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156화 (157/161)

156화. 확실한 10억과 불확실한 천억 중 당신의 선택은?

“도대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던 것일까?”

타케히로는 자신의 인생이 아닌 전생까지 되짚어 보았다.

일주일 후 2차전이 열렸다.

그의 인생은 뜻대로 안 됐다.

아스널을 홈으로 불러들인 꿈 FC의 컨디션은 유감스럽게도 최고였다.

4골을 넣겠다고 다짐한 아스널은 오히려 자책골을 기록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꿈 FC의 골 운이 없었다.

“이광인의 슛이 안타깝게 빗나갑니다!”

“이순신의 중거리 슛이 골대 맞고 살짝 위로 퉁겨집니다.”

꿈 FC 1 : 0 아스널.

골이 많이 터지지 않은 경기였다.

그러나 박진감은 넘치는 경기였다.

이순신은 3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했다.

오히려 수비에서 미친 듯한 활약을 보였다.

특히 후반전 30분에 나온 몸을 날린 다이빙 태클은 명장면이었다.

아스널 공격수가 회심의 슛을 날렸다.

“어딜!”

이순신도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공은 이순신의 발에 닿자마자 그대로 아스널의 골문으로 향했다.

엄청난 반작용이었다.

“어?”

골문을 제법 벗어난 상대편 골키퍼는 당황하며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툭!

“아깝습니다! 저게 들어갔으면 정말 멋진 골이 되었을 텐데요.”

“휴.”

상대편 골키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은퇴할 뻔했다.

결국, 양 팀 모두 추가 골은 없었다.

삐이이익-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었다.

[언성 히어로를 습득했습니다.]

이순신이 씨익 웃었다.

“경기 끝납니다!”

“꿈 FC가 사스널, 아니 아스널을 홈&어웨이 합계 4:0으로 잡고 4강에 진출합니다!”

“이름 그대로 꿈을 꾸고 있는 거 같습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팬들도 믿기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국왕컵이 아닌 유로파 리그에서 4강에 올라갈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도박사 이그노조차도 아스널 탈락에 4억을 걸었다가 몽땅 날려버렸다.

“우승 예측 사이트에서 꿈 FC가 우승 시 배당금이 얼마나 됐죠?”

“천만 배입니다.”

천원을 걸었다면 100억을 배당금으로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낮았다.

레스터시티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확률이 1/5000였는데 그것보다 무려 200배나 더 낮았다.

“이게 되려나?”

전 세계의 시선이 꿈 FC에게 향했다.

4강전에 펼쳐질 엘 클라시코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꿈 FC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에 더더욱 관심이 쏠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진짜로 누군가 만원을 베팅했다.

그 말인즉슨 슨 꿈 FC가 우승을 한다면 1000억을 번다는 뜻이기도 했다.

만원으로 1000억을?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한국에 사는 정인선 씨였다.

***

그녀는 이혼 후 혼자서 아들을 키웠다.

어두운 밤.

식당일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켜진 TV를 보았다.

고등학생쯤 되는 아들이 축구를 보다가 잠든 것이다.

“에휴.”

한숨을 내뱉은 후 잠든 아들의 이불을 제대로 덮어줬다.

“얘는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나?”

운동신경은 조금 있는 거 같지만, 운동선수를 할 정도는 아니었다.

머리는 좋은 거 같지만, 공부 머리는 없었다.

“내가 조금만 더 돈이 많았더라면…”

그녀는 남편과 사별한 후로 줄곧 혼자서 아들을 키웠다.

생활 형편이 어려워서 몇 번이고 재혼을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개새끼, 아니면 십새끼들 뿐이었다.

그저 아들만 바라보고 살자고 결심했다.

그런 아들이 어느 날 말했다.

“엄마! 주민등록번호 좀 빌려줘.”

“그거 왜? 어디다 쓰려고?”

정인선 씨는 갸우뚱했다.

“베팅할 게 있는데 성인 인증을 해야 함.”

“이 새끼가!”

찰싹!

아주 찰진 소리가 등짝에서 났다.

