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화. 다음 목표는? (完)
“이 병장님. 일어나십쇼!”
이순신은 눈을 떴다.
익숙한 풍경이 눈에 보였다.
군대 내무반이었다.
“아- 씨발. 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방금까지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골을 넣지 않았던가?
“안녕하세요. 축구 여신 신자영입니다.”
“누… 누나.”
TV에서는 신자영이 나왔다.
“오늘도 손민흥 선수가 멋진 골을 넣었는데요.”
“역시 신자영은 존예지 말입니다.”
“손민흥하고 사귄다던?”
“아니야!”
이순신이 강하게 거부했다.
‘나랑 결혼해서 이런 거, 저런 거 다 했다고 말하고 싶지만…’
답답함에 가슴이 터질 거 같았다.
“상태창!”
순간 내무반이 고요해졌다.
‘병장이 미쳤다.’
‘내버려 둬. 전역이 얼마 안 남았잖아.’
이순신은 허무했다.
‘그 모든 게 다 꿈이라고?’
그는 답답한 마음에 밖으로 나갔다.
운동장에서는 축구 경기가 한창이었다.
그의 앞으로 공이 떼구르르르 굴러 왔다.
“이 병장님. 공 좀 차주십시오.”
이순신은 공을 차 줬다.
“천궁이 발동했습니다.”
시스템이 아닌 이순신이 내뱉은 말이었다.
꿈에서 봤던 천궁은 좀 더 강하고 빠르게 날아갔다.
그런데 방금 찬 볼은 누가 봐도 똥볼이었다.
“미치겠네. 진짜. 적응 안 되는 거 보소.”
다시 군대라니.
정말 최악이었다.
“뭐. 어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지.”
이순신은 씨익 웃었다.
축구가 좋았다.
다시 태어나도 축구를 하고 싶었다.
왜 좋냐고 물어보면 장황하게 설명하진 못해도 명확하게 설명할 순 있었다.
-그냥-
그저 언제 어디서든 축구만 할 수 있으면 상관없었다.
“야! 나도 껴줘라!”
“원래 축구 안 하시지 말입니까?”
“오늘부터 하려고!”
“포지션은 어디로 들어가실 겁니까?”
“대충 남는 거 아무거나 넣어줘. 난 선출이니까.”
“그럼 가서 골키퍼 좀 하십쇼.”
“아 그건 좀!”
이순신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
[칭호 : 돌아온 용왕을 획득했습니다.]
백의종군이 용왕으로 거듭났다.
이순신은 마지막 시험을 통과했다.
단순히 부와 명예를 위해서 축구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한 셈이었다.
“순신아!”
이순신이 눈을 번쩍 떴다.
이번엔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경기장이었다.
“켁켁!”
이순신이 기침을 해댔다.
너무나 극적인 극장 골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하마터면 압사당할 뻔했다고 충무공이 말해줬다.
“나 기절했어?”
“응. 그런데 차라리 잘 됐지. 이제 연장전 해야 하니까.”
김혁규가 상세히 알려줬다.
“연장전…”
이순신은 걱정됐다.
‘모든 걸 정규시간에 다 쏟아부었는데…’
이미 한계의 한계의 한계를 넘은 상태였다.
서 있는 게 고작이었다.
허준이 열심히 마사지를 해주고 있었다.
남아있는 회복 침이 없었다.
‘차라리 교체하는 게 낫지 않을까?’
“으아아악!”
이순신이 고개를 돌렸다.
왼쪽 풀백을 맡던 수비수가 고통을 호소했다.
“못 뛰겠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로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감독님. 제가 끝까지 뛰겠습니다.”
이순신은 입술을 깨물었다.
억지로라도 정신을 차리기 위함이었다.
괴로워하는 동료를 외면하기엔 자신에게 짊어진 짐이 더 막중했다.
[충무공이 경기 중에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님 차단.’
이순신은 충무공의 말을 무시했다.
‘한국축구를 지켜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충무공이 입을 틀어막습니다.]
이순신 이전에도 시스템을 받은 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하는 순간에 다들 포기했다.
그 뒤로는 슬럼프를 겪은 뒤, 팬들에게는 잊힌 선수가 됐다.
