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147화 (148/161)

147화. just One 10 MINUTES.

“이럴 수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할 거라던 메시 선수가 경기장에 들어옵니다!”

해설자는 깜짝 놀랐다.

“메시! 메시! 메시!”

관중들은 축구의 신이 경기장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흥분의 도가니였다.

아마 세기말에 신이 세상에 강림하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뭡니까? 왜 나랑 교체를 하지 않고…”

“너랑 뛰는 거 왠지 재밌거든.”

메시가 너스레를 떨었다.

“몸도 성하지 않으면서 무슨.”

줄리앙은 투덜댔다.

“괜찮아. 이대로 팀이 무너지는 걸 어떻게 벤치에서만 바라보겠냐.”

메시가 꿈 FC 진영을 응시했다.

“2:1이면 아직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시간이다.”

“흥. 발목이나 잡지 마슈.”

줄리앙은 퉁명스럽게 내뱉긴 했어도 속으론 안정을 얻었다.

‘다행이야. 메시 선배가 들어와서.’

사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선수.

애정결핍인지, 의존성이 강한 건지는 몰라도 줄리앙에겐 파트너가 필요했다.

삐이이익!

바르셀로나가 킥오프했다.

줄리앙의 뒤를 메시와 아모르가 받치고 있었다.

그 뒤에 페도라가 뒷받침했다.

“저건 나도 막기 어렵겠는데.”

이순신은 먼발치에서 몰려올 파도를 대비하고 있었다.

그 파도의 중심은 메시였다.

이순신은 메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바르셀로나 시절에 그에게 겁 없이 덤빈 적이 있었다.

간혹 1군 선수들이 유소년팀에 와서 멘토링을 해줬다.

“나랑 1:1 한 번 붙어요.”

“그래? 좋지.”

메시는 흔쾌히 수락했다.

당시 이순신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는 상태였다.

결과는 이순신의 처절한 패배였다.

“키도, 힘도 내가 더 좋은데…”

당최 이해할 수 없는 결과.

“어째서 내가 진 거죠?”

급기야 궁금한 이순신은 직접 메시한테 물어봤었다.

메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씨익 웃었다.

‘그저 네가 못하는 것뿐이야.’

메시의 웃음이 말해줬다.

아무리 한국에서 천재라 불려도 누군가에게는 평범함일 수 있었다.

그 뒤로 이순신은 슬럼프와 부상에 빠졌고,

몇 년 뒤에는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무려 10년 만에 펼쳐지는 복수전이었다.

‘어디 와보라고! 당신은 늙었고 난 더 강해졌으니까.’

이순신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이순신과 메시 선수가 맞붙습니다!”

이순신이 메시를 막으러 달려가려고 할 때 불안감을 느꼈다.

‘잠깐. 나가면 안 돼!’

이순신은 머뭇거렸고,

메시는 가볍게 인사이드로 툭 찼다.

다소 거리가 있었으나 공은 예리하게 공문으로 향했다.

[방패연이 발동합니다.]

이순신이 공을 향해 방패연을 사용했다.

“이순신 선수 막아냅니다.”

이순신이 공을 잡고 재빨리 측면 수비수에게 공을 돌리려고 했다.

공을 잡은 임단결에게 줄리앙이 따라붙었다.

“흥!”

임단결이 콧방귀를 뀌며, 측면으로 드리블을 쳤다.

줄리앙이 어깨 차징으로 역습의 기회를 끊었다.

“꿈 FC의 스로인입니다.”

이순신이 달려왔다.

“단결아 괜찮냐?”

“네. 그런데 저 자식 몸이 엄청 단단한데요?”

이순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몇 번 부딪혀 봤는데 단단하긴 하더라. 나르가르두처럼 압축 근육인 듯.”

안타깝게도 이순신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이언 아머를 사용했습니다.]

줄리앙은 스킬을 이용해서 몸을 일시적으로 단단하게 만들었다.

내구도를 강화시키는 스킬이었다.

[충무공은 줄리앙이 잔 다르크의 가호를 받고 있다는 걸 귓속말로 알려 줍니다.]

“응?”

이순신은 이러한 능력은 자신만 쓸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너털웃음뿐이었다.

‘그랬단 말이지.’

이순신은 오히려 기뻤다.

