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3. 살기 위해 달려라
숲은 백사장에서 볼 때와는 달리 생각 이상으로 우거져 있었다.
숲 안쪽으로 몇 발자국 들어가자 숲이라기보다는 정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단 한 번도 인간들의 발자국을 들여놓지 않았던 처녀림처럼 인간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강준은 이런 곳이 인간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위험으로 다가오는지 잘 알고 있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운이 좋지 않았던 것인지 특전사 생활을 하던 중 미군의 델타포스와 합동 훈련을 할 수 있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대한민국 땅에서가 아닌 생소한 지역에서의 적응 생존 훈련이어서 이런 열대우림 지역에서의 작전을 해 본 경험이 있었다.
‘만만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곳에서 3개월이라니. 사람이 적이 아닐 수도 있어.’
강준은 사람보다 더 무서운 적이 자연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자연에 적응을 하지 못한다면 채 일주일 뒤의 손목 폭탄이 터지기도 전에 죽게 될 것이었다.
역사상 자연을 상대로 개체적인 생존력을 따진다면 지금의 현대인이 최악이라고 볼 수 있었다.
군에서 정글지대에 대한 적응 및 생존 훈련을 받았던 강준조차도 아무런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정글 속으로 들어가는 것에 엄청난 거부감이 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공포에 의해 막무가내로 정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지만 그 정글이 더 무서운 곳이라는 것을 알지 못할 터였다.
결국 강준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한 채로 인상을 구겨야만 했다.
‘제길 칼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강준은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주먹 만한 돌 하나를 들었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바로 옆의 나무를 살짝 그었다.
‘정글에서 길을 잃었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지만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결코 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었다. 그 이유는 이 정글 안에 오천명이나 되는 적이 존재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들 중에 어떤 이가 강준이 표시해 놓은 이 흔적들을 보고서는 자신을 추적할지 알 수 없었다.
일반인들은 모르겠지만 강준과 같은 훈련을 받은 이라면 이내 찾아내서 자신의 뒤를 잡으려고 할 것이었다.
그 때문에 강준으로서는 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정글은 막무가내로 움직일 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스윽!
결국 강준은 최대한 자신의 눈에만 보일 법한 위치에 흔적을 남기면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일단 무기부터 구해야 한다.’
손에 돌이 들려져 있었지만 이 것이 무기가 되기란 조금 난감했다.
이미 강준도 석궁이라는 무기를 본 상태에서 돌로 뭘 해본다는 것은 모험이나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생명력은 강인했지만 인간의 목숨은 보잘 것이 없었다.
너무도 쉽게 죽어버리는 목숨이었다. 게임과 같이 여벌의 목숨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목숨을 담보로 하는 모험은 되도록 피해야만 했다.
주륵!
강준은 자신의 몸에서 흐르는 땀조차도 느끼지 못한 채로 긴장을 한 채 무기가 숨겨져 있는 곳을 찾기 시작을 했다.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무엇인지는 알 수도 없었지만 자신의 생존을 늘려 주려면 반드시 필요했다.
‘조급해 하지 말자.’
강준은 점차 심장의 박동수가 올라가려는 것에 마음을 차분히 한 채로 숨을 고르게 쉬기 위해 숨을 골랐다.
그리고 그 순간 강준의 눈에 익숙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빙고.”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는 강준이었다.
물론 그 것이 그토록 찾고 있던 무기는 아니었다.
덥썩!
강준은 기이하게 생긴 넝쿨에 달려 있는 엄지 손가락만한 무언가를 때어내서는 껍질을 벗겼다.
그리고서는 그 내용물들을 전부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분명 먹을 거였지.’
미군의 델타포스의 군인들로부터 정글에서 식용 가능한 열매에 대해서 몇가지 배워 놓았던 강준이었다.
그다지 맛은 없었지만 수분과 칼로리를 보충할 수 있는 열매들로 어쩌면 무기보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이었다.
