마치 미치광이 살인마처럼 자신의 몸을 올라타고 있는 크리스는 끔찍스러운 웃음소리를 흘렸다.
징그러운 뱀이 자신의 몸을 훑어 내리는 느낌에는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벌려진 다리 사이로 크리스의 몸이 파고들어오며 크리스의 손이 자신의 중요한 곳을 매만지기 시작하자 머리 속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싫어! 끔찍해! 제발 하지마!’
엘리 자신의 소중한 곳으로 손가락이 들어오자 엘리는 엉덩이를 최대한 뒤로 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엘리의 몸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제발 누구 구해줘요!’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 같지 않는 지독하게도 잔인한 곳이었다. 어린 시절 경험했던 끔찍한 기억이 떠오르는 엘리였다.
처음에는 그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 당했지만 그 공포에 쉴 세 없이 구해 달라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을 구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자신은 그 끔찍한 기억을 가지게 된 채로 망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이제는 잊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것은 잊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이번에도 그 누구도 자신을 도와 줄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세상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생겨났다.
그와 함께 더 이상 살고자 하는 의지조차도 부서지려고 하고 있었다.
‘죽자!’
차라리 죽자는 생각에 엘리는 더 이상의 저항을 포기 한 채로 온 몸에 힘을 뺏다. 그리고서는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려는 듯이 두 눈을 떴다.
그리고 그녀는 몽둥이를 들고 있는 한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씽긋!
사람이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그림자가 웃는다는 느낌을 받기 무섭게 그림자의 손에 들린 몽둥이는 사정없이 자신의 몸을 덮치고 있는 크리스의 머리를 후려쳤다.
퍽!
그 한 방에 크리스는 반항도 못해보고 의식을 잃어 버렸다.
그리고 엘리는 그림자가 말을 하는 것에 멍해졌다.
아니 그림자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괜찮으세요?”
약간은 미성의 듣기 좋은 목소리의 남자였다.
고생을 많이 한 것인지 얼굴과 온 몸에 잔득 진흙이 잔득 묻어 있는데 다가 어둠이 주변을 온통 휘감고 있어서 사람이 아닌 괴물인 줄 알았던 것이었다.
“…….”
엘리는 자신의 몸을 덮고 있는 크리스의 몸을 자신의 옆으로 치워 버리는 강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 이런 오…옷이!”
강준은 적나라한 상태인 엘리의 나체를 보고서는 급히 그녀의 옆에 어수선하게 널려 있던 그녀의 옷을 주어서는 엘리에게 건네주며 몸을 돌렸다.
다행히 자신이 늦지는 않은 것 같았지만 정신적인 충격은 상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거부터 입으세요. 그리고 저 나쁜 사람 아닙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되요.”
강준의 말에 엘리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 생각과 함께 자신의 나체를 보고서는 고개를 돌리며 창피해 하는 것이 조금은 웃겼다.
아니 얼굴에 진흙을 잔득 묻히고 있는 강준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자신의 남동생이었던 지미를 닮은 것 같아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무척이나 장난꾸러기였는데. 지미는 집에 잘 있겠지?’
자신에게는 마냥 어린 남동생 같은 지미였지만 실제로는 190이 넘는 키에 100킬로그램이 넘는 육중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이런 꼴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당장 눈 앞의 남자의 목을 뽑아 들어 버렸을 것이 분명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인 동생이었지만 자신에게만큼은 언제나 쑥스러운 듯한 표정에 장난기 많은 동생이었다.
그런 남동생과 닮은 구석은 하나도 없는 강준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드는 엘리였다.
“충격이 크시겠지만 지금 많이 위험하니 빨리 여길 피해야 하는데요.”
강준의 말에 엘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몸이 움직여 지지 않았다.
긴장이 풀린 것인지 아니면 과도한 긴장 때문인지 엘리는 손가락 하나 까딱일 힘도 없었다.
“모…몸이 안 움직여요.”
“…….”
강준은 엘리의 상태가 어떤지를 알고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꼭 여자만이 아니라도 남자들 또한 공황 상태에 의한 행동불능 상태에 빠지고는 했다.
‘그 때는 싸다구를 한 대 갈겨 버리면 대부분은 정신이 돌아오고 몸도 움직여 지는데….’
강준은 슬쩍 엘리를 쳐다보았다.
역시 무리였다.
아무래도 여성을 두들겨 팰 정도로 강준이 과격하지도 성격이 모 나지도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대서 때렸다가는 나도 이 놈하고 다를 바가 없겠지.’
강준은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크리스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강준이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엘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옷…옷 입는데 조금 도와 주시겠어요?”
엘리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곳에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자로서의 수치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비록 인적이 드문 정글이라고 할지라도 알몸으로 다닐 정도는 아니었다. 거기에다가 무엇보다 눈 앞에 남자가 버티고 서 있으니 알몸으로 다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었다.