“아앗!”

아들은 오두방정을 떨었다.

정인선 씨의 사랑의 매는 멈추지 않았다.

“이노무시키가 힘들게 키워놨더니? 뭐? 베팅? 성인 인증?”

“아! 엄마가 하는 주식보다 천만 배는 더 나아!”

가뜩이나 정인선 씨는 어제 1000만 원 정도를 손절친 상태였다.

“이 자식아!”

분노가 머리끝까지 올라온 정인선 씨는 사정없이 등짝 스매시를 날렸다.

잠시 후.

화를 삭인 정인선 씨는 아들을 흘겨보았다.

무릎 꿇고 손들고 서 있는 아들에게 말했다.

“손 내려.”

입을 삐죽 내밀었던 아들은 재빨리 손을 내렸다.

“말이나 들어보자. 도대체 뭘로 돈을 벌겠다는 거야?”

“영국의 도박업체가 있어. 유명한 영화배우도 가입했대. 여튼 거기에 가입하면 딱 한 번 베팅할 수 있는 기회를 줘.”

도. 박.

이 단어에 그녀는 깊은 빡침을 느꼈다.

“좋은 말로 할 때 공부나 해라.”

“아! 엄마!”

정인선 씨가 손을 번쩍 들자 그녀의 아들은 재빨리 도망쳤다.

몇 달이 지났다.

식당에서 김밥을 싸던 중 전화가 걸려왔다.

힐끗 보더니,

“모르는 번호네?”

그녀는 무시하고 김밥을 계속 쌌다.

그런데 계속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정인선 씨 되십니까?”

“그런데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럭키 사커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신욱선 이라고 합니다.”

“럭키 사커요? 그게 뭐하는 곳인데요?”

이름부터 수상한 곳이었다.

그녀는 잠시 시간을 내서 설명을 들었다.

“저희는 영국 겜블 업체로…”

“잠깐만요…”

그녀가 잠시 수화기를 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썅놈의 새끼가!”

그녀는 육성으로 아들을 떠올리며 욕을 내뱉었다.

분노한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며, 신욱선의 설명을 들었다.

“여기까지 설명을 드렸는데, 혹시 궁금하신 점이 있으신가요?”

툭.

그녀는 수화기를 떨궜다.

뭔가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들었다.

다음날.

신욱선이 찾아왔다.

큰 키에 하얀 피부. 말끔히 정장을 차려입고 찾아온 그는 젠틀맨 그 자체였다.

“어제 전화 드린 신욱선입니다.”

“아… 네.”

그녀는 아직까지도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신욱선은 팸플릿을 꺼냈다.

럭키 사커라는 곳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녀의 아들이 엄마 몰래 주민등록증을 훔쳐서 가입했고,

다가올 유로파리그에 돈을 베팅했다.

어쭙잖은 사설 업체가 아니라 합법적인 도박업체였다.

미국의 유명배우 톰 홀랜드가 엄지 척하며 사진을 찍었다.

모든 것은 사실이었다.

정황 증거 상 믿을 수밖에 없는 현실.

영국의 사설 업체가 한국까지 날아온 이유는 딱 하나였다.

“그러니까 지금 베팅을 포기하면 10억을 준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신욱선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만약 꿈 FC라는 팀이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면 받게 될 배당금이 1000억이라고요?”

신욱선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 그렇습니다.”

과거 2부 리그 승격 팀인 레스터시티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우승했다.

당시에도 몇 경기가 안 남은 상황에서 도박업체가 발 벗고 나서서 포기를 종용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1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1600원을 베팅했는데 약 850만 원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도박업체 입장에서는 꿈 FC가 4강에서 떨어지는 게 맞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보면 이렇게 날아올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데 그들도 통계적으로 알게 된 것이다.

이미 유로파리그에서 AS로마, 아스널 같은 강팀을 잡으면서 자이언트 킬링에 성공했다.

그 외에 프라이 부르크, 그라스 호퍼, 셀틱도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꿈 FC가 절대로 이길 수 없었다.