그런 선택을 충무공은 존중했다.
그 순간이었다.
[트리플 윈드에 진입했습니다.]
[데드 포인트가 발동합니다.]
이순신은 새로운 스킬을 얻었다.
‘뭐야? 이 무시무시한 스킬은?’
이순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기도 전에 경기장에 나섰다.
“연장전이 시작됩니다.”
***
꿈 FC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했다.
“힘들어도 안 힘든 척하자. 다들 웃어.”
토트넘 선수들을 향해 꿈 FC는 씨익 웃었다.
‘뭐야? 단체로 약이라도 하고 왔나?’
손민흥은 흠칫 놀랐다.
“끈질긴 자식들…”
손민흥이 고개를 돌려서 허리케인을 바라봤다.
얼굴에 두려움이 있었다.
“아. 이건 우리가 불리해.”
순간 손민흥은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토트넘이 가지지 못한 걸 꿈 FC는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경험’ 이었다.
옛말에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맛을 안다’고 했다.
최근 토트넘의 최고 성적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었다.
반면, 꿈 FC는 그동안 격전을 치렀다.
아틀렉티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결승전에서 강팀들을 잡고 우승컵을 따낸 경험이 있었다.
심지어 그 선수들이 아직까지 팀에 남아있었다.
궁지에 몰릴수록,
꿈 FC는 더더욱 강해졌다.
“속전속결이다!”
손민흥은 있는 힘을 다해서 스프린트를 펼쳤다.
하지만 허리케인은 잠잠했다.
토트넘 선수들은 섣불리 공격에 나서지 못했다.
“뭣들 하는 거야!”
손민흥의 외침에도 토트넘 특유의 팀 컬러가 발휘됐다.
중요한 경기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어서 냉수마찰을 하는 게 바로 ‘토트넘’이었다.
“진정해. 쏘니. 우리는 후반전에 모든 걸 건다.”
허리케인은 동공이 흔들리며 말했다.
개인기록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허리케인에게 부족한 것은 딱하나.
국가대표든, 클럽이든 우승 커리어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손민흥은 아시안컵 우승과 올림픽 우승의 기억을 근육이 서서히 기억해내고 있었다.
“…”
해설자들도 연장 전반전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었다.
그저 공을 돌리다가 15분이 지나가 버렸다.
두 팀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마지막 연장 15분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
“이겁니다!”
손민흥과 허리케인의 2:1 패스 후 슈팅!
몸을 날리는 보경풍의 선방!
“그야말로 잘 차고, 잘 막았습니다!”
보경풍은 재빨리 이순신에게 공을 굴렸다.
“순신이 형. 조심해요!”
자기 진영으로 복귀하는 척하며 허리케인이 다시 이순신 쪽으로 돌아왔다.
휘익!
이순신이 몸을 반 바퀴 돌리며 허리케인의 태클을 피했다.
“광인아!”
[현무가 발동합니다.]
토트넘 선수들이 빙결진에 제대로 걸렸다.
이광인에게 향하는 공을 따라잡지 못했다.
“꼭 넣을게요!”
이광인이 가슴으로 가볍게 트래핑을 한 후 측면으로 달렸다.
“이광인 선수 달립니다!”
“김재민 선수가 따라붙습니다!”
쾅!
이광인과 김재민이 충돌했다.
“아앗! 광고판까지 날아가는 이광인 선수!”
김재민은 재빨리 달려갔다.
“괜찮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김재민이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요.”
이광인이 손을 잡으며 일어났다.
‘역시 괴물이다. 다른 나라 선수였으면 와-’
이광인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이순신, 손민흥, 김재민이 함께 한 팀이라면 감히 월드컵 우승을 노려볼 수 있을 거 같았다.
‘나도 열심히 해서 꼭 뽑힐 거야.’
이광인은 다짐하며 프리킥을 올렸다.
골문 근처에는 이순신이 달려갔다.
[천궁이 발동합니다.]
이순신이 몸을 날려서 혼신의 헤딩슛을 날렸다.
공중에서 조리스와 경합을 벌였다.
쾅!
주변에 있던 선수들은 굉음을 들을 정도로 두 사람은 강력하게 부딪혔다.