조금씩 몸이 움직여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혼자서 몸을 일으켜 옷을 입을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았다.
결국 엘리는 눈 앞의 강준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왠지 모르게 강준이라면 조금은 믿어도 될 것 같다는 비이성적인 생각이 든 것이었다.
“아! 예.”
강준은 엘리의 말에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엘리의 속옷을 집어 들었다.
‘팬티는 엉망이 됐네.’
여자 알몸을 한두 번 봤던 것은 아니었기에 사실 그리 창피하다는 생각은 없는 강준이었다.
단지 엘리가 수치스러워 하고 부끄러워 할 까봐 얼굴을 돌리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그렇게 강준은 엘리의 속옷을 집어들고서는 엘리에게로 손을 뻗었다.
뭉클!
강준의 손에 무언가 말랑거리면서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졌다. 순간 고개를 갸웃거리던 강준의 머리가 엘리 쪽으로 돌아갔다.
“죄…죄송합니다!”
생각 이상으로 탐스러운 가슴이었다. 동양의 여자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크기의 가슴에 정신이 아찔해 질 정도였다.
“괘…괜찮아요. 부탁 좀 드릴게요.”
엘리는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아니면 실수인 것인지 의문이 드는 강준의 행동이었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당황을 하는 강준의 행동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강준은 최대한 엘리의 몸을 보지 않은 채로 엘 리가 옷을 입는 것을 도와 주었다.
간간히 엘리의 몸을 볼 수 밖에 없었지만 엘리 또한 별 반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듯이 강준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 안에 엘리의 옷을 다 입히고 나자 강준은 그제야 엘리를 똑 바로 볼 수 있었다.
“이제 좀 움직이실 수 있으시겠어요?”
“예!”
엘리는 강준의 말에 조금씩 몸을 움직여 보았다. 움직여지기는 하지만 아직도 엘리의 몸은 완전하지가 않았다.
마치 이제 막 태어난 어린 동물이 몸을 일으키려고 노력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적자생존이 전부인 위험천만한 세상에 태어나 최대한 빨리 자신의 몸으로 일어서야만 했다.
치가 떨리는 위기의 연속에서 움직이지 못한다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엘 리가 몸을 움직이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을 때 강준은 땅바닥에 쓰러져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묵직!
이미 크리스를 기절 시켰을 때 크리스의 권총을 챙겨서 자신의 바지 뒷춤에 찔러 넣은 상태였다.
엘리 앞에서는 순진한 모습으로 보이고 있었지만 강준은 꽤나 심각한 눈으로 연신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굳이 죽일 필요는 없어.’
168시간 중 이제 고작 5시간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꽤나 오래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을 했지만 두려움에 떨며 상황을 파악할 정도로 많은 시간이 흐른 것은 아니었다.
강준도 시간이 많이 흘러서 점차 시계의 폭탄이 터지려고 한다면 결단을 내려야만 하겠지만 지금은 불필요한 살인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결국 강준은 크리스로부터 시선을 돌려 크리스가 들고 있던 가방을 챙겼다.
가방 안에는 무기 뿐만 아니라 약간의 식량도 들어 있었다. 이런 곳에서 식량의 확보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강준은 그렇게 약간의 식량이 들어 있는 가방까지도 챙기고 난 뒤에 엘리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살고자 하는 의지는 있는 것인지 비틀거리기는 하지만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일단 안전한 곳으로 가죠. 그리고 난 뒤에 이 번 일에 대해서 대책을 강구해 봅시다.”
“예.”
강준은 비틀거리는 엘리를 부축해 주면서 정글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강준과 엘리가 사라지고 난 뒤 얼마 뒤에 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크리스가 기절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듯한 몸놀림의 남자는 결코 조급해 하지 않은 채로 크리스에게로 다가와서는 마지막에는 마치 맹수가 덮치듯이 크리스에게로 덤벼들었다.
우득!
목뼈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크리스의 목이 기이하게 꺾여졌다.
단숨에 즉사를 한 것인지 외마디 비명 소리 하나 내지르지 못하고 죽어버린 것이었다.
순간 살인을 저질렀지만 정체불명의 남자는 조금의 동요도 하지 않은 채로 주변을 경계했다.
삐삑!
그리고 순간 들려온 소리에 흠짓 놀란 남자는 크리스의 손목에 있던 시계가 멈추는 것과 함께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손목시계가 168이라는 숫자로 변하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듯이 크리스의 주변을 뒤지기 시작을 했다.
“제길!”
한참 뒤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입 밖으로 토해낸 남자는 인상을 찡그렸다가 강준과 엘 리가 사라진 방향을 노려 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노려보던 남자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서는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서기 시작을 했다.
‘나중에 다시 보게 되겠지.’
남자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이 났다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