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2화 (2/161)

##2 1. 세계 최대의 크루즈 선

빵! 빵! 빵빵!

시끄러운 클락션 소리가 요란했다. 대도시의 소음은 이제는 익숙해 질 법도 했지만 익숙해진다고 해도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일이었다.

“으! 진짜 시끄럽네! 시끄러워!”

프랑스의 마르세유에서 서양인 남자 하나가 잔득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사실 이렇게 인상을 찡그리고 있던 것은 대도시의 소음 때문이라기보다는 약속을 한 친구가 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서양인 남자는 손목의 시계를 바라보고서는 곧이어 안절부절 해졌다.

“아! 이 새끼 정말 이러다가 늦겠네!”

서양인 남자는 친구와 함께 크루즈 여객선을 탈 예정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시간이 다 되어 가도록 나타나지를 않고 있었다.

여객선라는 것이 버스처럼 잠시 붙잡고 있을 수도 없는 것이고 다음 지하철을 타면 되는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수천달러가 넘는 고가의 크루즈 여객선의 표를 허공 위로 날려 버릴 수도 있었다.

거기에다가 자신들의 손으로 산 것도 아니고 선물을 받은 것이기에 환불을 받지도 못했다.

그렇게 발을 동동 굴리고 있는 사이 택시 한 대가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응? 이제야 오나?”

서양인 남자는 택시가 빠르게 달려오는 것에 자신의 친구라고 믿었다.

이미 크루즈 선은 출항 준비를 마친 것인지 늦게 온 인원들을 마지막으로 태우고 있는 중이었다.

몇 분 정도야 표값이 비싸기에 기다려 준다지만 이미 타고 있는 고객들이 있기에 오랜 시간 기다리지는 못할 것이 분명했다.

끼이익!

택시가 급하게 멈추면서 뒷문이 열렸다.

“야! 너 왜 이리 늦…!”

서양인 남자는 택시에서 내리는 사람이 자신의 친구가 아닌 왠 금발의 미녀인 것에 급히 입을 다물었다.

금발의 미녀는 그런 남자를 바라보고서는 의아해 하다가 기척 소리에 놀라서는 크루즈 여객선의 승강장으로 달려가 버렸다.

왠 낯 선 남자와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는 것을 잘 안 것이었다.

“하아! 야! 강준!”

결국 이번에도 친구가 아닌 것에 분노한 남자는 강준이라고 하는 조금은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을 외쳤다.

이대로라면 자신 혼자 크루즈 여객선에 타야할 판이었다.

“이 봐요! 이제 출발하니 빨리 타시오!”

크루즈 여객선과 연결되어 있던 계단 차가 치워지려고까지 하자 결국 서양인 남자는 한숨과 함께 크루즈 여객선을 타야만 했다.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강준 이 새끼!”

강준이라는 남자로부터 배운 친근한 사람에게만 한다는 새끼라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그였다.

“일단 내기는 내가 이겼다!”

크루즈 여객선을 타기 전에 강준이라는 친구와 함께 미녀들을 누가 더 많이 정복하느냐로 내기를 했다.

그런데 강준이 크루즈 여객선에 타지 못했다면 무조건 자신이 이길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내기에는 이겼지만 마음 속의 허전함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쁜 새끼!”

그리고 그런 마음을 담아 원망의 말을 하는 서양인 남자의 말에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야! 밀러! 뭐가 나쁘다는 거야? 그리고 분명 크루즈 탑승 바로 뒤부터 시작이라고 했잖아.”

“응?”

밀러는 자신의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놀라서는 입을 벌리고는 몸이 굳어 버렸다.

“너…너 가…강준?”

강준은 언제 꼬신 것인지 이미 양쪽에 미인 두 명을 양 옆구리에 끼고서는 밀러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180이 넘는 키에 꽤나 다부진 몸매인 강준은 서양인인 자신이 보기에도 꽤나 훌륭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헬스로 만든 몸은 아닌 듯이 근육 덩어리의 몸이 아닌 날렵하면서도 여자들이 좋아할 법한 잔근육이 많은 몸매였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대부분의 남자들은 군대를 가기에 강준도 특전사라고 하는 특수부대의 중사 전역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거기에다가 얼굴도 제법 반반해서 서양 여자들이 그다지 동양인에게서 성적 매력을 느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자 후리는 솜씨가 대단했다.