-축구공은 둥글다.-

그렇기에 축구에서는 이러한 변수가 생길 수 있었다.

레스터시티에서는 8부 리그부터 시작한 제이미 바디가 있었다면,

꿈 FC에는 군대 스리가에서부터 시작한 이순신이 있었다.

재밌는 건 레스터시티가 우승 시 받은 리그 배당금은 1550억 원이었다.

이는 선수 포함 레스터시티 관계자 몇백 명이 이룬 결과였다.

만약 정인선 씨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베팅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수 있었다.

혹자는 미국의 복권 파워볼보다 낮은 금액에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파워볼의 확률은 대략적으로 2억 9천2백만 분의 1.

꿈 FC는 딱 3번!

혹은 준결승전에서 1승 1패를 하더라도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었다.

그녀는 엄청난 고민에 휩싸였다.

‘천억이라는 돈은 아마 내가 세 번은 태어나도 만져보지 못할 돈이야.’

“일주일 정도 시간을 줄 수 있으신가요?”

“그러면 경기가 끝나버립니다.”

“아아-”

그 순간이었다.

“엄마. 미친 거 아냐?”

“너야말로 지금 학교에 있을 시간 아냐?”

어떻게 알고 온 그녀의 아들이 나타나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엄마. 1000억이라고, 10억이 100개라고.”

“하지만 꿈 FC라는 팀이 진다면 당장 10억도 날아가는 거야. 너 10억이 얼마나 큰 돈인지 알아?”

“당연히 알지. 하지만 10억으로는 건물도 살 수 없어.”

신욱선은 당황했다.

“저 혹시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혹시 아드님이 복권을 사신 건가요?”

“아니요.”

정인선 씨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그녀의 아들은 단호하게 말했다.

“아… 네…”

개인정보도용, 미성년자 구매 등을 이유로 10억도 주지 않을 수 있었지만, 본인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었다.

“엄마. 10억은 살면서도 벌 수 있는 돈이야. 그런데 1000억은 아니야.”

아들의 의지는 단호했다.

“학생. 어른들의 일이네.”

“아저씨는 빠지시고요.”

“뭐? 이 자식이!”

쾅!

그때 정인선 씨가 탁상을 손바닥으로 내리치자 옆에 있던 김밥들도 들썩였다.

“아들아. 천억 가보자. 아니 가즈아!!!”

마침내 그녀가 결단을 내렸다.

정인선 씨의 눈이 돌아갔다.

그 누구도 그녀를 말릴 수 없었다.

신욱선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럼 행운이 있길 빕니다.”

그는 침을 챙겨서 밖으로 나가다가 문득 멈칫했다.

“학생 이름이 뭐지?”

“안알랴줌.”

“명찰에 써 있구나.”

“아. 씁!”

정인선 씨의 아들은 재빨리 손으로 가슴팍을 가렸다.

“기억해두마.”

신욱선은 씨익 웃으면서 나갔다.

5일 후.

하마터면 큰 사고가 날 뻔했다.

“어이쿠! 인선 씨. 정신 차려!”

김밥을 썰다가 정인선 씨가 자신의 손을 썰 뻔했다.

“아-”

“오늘 뭔 일 있어?”

같이 일하는 동료 아줌마가 물었다.

“오늘 유로파리그 4강전이 열리는 날이니까요.”

“잉? 언제부터 축구를 그렇게 좋아했데?”

“5일 전부터요.”

인터넷에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지고 있지만,

동료는 소식에 어두웠다.

마침내 새벽.

“꿈 FC와 맨유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그녀는 아들의 손을 잡고, 긴장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2시간 후.

“아! 경기 막판 꿈 FC가 맨유에게 페널티킥을 내줍니다!”

“이런 샹! 심판 새끼가 눈이 삐었나!”

“아들. 닥치고 가만히 앉아 있어.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정인선 씨는 지금 매우 진지했다.

그녀의 아들은 터질 듯한 심장을 부여잡고 손에 땀을 흘리며 경기를 지켜봤다.

삐이이익-

“맨유의 페널티킥!”

“슈우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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