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148화 (149/161)

148화. 백태클

플레티스 회장은 측근들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내년부터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게 될 이순신과 유망주들을 직접 챙기기 위함이었다.

플레티스는 측근들에게 물었다.

“어떤가? 저 선수가 정말 200억짜리 선수라고 생각하는가?”

일종의 반어법이었다.

“저런 선수를 200억에 영입한 단장님의 영업능력은 역시 대단하십니다.”

“안 그래도 라모스가 하락세였는데 충분한 대안이 될 거 같습니다.”

측근들은 그를 칭찬하기 바빴다.

나름 고학력자들이며, 분석에 도가 튼 그들이 다 늙어빠진 회장의 직감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플레티스는 우쭐하기보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그런 선택지를 주는 게 아니었어. 당장 1000억을 주고서라도 데려왔어야 했는데…’

후회를 하지 않는 그는 이순신과 계약하던 그 순간을 후회했다.

현재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하고 있었다.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간신히 16강에 안착한 상태였다.

문제는 이순신에 대한 바이아웃이 400억 남짓이었다.

신자영의 작품이었다.

플레티스는 1300억 원을 바이아웃으로 걸려고 했었다.

“회장님께 제안합니다.”

“무엇입니까?”

“해당 금액은 선수가 과도한 기대감으로 인한 기량 저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으흠.”

“그렇게 되면 팀에 적응하는데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순신 선수가 그 정도로 위축될 선수인가? 애초에 바이아웃 2000억을 걸었던 건 꿈FC 아니었나?”

“마케팅이었습니다.”

“푸핫.”

플레티스는 그 의견에 공감하며 웃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경영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입하는 상황이라 스스로 모든 부담을 다 안고 갈 필요는 없었다.

‘이순신의 활약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반짝 활약일 경우에는?’

그때는 처분하기에도 굉장히 난감했다.

그래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했다.

“지금이라도 이순신의 계약을 조정할 수 없을까?”

플레티스가 측근들에게 물었다.

“그건 좀 곤란합니다… 이미 올해 이적 예산은 다 사용했습니다.”

측근들은 난감을 표했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플레티스는 농담을 한 것처럼 보였지만 속이 쓰렸다.

지금 상태라면 써보기도 전에 다른 구단에게 팔리게 생겼다.

400억 자체도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

그런데 현재 이순신이 보여준 활약은 월드클래스라고 불려도 손색없을 정도로 저렴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설마 바르셀로나까지 잡아버리진 않겠지.”

전반기에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와 비겼다.

여기서 꿈 FC가 바르셀로나를 잡아버리면 정말 웃기는 상황이 와버릴 수 있었다.

‘이거 어디를 응원해야 되는 거지?’

플레티스 회장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이제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에서 승부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

후반전이 시작됐다.

긴장감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메시와 줄리앙의 호흡이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둘 다 드리블과 패스에 능한 전천후 공격수였다.

‘케미가 장난 아닌데?’

이순신은 두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마치 10년은 같이 뛴 친구처럼 호흡이 척척 맞았다.

그렇다고 순순히 져 줄 생각은 절대로 없었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들어오기 전에 이순신은 달려나갔다.

“이순신 선수, 메시를 막으러 달려갑니다!”

메시를 힐끗 보더니 줄리앙에게 곧바로 패스했다.

[방패연이 ㅂ…]

방패연이 발동하기도 전에 줄리앙은 원터치로 슛을 때렸다!

“줄리앙 슛!”

“보경풍 선수가 몸을 날립니다!”

퉁!

“안타깝게도 골대 맞고 흘러나온 공.”

“이순신 선수가 달려가서 재빨리 걷어냅니다!”

이순신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동안 스리톱, 투톱을 쓰는 팀들도 막았는데 여긴 아예 차원이 다르네.’

이순신은 이들을 막기 위해서 보다 수비에 집중했다.

이순신은 팀원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선수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바르셀로나의 일방적인 공격이 이어졌다.