땅에 튕긴 공을 김재민이 걷어내려고 발을 뻗었다.
“고오오오올?”
김재민이 걷어낸 공은 골포스트를 맞고 다시 한번 퉁겨졌다.
“아이고. 나 죽어!”
지구 반대편에서 아들의 손을 잡고 지켜보던 정인선 씨는 심장이 잔뜩 쪼그라들었다.
양 팀 선수들이 심판에게 달려갔다.
“골입니다!”
“아닙니다! 선을 넘지 않았습니다.”
심판이 손으로 네모를 만들었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선수들은 긴장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이 판독이 여러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었다.
지속적인 리플레이.
토트넘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다.
공이 선을 넘었다.
“끝났어…”
손민흥도 고개를 떨궜다.
심판이 노골을 선언했다.
“우와아!!”
“…”
양 팀 선수들의 표정에 희비가 엇갈렸다.
공은 분명 골라인을 넘었다.
다만, 이순신과 조리스가 공중에서 결합을 벌이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이순신의 무릎이 조리스의 복부를 가격했다.
“아! 안타깝습니다!”
이순신은 조리스를 일으켜 세웠다.
그는 괜찮다며 손을 내밀었다.
모든 걸 쏟아부은 두 팀의 결과는 결국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선축은 토트넘의 허리케인입니다.”
허리케인의 슛은 정확히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나이스!”
주먹을 불끈 쥐며 허리케인이 기뻐했다.
이어지는 꿈 FC의 선축은 이순신이었다.
“후우-”
이순신이 긴 한숨을 내뱉었다.
“이순신 선수. 찹니다!”
타다다닥!
“아!”
이순신이 머리를 잡고 무릎을 꿇었다.
“이순신의 슛을 조리스 선수가 막아냅니다!”
조리스는 코피를 흘렸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의미가 없었다.
“가운데다!”
엄청난 슈팅이 안면으로 날아왔다.
1:0.
“이순신 이 #*&)(#$”
갑작스러운 고구마 전개가 펼쳐졌다.
충성스러운 팬들이 돌아서는 건 한순간이었다.
역적이 되어버린 이순신은 고개를 떨궜다.
승부차기는 계속 이어졌다.
토트넘의 두 번째, 세 번째 키커가 연달아서 골을 넣었다.
꿈 FC에서는 이광인, 윤광섭도 연달아서 골을 넣었다.
스코어는 3:2.
토트넘의 4번째 키커가 준비했다.
“토트넘의 슛!”
“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경기장에 탄식이 가득했다.
토트넘의 4번째 키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소녀처럼 가엽게 울었다.
꿈 FC의 4번째 키커인 헤이니는 구석으로 정확히 때려 넣었다!
“우와와!”
“순신! 내가 널 살렸어!”
헤이니가 너스레를 떨었다.
스코어는 3:3.
토트넘의 5번째 키커는 손민흥이었다.
손민흥은 엄청난 긴장감에 휩싸였다.
‘여기서 내가 실패라도 한다면…’
다 잡은 승리를,
레알 마드리드 이적이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손민흥. 찹니다!”
“보경풍이 공이 날아가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습니다!”
철렁.
손민흥이 찬 슛이 그물망을 흔들었다.
한 끗 차이였다.
보경풍은 안타까움을,
손민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꿈 FC의 다섯 번째 키커는 김혁규였다.
꼴깍.
당장에라도 김혁규는 토하고 싶었다.
“혁규야. 내가 처음에 넣었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야. 살면서 누구나 실수해.”
김혁규는 오히려 이순신을 위로했다.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을 위로할 수 있었다.
“간닷!”
조리스와 눈빛을 교환한 김혁규는 슛을 때렸다.
“김혁규 선수 깔끔하게 골!”
꿈 FC 선수들이 동시에 어퍼컷을 날렸다.
“외쳐! 갓혁규!”
다리에 힘이 풀린 김혁규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제 뒤 순서들 잘 부탁한다.”
양 팀의 선수들은 당황했다.
보통 승부차기는 다섯 번, 길게는 일곱째 안에 끝나기 마련이었다.
