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159화 (160/161)

159화. 계속 꿈을 꾸다.

힐끗.

손민흥은 골대 우측이 비어있는 걸 발견했다.

“골입니다!”

전반 12분!

손민흥의 토트넘이 선취골을 넣었다.

이순신이 방패연을 쓰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집념의 패스를 준 허리케인과 손민흥이 포옹했다.

허리에 손을 얹은 이순신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경기 쉽지 않겠어.’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후 경기는 다소 지루한 상태에 진입했다.

데생 감독은 이기고 있는 토트넘 선수들에게 역습 전술을 지시했다.

자연스럽게 꿈 FC의 공격 찬스가 많아졌다.

공을 툭툭 치고 이광인이 나갔다.

상대편의 압박에서 벗어난 이광인이 중거리 슛을 때렸다.

“아! 재빠르게 때린 이광인의 슛이 골대 맞고 나갑니다!”

급기야 운도 따르지 않았다.

오쿠보는 송희윤에게 공을 찔러줬다.

재빠르게 송희윤은 크로스를 올렸다.

“침착하게.”

공을 끝까지 노려본 김혁규가 방향을 트는 헤딩슛을 날렸다.

탕!

“꿈 FC! 오늘 골대만 두 번 때립니다!”

관중들은 들썩였다.

골을 잡은 김재민은 멀리 롱킥을 때렸다.

“손민흥! 공 잡았습니다.”

그의 드리블에 세 명이 넘어졌다.

최후의 저지선으로 이순신이 따라붙었다.

“손민흥의 슛!”

이번엔 꿈 FC의 골대를 맞고 공이 밖으로 나갔다.

“아쉽습니다! 토트넘!”

이순신이 따라붙지 않았더라면 영락없이 골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손민흥이 웃으며 물었다.

“오늘 나 전담할 거야?”

“물론이죠.”

“우리 팀에선 나만 막아선 안 될 텐데?”

“알아요.”

이순신은 고개를 돌려 허리케인을 보며 말했다.

영국의 주전 공격수이자 나르가르두, 메시란 축구의 신한테 비빌 수 있었던 인간계 공격수.

한 시즌에 무려 70골 이상 넣었던 선수였으며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3회나 차지했던 선수였다.

이순신은 이에 대해서 대비를 해뒀다.

“구멍. 단결. 두 사람이 허리케인을 맡아줘. 그럼 내가 손민흥 선배는 어떻게든 막아볼 테니까.”

“알았어요. 형!”

“맡겨만 주시오!”

두 사람은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이순신은 근래의 몇 번의 패배를 겪으면서 깨달았다.

축구장의 넓이는 혼자서 메꿀 수 없다는 것을.

그나마 임단결과 구멍이 허리케인을 막아주면,

손민흥을 비롯해서 그 외 선수들은 어떻게든 커버할 수 있었다.

“손민흥 선수의 돌파!”

“따라붙는 이순신!”

손민흥은 노마크 상태인 허리케인에게 패스했다.

“허리케인 슛!”

보경풍이 손을 뻗으면서 겨우 막아냈다.

하지만 공은 슛을 차고 측면으로 빠지던 허리케인에게 다시 떨어졌다.

“허리케인 다시 슛!”

빈 골대로 허리케인이 가볍게 쳐냈다.

“임단결!”

임단결이 몸을 날린 태클로 공을 걷어냈다!

“슈퍼 세이브! 꿈 FC가 위기를 모면합니다!”

몇 번의 위기는 있었지만 수비에서는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문제는 공격이었다.

김재민이 지휘하는 센터백은 견고했다.

하비가 이광인에게 공을 찔러줬다.

대지를 가르는 패스는 김혁규에게 닿기 직전!

깔끔하게 김재민이 걷어냈다.

곧이어 펼쳐진 코너킥에서 송희윤이 슛을 때렸다.

공은 김재민이 몸을 틀자 엉덩이에 맞고 밖으로 나갔다.

“미치겠네. 진짜!”

김재민의 과감한 클리어링으로 꿈 FC의 공격은 계속 흐름이 끊겼다.

삐이익-

그렇게 전반전이 마무리되었다.

“꿈 FC와 토트넘의 유로파리그 결승전.”

“토트넘이 1:0으로 앞선 가운데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잠시 후 후반전을 시작합니다.”

꿈 FC 선수들이 라커룸에 모였다.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다.

“너희들이 여기까지 온 것도 잘한 것이다. 그러니 좀 더 경기를 즐겨라.”

게임을 했으면 이겨야지.

-송미나-

대한민국의 승부욕은 엄청났다.

막상 결승까지 오니까 욕심도 났다.

이왕이면 자신들이 그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감독님. 이기고 싶습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습니다!”

눈을 부릅뜨고 이순신이 말했다.