물론 밀러 자신도 그런 강준에는 그다지 밀릴 정도는 아니었다.

헬스도 다져진 몸매에 애초부터 덩치가 크고 힘이 좋은 북부 독일계 출신으로 선이 굵은 미남이었다.

처음 강준이 프랑스로 유학을 왔을 때 밀러와는 그다지 좋은 관계는 아니었다.

약간의 서양우월주의를 가지고 있던 밀러로서는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다니던 강준의 모습이 아니꼬왔던 것이었다.

그 때문에 결국 강준과 마르세유 대학에서 한 주먹 한다는 밀러가 주먹다짐을 벌이게 되었다.

자신보다 덩치가 작은 강준이었기에 밀러는 사실 조금 우습게 보았다.

하지만 그 것은 자신만의 착각이었다.

묘한 동양무술 같은 것을 사용하는 강준에게 밀러는 속수무책으로 박살이 나버린 것이었다.

물론 나중에 알게 된 사실로 강준이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국가의 특수부대원 출신이라는 것을 그 당시에 알았다면 절대로 먼저 건들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너도 참 끈질기다.-

자존심 때문에 강준에게 몇 번이고 도전을 했지만 매번 몸이 하늘을 날고 난 뒤에야 강준은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무심코 잡은 그 손의 온기에 밀러는 결국 강준과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서는 강준이 특수부대원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기겁을 해야만 했다. 아니 자신이 진 것에 대해서 납득을 했다.

밀러 자신의 일말의 자존심이 세워지는 순간이었기에 동양인 혐오증이 약간 있던 밀러로서도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다지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이 유쾌한 동양인 친구와 단짝으로 지내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의외로 강준은 다양한 음주가무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밀러를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크루즈 여객선 표 두 장을 얻었을 때도 밀러는 강준에게 한 장을 서슴없이 내밀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비싼 크루즈 여객선 표에 강준은 밀러 자신을 즐겁게 해주려는 듯이 여행 중에 누가 더 많은 여자를 꼬시냐로 내기를 제안해 올 정도로 유쾌한 친구였다.

“이…이!”

밀러는 양 옆의 미녀의 어깨에 두 팔을 올린 채로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강준에 삿대질을 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자신은 강준을 기다리느라 노심초사했는데 강준은 벌써 여자를 두 명이나 꼬신 것이었다.

“깡쭌! 친구?”

“아! 어! 밀러라고 하는 친구인데 말이야. 생긴 건 멀쩡한데 아니 글쎄 남자를 좋아하는 친구야. 허 참!”

“어머! 괜찮게 생겼는데 게이구나.”

금발의 미녀가 강준에게 친구냐는 말을 하자 강준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친구인 밀러를 소개했다.

당연히 밀러는 강준의 말에 온 몸이 굳어 버릴 정도였다.

“흐음! 그 누구라도 성적 취향은 존중 받아야 하는 거니까.”

대한민국의 여자였다면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면 벌레 보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았겠지만 유럽의 여자들은 상대의 성적 취향을 존중해 준다며 비교적 무난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었다.

“야! 누가 남자를 좋아해! 난 여자가 좋다고! 여자!”

잠시 굳었던 밀러는 강준과 두 여자들이 자신은 게이로 만들어 버리는 것에 고함을 내질렀다.

“괜찮아 밀러! 그렇게 부정 안 해도 나는 너를 친구로 생각하니까. 다만 내 엉덩이는 노리지 말아줬으면 해! 하하하하!”

강준은 자신의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강준과 밀러가 크루즈선의 선상에서 만났을 때 크루즈선은 점차 항구에서 벗어나 자신의 항로를 찾아 가기 시작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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