강준은 주변을 주시하면서 배가 채워질 때까지 열매를 따먹었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옷의 호주머니로 최대한 많은 양의 열매들을 쑤셔 넣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식량을 확보한 강준은 근처에 흔적을 남겨놓고서는 다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제길! 무기는 도무지 어디에 있다는 거야!’
꽤나 주의 깊게 둘러보면서 이동을 하고 있었지만 도무지 강준의 눈에는 무기류가 숨겨져 있는 듯한 곳이 없었다.
석궁의 예를 봤을 때 무언가 가방 같은 것이 있을 터인데 그러자면 인위적인 흔적이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인위적인 모습들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것에 강준은 답답함을 느꼈다.
흠짓!
그리고 그 순간 강준의 귀에 빠르게 움직여지는 무언가가 들려왔다.
강준은 그 소리에 급히 몸을 최대한 낮추며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하아! 하아!”
잠 시 후에 강준이 숨어 있는 곳으로 왠 남자 하나가 달려오고 있었다. 공포에 질려 있는 눈빛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져 있는 듯했다.
“씨발! 제길! 개 같은 새끼들!”
남자는 더는 뛰기가 힘들다는 듯이 멈춰서는 연신 욕을 하기 시작을 했다.
부들! 부들!
하지만 그러면서도 방금 전의 끔찍한 기억이 떠오르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비상식적인 아니 비현실적인 것들을 보았다.
사람이 너무도 쉽게 죽는 모습을 봤고 자신 또한 살기 위해서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찰칵! 찰칵!
하지만 손목에서는 들릴 듯 말 듯한 소음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 소음이 끝나는 순간이 자신이 죽음을 당할 바로 그 순간이 될 터였다.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이 시간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한다면 자신들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이익! 제기랄! 왜 이런 꼴이 벌어진 거야!”
남자는 주변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은 채로 고함을 내 질렀다. 다른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는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일주일 뒤에 사람을 죽이지 못한다면 자신이 죽는다는 것에 대해서 아직은 절실하게 절감을 못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지?’
강준은 고민을 해야만 했다. 기왕이면 혼자서 움직이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더 좋았다.
하지만 시한폭탄이 터지려는 순간이 된다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 때에 집단 내에서 서로 죽이는 것이 될지 아니면 다른 이들을 습격하게 될지 알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일단 강준은 상대가 무기로 쓸 만한 것이 있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맨손으로 다니고 있었다. 아니 부러진 나뭇가지를 들고는 있었지만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일단 좀 지켜 볼까?’
정글 속에 들어온 뒤에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었다. 지금 상태에서 굳이 죽인다고 해도 그다지 도움이 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제 고작해야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태이기에 죽인다고 해봐야 하루 더 살게 될 뿐이었다. 그리고 아무런 원한도 없이 살인을 하기에는 강준도 꺼려졌다.
그렇게 한참을 방방 뛰면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던 남자는 이제는 어느 정도 분이 풀린 것인지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을 했다.
적막한 정글 속에서 혼자 남겨지자 극도의 공포감이 마음 속에서부터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다른 사람을 찾고 싶었지만 문제는 그 사람이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함부로 찾을 수도 없었다.
결국 미지에 대한 공포에 질린 채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정글을 빠져나가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후우! 오래지 않아 탈진하겠군.’
강준은 그런 남자의 행동에 고개를 내저으며 조심스럽게 남자를 미행하기 시작을 했다.
동료로 삼기 충분한지를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이 곳이 얼마나 넓은지는 모르겠지만 이 안에 오천명이나 모여 있다는 건 분명 당장은 사람들 보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말이야.’
강준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움직이기 보다는 어딘가에 숨어서는 떨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준의 생각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숨어서 공포에 떨고 있는 중이었다. 사람들을 마주 치더라도 공포에 질려서는 서로가 먼저 도망을 치기 바쁠 것이었다.
설사 상대가 연약한 여자나 아이라고 할지라도 상대를 죽인다는 결심은 쉽사리 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눈 앞의 상대를 죽여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으로 인해 다들 사람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것도 시한 폭탄의 타이머가 점차 줄어들게 된다면 어떻게 변해 버릴지 알 수가 없게 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