“꿈 FC의 방패와 바르셀로나의 창의 격돌이 너무나 치열합니다.”

메시는 이순신을 제쳤다.

[도깨비 방패가 발동합니다.]

이순신이 다리를 뻗어서 메시를 막아냈다.

“바르셀로나가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습니다.”

이순신이 메시에게 손을 내밀었다.

“드리블 미쳤는데?”

“거기서 날 막아냈다는 게 더 대단한데?”

메시가 웃으면서 이순신의 손을 잡으며 일어났다.

‘흥. 메시의 파트너는 나야. 나라고.’

줄리앙의 눈이 질투심으로 불타올랐다.

묘하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게 싫었다.

이순신은 수비벽이 되었고,

메시는 프리킥을 준비하고 있었다.

“제가 차겠습니다.”

줄리앙이 메시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으음.”

메시는 잠시 고민했다.

“그래.”

메시는 웃으면서 양보했다.

프리킥의 위치는 페널티 에어리어 좌측 모서리에서 약간 떨어진 곳이었다.

거리는 대략 30M 정도.

메시도 직접 슛을 노리기보다는 전방에 위치한 줄리앙이나 아모르에게 크로스를 올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줄리앙이 차게 된다면 직접 슈팅도 노릴 수 있는 각도였다.

상대는 당연히 메시가 찰 거라고 생각했을 테지만,

꿈 FC 입장에서는 생각해야 할 부분이 하나 더 생기는 상황에 놓였다!

“줄리앙 선수가 프리킥을 준비합니다.”

이순신은 잔뜩 긴장했다.

‘줄리앙이 차는군.’

이순신은 메시의 바람대로 당황하지 않았다.

줄리앙이 차는 것도 플랜 중의 하나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

“내가 메시를 막을 테니까, 단결이는 아모르, 구멍은 페도라를 절대로 놓치지 마!”

이순신은 최대한 주변을 살폈다.

단 한 번의 빈틈이 지금까지 쌓은 공든 탑을 무너트릴 수 있었다.

삐이이익!

줄리앙이 강렬하게 노려보며 프리킥을 찼다.

“도깨비 슛?”

이순신은 당황했다.

줄리앙이 찬 공은 회전이 거의 없었다.

‘젠장. 거리감이나 속도가 전혀 잡히지 않아. 심지어 다른 선수들은 보이지도 않을 거야.’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공이 자신을 향해 날아온다는 것?

‘잠깐 뭔가 이상한데?’

이순신은 공에서 살기를 느꼈다.

“무조건 밖으로 걷어내!”

그 순간이었다.

이순신의 눈에 공이 정면으로 맞았다.

“순신아!”

꿈 FC 선수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공은 다행히도 임단결의 발아래 떨어졌다.

그런데 얼굴을 붙잡고 쓰러지는 이순신을 보더니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사이에 페도라가 임단결을 향해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걷어내라고!”

이순신은 얼굴을 부여잡고 소리쳤다.

“아!”

정신이 번쩍 든 임단결은 재빨리 공을 밖으로 걷어냈다.

“공을 밖으로 걷어내면서 공격권은 바르셀로나에 돌아가지만, 잠시 경기가 중단됩니다.”

의료진이 들것을 들고 들어와서 이순신의 상태를 살폈다.

“이순신 선수 괜찮습니까?”

“괜찮습니다.”

하지만 공을 맞은 오른쪽 눈덩이가 부어있었다.

“아. 상태가 안 좋은 거 같은데?”

“뛸 수 있겠어요?”

“네.”

“그럼 우선 밖으로 나가서 응급처치를 받읍시다.”

이순신은 순간 가슴이 덜컥했다.

자신이 잠깐 경기장 밖을 빠져나가면 10:11로 싸워야 했다.

비록 짧은 순간이긴 해도, 수비의 공백이 생겨서 실점을 허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그냥 뛰겠습니다.”

“저희가 안 괜찮아요.”

“안 그러면 교체 사인을 내릴 겁니다.”