마음 한 켠에서는 특혜를 받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자신 같은 사람들이 널려있었다.

그중에서 자신만큼 시스템을 잘 쓰는 사람은 없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혹시 희윤이 형도?’

송희윤도 싱가포르에서 엄청나게 고생했다고 들었다.

[충무공이 고개를 흔듭니다.]

[시스템은 한 국가에 최대 1명씩에만 배당됩니다.]

약간의 의문점이 풀렸다.

이제 남은 건 줄리앙과 똑같은 조건에서 겨루는 것뿐이었다.

줄리앙과 메시의 조합을 막기 위해선 좀 더 팀이 똘똘 뭉칠 필요가 있었다.

‘전반전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

관중들은 생각했다.

‘남은 시간 동안 메시가 들어온다고 뭘 할 수 있겠어?’

메시는 달랐다.

인간의 영역으로 예측할 수 없는 축구의 신 그 자체였다.

10분 만에 그는 메시아 타임을 발동시켰다.

메시가 중앙을 향해서 패스를 찔러줬다.

전방에서 뛰고 있던 줄리앙이 빠르게 드리블을 치면서 달렸다.

“줄리앙 선수를 막기 위해서 꿈 FC 선수들이 뭉칩니다.”

이순신, 임단결, 하비, 구멍이 사방에서 포위했다.

줄리앙은 뒤로 백패스 했다.

뒤에서 메시가 달려오고 있었다.

“줄리앙의 패스에 다소 힘이 들어갔습니다.”

메시는 빠르게 오는 패스를 살짝 띄운 후 가슴으로 트래핑 했다.

그 사이 보경풍도 앞으로 전진했다.

“메시의 슛!”

[방패연이 발동했습니다.]

이순신이 재빠르게 다리를 뻗었다.

“이순신의 발에 맞고 공이 튕깁니다!”

보경풍이 손을 뻗어서 공을 쳐 냈다.

“아쉽습니다!”

공은 골대 옆을 벗어났다.

이어지는 코너킥에서 메시가 킥을 전담했다.

메시는 꿈 FC와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위치를 보며 빠르게 시뮬레이션했다.

“받아!”

메시의 왼발 코너킥이 골대를 향해서 날아갔다.

줄리앙이 가슴으로 트래핑한 후 옆에 있는 아모르에게 넘겨줬다.

메시가 들어온 이후로는 골 욕심을 내기보다는 패스 플레이에 집중했다.

공을 받은 아모르는 뒤꿈치로 기습적인 슈팅을 날렸지만,

이순신에 의해서 막혔다.

“젠장!”

공중으로 날아간 공은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 있던 메시에게 갔다.

‘왜 저기에 있는 거야?’

뛰어난 위치 선정에 이순신은 당황했다.

발 구르기를 하듯이 측면에서 달려가는 페도라에게 빠른 패스를 찔러줬다.

“임단결 선수가 발을 뻗습니다!”

“안 돼. 단결!”

이순신은 깜짝 놀랐다.

메시아 타임에서 메시의 뜻대로 안 되는 건 없었다.

상대방의 실수조차도 메시에겐 예측 가능한 범위였다.

“임단결 선수의 발에 맞은 공!”

마음먹고 아웃사이드킥으로 공을 찼다.

낫 같은 궤적을 그리며, 골대로 향했다.

보경풍은 공을 보며 잔 스텝을 밟았다.

어찌해야 할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나갈 듯하면서도 공의 각도가 워낙 예리해서 몸을 날리기도 애매했다.

“경풍이 형!”

이순신이 소리쳤다.

보경풍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몸을 날려서 손을 뻗었다.

“보경풍 선수가 손끝으로 간신히 쳐냅니다.”

보경풍이 골을 막아내긴 했지만, 문제는 손톱을 잃었다.

장갑 속에서 피가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경풍이 형. 나이스샷!”

“형. 완전 쩔어요!”

“그러게! 먹히는 줄 알았네.”

동료들의 응원에 보경풍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뒤로 숨겼다.

장갑을 끼고 있어서 다친 걸 볼 수 없지만,

보경풍은 애써 웃어 보였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 그럼 우리가 이긴다.”

“와- 경풍이 형이 웃었어!”

“승리 선언!”