“이건 역대급 최고의 유로파리그 결승전입니다.”
이미 지려버린 해설위원은 해탈한 표정으로 경기를 중계했다.
토트넘의 6번째 키커 김재민을 시작으로 7번, 8번 키커가 모두 골을 넣었다.
꿈 FC도 구멍, 임단결 등도 골을 넣었다.
어느덧 차례는 양쪽 골키퍼까지 도달했다.
키퍼 간의 맞대결!
조리스와 보경풍은 사이좋게 골을 주고받았다.
“어느덧 10:10 다시 차례는 1번 키커한테 돌아옵니다.”
“공을 찰 준비를 하는 허리케인.”
하지만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허리케인은 이미 긴장감이 다 풀려버렸는지 실수를 하고 말았다.
“날아갑니다. 허리케인이 찬 슛이 훨훨 날아갑니다.”
“마치 미국까지 날아갈 기세입니다.”
해설위원이 실수를 인지했는지 재빨리 입을 가렸다.
“이제 기회는 이순신 선수에게 왔습니다.”
“첫 번째는 실패를 했는데요. 과연 이번 기회는 살릴 수 있을는지요.”
이순신이 심호흡을 내뱉었다.
그 순간이었다.
[현자포가 진화합니다.]
[‘천마’를 습득했습니다.]
[골키퍼가 잠시 경직됩니다.]
이순신이 공을 차기 위해 다리를 뒤로 젖혔다.
‘다리에 날개가 달린 거 같아.’
이순신이 슛을 쐈다.
기분 탓이 아니었다.
공은 날개 달린 말로 변하더니 그대로 골문을 향해서 날아갔다.
‘뭐야? 갑자기 웬 말이?’
조리스는 깜짝 놀랐다.
그 역시 날아오는 한 마리의 말을 보았다.
[0.2초간 경직 효과가 발동합니다.]
페널티킥에서 잠깐의 망설임은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철렁.
이순신이 찬 슛이 조리스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움… 움직일 수가 없었어.’
조리스는 침을 꼴깍 삼켰다.
“유로파리그 우승은 스페인 3부 리그 꿈 FC가 차지합니다!”
경기장에 폭죽이 터졌다.
“우리가? 이겼어?”
선수들도 믿기지 않는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우와!”
관중들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축구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3부 리그 팀의 우승이었다.
이순신은 고개를 돌려서 충무공을 쳐다봤다.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대회가 끝난 뒤 일주일이나 지났다.
꿈보다 더 꿈 같은 일이었다.
끝까지 꿈FC를 믿고 응원했던 한국에 사는 모자는 남은 인생을 즐길 수 있을 만큼 많은 돈을 벌었다.
이번 꿈 FC 우승의 최대 수혜자였다.
“엄마. 자고 일어났는데 돈 복사가 됐어.”
아들은 놀라며 소리쳤다.
그들의 통장에 찍힌 1,300억이라는 숫자.
연이율만 최소 억 단위로 들어왔다.
인생 배팅에 성공한 모자는 배팅을 완전히 끊었다.
늦게나마 다시 공부를 시작한 정인선 씨.
이것저것 배우고 싶은 걸 배우고, 먹고 싶은 걸 먹으며 인생을 즐긴 뒤,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현대 판타지 웹소설로 써서 부와 명성을 얻은 아들.
역시 인생은 한 방이었다.
돈이 있는 곳에는 혹자들은 그들의 도박이나 마약 등에 빠져서 인생이 망하기를 바랐지만,
인성이 좋은 모자는 남은 여생을 즐겁게 살다가 눈을 감았다.
로또 당첨금과 전 재산을 투자한 임청수와 강대범한테도 꿈을 이뤘다.
“구단주님은 계속 꿈FC를 운영하시겠죠?”
“그렇죠. 단장님은 이제 어쩌실 겁니까?”
“다음 도전을 한 번 해볼까 합니다.”
“다음 도전이라 하시면?”
“여자 축구에서도 이순신 같은 애가 나오지 말라는 법 있나요?”
“아!”
40이 훌쩍 넘었지만, 임청수의 눈빛은 여전히 번뜩였다.
그 시각.