“트로피가 네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가?”

“인생에서는 아니지만, 축구선수로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꿈 FC에서 뛰는 마지막 경기니까요.”

마지막이란 말에 선수들의 마음이 울컥했다.

“알았다. 난 이기는 경기보다 후회하지 않는 경기를 하고 싶다.”

이순신을 비롯한 선수들의 강한 의지를 느낀 이에로는 후반전에 승부수를 띄웠다.

“꿈 FC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선수를 교체합니다. 전술 변화도 좀 있는 거 같은데요?”

이에로는 학익진이라 불리는 4-2-2-2 전술을 버렸다.

센터백과 오쿠보를 빼고 헤이니와 윤광섭을 투입했다.

최전방에 송희윤, 윤광섭을 배치하고 김혁규를 쉐도우 스트라이커 자리로 내려서 언제든지 뒷 공간을 침투하려고 준비했다.

“윤광섭 선수가 한방이 있긴 하죠.”

윤광섭의 체력은 풀타임을 뛰기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문제는 집중력이었다.

90분 내내 텐션을 유지할 수 없었기에 오히려 조커로써 능력이 더 뛰어났다.

이광인과 하비가 좌우를 맡았다.

“하비 선수가 측면으로 이동합니다. 저 위치에서 뛴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요.”

해설자의 말대로 하비의 포지션 변화는 팬들에게도 생소했다.

하지만 하비는 자신 있었다.

“이 몸은 천재라고.”

꿈 FC에서 학익진에 오랜 기간 뛰면서 활동량이 넓어진 하비였다.

수비 중앙에 이순신, 측면에 임단결이 나서면서 꿈 FC는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

토트넘과 똑같은 3-4-3 전술이었다.

하지만 꿈 FC의 배치는 훨씬 공격적이었다.

약팀이 강팀을 이기는 방법 중 하나는 뛰어난 활동량이었다.

중앙에는 김재민이 있기에 측면을 미친 듯이 노렸다.

“그딴 어설픈 크로스를 대책이라고 들고나온 거냐?”

김혁규가 송희윤을 향해 패스를 찔러줬다.

하지만 위치선정을 먼저 한 김재민이 공을 빼앗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가로채기 후 바로 달리는 김재민!”

김재민은 측면으로 바로 달렸다.

‘저 덩치에 저런 스피드를?’

이순신은 왜 그가 괴물이라고 불리는지 확실히 알았다.

엄청난 오버래핑 후 전방에 있는 손민흥에게 공을 넘겼다.

손민흥이 슛을 하려는 순간 이순신이 몸을 날려서 태클을 시도했다.

[스페인 함대가 발동했습니다.]

높은 태클 성공률을 보이며 손민흥의 공을 빼앗은 이순신도 곧바로 반격을 시도했다.

“이번엔 이순신의 오버래핑이 이어집니다!”

이순신은 측면이 아닌 정면으로 돌파했다.

허리케인은 가볍게 피했다.

중앙에서는 김재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순신이 김재민 뒤로 넘어갈 준비를 하는 김혁규를 보았다.

[현무가 발동합니다.]

김재민 머리 위에 빙결진이 뜬 걸 확인했다.

“됐어!”

김혁규가 공을 잡고 냅다 달렸다!

“거기서!”

김재민이 이를 악물고 무거워진 다리를 움직였다.

“따라붙기 전에…”

전방에서 조리스가 조금씩 나오는 걸 본 김혁규는 페널티 에어리어에 진입하기 전에 슛을 날렸다!

“김혁규 슛!”

‘안 돼. 조금만 더 들어가지.’

이순신의 예상대로 공은 조리스의 손에 맞고 골라인 밖으로 나갔다.

“미안해. 순신아!”

“괜찮아. 아직 35분 정도 남았어.”

이순신이 김혁규를 위로했다.

그러고 나서는 코너킥을 준비했다.

코너킥에서 비격진천뢰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비격진천뢰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성공률은 51%.

높다면 높고, 낮다면 낮다고 할 수 있는 수치였다.

‘지금은 의외의 한방이 필요해.’

이순신은 코너킥에서 ‘비격진천뢰’를 사용했다.

예리하게 휘어지는 공은 골대를 향했지만,

헤딩으로 공을 걷어낸 것은 손민흥이었다.

“손민흥 선수! 오늘 공수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MVP도 유력하겠는데요?”

빅클럽 이적.

그에겐 엄청난 동기부여가 있기에 평소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이 순간 그는 전성기의 나르가르두나 메시를 뛰어넘는 신계 공격수나 다름없었다.

연이어서 득점 기회가 날아가자 이순신도 조금은 자신감이 떨어졌다.

“형! 과감하게 때려도 돼요!”

“누가 그라운드의 저격수인지 보여줘요!”