선수들의 사기가 크게 올랐다.

말수가 적은 보경풍이 승리를 선언한 경기는 모두 이겼다.

다쳐서 그런지 몰라도 보경풍은 좀 더 비장하게 마음을 먹었다.

결코, 지고 싶지 않았다!

경기가 재개됐다.

보경풍이 길게 골킥을 차 줬다.

하프라인 근처에 있는 이광인한테 공이 날아갔다.

“실례.”

메시가 나타나서 재빨리 가로챘다.

이광인은 당황했다.

“정신 차려!”

[흑호랑후가 발동했습니다.]

이순신이 멀리서 소리쳤다.

메시아 타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메시는 플래시처럼 지그재그로 드리블을 쳤다.

구멍과 하비가 재빨리 쫓아갔다.

“시주. 전 여기 까진가 보오!”

구멍이 깊은 태클을 시도했다.

퇴장을 각오하고 반칙으로라도 끊어낼 참이었는데,

메시는 몸과 함께 가볍게 공을 띄웠다.

쿵!

웃고 있던 메시가 순간 당황했다.

등 뒤에 이순신이라는 거대한 성벽이 서 있었다.

“묵직하군.”

큰 키에 단단한 체격을 가진 이순신을 보더니 도전의식이 생겼다.

젊고 싱싱한 수비유망주를 농락하고 싶은 욕구!

메시는 공을 툭툭 치며, 이순신이 발을 뻗기를 유혹했다.

하지만 이순신은 쉽사리 걸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메시는 골대와 거리가 멀어졌다.

“메시. 이쪽!”

옆에 있던 줄리앙이 공을 달라고 손을 흔들었다.

슛을 쏘기에 좋은 위치는 아니었지만,

2:1 패스로 상대 수비를 뚫기에는 자신의 위치가 썩 괜찮았다.

즉 꿈 FC 수비수들의 심리를 흔들 수도 있었다.

결국, 앞으로 고꾸라졌지만 메시는 프리킥을 얻어냈다.

“메시. 공을 지켰습니다!”

꿈 FC의 위기는 계속됐다.

심지어 ‘메시의 영역’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위치 또한 좋았다.

이순신을 비롯한 구멍, 임단결이 벽을 쌓았다.

메시는 먼발치를 바라보더니,

빠르게 달려서 슈팅을 날렸다.

“메시!”

메시가 찬 공은 이순신도 따라붙을 수 없을 정도였고,

보경풍조차도 움찔하는 게 전부였다.

탕!

골대를 맞고 튕겨져 나온 공을 향해 이순신과 줄리앙이 달려갔다.

동시에 태클을 시도했고,

먼저 발에 공이 닿은 이순신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튕겨 오른 공은 메시앞에 떨어졌고,

그는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철렁~!

이순신의 가슴이 주저앉았다.

“역시 메시입니다!”

메시는 웃으면서 두 손을 하늘로 뻗었다.

그가 관객을 사로잡는 데 필요한 시간은 just One 10 MINUTES.

부상을 참고 뛰려고 했던 보경풍도,

막았다고 생각한 이순신도,

허무하게 공을 빼앗겨서 기회를 제공한 이광인도 허무함을 느꼈다.

‘운과 실력. 모두 겸비한 선수가 있을 줄이야.’

임단결이 좌절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박수 소리가 들렸다.

짝짝짝.

“괜찮아! 0:0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면 돼!”

이순신이 가장 먼저 절망에서 깨어났다.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도 어쨌든 트로피가 걸린 경기였다.

두 팀 중 이긴 팀이 올해의 첫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다만, 그 무게가 달랐다.

바르셀로나에는 여러 번 든 트로피 중 하나였지만,

꿈 FC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최선을 다하는 것?

물론 중요하다.

경기를 즐기는 것?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1분 후 전반전이 끝났다.

“휴. 다행이다. 몇 분 더 있었으면 한 골 더 먹혔을지도 몰라.”

꿈 FC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바르셀로나 라커룸에서 쉬고 있던 메시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2골을 넣어서 분위기를 확 뒤집어야 했는데… 어쩌면 후반전은 힘든 싸움이 될 수 있겠군.”

노련한 베테랑답게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이 남달랐다.

그의 예상대로 후반전은 이순신의 활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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