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진짜 메시아
“이 새끼야. 너 지금 뭐하는 거야!”
관중들의 야유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순신아! 괜찮아?”
김혁규가 재빨리 달려와서 순신의 상태를 살폈다.
양 팀의 선수들은 두 선수를 떼어 놓았다.
“으아아악!”
줄리앙이 비명을 질렀다.
“왜 네가 엄살이야!”
누가 봐도 명백한 백태클이었다.
무방비상태인 이순신이 부상을 당하면 당했지,
줄리앙이 부상을 당했을 리가 만무했다.
“어? 얘 표정이 심각한데?”
선수들은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그저 연기를 하는 줄 알았는데, 찐으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거북선이 발동했습니다.]
이순신에게 악의를 가지고 태클을 하면 그 충격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여기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면 좀 오버겠지?’
이순신은 놀랍게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니야. 그러다가 감독님이 교체라도 하면 평생 후회할 수도 있어. 지금 태클이면 11:10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데?’
생각을 고쳐먹은 이순신은 벌떡 일어났다.
“순신아. 괜찮아?”
“응!”
이순신이 펄쩍펄쩍 뛰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태클을 당한 이순신 선수는 멀쩡한데, 오히려 줄리앙 선수가 부상을 당한 거 같습니다.”
해설자의 표정과 음성에는 안타까움이 흘러나 나왔다.
“꺼져라! 비매너!”
“우우-천벌을 받았구나!”
관중들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심판은 시계를 봤다.
경기 지연이 다소 길어질 거 같아서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심판이 부상당한 줄리앙 선수에게 퇴장 명령을 내립니다!”
축구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심판은 얼른 데리고 나가라고 손짓했다.
들것에 실려 나간 줄리앙은 쪽팔림에 팔로 눈을 가렸다.
‘젠장. 잔 다르크. 당신이 시스템만 회수해가지 않았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어!’
줄리앙은 못나게도 잔 다르크를 탓했다.
[잔 다르크가 신성력으로 당신을 치료합니다.]
무리한 태클로 정강이 골절과 무릎 파열을 당한 줄리앙에게 잔 다르크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젠장. 병 주고 약 주는 거냐?’
줄리앙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닌데 가서 자세하게 진단을 받아보겠어?”
“됐어요. 여기서 경기나 지켜볼게요.”
줄리앙은 도움을 거부했다.
감독 역시 줄리앙에게 별다른 터치를 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화를 삭이고 있었다.
우승컵이 걸린 결승전에서 불리한 상황으로 싸워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사이에 경기가 재개됐다.
이순신이 길게 프리킥을 줬고, 이광인이 수비를 흔들었다.
“이광인 선수의 탈압박!”
다니엘을 제치고 찬 슛이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순신이 형. 미안해요. 형이 다치면서 만들어준 기회였는데.”
“안 다쳤다니까? 신경 쓰지 마.”
이순신이 이광인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점수는 동점이지만, 우리가 한 명 많은 상태야! 그러니까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마!”
이순신이 머리 위로 박수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길 수 있다.’
이순신은 팀에 걸려있는 버프를 살펴봤다.
[배수의 진이 발동 중입니다.]
상대편 1명이 퇴장당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배수의 진’이 발동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후반 20분.
꿈 FC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전반전부터 바르셀로나의 호화스러운 공격을 막아내는 데 급급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보다 개개인의 능력치, 체력, 정신력이 대부분 떨어졌다.
무엇보다 경험 부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쟤네들은 왜 이렇게 여유롭지?”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사실 여유롭지 않았다.
그저 여유로운 척을 했을 뿐이었다.
상대한테 기선을 제압당하면 될 것도 안 되는 걸 그들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반면, 꿈 FC는 이런 난전이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리그에서는 너무나 쉬운 경기를 했고, 그나마 자극을 느낄 수 있는 경기는 유로파리그뿐이었다.
이는 일정한 텐션을 유지하는 데에는 다소 좋지 않았다.
“잊고 있던 근육의 움직임을 느껴봐!”
[흑호랑후가 발동했습니다.]
이순신이 선수들을 일깨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5분 만에 다시 조급함이 턱밑까지 올라왔다.
그 와중에 군계일학은 역시나 메시였다.
이순신이 공격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수비에 집중했다.
메시는 그런 이순신을 지독하리만큼 괴롭혔다.
후반 35분.
메시가 공을 잡았다.
이광인이 따라붙었다.
“탈압박은 이렇게 하는 거란다.”
메시가 한 수 가르쳐주듯 씨익 웃으며 몸을 틀었다.
이광인이 빠르게 접근했다.
메시는 팔을 뻗어서 저지시켰다.
“젠장!”
이광인은 마치 투명한 베리어가 눈 앞에 펼쳐진 거 같았다.
‘접근할 수가 없어.’
그러는 사이에 메시는 이광인의 수비를 뚫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메시가 U턴을 하며 돌파를 시도했지만,
전방에는 하비, 측면에는 사이드 라인이 있었다.
즉, 경기장조차도 꿈 FC를 돕고 있었는데…
메시아 타임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메시는 화려한 개인기로 하비를 속였다.
이광인이 도움을 주려고 재빨리 따라붙었다.
뒤쪽에서는 하비, 측면에서는 구멍이 따라붙었다.
“여기!”
아모르가 앞에서 공을 달라고 손짓했다.
측면에서 구멍이 붙었지만,
메시는 유령이 벽을 지나듯 가볍게 통과했다.
‘메시 선수 순식간에 3명을 제칩니다!’
