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4. 추적
강준은 조금씩 정글에 적응을 해 나가고 있었다.
아니 억지로 적응을 하려고 발악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강준이라고 해서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후욱! 후욱! 들키면 안 돼. 조금 더 은밀하게.’
상대는 과거 모의 전투를 벌였던 미국의 델타포스나 영국의 SAS 이스라엘의 샤이렛매트칼과 같은 인간병기들은 아니었다.
고작해야 일반인에 불과했지만 강준은 대책없이 정글을 종횡무진하며 돌아다니는 백인남자를 세계 최고의 특수부대원으로 상정한채 미행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온 몸의 신경을 돌려놓지 않는다면 도무지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강력한 목적 의식이 존재한다면 인간의 정신은 한 없이 강해질 수 있다.-
과거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한 군인의 말이 떠오르는 강준이었다.
그렇게 목표를 설정하자 약간이나마 마음의 짐이 가벼워 진 강준이었다. 물론 임시방편에 불과했지만 그런 약간의 여유로 인해 강준은 정신적인 충격에서 상당부분 벗어날 수 있었다.
스윽!
정글에서 움직이면서 강준은 진흙들을 위장크림처럼 얼굴이나 손에 바르고서는 움직이고 있었다.
정글 안쪽이 어둡기는 했지만 사물을 식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밝은 피부색은 너무나도 쉽게 발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당장 강준이 미행을 하고 있는 백인 남자는 너무나도 또렷하게 보이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런 정글에서는 흑인 애들이 정말 대단했었는데.’
밤이 되면 옆에 있어서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흑인들의 피부색은 은신에 최적화가 되어 있었다.
강준은 어느덧 여유까지 생긴 것인지 간간히 신경이 풀리는 순간 순간 잡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어? 이건 뭐야?”
흠짓!
강준은 백인 남자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넝쿨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것을 보고서는 몸을 숙였다.
‘제길!’
운이 좋은 것인지 백인 남자는 커다란 크로스 백을 찾아냈다.
미행 중에 둘러보아도 도무지 보이지 않았던 무기가 들어 있다는 그 가방을 백인 남자는 너무나도 쉽게 찾아낸 것이었다.
그렇게 백인남자 아니 크리스는 크로스백을 열고서는 뒤지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크크! 이거 안 그래도 배가 고팠는데 먹을 것이 들어 있잖아!”
무기가 들어 있는 가방이라고 들었지만 무기만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크로스백 안에는 몇가지 먹을 것이 들어 있었다.
그리 부피가 크지 않은 비스켓 종류였지만 이런 정글에서는 엄청나게 유용한 식량일 수 밖에 없었다.
움찔!
그렇게 크리스가 크로스 백에서 음식들을 막 꺼내던 중 강준은 크리스의 손에 들려진 물건을 보고서는 몸을 움찔 떨어야만 했다.
‘제길! 44 매그넘 리볼버잖아! 총기도 있었던 거야!’
44 매그넘 총탄이라면 일반 소총탄과는 달리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수준의 대구경탄환이었다.
조금 거리가 멀어서 총기의 정확한 명칭까지는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M629로 보였다. 총신이 짧은 것으로 봐서는 2.5인치나 3인치 규격의 마운틴 리볼버인 것처럼 보였다.
리볼버 자체도 권총의 베스트셀러 이기도 했기에 안정성과 조작성 그리고 조준성이 상당히 좋은 물건이었다.
거기에다가 무엇보다 파괴력은 권총들 중에서도 발군이었기에 50구경짜리 총탄을 사용하는 이스라엘제 총기인 데져트 이글을 제외한다면 최상급으로 분류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마디로 스쳐도 사망이라는 거지.’
최악의 상황이었다.
강준은 계속 미행을 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해야만 했다.
잠깐의 실수만으로도 강준은 이 이름도 모를 정글에서 뼈를 묻어야만 할 것이었다.
그렇게 강준이 극심한 갈등을 하고 있을 때 크리스는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뻐하고 있었다.
“아하하하! 이거 총 아니야! 총! 무기가 들어 있다고 하더니 진짜 있었잖아! 이거라면 죽지 않을 수 있겠어! 씨발! 다들 까불지 말라고! 난 끝까지 살아남아서 돌아갈 거야! 돌아갈 거라고!”
크리스는 자신의 손 안에 들린 인간이 만든 최강의 대인무기인 총이 들려져 있자 광기에 찬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 이외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지만 더 이상 두려움은 없었다.
탕!
크리스의 손에 들린 리볼버에서 광음이 토해져 나갔다.
마치 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면서 자신의 앞에 복종을 하라고 외치는 것과도 같았다.
소리는 생각보다 커서 다른 사람들의 귀에도 들렸다.
다들 그 총소리에 더욱더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마치 커다란 산 속에서 호랑이의 울음소리처럼 다른 뭇짐승들은 공포에 질리는 것과도 같았다.
“이히히히히히! 히히히히히!”
크리스는 두 눈이 벌게진 채로 웃음을 터트리며 더욱 더 자신감 넘치는 걸음으로 정글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구든 자신을 위협한다면 총알구멍을 만들어 주겠다는 생각이었다.
‘무섭다. 솔직히 너무 무서워.’
강준은 겁이 났다.
비록 군인이었다고는 하지만 살인을 해 본 적은 없었다. 대한민국의 특수부대라고는 하지만 살인을 해 본 군인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특수 부대원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군작전을 수행하고 적군을 사살하는 경험을 가질 뿐이었다.
물론 언제든 살인을 할 수 있도록 무수한 훈련을 받았지만 그 것이 살인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되도록 살인을 통해 자신의 생명 연장을 이루기 보다는 다른 방법은 없는지 사람들을 모아 찾아보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대는 힘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에 반해 강준 자신은 힘이 없었다.
대등했던 관계가 허물어져 버린 것이었다.
대등했던 초식 동물에서 상대가 갑자기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 육식동물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결국 강준은 크리스를 포기한 채로 다른 상대를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기 시작을 했다.
한순간의 실수는 그대로 죽음으로 이어지는 곳이기에 모험을 할 이유가 없었다.
만약 군작전 중이었다면 조국과 민족이라는 심리적 보상이나 생명 수당과 전사시 얻게 되는 각종 해택이 존재하기에 모험을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개죽음에 불과했다.
그러니 강준은 위험도가 방금 전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가자 포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강준은 조심스럽게 몸을 빼려다가 크리스가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한 쪽을 바라보다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뭐지? 뭘 또 발견한 거지?’
강준은 의아함에 잠시 멈추어서는 크리스가 달려간 쪽을 주시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도 없이 강준은 크리스가 발견한 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까아아악!”
여자의 비명 소리였다.
크리스는 여자 한 명이 숨어 있는 것을 보고서는 총을 들고서는 달려간 것이었다.
힘이 없을 때는 크리스도 다른 이들과의 접촉에 두려움이 들었겠지만 지금은 접촉이 오히려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살려주세요!”
여자의 비명소리와 함께 강준의 몸도 무의식적으로 튀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