교체가 된다면, 상황은 더더욱 걷잡을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이순신은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의료진은 이순신을 데리고 가서 재빨리 응급처리를 했다.

“그냥 째 버리는 게 낫겠지?”

“그게 좋겠어.”

의료진은 부어오른 이순신의 눈덩이를 메스로 쨌다.

그리고 재빨리 붕대를 감았다.

허준은 의료진에 빙의하여 붕대 감는 속도를 올려줬다.

‘앞은 보이는데 경기가 안 보여.’

의료진이 이순신의 시야를 가렸다.

‘제발. 조금만 버텨줘.’

삐이이익-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아. 먹혔나?’

이순신이 전광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스코어는 그대로 ‘2:2’ 였다.

“이순신 선수. 들어갈 거죠?”

“넵. 그런데 어떻게 된 거예요?”

이순신은 급기야 심판에게 물어봤다.

“아? 메시 선수가 공을 받더니 반대쪽으로 공을 차서 내보냈어요.”

“네?”

이순신은 깜짝 놀랐다.

“이순신 선수가 경기장에 들어옵니다.”

이순신이 들어오자 꿈 FC의 사기가 상승했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메시의 행동으로 인해서 다들 눈치를 보고 있었다.

줄리앙이 따지듯이 물었다.

“왜 그랬습니까?”

“뭐가?”

“저 녀석하고 승부 하고 싶어서 그랬던 겁니까? 일부러 공격권을 녀석들에게 넘겨줬잖아요.”

메시가 빙그레 웃었다.

“그것도 그렇긴 한데 네가 일부러 저 녀석 얼굴에 맞췄잖아. 그에 대한 사과는 해야지.”

줄리앙은 깜짝 놀랐다.

“그…그건… 아니죠.”

줄리앙이 애써 거짓말을 했다.

“정말 아니라고 할 수 있어?”

메시가 무서운 눈빛으로 줄리앙을 노려봤다.

엄청난 위압을 느낀 줄리앙은 고개를 떨궜다.

“죄…죄송합니다.”

그제야 메시가 줄리앙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가 이겨.

항상 떳떳하게 이길 필요는 없지만, 3부 리그 팀을 상대로 그런 최선은 필요 없어.”

메시의 말에 줄리앙의 아래턱은 힘이 들어갔다.

‘내가 꼭 나쁜 놈이 된 거 같잖아!’

줄리앙의 분노에 보다 못한 잔 다르크가 나섰다.

[시스템이 10분 동안 봉인됩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깜짝 놀란 줄리앙이 급기야 소리를 질렀다.

“왜 그래? 줄리앙?”

바르셀로나 선수들조차도 줄리앙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 아니야. 좀 예민해졌을 뿐이야.”

시스템이 없다면 자신은 평범한 선수라는 생각이 뇌와 몸을 지배했다.

“줄리앙 선수의 움직임이 갑자기 나빠졌습니다!”

퍼스트 터치도 엉망이었고,

발이 무거워졌는지 스프린트를 전혀 내지 못했다.

“저러다 교체당하겠는데요?”

줄리앙은 전광판을 쳐다봤다.

‘고작 2분이 지났다고?’

줄리앙에게는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줄리앙! 침착해!”

그를 구원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메시였다.

메시는 끊임없이 줄리앙에게 공을 주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나한테 주지 마.”

줄리앙은 공을 받으면 곧바로 아모르나 페도라에게 공을 돌렸다.

그러다가 사건이 터졌다.

페도라에게 백패스를 하던 중 이순신이 먼저 공을 가로챘다.

“모두 올라가!”

이순신이 전방을 향해 외쳤다.

완벽한 역습 찬스였다.

“실수를…실수를 만회해야 해!”

줄리앙은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이순신을 쫓아갔다.

“이순신 멈춰!”

패닉상태인 줄리앙은 급기야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줄리앙 선수의 백태클!”

“이순신 선수와 뒤엉킵니다!”

놀란 관중들,

꿈 FC의 벤치,

플레티스 회장,

경기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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