아모르는 시선을 끌고자 했지만, 임단결은 그를 포기하고 메시 쪽으로 붙었다.
“메시 선수! 뒤에 달려오는 페도라 선수에게 패스!”
그의 앞에는 이순신이 있었다.
페도라는 돌파를 시도하는 척하면서 메시에게 다시 볼을 건넸다!
“내 역할은 너를 속이는 거지.”
이순신이 아니면 메시를 막을 선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경풍이 형!”
이순신의 지시로 보경풍이 메시를 향해 달려나갔다!
“설마 이걸 예측했다고?”
페도라는 깜짝 놀랐지만, 그의 예상대로 이순신은 그들의 전술을 파악했다.
하지만 공을 먼저 잡은 건 메시였다.
골키퍼가 나오는 것과 비어있는 골대가 정지화면처럼 보였다.
‘저기다.’
심지어 메시는 일반적인 킥이 아닌 라보나킥으로 골키퍼를 한 번 더 속이며 슈팅 타이밍을 빼앗았다.
“보경풍 선수의 가랑이 사이로 흘러가는 공!”
메시는 씨익 웃었다.
‘이건 골이다.’
메시는 골키퍼까지 제치는 플레이를 즐겨했다.
‘3부 리그 팀치고는 잘 버텼어.’
비아냥이 아닌 진심이었다.
자신의 팀을 상대로 펼칠 수밖에 없던 전술.
아무리 이광인, 오쿠보, 헤이니조차도 수비에 가담하며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막는 데 급급했다.
이제 팽팽했던 줄다리기가 끝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
골문 앞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순신 선수가! 공을 멈춰 세우고 대신 자신이 골대 안으로 들어갑니다!”
메시는 깜짝 놀랐다.
‘이건 내 계획에 없던 건데?’
심판은 골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경기를 속행했다.
메시의 공대신 그물에 들어갔다 나온 이순신은 공을 치고 나갔다.
[메시아 타임이 발동합니다.]
[10분 동안 능력의 최대치가 발휘됩니다.]
[세컨드 윈드 더블이 발동합니다.]
이순신이 달렸다.
‘역습?’
이순신은 말하지 않았지만, 내뿜는 기운만으로 동료들에게 자신의 의지를 전달했다.
“이순신 선수의 거침없는 드리블!”
전방에서 아모르와 페도라가 막고자 했지만, 어림없었다.
“이순신 선수 어디까지 달리려는 걸까요?”
하프라인 부근에서 이순신과 메시가 라인을 두고 대치했다.
“쉽게 뚫리진 않는다!”
메시는 손가락을 근질거렸다.
이순신이 자신을 통과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렇다면 옷을 잡아당기는 파울을 해서라도 공격의 흐름을 끊을 예정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메시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달려오는 이순신 앞에 누군가 튀어나왔다.
“비켜!”
메시가 소리쳤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움츠리며 피할 생각을 안 했다.
“이순신이 심판을 이용해서 메시의 시야를 가렸습니다!”
두 손을 들고 어쩔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미 이순신은 빠져나간 뒤였다.
“이순신은 오쿠보에게 공을 건넸다.”
다니엘이 따라붙음을 느끼자 곧바로 이순신에게 공을 넘겼다.
‘애초에 목표는 네가 아니었다.’
다니엘은 방향을 틀어서 이순신 쪽으로 향했다.
“다니엘 선수의 깔끔한 태클!”
이순신이 공을 띄우며 다니엘을 뛰어넘었다.
“이순신 선수 공중에서 패스!”
이순신은 공을 띄운 채 전방에 있는 김혁규에게 공을 줬다.
“이건 꼭 넣을게!”
김혁규가 몸을 날리면서 헤딩슛을 시도했다.
공은 제법 위력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골키퍼의 손에 맞고 맙니다!”
골대를 향해 헤딩하는 건 김혁규뿐만이 아니었다.
튕겨져 나온 공을 향해 이순신도 몸을 날렸다.
[천무가 발동합니다.]
“이순신 선수의 다이빙 헤딩슛!”
오늘 이순신 때문에 관중들은 여러 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순신의 머리에 맞은 공은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골입니다! 마침내 꿈 FC가 역전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는 일렀다.
리플레이로 본 영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날았다.
이보다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 싶었다.
이순신과 지면의 높이는 꼴랑 50cm일 정도로 매우 가까웠다.
그 상태로 1M를 날았다.
촤아아악!
당연히 얼굴부터 떨어진 이순신의 뺨에는 쓸린 상처가 생겼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팬들을 향해 함성을 지르라고 손짓했다.
“우아아아!”
관중들은 엄청난 허슬 플레이에 감탄했다.
경기의 기세는 완전히 꿈 FC에게 넘어갔다.
메시도 폭발적인 드리블을 더는 펼치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경기가 끝났다.
삐이이익-
3:2.
메시도 씨익 웃었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군.’
꿈 FC 선수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이긴 거야? 우리가 정말 이긴 거냐고?”
“그래 혁규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리가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우승컵을 획득했다.”
급격한 피로감이 이순신에게 몰려왔다.
[스팀팩을 사용합니다.]
그 순간이었다.
“어? 왜 이러지?”
혁규가 뭐라고 말을 하고 있는데 들리지 않았다.
들리는 건 오직 자신의 숨소리뿐.
극도의 어지러움으로 몸이 자꾸 땅으로 향했다.
‘분명 스팀팩을 사용했는데…’
결국, 이순신은 정신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