이순신은 집에서 쉬고 있었다.
매일 밖을 싸돌아다니는 것도 지겨웠다.
그에게는 집이 최고였다.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있기 때문이다.
“뭐해?”
신자영이 이순신의 품에 안겼다.
“그냥.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서.”
3부 리그 우승,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우승, 유로파리그 우승.
3관왕을 달성했다.
하지만 박수칠 때 떠날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성과를 냈음에도 협회는 꿈 FC의 2부 리그로 승격을 거부했다.
아무래도 ‘논 유럽 룰’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이 룰을 만든 이유 자체가 유럽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의 국대 급 선수들이 속한 팀이 생태계를 교란시키니 스페인축구협회도 위기를 느꼈다.
그리고 우승 다음 날.
꿈FC 프론트의 전화는 쉴 새가 없었다.
주전급 선수들에 대한 오퍼가 끊이질 않았다.
제일 먼저는 이순신이었다.
놀랍게도 바르셀로나에서 바이아웃조항을 발동시켰다.
바이아웃 조항을 발동시키고, 이순신에게는 100억 원의 연봉을 제시했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가지 않겠습니다.”
이순신은 돈보다 의리를 택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대회에서 무관에 그쳤다.
특히 리그에서 아쉽게 비기면서 AT 마드리드에 이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프로의 세계에서 의리를 보여준 이순신의 가치는 더더욱 올라갔다.
“이제는 다들 흩어졌네.”
김혁규는 토트넘으로, 윤광섭은 마요르카, 이광인은 AT 마드리드, 구멍은 첼시로 각각 이적했다.
헤이니는 자신의 라이벌과는 같은 팀에서 뛸 수 없다며 도르트문트로 향했다.
임단결은 바르셀로나로 다시 돌아갔고, 오쿠보는 PSG 생제르망에 입단했다.
송희윤과 K리그, 보경풍은 J리그로 이적했다.
꿈 FC의 해산으로 순식간에 해외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들이 늘어났다.
“내년이 기대되는걸?”
이순신은 더 큰 무대에서 동료들을 만날 생각에 두근거렸다.
“손민흥이랑 레알에서 뛰는 게 젤 기대되지?”
신자영의 질문에 이순신은 웃었다.
“민흥이 형이랑 이에로 감독님이랑 앞으로 몇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아마도 꽤 많이 들어 올리겠지. 그리고 한국인 최초의 발롱도르도 둘 중 한 명이 타지 않겠어?”
발롱도르는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이었다.
“나도 너한테 줄 거 있는데.”
신자영이 갑자기 쑥스러웠다.
“뭔데?”
“우리 둘이 살기에 마드리드에 구입한 집은 좀 넓지 않아?”
“그렇긴 하지. 그래서 개나 고양이를 좀 키워볼까 하는데? 개는 좀 큰 개로.”
“으음. 좀 더 시끌벅적했으면 좋겠지?”
신자영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눈치 없는 이순신한테 슬슬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응. 내 생각도 그래. 배 속에 있는 아기도 좋아할 거야.”
“어떻게 알았어?”
신자영은 비밀로 했다가 놀라게 해주려고 했다.
“축구선수는 눈치가 생명이니까.”
이순신이 신자영을 꼬옥 안아줬다.
“엄마도 좋아하시겠다. 나중에 손주나 키우며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셨거든.”
“아…”
“괜찮아. 자영아. 우린 행복할 거야.”
이순신의 입맞춤에 신자영은 괜한 걱정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10개월 후,
신자영은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
이순신보다 신자영을 닮은 예쁜 딸이었다.
“얘가 내 딸이라고?”
이순신은 가슴이 벅찼다.
영상 통화 너머로 신자영과 아이가 웃고 있었다.
“고생했어. 자영아.”
“뭘~ 이제 네가 약속을 지킬 차례야.”
순산.
신자영이 이순신과 한 약속을 지켰다.
“응. 알았어.”
이순신은 통화를 종료하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섬광이 이순신을 감쌌다.
그곳에 동료들이 기다렸다.
팬들이 기다렸다.
이제 그에게 남은 목표는 ‘월드컵 우승’이었다.
<골 넣는 수비수> 완(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