그런 그를 위로한 건 이광인과 임단결이었다.

그들은 이순신에게 무한 신뢰를 보냈다.

[천궁이 발동합니다.]

“이순신 선수의 중거리 슛! 오히려 막아낸 조리스 선수가 당황하고 있습니다.”

동료들의 믿음이 이순신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그러면서 차곡차곡 슈팅 성공률을 누적시켰다.

경기를 지켜보던 데생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토트넘도 선수를 교체합니다.”

최전방에 손민흥과 허리케인을 놔두고 수비형 미드필더를 하나 더 교체했다.

그의 임무는 하나였다.

저격수인 이순신의 슈팅을 막는 것이었다.

이순신은 순식간에 자신을 따라다니는 토트넘 선수의 역할을 이해했다.

‘토트넘이 추가 골을 노릴 생각이 없구나.’

그는 하프라인 근처에 머물면서 이순신의 움직임에만 집중했다.

정상적인 역할은 아니었지만,

이순신을 막기 위해서,

승리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가치 있는 플레이였다.

이순신이 벤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에로가 두 번째 작전 지시를 내렸다.

“단결아. 부탁한다.”

이순신은 수비의 지휘권을 임단결에게 줬다.

임단결의 역할은 측면과 중앙지역 커버였다.

‘프리 롤’을 부여받은 이순신은 언성 히어로를 사용하며 경기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

이순신을 전담 마크하는 토트넘 선수는 어느새 측면에 가 있는 걸 보고 당황했다.

또한, 이순신이 공격을 나갈 때 그 빈자리를 구멍이 잘 메꿔줬다.

두 선수가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끊임없이 스위칭하며 토트넘을 괴롭혔다.

“이건 마치 도깨비 같군.”

데생 감독은 변화무쌍한 꿈 FC의 전술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나마 그가 최근에 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듀오 덕분에 한국문화에 대해서 공부했는데 ‘도깨비’란 단어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확실히 축구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선수야. 하지만 내 커리어의 트로피를 포기할 수 없지!”

이탈리아 출신답게 데생 감독은 엄청난 수비력을 보여줬다.

이순신의 전담마크맨은 중거리 슛을 온몸을 날려서 막아냈다.

“으윽!”

경기는 잠시 중단됐다.

하필이면 맞은 부위가 영 좋지 않았다.

다행히 후사를 이어놨기에 망정이었지, 안 그러면 평생 이순신을 저주할 뻔했다.

남은 시간은 10분.

이미 ‘필사즉생 필생즉사’와 ‘배수의 진’, ‘세컨드 윈드 더블’이 발동된 상태였다.

체력적으로는 이미 한계였고,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양 팀의 선수들은 엄청난 긴장감 속에서 모든 힘을 다 끌어냈다.

“아직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게 남았어.”

[메시아 타임이 발동합니다.]

이순신은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순간 그의 시야가 나뉘었다.

경기장 위에서 본 모습, 1인칭 시점, 옆에서 본 3인칭 시점, 백미러 시점으로 나뉘었다.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이 느리게 움직이는 거 같았다.

마치 물속을 걷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과 공간이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몸이 우주에서 붕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왼쪽으로 3M 이동 후 그대로 천궁을 발동하면 100% 골이다.”

이순신이 호흡을 참고 자신이 생각한 대로 플레이를 했다.

그 순간이었다.

고자가 될 뻔한 상대 팀 선수의 거친 태클이 이순신의 다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명승부에서 유일한 오점이었다.

[거북선이 발동했습니다.]

“으아아악!”

오히려 태클을 한 선수가 다리를 붙잡았다.

헐리우드 액션을 한다며 퇴장당했다.

“추가시간까지 모두 사용한 상황. 꿈 FC의 마지막 공격이 펼쳐집니다.”

데생감독은 주먹을 꽉 쥐었다.

‘한 번만…한 번만 막으면 된다.’

삐이익-

이광인이 공을 차려고 발을 구르는 순간, 누군가 먼저 공을 차버렸다.

“아. 이광인 선수가 차는 줄 알았는데 이순신 선수가 찹니다!”

이광인은 깜짝 놀랐다.

‘아까 순신이 형이 내보고 차라고 했는데…’

고사에 이런 말이 있었다.

하지만 아군을 속였기에 상대편을 속일 수 있었고,

남은 비격진천뢰와 누적된 슛 성공률로 이순신이 찬 슛은 땅에 불규칙한 바운드를 튀기더니 조리스의 손을 넘어서 그대로 그물망을 출렁였다.

“경기 막판! 이순신 선수의 천금 같은 프리킥 골이 터졌습니다.”

이순신은 주먹을 쥐며 그 자리에서 뒤로 쓰러졌다.

주변에 있던 꿈 FC 선수들이 달려왔고, 관중들도 경기장에 난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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