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1화 (1/161)

##1 프롤로그

“언제부터 잘못 된 거지?”

끈적거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 이러려고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정말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정말이야! 너도 알잖아! 단지 살려고 했을 뿐이야! 단지 말이야! 죽지 않으려고 했다는 거! 너도 알잖아! 대답 좀 해 봐!”

내 목소리가 점차 커진다. 혼잣말과도 같이 작디 작은 목소리에서 점차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대답이 없다.

몸을 흔들어 보아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오직 꾸역 꾸역 아직 식지 않은 피만을 몸 밖으로 뿜어내고만 있을 뿐이었다.

덜덜!

몸이 오한이 든 것 마냥 떨리기 시작한다.

여름은 지나고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춥다기 보다는 더운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도 한 겨울인 것처럼 온 몸이 덜덜 떨려왔다. 그나마 따뜻했던 피가 이 추위를 조금이나마 막아주는 듯 했지만 온기는 점차 식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뚝! 뚝!

핏방울이 흘러내리다가 더 이상 몸 안에서 바닥이 난 것인지 방울방울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진득한 피비린내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위…위험하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무척이나 위험한 상황이라는 사실이었다.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는 시간조차도 사치일 뿐이었다. 나는 죽은 친구를 놓아 둔 채로 몸을 일으켰다.

아니 몸을 일으켰지만 나의 몸은 반쯤 땅바닥에 붙어 있었다.

허리에 부담이 갔지만 결코 허리를 펼칠 수가 없었다. 펼치는 순간 내 몸의 어느 한 곳이 떨어져 나가 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내 몸의 한 곳 중에 가장 유력한 곳은 아마도 머리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극도의 긴장감과 생존본능이 내 몸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죽어 있는 친구의 몸에서 날카롭게 벼려져 있는 나이프를 뽑아내었다.

나이프의 칼날이 뼈를 건드린 것인지 날이 나가 있는 것이 보였지만 그 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안도감.

내 손에 상대를 죽일 수 있는 무기가 들려져 있다는 안도감이 내 몸의 떨림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스륵!

소리를 내는 것은 위험하다.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의 경험으로 안 것으로 시끄러운 자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천천히 하지만 결코 느려서는 안되는 속도로 나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몸에 가득 묻어 있는 피 비린내를 지우지 않는다면 나는 사냥감으로 여겨질 뿐이었다.

비록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는 사냥감이라고는 하지만 사냥감은 사냥감에 불과할 뿐이었다.

천천히 움직이면서 나는 물가로 가지 않고 근처의 진흙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직까지는 운이 좋았다.

너무나도 운이 좋았다.

나조차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운이 좋아서 두 눈에서 기쁨의 눈물이 쏟구칠 듯 했다.

하지만 아직은 안심을 할 수 없었기에 늪과도 같은 진흙웅덩이에 도착을 하자 그대로 몸을 진흙구덩이 안쪽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조금씩 내 몸과 옷에 묻어 있던 피가 진흙에 씻겨져 나가기 시작했다.

물에 씻는 것이 더 좋았지만 의외로 기름기를 가지고 있는 피는 깨끗한 물에는 잘 씻기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시간까지 많이 소요하는데다가 점점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태양에 피부가 많이 탔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하얀 내 피부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보호색으로서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 진흙은 밤에는 아주 훌륭한 보호색으로 내 목숨을 구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흙으로 덮고서는 한 동안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

내 몸 안의 오줌도 진흙웅덩이 속으로 흘려보내고 난 뒤로도 한참 만에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씨익!

나는 미소를 지었다.

상대는 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듯 싶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제 나는 사냥꾼이다.’

방금 전까지는 사냥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사냥꾼이다. 이제 눈 앞의 사냥감을 사냥하면 된다.

하지만 나 이외의 또 다른 사냥꾼이 있는지를 확인해야만 했다.

잘못하면 나 또한 사냥감으로 순식간에 변해 버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냥감과 함께 주변을 주시하던 나는 사냥감 이외에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두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나가고 있기에 어중이 떠중이들은 모두 죽어 있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비록 사냥감이라고 할지라도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조심하지 못하면 도리어 내가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사냥감이 죽어 있는 아니 내가 죽여 버린 친구의 몸뚱이를 멀리서 지켜본다. 그 사냥감도 무턱대고 죽어있는 친구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최대한 위험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려는 것 일터였다.

휙!

그렇게 한참동안 미동도 하지 않던 사냥감의 손에서 빠르게 친구의 몸으로 단검이 날아가 박힌다.

그러고도 움직이지 않는 사냥감이었다.

수 없이 갈등을 하는 사냥감은 결국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잔득 긴장을 하고 있다는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친구의 몸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주변을 두리번거릴 수는 없었기에 친구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시키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의 움직임도 시작이 되었다.

“제길! 죽었군.”

사냥감은 친구의 몸을 뒤집어보고서는 처음으로 멍청하게도 소리를 만들어냈다.

아마도 그다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던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잔득 화가 난 것 같았지만 나에게는 철호의 기회가 온 순간이었다.

잠시간의 빈틈.

이 빈틈으로 인해 사냥감의 주의가 흐트러졌고 내 몸은 어느 덧 사냥감을 직접 노릴 수 있는 곳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

“……!”

하지만 사냥감 또한 본능적으로 위기가 왔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화들짝 놀라서는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늦었어!’

나의 몸이 빠르게 사냥감을 향해 쇄도해 들어가서는 그대로 사냥감의 목을 향해 나이프를 휘둘렀다.

막을 틈 따위는 없었다.

인간의 반사신경은 다른 맹수나 동물들에 비해서 너무도 느렸고 내 움직임은 상대의 반사신경을 뛰어넘는 상태였다.

“커억!”

조금 얇았지만 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목덜미에 있는 대동맥은 건드린 것인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가 사냥감의 손에 막히었다.

손을 때면 그대로 죽을 것이 분명했지만 그 짧은 삶의 시간을 연장하고 싶은 것인지 사냥감은 힘껏 목을 틀어쥐고 있었다.

“지옥에서 벗어나는 것에 축하한다.”

나는 처음으로 사냥감을 향해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사냥감은 그 말에 체념을 했다는 듯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없었지만 죽어가는 순간이 되자 나를 향해 안쓰럽다는 듯한 눈빛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지옥에서 삶…을 연장한 걸….”

그 이상은 말을 할 수 없었다.

바로 내 나이프가 사냥감의 심장을 찔러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소리는 위험했다.

하지만 나는 사냥감 아니 이제는 지옥에서 탈출을 한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고 있었다.

암묵적으로 지옥의 플레이어들 간의 마지막 인사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누가 먼저 시작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이 인사말을 한 이는 이미 죽었을 것이 분명했다.

‘다시 일주일의 삶을 연장했다.’

나는 일주일의 삶을 보장 받았음을 알고서는 친구의 식어버린 몸과 이름을 알지 못하는 이의 식어가는 몸을 바라보았다.

이제 적어도 하루 정도는 사냥을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나는 안전한 곳을 찾아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지금 나에게는 쉴 곳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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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어 라이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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